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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9화 (28/1,000)

29화. 함정에 빠트리다

“이봐, 목진, 빨리 공격해. 저놈은 영동경 후기의 실력이라, 내가 이길 수 없어!”

숲에서 당천아가 자신을 덮치는 흉악한 영수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중간중간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나뭇가지 위에 있던 목진이 아래에 있는 영동경 후기의 영수가 쉬지 않고 작은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는 곧 발을 박차고 뛰어올라 날렵한 기러기처럼 주먹을 움켜쥐고, 검은 영결을 응집한 후 검은 광인으로 변화시켰다.

“짐승 주제에 날뛸 생각하지 마라!”

목진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광인이 강한 파동을 일으키며 화난 영수를 치고 지나갔다.

펑!

영수가 분노의 포효를 지르더니 거대한 발톱에 영력을 싣고, 목진의 주먹을 향해 날렸다.

영력이 충돌해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자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뒤이어 영수의 비명이 들리더니 목진의 공격에 뒤로 밀려났다.

쉭!

영수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자, 목진이 순식간에 몸을 회전시켜 다시 뛰어갔다. 목진이 손을 뒤집자 영력을 담은 비수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곧바로 영수의 목덜미를 노렸다.

쫙!

뜨겁고 신선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영수가 큰 소리를 내며 땅에 쓰러졌다.

목진은 뛰어내려 미소를 지으며 비수의 피를 닦았다. 숲속의 따듯한 햇볕이 목진을 얼굴을 비추자, 그의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정말이지 여자를 아껴줘야 한다는 걸 모르는 놈이구나. 한참을 저놈에게 쫓겼잖아.”

당천아가 매서운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영수에게 다가갔다. 머리를 베고 정백을 꺼내면서도 그녀는 계속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목진이 웃으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돌연 앞으로 달려가 당천아의 허리를 낚아챘다.

목진이 당천아를 잡았을 때, 갑자기 피가 묻은 그림자가 숲에서 뛰어나왔다. 원래 당천아를 잡으려고 했던 그 자의 손에 아무것도 잡히자 않자 분노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은 당천아를 안고 두 바퀴 구른 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경계했다.

낯선 그림자는 쓰러져 있는 영수의 사체를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피가 물든 긴 장포를 입은 그는 매우 흉악하고 교활해 보였다.

“흐흐, 어린놈이 매우 빠르구나.”

그자는 목진을 노려보며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목진의 뒤에 있는 당천아를 쳐다봤다. 당천아의 전신을 음흉한 눈으로 훑어보더니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여기에서 이런 최상품의 물건을 만날 줄은 몰랐군…….”

그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당천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가 마치 당천아를 한입에 삼키고 싶다는 듯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자, 당천아가 살짝 몸을 떨면서 목진의 뒤로 숨었다.

“이놈아, 여자를 내놓으면 너는 놓아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실력을 보여줄 수밖에.”

그자는 뱀처럼 교활한 눈으로 목진을 보며 말했다.

목진은 매서운 눈으로 그자를 노려봤다. 당천아의 손을 잡고 있는 목진의 손에 땀이 났다. 만약 목진의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자는 분명 류명 등이 쫓고 있는 혈도단의 단장 혈도일 것이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흉악한 도적을 만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숲의 공터에서 세 사람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사람을 압박하는 분위기에 왠지 질식할 것만 같았다. 당연히 이건 당천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혈도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고, 눈에는 교활하고 차가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목진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혈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눈앞에 있는 혈도는 매우 위험한 느낌을 주었다. 위험의 정도가 어제 만난 화영원의 왕보다도 더한 것 같았다.

실력이나, 지혜로 따지면 당연히 화영원의 왕과는 비교할 수 없다. 화영원의 왕은 영동경 후기의 실력이었지만, 혈도는 거의 신백경의 경지에 도달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놈아,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구나. 생각할 시간을 10초 줄 테니 여자를 넘겨라. 그럼 너에게 살길을 열어주겠다.”

혈도가 웃으며 목진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우리를 공격하면 북령원의 신백경 강자 두 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너에게 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혈도는 목진의 말은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실룩거리며 차갑게 웃었다.

목진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돌려 당천아를 쳐다봤다. 그리고 가느다란 당천아의 손목을 잡고 혈도에게 밀었다.

“중요한 게 뭔지 아는 놈이군.”

혈도가 목진의 행동을 보고 활짝 웃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갑자기 뛰어올라 당천아의 어깨를 짚더니 반동을 이용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나를 죽이기 전엔 그녀에게 갈 수 없다!”

목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천아는 목진의 모습에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그녀는 목진의 생각을 깨닫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혈도가 어두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봤다.

‘영동경의 실력을 지닌 놈들이 순진하게 내 손에서 도망가겠다고?’

“이놈아, 잠시 후에 죽는 것이 어떤 것이지 느끼게 해주마!”

혈도가 웃으며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간 목진을 지나쳐 당천아를 쫓아갔다. 목진은 상황을 보고 서둘러 혈도에게 달려들었지만, 혈도는 목진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파영주!”

혈도가 목진의 저지에도 신경 쓰지 않자, 목진은 갑자기 주먹에 빛나는 무언가를 움켜쥐고 외쳤다.

“파영주?”

혈도는 파영주라는 세 글자에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비록 목진의 실력이 자신보다 약했지만, 만약 파영주의 힘을 빌린다면 자신을 막기에는 충분하고 자신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지금 류역에 쫓기고 있는 마당에 자신에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혈도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향해 무섭게 날아오는 검은빛을 쳐다봤다. 그리고 황급히 강한 영력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퍽!

검은빛이 혈도의 몸에 부딪히려는 순간, 갑자기 빛이 옆으로 갈라지더니 뜻밖에도 영력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비릿한 냄새가 나더니 진득진득한 무언가가 날아와 혈도의 몸에 들러붙었다.

혈도는 순간 당황해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에 붙은 붉은 점액질의 물건을 쳐다봤다. 그러자 돌연 코를 찌르는 냄새가 온몸을 감쌌다.

“감히 나를 놀려?”

혈도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목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목진은 혈도를 무시하고 돌연 뒤로 후퇴했다.

“이놈, 여자를 도망치게 하려고 해도 절대 네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혈도는 목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지만, 그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에 목진이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쁜 놈아, 이 물건을 원하느냐?”

목진은 혈도가 화를 억누르고 여전히 당천아를 잡으려는 것을 보고, 품에서 옥영과를 꺼내며 . 과일에서는 짙은 영력이 느껴졌다.

“옥영과?”

혈도는 옥영과를 보고 눈이 가늘어졌다. 혈도의 눈동자에 탐욕스러운 빛이 어렸다. 그는 이미 영륜경의 최고봉의 실력에 도달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하면 신백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옥영과를 얻을 수 있다면 목숨도 걸 수 있었다. 만약 신백경의 경지에 도달하면 류역의 놈들에게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의 곤란한 상황도 능히 해결 가능할 것이다.

“정말 의외로군. 이제야 너에게 흥미가 생기는구나.”

혈도가 웃으며 말했지만, 목소리는 음침했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목진을 쳐다봤다. 신백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잠시 미인을 포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목진은 이미 혈도의 반응을 예상했기 때문에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다리에 영력을 보내고, 엄청난 속도로 맞은편 숲으로 도망갔다.

당천아의 속도로 야영지에 돌아가 막사에게 보고를 하려면, 분명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까지 목진은 영륜경 후기의 실력을 지닌 혈도의 손에서 시간을 끌며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

혈도의 실력이라면 목진을 죽이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

“이놈아,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냐? 아가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나를 유인하다니. 하하, 솔직하게 말하면 너에게 감탄했다. 이렇게 하자. 옥영과를 나에게 준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너의 팔과 다리는 못 쓰겠지만. 어떠냐?”

혈도는 죽어라 도망가는 목진을 보며 쉬지 않고 말했다.

“남 걱정하지 말고, 자기 몸이나 챙겨라.”

목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은혜도 모르는군!”

혈도의 눈이 차갑게 빛나더니 더 빠른 속도로 쫓아오며 목진과의 거리를 점점 더 좁혀왔다.

목진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차가운 한기를 느끼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이 혈도의 실력을 너무 얕잡아 봤다고 생각했다.

잠시라도 마음을 놓으면 혈도에게 잡혀 죽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목진은 이를 악물고 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자신의 경맥으로 보냈다. 목진의 위험한 상황을 느낀 것인지, 체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빛이 천천히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목진의 몸에서 서서히 빛이 떠올랐다. 그때 만약 목진이 자신의 체내를 깊숙이 관찰했다면, 아마 빛이 마치 탑처럼 쌓이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쿵.

그러나 목진은 도망치기 바빠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돌연 체내의 영력이 빠르게 끌어 올려져 속도가 빨라지더니 혈도와 점점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응? 저놈이 이렇게 빠르다니!”

혈도는 목진의 모습에 순간 당황하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자신도 황급히 영력을 끌어올려 빠르게 쫓아가기 시작했다.

혈도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목진이 갑자기 폭발하듯 영력을 끌어올렸지만,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목진이 이런 속도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상황에 나뭇잎이 회오리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이런 속도로 계속 달려가면 아마 곧 북령지원의 내부로 진입할 것이다. 혈도는 목진이 향하는 방향을 보고, 북령지원에 사는 무서운 영수들을 떠올렸다.

“이놈아, 너랑 충분히 놀았다!”

혈도가 이를 악물고 대량의 영력을 사용해서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사냥하는 표범처럼 엎드리더니,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목진을 향해 빠르게 덮쳐왔다.

“죽어라!”

속도를 더 높인 혈도는 순식간에 목진 앞에 나타나더니 엄청난 힘이 실린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영력의 파도가 목진을 덮쳤다.

그의 공격은 영동경 실력자라도 족히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이었다.

펑!

그때 갑자기 신비한 흑지(黑纸) 같은 장심이 나타나 혈도의 무서운 일격과 부딪쳤다.

쿵!

영력이 폭발하면서 목진이 피를 토하며 멀리 있는 숲으로 나가떨어졌다.

혈도는 자신의 공격에도 목진이 살아있자, 얼굴에 놀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속도를 줄이고 숲에 쓰러져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계속 도망갈 거냐?”

혈도가 녹초가 되어 넘어진 목진을 보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아니다.”

목진이 혈도의 차가운 미소를 보며, 입가의 피를 닦았다. 소년의 잘생긴 얼굴에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네가 도망칠 차례다. 나쁜 놈아.”

혈도가 목진의 말을 듣고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깊은 숲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들려왔다. 은빛이 마치 번개처럼 번쩍이는 것이 엄청난 영력이 담겨 있었다.

“은각용표?”

혈도는 위풍당당한 영수의 모습을 보고, 삽시간에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목진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 독한 놈이군. 나와 함께 죽겠다는 거냐? 어리석구나. 내가 영수의 영역 범위에서 물러나면 저 영수는 나를 쫓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너는 영수의 먹이가 되겠지.”

목진은 혈도의 말을 듣고 입가의 비웃음이 더 짙어졌다.

“네 몸에는 은각용표 새끼의 피가 묻어 있다. 생각해봐라. 은각용표가 너를 쉽게 놓아줄 것 같으냐?”

목진의 말에 혈도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에 묻은 진득한 피를 쳐다봤다. 얼굴이 창백해진 혈도는 그제야 깨달았다. 눈앞에 약해 보이는 이 소년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일부러 파영주를 날리는 척했지만, 사실은 은각용표 새끼의 피가 담긴 병을 던지고 이곳까지 도망을 친 것이었다.

목진의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본 혈도는 속으로 한기가 들었다.

‘이게 정말 어린 소년이 생각할 수 있는 계획인가?’

목진은 점점 창백해지는 혈도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은각용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용표 형님, 이번에도 너만 믿는다. 다시 한 번 나의 무기가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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