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움직이다
온영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온영의 눈빛은 여전히 목진의 손에 닿아 있었다. 그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분명…… 틀린 것은 아니다.”
온영은 자신의 목소리가 깔깔하다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기침한 후, 평상시의 목소리를 회복하고 말했다.
목진은 온영의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
“큼, 네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서 절대 교만하거나 만족하면 안 된다. 진정한 영진 종사는 자신의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온영이 평상시의 엄격한 모습을 회복하고 말했다.
“온영 스승님의 말씀을 잘 새기겠습니다.”
목진의 말에 온영이 한쪽 눈으로 슬쩍 목진의 모습을 살폈다. 목진의 눈은 매우 침착하고, 어떤 교만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이런 모습에 온영은 자신도 모르게 목진에게 감탄했다.
‘이놈은 언젠가는 자신의 부친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의 능력을 보일 것이다.’
‘목봉 역주에게 정말 대단한 아들이 있었구나.’
“네가 응집한 영인은 영력이 흩어져서 실제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영인으로는 영진을 만들 수 없다.”
온영은 목진의 교만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딱딱한 얼굴이 꽤 부드러워졌다. 원래 온영은 목진을 가르치는 것을 단지 하나의 임무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목진의 천부적인 재능이 그를 흥분시켰다.
목진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다. 자신이 만든 영인의 영력은 확실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너는 계속해서 전력을 다해 영인을 응집하는 수련을 해라. 5개 영인의 영력이 충분한 단계가 되면, 초급 단계의 영진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자, 계속해서 응집하는 연습을 해라. 응집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을 알려…….”
“감사합니다. 온영 스승님!”
“…….”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석양이 질 무렵이 되자, 온영이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영인을 연습하는 목진을 쳐다봤다. 온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일어나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온영은 밖으로 나가 곧바로 후당(后堂)으로 갔다. 그곳에는 마침 주야와 목봉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 온 선생. 목진은 어떻습니까?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까?”
목봉이 온영을 보고 급히 물었다. 목봉의 말투는 약간 절박해 보였다. 만약 목진에게 재능이 없다면 목진을 계속 가르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축하드립니다. 역주.”
온영이 목봉에게 공수를 하며 딱딱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소주는 영진에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지금 이런 속도대로 가르치면 아마 열흘 내에 정식 수업 과정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목봉은 온영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그제야 어머니의 체면을 지켰다고 생각했다.
“목진의 재능은 정말 감탄할 정도입니다. 보아하니 앞으로 형님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주야의 날카로운 얼굴에도 따뜻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목봉을 향해 웃어 보였다.
“당연하지. 누구의 아들이겠냐!”
목봉이 자랑스러운 듯 웃었다. 류역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기뻐 보였다.
“맞아. 류역에 움직임이 있느냐?”
목봉이 화제를 바꿔 물었다.
“움직임이 있습니다. 보고에 의하면 류역에서 많은 고수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류역이 몰래 준비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주야가 대답했다.
“음.”
목봉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을 잘 감시해라. 일단 그들에게 어떤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우리도 즉시 움직일 것이다. 흠, 구유작은 절대로 류역에게 뺏기면 안 된다.”
* * *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목진은 시간 대부분을 영인을 수련하는 데 썼다. 그리고 온영단과 남아 있는 옥영과의 도움을 받았지만, 영륜경에는 진입할 수 없었다.
목진은 수련을 잠시 포기하고, 기초를 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너무 급하게 속도를 내면 오히려 실패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영인을 만들어서 영력으로 조종하는 수련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목진은 이런 노력으로 닷새 만에 5개의 영인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었다.
온영은 목진이 만든 5개의 영인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지만, 여전히 얼굴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약속대로 목진에게 영진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목진은 영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영진 방면에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1급 영진을 여전히 구축하지 못하고 무수히 많은 실패를 반복했다.
목진의 계속되는 실패에도 온영은 여전히 침착했다. 만약 목진이 정말로 짧은 시간 내에 영진을 만든다면, 세상에 수많은 영진사가 생길 것이다. 영진이 어렵기에 북령경에 영진사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실패에도 목진은 점점 방향을 찾아갔다. 얼마 후, 목진은 드디어 작은 영진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목진은 정원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목진의 손바닥 사이에는 8개의 영인이 담담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목진은 이미 8개의 영인을 조종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온영이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목진은 작은 영진을 구축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온영은 목진이 점점 성공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목진은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었다.
쉭!
목진이 갑자기 두 손을 떨자, 8개의 영인이 갑자기 공기에 흡수된 듯 사라졌다.
영인이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동시에 온영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온영은 8개의 영인이 공중에서 기이하게 자리 잡은 것을 보았다. 영인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상당히 복잡한 자취를 남기고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 광선이 복잡하게 얽힐 때, 온영은 그 영인에서 천지영기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것을 느꼈다.
공기 중 은은하게 빛나는 빛이 갑자기 변해 자세히 감응하지 않으면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목진이 눈을 뜨자 검은 눈동자에 기쁨의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짝짝짝.”
온영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가볍게 손뼉을 친 후,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축하한다. 첫 번째 영진을 성공했구나.”
목진도 기쁜 듯 웃었다. 자신이 만든 영진은 1급 영진에 비하면 초라했지만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온영이 앞으로 한발 나와 작은 영진의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영진의 공기가 갑자기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작은 빛이 떠오르더니 갑자기 수십 개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마치 밧줄처럼 온영의 사지를 감싸기 시작했다.
“괜찮구나.”
온영이 영진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몸을 구부리더니 영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곧 밧줄에 속박된 몸을 풀고 나왔다. 1급 영진에는 미치지 못하는 작은 영진이라서 당연히 온영을 속박할 수 없었다.
“이 작은 영진은 영박진(灵缚阵)이라고 한다. 비록 1급 영진보다 못하지만 쓸모가 있다. 잠시나마 적의 손발을 묶어 시간을 끌면서 기회를 찾을 수 있지.”
목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은 직접 영박진의 효과를 봤기 때문에 남는 시간 동안 영박진을 더 연구하기로 했다.
“스승님, 저는 언제쯤 1급 영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작은 영진은 비록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진짜 1급 영진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대단할 능력을 보일 것이다.
“1급 영진은 최소한 15개의 영인이 필요하다. 네가 그 단계까지 가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15개의 영인…….”
목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8개의 영인을 응집한 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15개의 영인을 만들려면 분명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너는 작은 영진을 만들 수 있으니, 남은 시간은 최선을 다해 다른 작은 영진을 만들어 보아라. 앞으로 기초를 더 쌓아야 한다. 작은 영진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영진이다.”
온영의 얼굴에 드물게 미소가 떠올랐다. 목진의 진척을 보고 온영은 속으로 매우 기뻤다.
“네!”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영진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그는 매우 흥미를 느꼈다. 아마 어머니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목진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리고 곧 호기심을 느꼈다.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어머니는 영진에 매우 조예가 깊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몇 급의 영진사인지는 듣지 못했다.
그동안 목진은 영력을 수련하는 동시에 잠과 음식도 줄이고 작은 영진을 만드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수련하면 할수록 목진은 영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영인을 응결하는 숫자도 더 증가했다.
목진이 정신을 쏟아 수련하는 사이에, 시간이 빠르게 지나 방학이 끝나기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날, 목진은 목부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목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즉시 몸을 돌려 목부의 의사청(议事厅)으로 향했다.
의사청 밖에는 호위병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목진을 보고 막지 않았는데 이미 명령을 받은 것 같았다.
의사청에는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 단정하게 청사 안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는데, 영력 파동이 절대 약해 보이지 않았다.
“목역의 다섯 성주.”
목진은 그들을 보고 약간 놀랐다. 그들은 5개의 성을 지키는 이들로 유능한 대장들이었다. 평상시에는 각자의 성을 지키고 있는데, 오늘 갑자기 이곳에 모인 것이다.
목봉은 목진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짓으로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소주.”
다섯 명의 대장들이 목진에게 공수하며 웃었다.
“단 숙부님, 저에게 뭘 예의를 차리세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친밀감이 가득했다. 목진은 다섯 명의 성주에 대해 잘 아는 듯했다.
“하하, 소주도 많이 자라셨군요.”
맨 앞에 있던 마른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따라 웃었다. 딱딱했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목봉이 잠시 미소를 짓다가 손짓하자, 의사청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번 일에 대해 대략 들었을 것이오. 류역을 감시하는 이들에게 보고를 받았는데, 류역이 이미 흑명연으로 출발했다고 하오. 그러니 우리도 즉시 움직여야 하오.”
목봉이 진지한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서, 나와 주야가 직접 대원들을 데리고 갈 것이오. 두 사람은 이곳에 남아 목역을 지키고, 다른 세 사람은 나와 함께 가십시다.”
목진은 옆에서 듣고 혀를 내둘렀다. 보아하니 목역이 이 일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구유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류역이 이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소식을 듣자 하니 류경천이 직접 나섰을 뿐 아니라, 류역의 류종(柳宗), 류명도 함께 간다고 합니다.”
주야가 말했다.
목진은 주야의 말에 살짝 놀랐다. 류역의 류경천, 류종은 신백경의 강자이다. 류명도 곧 신백경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류역의 구성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주 숙부와 함께 직접 나서는 것이다.
성주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류역의 구성원에 압박을 느끼는 듯했다. 단위(段伟)라는 중년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나와 철랑(铁狼), 진웅(陈熊), 세 사람이 역주와 함께 가겠습니다. 다른 두 사람은 목역을 지키는 게 어떤가요?”
“좋소.”
목봉이 고개를 끄떡인 후, 곧 손을 저었다.
“모두 각자 소대원들을 데리고 가시오. 실력이 영륜경 후기에다 경험이 많은 이들로 데리고 가야 하오. 이번 임무는 절대 실패하면 안 되오.”
“네!”
다섯 명의 성주가 동시에 대답했다.
“보아하니 이번에 정말 류역과 제대로 싸워보겠군요. 오랫동안 이렇게 즐거운 기분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목봉이 담담하게 웃었지만,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불꽃이 피어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류역을 두려워하지만, 목역은 류역이 두렵지 않았다. 이번에 구유작을 얻기 위해서는 류역과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옆에 있던 목진도 전의를 느꼈다. 지금까지 북령경에는 이런 고급 영수가 나타난 적이 없었다.
과연 구유작은 마지막에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정말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