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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0화 (29/1,000)

30화. 오히려 죽임을 당하다

크앙!

엄청난 영력이 숲으로 퍼져나갔다. 은각용표의 붉은 눈동자가 피비린내를 풍기는 혈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원한과 살기가 충만한 포효를 내질렀다.

은각용표는 멀리 있는 혈도에게서 새끼의 피비린내를 맡고, 저 인간이 설마 자신의 새끼를 다치게 한 건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비록 고급 영수의 지혜는 저급 영수보다 높았지만, 인간들보다 높지는 않았다. 분노한 영수는 단지 새끼의 피냄새가 나는 사람을 찢어 버릴 생각밖에는 없었다.

“망할 자식!”

혈도는 은각용표가 자신을 노려보자 전신에 한기가 들었다. 이에 혈도는 무서운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영동경 후기의 소년이 이렇게 교활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혈도는 천성적으로 여색을 밝혔다.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인을 보자 그만 몸이 근질거렸다. 그러나 자신의 이런 행동이 화근을 불러올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절대 너를 놓아주지 않겠다!”

혈도가 음침하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엄청난 영력을 체내에서 폭발시켜 땅을 박차고 올랐다. 순식간에 뒤로 물러난 그는 깊은 숲으로 물러났다. 도망칠 생각인 듯했다.

크앙!

그러나 분노에 가득한 은각용표 역시 혈도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영수는 살짝 몸을 낮추더니 빛처럼 앞으로 달려나갔다.

은각용포는 신백경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삽시간에 혈도의 속도를 따라잡아 그의 뒤에 나타났다. 은각용표의 영력의 파동에 혈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영표살(灵豹杀)!”

그러나 혈도도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공중에서 몸을 반쯤 회전하더니 고함을 지르며 영력을 쏘았다. 혈도는 영력을 영표의 형상으로 응집한 후, 은각용표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혈도의 형상을 담은 영표는 은빛과 심하게 부딪히면서 엄청난 소리를 내 대지를 진동시켰다. 영력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주변에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쓰러트렸다.

펑!

영력이 충돌하자, 혈도가 낭패를 당하며 멀리 날아갔다.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 위에 그대로 떨어졌다. 그의 오른팔에는 피가 가득했고, 손바닥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렸다.

목진은 혈도의 모습에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 목진은 어제 은각용표의 실력을 똑똑히 봤다. 화영원 왕도 은각용표의 공격에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 그러나 혈도는 단지 팔 하나만 못쓰게 됐다.

그의 실력은 대단했다.

“쿵!”

은각용표가 땅에 착지한 후, 차가운 눈동자로 혈도를 보았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다시 혈도를 향해 달려갔다. 차가운 눈빛에는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다.

혈도는 은각용표를 보고 황급히 몸을 굴렸다. 이번에도 은각용표의 공격을 슬쩍 피하긴 했지만, 은각용표의 강철 같은 꼬리에 맞고 말았다.

큭.

은각용표의 꼬리가 혈도의 가슴을 치자, 혈도는 피를 토하면서 맥이 많이 빠졌다. 지금 입은 중상은 류역의 사람들에게 입은 상처보다 훨씬 더 심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저 은각용표에게 죽겠구나!”

혈도가 이를 악물고 원망 어린 눈으로 목진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그러나 곧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몸을 숨기고 있던 목진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이런 썩을 놈! 내가 너를 잡으면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혈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져 계속해서 고함을 쳤다.

혈도의 마음이 흐트러지자 은각용표가 다시 한번 혈도를 지나갔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깊은 흔적을 남겼다. 혈도는 엄청난 통증에 거의 기절할 것 같았다.

“젠장, 망할 짐승!”

혈도가 욕을 하자 얼굴에 갑자기 이상한 붉은빛이 떠올랐다. 눈빛에 흉악한 빛이 떠오르더니 갑자기 몸을 움직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손에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빠른 속도로 결인을 날리자, 천둥 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혈도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원기가 빠졌던 혈도는 영기를 끌어올려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혈도는 죽어라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카!

도망가는 혈도를 본 은각용표가 포효하더니 빠른 속도로 혈도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사람과 영수가 엄청난 속도로 숲을 가로질러 갔다. 혈도는 미친 듯이 쫓아오는 은각영표를 보고 속으로 욕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이미 중상을 입어 후유증까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상황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은각용표의 손에서 도망치지 못한다면, 그는 분명 오늘 죽을 것이다!

도망가는 내내 혈도는 다섯 번이나 피를 토했다. 원래 혈색이 좋았던 혈도의 얼굴은 이미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몸이 허약해지는 것을 느낀 혈도는 점점 어지러워졌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었다. 추격은 족히 1각여 동안 계속됐다. 뒤에 있던 은각용표의 속도도 점점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멈췄다. 그리고 길게 포효를 하더니 느릿느릿 몸을 돌려 돌아갔다.

혈도는 은각용표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을 봤지만 도망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힘을 끌어올려 다시 1각여 동안을 달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결국 풀밭에 몸을 구르고 말았다.

풀밭에 쓰러진 혈도는 녹초가 됐고, 마치 체내의 영력이 전부 소진된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자기 몸의 상처를 살펴보고 정말 울고 싶었지만,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겨우 영동경의 실력을 지닌 어린 녀석에게 이런 낭패를 당할 줄이야.

이건 류역의 사람들도 하지 못한 일이다!

“망할 새끼,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혈도가 이를 악물고 목진을 향해 소리쳤다.

쉭!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혈도가 놀라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순간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휙!

차가운 빛이 혈도의 등 뒤에 있는 숲에서 날아와 혈도의 머리를 매섭게 스치고 지나가면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혈도의 얼굴이 변해 고함을 쳤다.

“누구냐?”

“네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

숲에서 웃음 섞인 맑은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바로 목진이었다.

“젠장, 망할 녀석. 네가 감히 나를 찾아오다니!”

목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혈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체내에서 천천히 영력을 끌어올렸다. 목진의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가득했다.

“이놈아, 무슨 생각이냐? 비록 내가 상황이 좋지 않지만 내가 반격하면 너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혈도가 목진을 보고 다시 황급히 말했다.

“우리 서로의 일에는 상관하지 말자.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하는 게 어떠냐?”

“그럼 정말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냐?”

목진이 걸음을 멈추고 인상을 썼다.

“지금은 내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맹세하지. 네가 북령원으로 돌아가면 내가 어떻게 너를 귀찮게 하겠느냐?”

“네 말이 옳다.”

목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살짝 고개를 끄떡였다.

혈도는 속으로는 기뻤지만,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낼 수 없었다. 목진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여전히 너를 죽이고 싶은데…….”

휙!

목진이 갑자기 빠르게 달려와 주먹에 영력을 끌어올리자 검은 광인이 떠올랐다.

“이놈아, 정말 죽고 싶냐!”

혈도는 폭풍처럼 달려오는 목진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체내의 별로 남지 않은 영력을 두 팔에 끌어올려 창처럼 앞으로 뻗었다.

“삼라사인!”

목진은 주먹을 움켜쥐고 소리를 지르며 검은 광인을 폭발시켰다. 검은빛이 맹렬하게 흔들리면서 혈도를 향해 날아갔다.

펑!

영력이 충돌하자 두 사람 모두 멀리 날아가 피를 토했다.

목진은 땅에 착지한 후, 멈추지 않고 다시 사냥하는 동물처럼 달려 나왔다. 그리고 다시 주먹에 영력을 끌어올리고 날카로운 비수를 꺼냈다.

쉭!

목진의 공격에 혈도의 안색이 변했다. 목진의 비수가 차갑게 번뜩이더니 삽시간에 혈도의 검은 두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혈도의 눈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두 팔을 마구 휘둘렀다.

목진은 몸을 돌려 혈도의 뒤에 가서 섰다. 손에 있던 비수는 마치 독사처럼 혈도의 등에 가서 꽂혔다.

혈도의 피가 비수를 따라 끊임없이 땅에 떨어졌다. 미친 듯이 팔을 휘두르던 혈도의 몸이 순간 딱딱해지더니, 천천히 땅에 쓰러졌다. 혈도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영륜경 후기의 강자가 영동경 실력을 지닌 소년의 손에 죽다니?’

혈도가 쓰러지자 목진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피를 토했다.

목진은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이를 악물고 혈도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 그의 몸을 뒤졌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전리품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혈도가 류역의 손에서 무엇을 훔쳤는지 모르지만, 분명 혈도가 갖고 있을 것이다.

목진은 혈도의 시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혈도가 류역의 손에서 뺏은 물건에만 관심이 있었다.

혈도단은 북령경에서 유명했고 실력도 있었다. 비록 9역보다 못했지만 어느 정도 능력은 갖추고 있었고, 제멋대로 굴긴 해도 9역의 주인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혈도단도 자신들이 9역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혈도단이 위험을 무릅쓰고 류역의 물건을 뺏은 건지 궁금했다.

게다가 류역의 반응에 목진도 조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류역이 혈도단을 토벌하고, 이곳 북령지원까지 혈도를 쫓아오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혈도가 중요한 물건을 훔친 것이다. 류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보통의 물건이겠는가?

북령경 내 9역 중에서 류역의 실력이 가장 강했다. 게다가 류역도 북령경의 진정한 우두머리가 되려고 노력했다.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북령경의 형세를 키웠고, 강자의 태도를 내세웠다.

하지만 다른 역주(域主)들은 별로 인정하지 않았다. 목진의 부친 목봉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목봉은 예전에 류역의 역주 류경천과 감정상의 틈이 생겼다. 2년간 많은 마찰이 생기면서 쌍방이 서로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 비록 웃으며 서로를 대했지만, 기회만 잡으면 서로에게 온갖 방법을 쓰려고 했다.

이런 관계 때문인지 류모백 형제는 목진을 가만두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목진 역시 류역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었다. 류역의 일을 방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목진은 한참을 혈도의 몸을 뒤졌지만, 이상한 물건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놈이 도대체 어디에다가 숨긴 거야?’

이대로 그냥 포기할 수 없어서, 혈도의 옷을 풀어헤치며 수색을 했다. 목진이 마지막 옷을 벗겼을 때, 드디어 물건 하나가 옷에서 떨어졌다.

은회색의 팔찌 같은 것이 땅에 떨어지면서 은은한 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목진이 황급히 팔찌를 주워 요리조리 살펴봤지만, 별다른 특별한 점은 찾지 못했다.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두 눈을 반짝였다.

“이건 설마 개자탁(芥子镯)?”

모든 개자탁은 일종의 특별한 영기(灵器)로, 소위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영기는 공간을 구축하는 힘이 있어서 진귀한 물건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개자탁은 매우 비싸서 목진도 아버지의 손에 있는 것을 본 것이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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