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영진
목봉의 말에 목진은 영진을 배우기로 했지만, 영진을 배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목역에 돌아온 다음 날, 목봉은 곧바로 영진사 선생을 모시고 왔다.
영진사는 매우 마른 중년의 남자였다. 그는 회백색의 장포를 입고 얼굴에는 미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매우 엄격해 보였다. 비록 목봉의 밑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특별히 공손하거나, 그렇다고 비굴하지도 않았다.
“이분은 온영(温灵) 선생이다. 앞으로 영진의 가장 기초 지식을 가르쳐 주실 거다.”
목봉이 옆에 있는 중년의 남자를 가리키며 목진에게 웃었다.
“온영 스승님을 뵙습니다.”
목진이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 다른 역의 소주와 다르게 매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온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여전히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잘 배워야 한다. 온영 선생은 엄격하기로 소문난 분이시다. 비록 네가 나의 아들이긴 하지만, 네가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네 신분이 높아도 계속 너를 가르치지는 않으실 거다. 알겠느냐?”
목봉이 목진에게 주의를 주었다. 온영은 목역이 모셔온 분이니 분명 1급 영진사일 것이다. 목역에 속한 영진사는 10명 안팎이었고, 온영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북령원에는 영진을 수련하는 수업이 없고, 영진사를 초빙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영진사를 스승으로 모시지도 못한다. 그것이 바로 북령경에 영진사가 매우 드문 이유이다.
앞으로 오대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영진 수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북령경은 싸움의 기초만 가르친다.
“그럼 온영 선생과 수업해라. 나는 바빠서 먼저 가보겠다.”
목봉은 아들을 믿기 때문에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 구유작에 관한 일로 바빠진 데다, 류역을 감시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바빠졌다.
“스승님, 앉으세요.”
목진은 목봉이 떠나자 온영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온영이 고개를 끄떡이며 옆에 앉더니 딱딱한 얼굴로 목진을 보며 말했다.
“목역주(牧域主)에게 들었는데, 기종과 싸운 적이 있다고?”
목진은 온영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는지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종이 너에게 무슨 진법을 썼는지 아느냐?”
“분명 두 개의 영진이었습니다. 하나는 미신전으로 저를 포위했고, 다른 하나는 우영진으로 저를 공격했습니다.”
목진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모두 별로 복잡하지 않은 영진을 사용한 걸 보니, 기종이 분명 내 부친을 꺼려서 바로 죽이지 않은 것이다.”
온영이 계속 말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기종의 가장 강한 진법은 분명 혈우살진(血雨杀阵)이다. 그건 2급 영진이라, 일단 진법을 시작하면 영륜경 후기의 실력자도 낭패를 당하게 된다.”
목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보아하니 자신이 정말로 요행히 이긴 것 같았다.
“그러나 너의 실력으로 두 개의 영진을 깬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영이 목진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떡였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얼굴에 아주 조금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우선 영진법에 대해 말해 주겠다.”
온영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모든 영진은 간단하게 말해서 영력을 특수한 방법으로 형성해서 공명하게 하는 것이다. 천지의 영기를 끌어와 공격과 수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공명을 일으키려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하위면(下位面)에서는 이런 진법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곳의 용량은 대천세계만큼 복잡하고 융숭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대천세계의 영진이 대부분 하위면의 영법보다 더 고급이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온영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길고 가늘어 보통 사람의 모양과는 완전히 달랐다.
목진은 온영의 손가락 끝에서 빠르게 영력이 응집하더니 5개의 작은 영인(灵印)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이런 종류의 영인은 특히 복잡했다. 영인에서 특별한 파동이 일어나더니 천지영기가 조용히 넘실댔다.
“이것은 영인이다. 영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지.”
“영인?”
목진의 몸이 딱딱해졌다. 영진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
온영이 고개를 끄떡인 후, 손가락을 튀기자 5개의 영인이 마치 물속에 흡수된 것처럼 바로 사라졌다. 그러나 영인이 사라질 때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자신의 몸을 덮치는 것을 느끼고 몸을 휘청거렸다.
목진은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기가 살짝 뒤틀리더니 빛줄기가 서로 감응하며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 빛줄기는 바로 5개의 작은 영인…….
“영진인가요?”
온영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이건 작은 소영진이다. 1급 영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영진을 만들려면 영인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파동에서 어떤 이상한 공명이라도 있으면 영진은 실패하게 된다. 영진이 실패하면 그걸 만든 사람이 영력의 반격을 받아 심각한 중상을 입을 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영진의 실패는 영진사가 영력의 조종력을 잃는 것이기에 오히려 영진사를 맹렬하게 공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단한 영진일수록 더 많은 영인이 필요하다. 동시에 영인을 조종할 수 있는 난이도도 점점 더 어려워…….”
온영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1급 영진사라서 동시에 20개의 영인을 조종할 수 있다. 영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조종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5급의 영진대사는 두 손과 발로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영진을 조종할 수 있다. 그 위력은 신백경의 강자라도 연기처럼 사라지게 할 수 있을 정도다.”
온영의 말에 목진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영인은 영법의 기초이다. 이것 외에도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뭔가요?”
“진도(阵图)!”
온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나의 진법을 만들려면 마치 거대한 공사를 하는 것처럼 매우 복잡하다. 영인의 기석은 주입할 수 있는 통도를 만드는 것으로, 진도는 바로 설계도이다. 이런 완성된 설계도가 없으면 공사는 시작할 수도 없다.”
온영이 품 안에 손을 넣더니 비취색의 옥통을 꺼냈다. 옥통은 은은하게 빛을 내었다.
“이건 1급 진도이다. 이름은 영뢰진(灵雷阵)이다.”
목진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진도를 펼치더니 눈을 빛냈다. 진도 위에는 사람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광선들이 있었다. 이 광선은 매우 복잡했고, 마치 뢰망(雷芒)의 진법처럼 보였다.
“진도는 영진사가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하는 물건이다. 그래서 가끔 고급 진도가 나타나면 많은 영진사가 서로 뺏으려고 한다.”
“진도도 영진사처럼 9급으로 나뉘는데,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고급의 진도는 단지 4급 진도였다.”
4급 진도를 언급하는 온영의 얼굴에 부러워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당연히 진도는 지금의 너에게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온영이 목진을 보다가 다시 옥통 하나를 주며 말했다.
“이건 영인을 수련하는 방법이다. 수련할 수 있는지 한번 해봐라. 난이도는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보는 정도다. 만약 네가 수련하다가 진전이 없다고 느낀다면 멈춰도 된다. 그건 네가 영인의 감응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천부적인 소질이 없다는 뜻이니까.”
목진은 옥통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옥통을 열고 영인 수련을 시작했다.
목진은 눈을 감은지 대략 한 시진이 지나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옥통을 내려놓고, 어두운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영인 수련은 삼라사인을 수련하는 것과 비슷했지만, 삼라사인만큼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영진사가 삼라사인보다 쉽다는 것은 아니다. 영진사가 조종하는 영인은 삼라사인을 조종하는 수량을 훨씬 뛰어넘었다.
목진은 두 개의 삼라사인을 만들 때 20개 정도 만들었다. 그런데 백여 개가 넘는 영인을 조종하려면 얼마나 고된 수련을 해야 할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목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내밀었다. 검은 영력이 손가락 끝에서 나왔다. 목진은 영인을 수련해 보기로 했다.
온영은 옆에서 침착한 모습으로 영인 수련을 시작한 목진을 쳐다봤다. 만약 목진이 초보 난이도의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더는 수업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두 사람이 모두 시간을 낭비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조용한 방에서 온영이 침착하게 앞에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은 두 눈을 감고 손을 올려 끊임없이 검은 영력을 응집하고 있었다.
온영은 한참을 지켜보다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목진의 행동은 이미 한 시진이나 지났다. 이 정도 시간이면 자신의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
일반적으로 영진사라는 직업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영인을 수련할 때 반 시진이면 첫 번째 영인을 응결할 수 있다. 자질이 더 뛰어난 사람은 더 이른 시간에도 영인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목진은 한 시진이나 지났지만, 첫 번째 영인도 응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늦은 감응 능력에 온영은 만족스럽지 못해 한숨을 쉰 것이다.
온영은 목진이 수련에 있어서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천부적인 소질은 영진사라는 직업에는 미치지 못한 듯했다.
그는 목진의 느린 수련에 비록 유감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학생을 가르쳤기 때문에 수련의 천재라도 다른 영역까지 천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다.
시간은 더 흘러 다시 반 시진이 지났다. 온영은 그제야 목진이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목진의 손에는 여전히 영인이 응결되어 있지 않았다.
온영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하나도 응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영인이 하나도 응결되지 않은 거지? 마음이 흐트러졌느냐?”
온영이 인상을 쓰며 엄격한 목소리로 물었다. 목진은 온영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응결을 못 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해서요.”
“잘못했다고?”
온영은 멍해졌다.
목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손을 뻗어 마음속의 검은빛을 끌어올렸다. 검은 영력이 손가락 끝에서 나오더니 하나의 영인이 천천히 떠올랐다.
“성공했었구나.”
온영이 목진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목진의 손가락에서 또다시 영인이 떠올랐다…….
“2개?”
온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온영의 눈썹이 움찔할 때, 목진은 손을 멈추지 않고 다시 영력을 끌어올렸고 또다시 영인이 나타났다. 세 번째 영인이었다.
이어서 다시 2개의 영인이 계속해서 목진의 손가락 끝에서 응결됐다.
모두 5개의 영인이었다.
온영이 멍한 표정으로 목진의 손에 있는 다섯 개의 영인을 쳐다봤다. 온영의 머릿속이 순간 딱딱해지면서 엄격했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온영은 목진이 첫 번째 수련에서 5개의 영인을 만들어 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과거 자신이 처음 배울 때도 족히 6개월은 걸렸다. 영인의 수량이 많을수록 영인을 응집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온영의 멍한 모습을 보고 목진의 손이 흔들리자, 영인이 곧 사라졌다. 목진은 조심스럽게 온영에게 물었다.
“제가 잘못한 건가요?”
목진은 영진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그 직업이 얼마나 수련하기 어려운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영인을 응집할 때 아무런 어려움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평상시 수련하는 것보다 더 순조롭다고 느꼈다.
이런 현상에 목진은 멍해졌다. 혹시 자신이 영인을 잘못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렇게 순조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