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우중인(雨中人) 기종(纪宗)
류모백은 주변 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체면만 잃는 꼴이 됐다.
막사의 발표에 당천아는 매우 기뻤다. 비록 류모백과 공동 1위지만, 학생들이 진정한 1위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성적 심사가 끝났다.
목진과 류모백 소대가 공동 1위, 묵령의 소대는 2위, 3위는 서원의 진통 소대가 획득했다.
결과가 나오자 떨어진 학생들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었다.
“이미 성적이 나왔으니, 상도 지금 주겠다.”
막사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은은한 빛이 목진 등에게 날아와 그들의 손에 떨어졌다.
그것은 은은한 빛이 나는 작은 옥함이었다. 목진이 상자를 열자 옥함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푸른색 단약이 있었는데, 짙은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 파동은 옥영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어쨌든 이런 종류의 영단은 많은 종류의 영약과 종합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옥영과보다 더 좋을 것이다.
학생들은 온영단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듣기로는 온영단은 영륜경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해준다고 했다.
“수행이 이제 끝났으니, 북령원으로 돌아가거라. 돌아가면 1개월의 방학을 줄 것이다.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학원에 머물 것인지 결정하도록 해라.”
막사가 손을 휘두르면서 웃으며 말했다.
학생들은 방학이라는 소리에 모두 흥분해 소리쳤다. 오랫동안 북령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모두 집이 그리웠다.
마지막까지 야영지의 분위기는 매우 활기찼다. 학생들은 짐을 정리한 후, 다시 모여 북령원으로 돌아갔다.
* * *
북령원으로 돌아온 목진은 드디어 안심하고 경계를 풀었다. 북령원은 매우 안전한 지역이라, 류역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은 절대 북령원에서 자신의 속셈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경계를 푼 목진은 이틀 동안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그제야 비로소 긴장했던 모든 정신과 몸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목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목진은 소릉(苏凌)을 찾아서 옥영과를 건네줬다. 그는 기뻐하는 소릉에게 한 가지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목진은 물건을 정리하고 북령원을 나갔다. 북령원 내를 지나, 곧바로 전송진으로 가서 목역으로 돌아갔다.
목진은 성의 익숙한 길을 지나가면서 성안의 번화한 열기를 느꼈다. 그러나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제일 빠른 길로 바로 걸어갔다.
목진이 골목을 돌자 순간 길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하늘에서 서서히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차가운 비를 뚫고 지나가다가 목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는 영로에서 익힌 경험으로 매우 예민한 감각을 가졌는데, 목진의 피부에 한기가 느껴졌다.
목진이 느끼지 못한 사이에 거리는 인적이 드물어졌고, 결국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목진의 안색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가 고개를 들러 어두워진 하늘을 쳐다보자 구름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공기 중에서 미세한 파동이 느껴졌다.
“미신진(迷神阵)…….”
목진이 주먹을 움켜쥐며 주변을 경계했다. 잠시 전방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목진이 차갑게 말했다.
“북령성(北灵城) 안에서 미신진을 사용해서 북령원 학생을 공격하다니, 정말 겁이 없구나!”
거리에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희들은 쥐띠냐? 류역의 사람이 언제 이렇게 쥐새끼처럼 변한 것이지?”
목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목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공격할 사람은 류역 외에는 없었다.
“네가 목진이냐?”
담담한 목소리가 드디어 전방에서 들려왔다. 목진이 고개를 드니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이 서서히 목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건을 나에게 다오.”
비가 내리는 곳에서 목진이 몸을 긴장하며 전방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그러자 그곳에서 우산을 든 사람이 천천히 나왔다. 매우 마른 남자였다. 얼굴은 매우 음침했고, 입술은 매우 얇아 칼처럼 날카로워 보여서 한기가 느껴졌다.
목진은 낯선 남자의 음침한 얼굴을 보고 살기를 느꼈다. 목진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당신은 류역의 사람이 아니군요? 왜 나를 찾아온 건가요?”
“하하, 나는 류역의 사람이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에게 큰돈을 받고 너를 찾아온 것이다.”
음침한 남자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있는 우산을 가볍게 움직였다.
“나는 기종(纪宗)이라고 한다.”
“기종? 우중인(雨中人) 기종?”
목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이름은 북령경에서 혈도만큼 유명했다. 그러나 기종이 혈도만큼 강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기종은 영륜경 초기의 실력을 지녔지만 그를 꺼리는 것은 단지 기종의 신분 때문이었다.
그는 1급 영진사(灵阵师)이다.
대천세계(大千世界)는 다양한 직위를 가진 무수히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다. 지존급별(至尊级别)의 초급(超级) 강자가 자신이 유일하지 않다고 탄식할 정도였다. 그래서 대천세계에서는 곳곳에서 종종 패권을 다투는 분쟁이 일어났다.
영진사, 영기사는…… 정통 영력을 제외하고 수련하는 직업으로 자랑스럽고 특별한 직업이다. 게다가 이런 직업은 매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
단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순조롭게 수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영진사, 영기사의 길을 가면 오히려 놀랄 정도의 재능을 발휘한다. 하늘이 창문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창문을 열어준다는 말은 이 대천세계에서 매우 적절한 말이었다.
어쨌든 영진사는 신분이 매우 높은 직업이다.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진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방어진법(防御阵法)이든 공격진법(攻击阵法)이든 수련에 도움을 주는 진법에 영진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천세계에서 고급 영진사는 서로 다투어 사려고 하는 인기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진법의 조예가 모종의 수준에 이른 영진사는 순식간에 진법을 만들어 내고, 그 위협은 천지를 요동치게 할 수준이었다.
기종이 북령경에서 유명한 것은 영륜경 초기의 실력때문이 아니라 1급 영진사이기 때문이다.
“북령원의 학생인데, 나의 칭호를 알고 있구나.”
기종이 웃으며 말했다. 기종의 목소리는 매우 가늘어서, 마치 여자처럼 들렸다. 우락부락한 남자의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북령성에서 북령원 학생을 공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만약 북령원의 사람들이 알면 당신의 말로가 좋지 않을 겁니다.”
목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힘들게 미신진을 만든 것이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외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으니까.”
기종이 넓은 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 나에게 순순히 물건을 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너를 죽여서 목봉의 화를 사고 싶지는 않구나. 우리 좋게 해결하면 서로 좋지 않겠느냐?”
목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체내의 영력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비록 기종의 진법 안에 들어왔지만 쉽게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보아하니 역시 말을 들을 것 같지 않구나.”
기종이 담담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하늘에서 내리던 봄비가 갑자기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직접 나의 영우진(灵雨阵)의 대단함을 느껴봐라. 이것도 너의 복이다.”
기종이 소매를 휘두르자, 칼처럼 날카로운 비가 목진의 몸을 포위했다.
목진은 엄청난 공세에 속으로 놀랐다. 영진사는 역시 대단했다. 이런 공격은 영륜경 실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놀라 당황했을 것이다.
“취영광(聚灵光)!”
목진이 황급히 후퇴하면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얇은 검은빛의 장막으로 자신의 전후를 보호했다.
펑펑펑!
세차게 내리는 봄비 속에서 끊임없이 검은 장막이 나타났다. 빛의 장막이 순간 흔들리더니, 물결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영동경 후기의 목진은 기종의 파동이 진법 내에서 덮쳐오자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계속 버틸 수가 없어. 반드시 진법을 깨야 한다.’
목진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검은 장막을 쳐다봤다. 지금 목진의 실력으로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었다. 유일한 출구는 진법을 깨는 것뿐이다.
일단 진법이 깨지면 기종의 위협이 줄어들 것이고, 진법이 사라지면 절대 이곳 북령경에서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급 영진사가 만든 진법이 어디 쉽게 깨지겠는가?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목진의 마음은 서서히 냉정해지면서, 눈이 빛났다.
기종은 1급 영진사이다. 기종의 실력으로 만든 진법은 아직 심어진(心驭阵) 정도의 단계는 아니기에 어떤 물건의 힘을 빌린다면 진법과 호응하며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물건은 영진사의 허점을 드러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물건을 가장 보호하기 쉬운 곳에 두었다.
목진은 기종의 몸을 몰래 살폈다. 잠시 후, 기종의 시선이 우산을 잡은 손에 집중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목진의 실력은 진법을 제어하는 기종보다도 못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기종도 목진의 실력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종의 이런 경시는 목진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탁!”
목진이 검은 영력을 전부 끌어올려 빗속을 뚫고 표범처럼 기종을 향해 달려갔다.
“정말 공격성이 강한 소년이구나.”
기종이 목진을 보며 담담하게 말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봄비가 그의 손에 응집됐다. 비는 날카로운 창처럼 변하더니,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목진이 앞으로 달려가면서 장력을 바닥에 쏘아 더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날렵한 표범처럼 기종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했다.
“실력이 제법이군.”
기종은 목진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점점 더 매섭게 공격했다. 손바닥에 더 많은 비를 응집해 창을 만들어 목진을 향해 날렸다.
목진의 몸이 날렵하게 뛰어올랐지만, 긴 창이 목진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며 옷을 찢었다. 목진의 가슴에서 피가 흐르며 그의 옷을 적셨다.
그러나 목진은 자신의 상처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달려가면서 기종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기종은 목진의 모습에 눈썹을 치켜세우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진법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가까이 다가오다니, 네놈이 보는 눈이 있구나. 네 생각이 맞았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나와 너의 실력 차이를 우습게 봤구나.”
기종이 담담하게 웃으며 주먹을 쥐고 세차게 내리는 봄비를 손바닥에 응결시켰다. 그리고 비로 장검을 만들어 검 끝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목진이 두 주먹을 꽉 쥐고 검은 영력을 끌어 올리자 검은빛이 순간 엄청난 영력을 싣고 나타났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기종을 향해 날렸다.
주먹에 실린 영력을 날리자 비가 공기 중에서 갈라지며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를 내자 기종의 몸이 딱딱해졌다. 기종은 목진이 이렇게 매서운 공세를 펼칠거라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만약 기종이 영진사가 아니고 보통의 영륜경 초기의 실력이었다면, 목진에게 제압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
기종의 눈이 차갑게 빛나더니 손에 있던 검이 맹렬히 떨리면서 엄청난 소리를 냈다. 기종의 검이 목진의 검은 영력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갔다.
영력의 회오리에 목진의 몸이 뒤로 밀려나고, 두 개의 삼라사인도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기종은 영륜경 초기의 실력을 지녔지만 영진의 도움으로 영륜경 후기의 실력을 냈다. 그러니 기종과 목진이 싸우면 그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목진이 이를 악물고 기종을 뒤에 있는 두 개의 삼라사인으로 압박했다. 다시 한번 날카로운 검이 한기를 담고 목진의 심장을 찔러오자 피부가 저렸다.
“하!”
위험한 상황에 목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목진은 고함을 지르며 대부도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위험에 직면하자 목진은 자신의 체내에 숨겨진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이런 힘은 반드시 생사의 순간에만 발휘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좋은 기회이다.
“나와라!”
목진이 고함을 치자 체내에서 윙윙하며 메아리치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의 피부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더니,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와 빛의 탑을 쌓았다. 그리고 목진의 몸을 뚫고 올라와 모호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