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부정 행위를 하다
류명 일행은 혈도가 죽은 다음 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러나 떠나기 전까지 목진을 음침한 눈으로 쳐다봤다.
류명의 눈빛에서 혈도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경계심 때문에 목진은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더욱 조심했다. 류명이 막사가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몰래 손을 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은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목진이 경계하는 사이, 드디어 6개월의 수행이 끝이 보였다.
오늘 야영지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모든 학생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흥분에 들떠 있었다. 그건 바로 수행의 성적을 발표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동원 학생들 앞에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당천아가 서 있었다.
당천아는 옥영과의 도움으로 일주일 전에 영동경 후기에 진입했다. 당천아는 이 기간에 목진이 어떤 성과와 성적을 얻었는지 궁금했다.
막사와 석사가 학생들의 살펴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떡였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분명 성과를 이루었다.
“오늘은 우리 북령원의 수행이 정식으로 끝나는 날이다. 이제 성적을 발표할 시간이다. 모든 소대는 자신들이 얻은 영수의 정백을 전부 꺼내놓아라. 우리가 기록한 후, 성적을 매기겠다.”
막사가 옆에 있던 기록관에게 목례한 후 말했다.
“시작합시다.”
“등뢰(邓磊) 소대, 3개의 저급 중기 영수의 정백, 8개의 저급 초기 영수 정백…….”
“유운(刘云) 소대, 2개의 저급 중기 영수의 혼백…….”
“응종(应宗) 소대…….”
“…….”
야영지가 시끌벅적해졌다. 학생들은 기록관 앞에 흥분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와 자신들의 전리품을 꺼냈다.
“목진, 우리가 1등 할 수 있을까?”
당천아가 앞에 있는 학생들을 보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눈을 반짝였다.
“3위 안에만 들어도 괜찮지 않아? 1등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의 성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류모백 조뿐일 거야. 그들 형제는 수행하는 내내 너를 지켜봤어. 만약 그들에게 진다면 기분이 상당히 나쁠 것 같아.”
당천아가 투덜거렸다.
당천아의 말에 목진의 시선이 맞은편으로 향했다. 마침 류모백이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붉은 옷을 입은 아름다운 홍비단이 서 있었는데, 그녀 역시 기록관은 신경 쓰지 않고 목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놈들은…….”
목진이 담담하게 웃었다. 혈도가 죽은 후, 류모백의 시선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마치 후회와 분노가 뒤섞인 것처럼. 목진은 류모백의 눈빛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분명 혈도가 갑자기 자신들을 찾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분명 교활한 계략을 쓴 것이다.
“목진, 우리 차례야.”
당천아가 목진을 툭 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가 가. 물건이 전부 누나에게 있잖아.”
목진의 말에 당천아가 고개를 끄떡인 후,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주변의 많은 시선이 모두 당천아에게 쏠렸다. 지금 목진은 이곳에서 유명인이었다. 묵령 등을 데리고 화영원 왕을 죽인 일이 알게 모르게 학생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도의 일도 목진을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목진이 자신의 실력으로 영륜경 후기의 혈도를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혈도의 손에서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은 그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일은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이번 수행에서 목진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목진을 새로 온 학생이라고 무시했던 학생들은 꼬리를 내리고 더는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진의 조는 성적이 어떨지 모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당천아가 기록관 앞에 섰다. 그리고 품에서 빛이 나는 작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영수의 정백이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났다.
“35개의 저급 중기 영수의 혼백.”
기록관의 눈에 놀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영수들은 모두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학생들은 사냥하기 힘들다. 하루에 하나만 잡아도 대단한데, 한 번에 이렇게 많이 꺼낼 줄은 몰랐다.
당천아가 다시 15개의 빛나는 물건을 꺼냈다.
“저급 영수 정백 15개입니다.”
학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영동경 후기의 영수를 보면 피해 돌아갔다. 그런데 목진의 조는 이렇게 많이 죽인 것이다.
당천아는 학생들을 탄성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다시 붉은빛이 나는 물건을 꺼냈다.
붉은빛 안의 작은 화영원이 마치 포효를 하는 것 같았다. 엄청난 영력의 파동에 학생들은 모두 놀라 날카로운 탄성을 질렀다.
“이건…… 화영원 왕의 정백?”
묵령, 강립 등은 놀란 표정으로 정백을 쳐다봤다. 묵령 등은 직접 화영원 왕을 봤고, 목진이 화영원 왕의 머리를 가지고 돌아온 것도 봤지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도 정말 대단하다. 화영원 왕의 정백을 꺼내면 누가 너희와 비교되겠어?”
묵령이 투덜거렸다. 화영원 왕은 영륜경 후기의 중급 영수니 학생들이 어떻게 사냥할 수 있겠는가?
막사와 석사도 화영원 왕의 정백을 쳐다봤다. 석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막사는 그날 직접 목진이 어떻게 화영원 왕의 영수를 해결하지는 직접 봤다.
“중급 후기의 영수 정백……, 1개…….”
잠시 후 기록관이 놀란 감정을 누르고 말했다. 기록관의 목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석사, 인정할 수 없습니다. 목진은 영륜경 후기의 영수를 사냥할 실력이 안 됩니다. 이건 분명 부정행위를 한 겁니다.”
학생 무리에서 갑작스럽게 류양의 의심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이 화영원 왕을 사냥할 때, 나도 현장에 있었다. 비록 목진이 요령있게 행동했지만, 그건 모두 경험을 통한 행동이었지. 부정행위는 아니었다.”
막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류양은 막사의 말에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하하, 막사의 말씀이 옳다. 어떤 방법을 쓰던 영수를 사냥한 것은 목진의 능력이다.”
그때 류모백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류모백은 앞으로 걸어나오며 품에서 영수의 정백을 꺼냈다. 그가 꺼낸 것은 두 개의 중급 영수의 정백으로 영륜경 초기에 이른 것이었다.
만약 화영원 왕의 정백이 없었다면, 류모백을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꺼낸 영수의 정백 밖에 없다면 류모백은 목진에게 진 거나 다름없었다.
당천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류모백이 목진을 대하는 태도가 싫었다. 그러나 류모백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채고는 다시 품에 손을 넣었다.
류모백의 행동에 사람들은 그가 또 어떤 물건을 꺼낼지 궁금해했다.
“하하, 며칠 전에 마침 힘이 빠진 영륜경 후기의 영수 두 마리를 만나 덕을 좀 봤습니다.”
류모백이 품에서 황색으로 빛나는 정백 2개를 꺼내자 놀라울 정도의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그 정백은 뜻밖에도 영륜경 후기 영수의 것이었다.
와!
‘류모백이 영륜경 후기의 영수를 두 마리나 죽였다고?’
“너…… 이건 속임수야!”
당천아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화가 나서 외쳤다. 류모백의 실력은 분명 괜찮은 편이지만, 영륜경 후기의 영수를 잡는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우연히 힘이 빠진 영륜경 후기의 실력을 지닌 영수를 만났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마 너희들만 요령이 좋다는 것이냐? 세상에 좋은 일은 전부 너희에게만 일어나는 줄 아는구나.”
류양이 냉소를 머금었다.
막사와 석사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인상을 썼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수행을 할 때 성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행을 통해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천아는 작은 손을 움켜쥐고 화를 참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노하며 발을 구르는 것뿐이었다.
목진은 침착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 단지 류모백이 2개의 영륜경 후기의 영수 정백을 꺼냈을 때, 홍비단을 흘낏 쳐다보았을 뿐이다. 홍비단은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목진이 자신을 보는 것을 알고 시선을 피했다.
“됐어. 어쨌든 3등 안에 들어 온영단을 얻을 수 있잖아.”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화난 당천아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저들은 분명 부정행위를 한 게 틀림없어.”
당천아가 화가 나서 말했다.
화영원 왕의 정백은 목진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고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류모백이 자신의 실력으로 저 정백을 얻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하하, 그냥 별것 아닌 시합일 뿐인데, 지면 어때?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 것이다.”
류모백은 목진을 향해 웃었지만, 그의 눈은 분명 목진을 도발하고 있었다.
목진은 이렇게 유치한 부정행위에 장단을 맞춰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자신을 자극한다면…….
“막사.”
목진이 갑자기 막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잊고 있었는데, 영수의 정백이 아직 남아 있어요. 지금 꺼내도 될까요?”
막사가 웃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막사는 목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이 어두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류모백에게 어깨를 으쓱한 후, 품에서 물건을 꺼냈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목진에게 쏠렸다.
목진이 천천히 손을 펴자 학생들의 눈이 등잔만 해졌다. 목진의 손에 있는 5개 정백에서 모두 빛이 났다. 게다가 영력의 파동이 화영원 왕의 파동보다 절대 약하지 않았다.
이 5개의 빛은 전부 영륜경 후기의 영수 정백이었다.
목진이 류모백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군. 며칠 전에 영륜경 후기의 중급 영수들이 서로 싸우다가 서로 상처를 입는 바람에 내가 운 좋게 거저먹게 됐다.”
사람들은 모두 혀를 찼다. 목진이 방금 말한 이유는 방금 류모백이 말한 이유와 같았다.
학생들은 류모백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쳐다봤다. 이번에는 류모백이 역으로 당한 것이다.
두 사람이 꺼낸 영수의 정백은 보통 학생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강한 영수들이었다.
이건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류모백의 정백이나, 목진의 손에 있는 정백은 불가능한 것으로 목진이 말한 핑계도 이건 분명 명백한 부정행위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목진이 일부러 류모백에게 대항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류모백이 꺼낸 정백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록관은 기록을 멈추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막사, 석사 두 사람을 쳐다봤다.
“너희 둘, 그만해라.”
막사도 못 말리겠다는 듯 정색하며 손을 저었다.
“정백을 모두 집어넣어라. 이건 실전을 통해 수련을 쌓는 수행이지, 너희들이 실력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니 여기까지만 해라!”
목진은 상관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이 꺼낸 5개의 영수 정백이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정백은 사실 정말로 사냥해서 얻은 것이 아니었고, 혈도의 개자탁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목진이 이렇게 한 건, 단지 류모백의 태도에 혐오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류모백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막사의 말은 분명 자신이 직접 영수를 잡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비록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건 목진을 흔들어 놓기 위해 그런 것이다.
“이번에는 목진의 소대와 류모백의 소대가 공동 1위를 했다.”
막사의 선고에 순간 야영지가 시끄러워졌다.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을 보니 막사도 더는 따지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 어쨌든 3위까지는 보상이 똑같았다.
그러나 막사의 이런 행동은 류모백과 목진이 마지막에 꺼낸 영수의 정백을 직접 사냥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화영원 왕의 정백은 정말로 진실성이 느껴졌다. 당시 묵령 등이 목진이 어떻게 화영원 왕을 유인했는지 보았고, 심지어 막사도 직접 봤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영원 왕의 정백을 가진 목진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