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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화 (33/1,000)

34화. 진을 깨다

윙!

빛의 탑이 목진의 체내에 떠오르는 순간, 이상한 파동이 목진의 체내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런 파동은 특별히 강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동이 기종에게 다가갔을 때, 그의 몸이 살짝 떨리면서 눈에 놀란 듯한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목진은 분명 다른 소년과는 달랐다. 이러니 류역이 자신을 찾아왔겠지.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두 사람 사이의 엄청난 격차는 실력으로 메울 수 없다.

휙!

기종의 팔이 떨리더니, 더 많은 액체가 순식간에 장검으로 변해 영력을 싣고 목진을 공격했다. 장검은 두 개의 삼라사인을 찢고 들어가 목진의 어깨에 박혔다.

쨍!

기종의 검은 두 개의 삼라사인의 틈을 뚫고 들어와 어깨에 박혔지만 깊게 박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목진 체내의 빛의 탑이 진동하자 장검도 함께 떨리면서 목진의 어깨에 더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순식간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쏴!

기종이 목진의 모습에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이미 기세가 자신을 향했다고 생각하고 빗속에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그러나 목진의 검은 두 눈동자가 자신을 쳐다보자 기종은 뜻밖에도 알 수 없는 위험을 느꼈다.

휙!

눈앞의 소년은 어깨에 박힌 장검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통증도 없는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목진이 두 손을 펼치자 차가운 빛이 날아왔다. 기종은 차가운 빛이 우산을 들고 있는 손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산이 떨어지면서 비가 튀었다. 기종은 놀라 우산을 한 번 쳐다보고는, 갑자기 뒤로 물러나는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의 어깨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네가 알아보다니…….”

기종이 아까보다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눈앞의 목진이 진법의 허점을 찾아낸 것이다. 목진은 기종을 그냥 놀라게 한 것이 아니었다. 목진은 기종을 유인해서 스스로 허점을 드러나게 만든 후, 전혀 망설이지 않고 공격해 기종의 우산을 떨어뜨렸다. 진법의 연결을 끊은 것이다.

“당신이 졌습니다.”

목진이 기종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웃음을 터트리자, 봄비가 멎었다. 주변의 따뜻한 빛이 비치더니 목진의 귀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같은 거리지만 거리에는 비가 온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하늘에는 해가 떠올라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분명 기종이 만든 미신진이 깨진 것이다.

목진은 조용히 앞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기종이 무거운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기종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소년이구나. 목봉에게 이런 뛰어난 아들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목진도 웃었다. 그러나 목진의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계속 공격할 생각인가요?”

“진법이 이미 깨졌고, 너를 죽이지도 못했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이제 나와는 상관없다. 그러니 너도 조심해라.”

기종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깊은 눈으로 목진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떠났다.

목진은 멀어지는 기종을 보고 여전히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떠났는데도 아직 위험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류역이 자신을 주시하고 자신이 목역에 순조롭게 돌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 쓸모없는 기용!”

목진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 때, 거리에서 두 개의 차가운 눈빛이 멀리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셋째 숙부님, 이제 어떻게 하지요?”

중년의 남자 옆에 있던 잘생긴 소년이 인상을 쓰며 물어봤다. 소년은 류모백이었고, 중년의 남자는 류명이었다.

“흥, 다행히 나는 기종만으로 안심하지 않았다. 단지 기종의 진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만약 기종이 안 된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면 된다.”

류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목진이 목역으로 물건을 가져가게 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류역이 오랫동안 세운 계획이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야.”

“그렇지만 지금 다시 공격하면, 북령원 사람들의 주의를 끌 것입니다.”

류모백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빠르게 목진을 제거하면 된다.”

류명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치고 지나가더니, 뒤로 손짓하자 십여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전부 영륜경 초기의 파동을 갖고 있었다.

“공격해라!”

“네!”

그들은 동시에 대답하고는 즉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전방에 갑자기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목진을 포위했다.

“열 명의 영륜경 초기의 실력자들이군.”

목진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을 보고 정신을 집중했다. 비록 북령성 안에 있어서 류역이 직접 공격을 하진 않지만 역시나 다른 방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들과 싸우지 말고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목진이 생각을 바꾸고 몸을 돌려 후퇴했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대단해도 자신의 능력으로는 영륜경 초기의 살수와 싸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휙휙!

그러나 열 명의 살수도 빠르게 목진을 쫓아왔다. 영력을 끌어올려 살기를 뿜어내자, 멀리서도 그들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젠장!”

목진은 그들이 맹렬한 속도로 쫓아오자 속으로 욕을 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목진은 필사적으로 시간을 끌어야 했다.

쉬익!

그들은 빠른 속도로 쫓아왔고 매우 협력을 잘했다. 그들은 철저하게 목진의 전후방의 퇴로를 봉쇄한 후, 날카로운 장검을 들고 목진을 향해 덤벼들었다.

목진은 자신을 공격하는 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두 팔을 내밀었다. 검은빛이 모이고 목진이 공격하려고 할 때,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울려왔다.

“어디서 온 놈들이기에, 감히 목역의 소주를 공격하는 것이냐? 죽고 싶은 것이냐?”

천둥 같은 고함이 들린 후, 매우 익숙한 빛 하나가 날아오더니 목진의 앞에 착지했다. 긴 장포를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마치 강처럼 흘러나와 열 명 모두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들은 화살처럼 뒤로 날아갔다.

“주 숙부님!”

목진이 앞에 나타난 익숙한 사람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즉시 다가갔다.

목진 앞에 나타난 마른 중년의 남자는 바로 목역의 주야였다. 주야의 날카로운 눈은 매처럼 날아간 남자들에게 향했다. 주야는 그들을 쫓아가지 않고 목진의 옆에 서서 그를 보호했다.

“죽여라!”

주야가 남자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고함이 들리더니, 십여 명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목진을 공격하던 남자들을 쫓아갔다.

목진을 공격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소매를 휘둘러 피어오른 연기 속으로 몸을 가리고 서둘러 물러났다.

“젠장!”

거리 모처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류명은 갑자기 나타난 주야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류명은 이런 중요한 순간에 주야가 일을 망칠 줄은 몰랐다.

“셋째 숙부님?”

“류역으로 돌아가서 네 아버지께 말을 해야겠다. 목봉이 얼마나 겁이 없길래 우리 계획을 방해하는지 지켜봐야겠다.”

류명이 음침한 얼굴로 손을 휘두르며 몸을 돌렸다.

이에 류모백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미 목역의 보호를 받는 목진을 차가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정말 목숨이 질긴 놈이군. 이번에는 네가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는 도망칠 기회도 없을 것이다.’

주야는 목진을 보호하며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잠시 후 주유가 긴장을 풀었다. 주변의 살기가 점점 물러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휙!

그때 남자들을 쫓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 목진과 주야 앞에 섰다.

“소주, 주 나리.”

“목진, 괜찮으냐?”

살기가 사라진 것을 느낀 주유가 한숨을 쉬고 몸을 돌려 목진에게 물었다.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 숙부님이 때마침 오셨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 나는 네가 소릉을 시켜 즉시 북령성으로 와달라는 소식을 받고 왔다. 저들은 누구인데, 너를 공격한 것이냐?”

주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진은 목역의 소주인데 도대체 어떤 놈이 겁도 없이 감히 북령성에서 목진을 공격한 것일까?’

“류역의 사람이 분명합니다.”

“류역?”

주야의 안색이 변하더니 곧 의아한 듯 물었다.

“비록 우리 목역과 류역의 관계가 좋진 않지만 서로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주 숙부님, 목역에 돌아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그들의 계획을 망쳤기 때문입니다.”

목진이 미소를 지었다. 목진은 류역이 공격했다는 것을 알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이곳에서는 해결할 수가 없었다.

“알았다.”

주야가 고개를 끄떡인 후,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목진을 데리고 전송 영진으로 향했다. 주야가 나타나자 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아하니 류역도 주야가 나타난 것을 보고 잠시 포기한 것 같았다.

* * *

목역, 목부 안.

“류역이 목진을 공격했다고?”

거실에서 목봉이 주야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미소가 가득했던 목봉의 얼굴이 삽시간에 차가워지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우리 목역과 철천지원수가 되겠다는 건가?”

“우리와 원수가 될 생각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먼저 기종을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기종이 물러나자, 어쩔 수 없이 다시 공격한 겁니다.”

목진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기종?”

목봉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옆에 있던 주야도 인상을 쓰며 말했다.

“기종이 너를 공격한 것이냐?”

“네, 기종의 함정에 빠져 그의 진법에 걸려들었지만, 제가 기종의 진법을 깨자 바로 떠났습니다.”

“네가 기종의 진법을 깼다고?”

목봉과 주야가 놀란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기종의 이름은 그들도 들어봤다. 비록 영륜경 초기지만, 1급 영진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에 쉬운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목진이 기종의 진법을 깼다고?

“다행히 제가 지금은 영동경 후기에 이르렀습니다.”

목진이 두 사람의 놀란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영동경 후기?”

목봉이 다시 놀랐다. 그러나 곧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이 비록 영로에서 1년간 수련하느라 시간을 낭비했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기에 충분히 낭비한 시간을 보충했을 것이다.

“영동경 후기의 실력은 사실 별거 아니다. 기종이 진법을 펼치면 영륜경 후기의 사람이라도 매우 애를 먹을 것인데, 너의 실력으로 진법을 깼다는 것이냐?”

목봉은 목진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고 웃으며 혼을 냈다.

“기종도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진법이 깨진 겁니다.”

목진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목진은 기종이 적을 얕잡아 보는 마음을 이용한 것 같군요.”

주야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지혜는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놈을 칭찬할 곳이 어디에 있느냐?”

목봉이 웃었다. 그러나 곧 정색하며 말했다.

“류역이 왜 너를 공격한 것이냐? 게다가 북령성에서 공격하다니, 만약 발각이라도 되면 북령원의 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건 그들이 하던 행동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다. 게다가 오대원의 정원도 곧 나올 건데, 이럴 때 북령원의 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혈도가 류역의 어떤 물건을 훔쳤습니다. 류역이 혈도를 쫓아 북령지원에…….”

목진은 북령지원에서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팔목에 있는 개자탁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걸 제가 몰래 가지고 왔습니다. 그들도 알고 있기에 제가 목역으로 가지고 가기 전에 북령성에서 공격한 것입니다.”

“응?”

목봉과 주야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안색이 어두워졌다. 혈도단과 류역의 일은 사실 그들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절대 단순한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자탁이 비록 비싼 물건이지만, 류역이 중요하게 생각할만한 물건은 아니다.”

목봉이 웃으며 말했다.

“안에 무슨 물건이 있느냐?”

목진이 고개를 끄떡인 후, 손을 움켜쥐자 오래되고 낡은 동판이 나타났다.

“분명히 이 물건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목봉은 목진 손에 있는 동판을 집어 들어 그곳에 새겨진 무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검은색의 거대한 새 무늬를 보더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 물건은 마치…….”

목봉이 중얼거렸다.

“구유작(九幽雀)인 것 같은데?”

“구유작?”

주야가 놀라 외쳤다.

“정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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