소설리스트

대주재-25화 (24/1,000)

25화. 호랑이를 몰아내고 늑대를 삼키다

윙.

그때 협곡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영원 왕의 못생긴 얼굴이 더욱 흉악해졌다.

목진과 뇌성 등은 무거운 표정으로 놀랄 정도의 기를 뿜어내는 화영원 왕을 쳐다봤다. 화영원 왕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화영원 왕의 기운을 보니 이미 중급 영수의 최고봉에 이른 것 같았다. 이제는 영륜경 후기 강자와 맞먹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영륜경 후기?

목진과 뇌성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일어나기 힘든 일이 눈앞에 일어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진이 정말 안 좋다고 생각했다.

“대장, 어떡하지요?”

임충 등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다급하게 물었다. 뇌성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화영원 왕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지만, 이미 중상을 입었다. 다시 한번 공격해보고, 만약 정말로 죽이지 못한다면 그때는 후퇴하자!”

임충 등은 뇌성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의외의 일에 비록 옥영과가 아깝기는 하지만,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목진도 멀리 있는 당천아와 친구들에게 상황이 이상해지면 즉시 뒤로 물러나라고 신호를 보냈다.

크앙!

목진이 당천아 등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 화영원 왕이 갑자기 포효하면서 시뻘게진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보아하니 자신에게 중상을 입힌 목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복수심이 강한 화영원 왕은 목진을 어떻게 해서든 찢어 버리겠다는 듯 손을 뻗어 옆에 있던 거대한 돌을 집어 목진을 공격하려 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목진은 자리에서 뛰어올라 날렵하게 몸을 뒤집으며 화영원 왕의 공격을 피했다. 그는 모두에게 피해가 가게 할 수는 없었다.

화영원 왕은 지금 영륜경 중기의 실력을 지녔기 때문에 아마 조금만 스쳐도 사망 또는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뇌성 등은 화영원 왕이 바로 목진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황급히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뇌성 일행이 어떤 공격을 해도 화영원 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목진을 향해 쇠망치 같은 손을 휘두르며 그를 으스러뜨리려고만 했다. 이에 낭패를 당하면서 계속 밀려났다.

크아!

목진이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화영원 왕은 점점 더 분노가 끓어올랐다. 화영원 왕은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협곡으로 퍼져나가자 최면에 빠졌던 화영원들이 왕의 포효에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화영원들이 깨어나기 시작하자 뇌성, 당천아 일행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만약 협곡에 있는 백여 마리의 화영원이 깨어난다면, 이제는 정말로 도망갈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대장, 화영원 왕이 계속 포효하면 화영원들이 전부 깨어날 겁니다!”

임충 등이 놀라 외쳤다.

목진도 상황을 보고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절벽의 갈라진 틈에 있는 옥영수를 쳐다보다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

“뇌성 형님, 제가 화영원 왕을 유인할 테니, 형님은 사람들을 데리고 옥영과를 따십시오!”

“뭐?”

뇌성 등은 목진의 말에 매우 놀랐다. 화영원 왕은 영륜경 중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목진은 영동경 중기의 실력이라서 단독으로 유인한다면 분명 매우 위험할 것이다.

“시간이 없습니다. 화영원 왕이 저를 목표로 삼았으니, 형님이 공격해도 끌어내지 못할 겁니다.”

목진이 말을 하는 사이 영력이 이미 목진의 두 다리를 감싸더니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화살처럼 협곡을 지나 후방을 향해 달려갔다. 화영원 왕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목진을 쫓기 시작했다.

뇌성은 화영원 왕과 함께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목진을 쳐다봤다. 잠시 후, 뇌성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빨리 움직여라. 시간이 없다. 너희들은 깨어나기 시작하는 화영원들을 막아라. 내가 옥영과를 가지고 오겠다!”

“네!”

임충 등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고개를 끄떡인 후,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화영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뇌성은 목진이 달려간 곳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단지 목진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했다. 만약 목진에게 무슨 일이 생겨 북령원 사람들이 쫓아오면 포뢰대는 정말로 재수 없게 되는 것이다.

* * *

쾅쾅!

깊은 숲에서 대지를 흔드는 소리가 났다. 거대한 그림자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길을 따라 서 있던 나무들이 모두 부러졌지만, 화영원 왕은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는 듯 붉은 눈동자로 오직 요리조리 몸을 피하는 목진의 그림자만을 쫓았다.

이런 행동은 당연히 숲의 다른 영수의 주의를 끌었다. 이미 중급 영수의 최고봉에 이른 화영원 왕의 위협적이고 포악한 모습에 다른 영수들도 놀라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목진과 화영원 왕을 피해 더 깊은 곳으로 달아났다.

“젠장, 정말 끈질긴 놈이구나!”

대략 1각 정도 미친 듯이 달리다가 목진은 화영원 왕이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휙!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돌아보니 화영원 왕이 거대한 나무를 자신에게 던지는 것이 보였다.

목진은 황급히 앞으로 뛰어나가며 땅 위로 몸을 굴러 거대한 나무 사이로 몸을 피했다. 몸이 땅 위를 구르는 순간,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검은색의 풀을 뽑아 품 안에 넣고는 다시 미친 듯이 도망쳤다.

미친 듯이 달리는 중에도 목진의 검은 눈동자가 끊임없이 반짝였다. 목진이 스스로 화영원의 왕을 유인하겠다고 한 것은 실력을 뽐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이런 경험을 영로에서 이미 몇 번씩이나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령지원 내부로 곧 들어간다. 그럼 분명 화영원 왕을 상대할 수 있는 영수가 있겠지. 그 영수만 만나면 자기 영역으로 들어온 화영원 왕을 가만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모두가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자신의 계획을 다시 되새기며 체내의 영력과 대부도결을 함께 끌어올렸다. 그는 대부도결의 회전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을 느꼈다. 영력이 끊임없이 사지로 흘러들자 기운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대부도결이 아무리 대단하고도 해도 목진은 영동경 중기의 실력일 뿐이었다. 영륜경 중기에서 방금 진전을 이뤄 이제는 후기의 실력을 지닌 중급 영수와 비교하면 실력의 차이가 너무 났다. 게다가 계속해서 달렸더니 목진도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으르렁!”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멀리서 갑자기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목진은 영수의 울음소리를 듣고 눈을 반짝였다. 속도를 더 올린 후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갔다. 목진이 나무를 타고 넘으면서 품에 있는 풀잎을 꺼내 손에 쥐고 짓찧어서 즙을 자신의 몸에 뿌렸다.

목진이 즙을 다 뿌리자 돌연 전방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뛰어나왔다. 그 영수는 목진 같은 인간에는 관심이 없는 듯, 오직 뒤에서 맹렬히 달려오는 화영원 왕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독각용표(独角龙豹)구나!”

거대한 검은 표범의 형태로 머리에 뿔이 하나 달려있는 독각용표는 피부가 딱딱해 마치 갑각류의 껍질 같았고, 꼬리는 마치 강철로 만든 악어의 꼬리 같았다. 영수의 엄청난 영력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목진은 독각용표를 보며 인상을 썼다. 독각용표도 중급 영수이지만, 영륜경 초기라서 화영원 왕과는 실력 차이가 났다.

큭!

독각용표가 앞에서 달려오는 화영원 왕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위협하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물러나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화영원 왕은 이미 목진을 죽일 생각밖에 없었다. 화영원 왕은 자신을 막으려고 하는 독각용표를 발견하고,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몸을 그대로 돌진시켰다. 화염 같은 영력을 손에 응집시키더니, 그대로 독각용표의 허리를 내리쳤다.

쾅!

땅이 흔들리더니 주변의 나무들이 부러지면서 쓰러졌다. 목진은 멍한 표정으로 독각용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것을 지켜봤다. 단 일격에 독각용표의 허리가 부러지는 소리가 목진의 귀에 들려왔다.

“대단한 놈이군.”

목진은 독각용표가 화영원 왕의 일장에 죽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독각용표가 화영원 왕을 막아주길 바란 것은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독각용표가 죽자 흉악한 붉은 눈동자는 다시 목진에게 향했다. 목진이 다시 도망치려 할 때, 갑자기 분노가 가득한 울음소리가 숲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크앙!

울음소리에는 사람들이 경악할 정도의 영력 파동이 전해졌다. 포효소리와 함께 회오리바람이 불어오더니 엄청난 영력이 목진을 압박했다. 순간 목진의 안색이 변했다.

‘고급 영수? 신백경의 실력이다!’

쿵!

은색의 그림자가 보이더니, 순식간에 깊은 숲에서 몸을 드러냈다. 목진이 황급히 몸을 엎드리고 앞을 바라봤다. 뜻밖에도 은색의 그림자는 독각용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지 몸이 더 거대했고, 머리에 있는 뿔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건…… 고급 영수, 은각용표(银角龙豹)?’

목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미 죽은 독각용표를 본 후, 화영원 왕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은각용표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화영원 왕은 그제야 자신이 은각용표의 새끼를 죽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진은 조심스럽게 몸을 엎드리고, 검은색의 즙을 온몸에 발라 자신의 체취를 지웠다. 그리고 숨을 참으며 동정 어린 표정으로 화영원 왕을 쳐다봤다.

“너는 인제 끝났다.”

깊은 숲에서 엄청난 영력이 거대한 바람처럼 일어났다. 이런 강한 위압은 숲에서 들려오던 모든 소리를 잠재웠고, 멀리 있던 영수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영수들은 은각용표의 분노를 느낀 것이다.

은각용표의 위협적인 모습에 화영원 왕의 분노로 가득 차 눈빛도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화영원 왕의 얼굴에 두려운 빛이 떠올랐다. 비록 이제 막 중급 영수의 최고봉의 경지에 올랐지만, 눈앞에 있는 은각용표는 고급 영수였다.

화영원 왕의 거대한 몸이 움츠러들더니 은각용표를 노려봤다. 화영원 왕의 몸이 뒤로 슬그머니 물러나는 것이 분명 도망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으르렁!”

그러나 방금 새끼가 죽은 은각용표는 화영원 왕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차가운 영수의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했다.

은각용표가 날카롭게 발톱을 세워 바닥을 긁기 시작하자, 엄청난 영력의 파동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팍.

화영원의 왕이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죽음의 위협에서 화영원 왕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목진을 찢어 죽이겠다는 생각은 전부 사라진 듯했다.

은각용표는 차가운 눈으로 도망가는 화영원 왕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몸을 천천히 엎드리더니, 돌연 영력을 폭발시켜 은빛이 은각용표의 몸을 감싸게 했다. 날카로운 섬광이 보이더니 화살처럼 달려나갔다.

휙!

목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은빛 섬광이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더니, 멀리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목진이 고개를 들자 화영원 왕은 도망치다가 걸음을 멈췄다. 화영원 왕의 등에는 구멍이 나 있었고, 안에 있던 내장은 이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화영원 왕 앞의 은각용표는 자신의 몸에 묻은 화영원 왕의 피를 털어내며 천천히 돌아왔다.

펑!

화영원 왕의 거대한 몸이 땅에 쓰러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분명 단 한 번에 공격에 숨이 끊어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냈구나!’

목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고급 영수의 역량을 보고 속으로 경탄했다. 그러나 여전히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체내의 영력도 기해로 돌려보냈다.

이런 순간에 만약 은각용표에게 발각된다면, 목진의 말로는 아마 쓰러져있는 화영원 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다행인 것은 은각용표는 작은 인간을 찾을 마음이 없어 보였다. 다시 죽은 독각용표 옆으로 간 영수는 사체를 건드리며 애달프게 울었다. 은각용표는 결국 사체를 걸치고, 깊은 숲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목진은 은각용표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는 1각 정도 조용히 기다리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진은 주변을 경계하며 화영원 왕의 시체로 다가가 비수로 머리를 그었다. 그러자 붉은빛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건 바로 화영원 왕의 정백이었다. 붉은빛 안에는 작은 형상의 화영원이 있었고 강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이 화영원 왕의 정백을 품에 잘 넣은 후, 화영원 왕의 머리를 잘랐다. 그는 모든 일을 마치고 떠나려다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독각용표가 죽은 곳으로 다가갔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목진은 병을 하나 꺼내 피를 조심스럽게 병에 담은 후 빠른 속도로 그곳을 떠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