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흑명연
흑명연은 북령경의 남쪽에 있었다. 북령경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이었다.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사람의 그림자도 드물었다.
목역에서 흑명연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다. 목봉이 사람들과 흑명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흘이 지난 후였다.
목진이 산 언덕에 서서 전방을 쳐다봤다. 전방에는 어두운 숲이 보였는데, 어더운 숲이 있는 하늘에 끊임없이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런 종류의 안개에는 독이 있어서 영륜경의 강자라도 체내로 독이 흡수될 수 있었다.
비록 거리를 두고 숲을 보고 있었지만, 목진은 여전히 흑명연에서 올라오는 짙은 살기와 피비린내를 맡았다. 이곳은 북령지원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북령경 사람들이 이곳을 금지구역으로 정한 것이다.
“류역의 사람들은 분명 흑명연에 도착했을 겁니다. 그들은 서쪽 통로로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간다면 곧 류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주야가 흑명연 방향을 쳐다보며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목봉이 고개를 끄떡이며 즉시 품에서 옥병을 꺼냈다. 옥병 안에는 짙은 빨간색의 단약이 들어 있었다.
“모두 벽독단(辟毒丹)을 복용하시오. 너무 독한 독은 막지 못하지만 사장(死瘴)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있소.”
목진도 벽독단을 받아 삼켰다. 그러자 체내에 청량한 느낌이 들었다.
“흑명연의 위험성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러니 절대로 한눈을 팔면 안 되오. 갑시다.”
목봉은 사람들이 준비를 마치자,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흑명연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로 주야, 목진 등이 따라갔다.
거의 백여 명에 달했다. 목봉은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사장을 뚫고 흑명연을 향해 달려갔다.
흑명연에 들어가자 사방에서 뻗어오는 음침한 느낌에 뼛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목진이 경계 어린 눈으로 습하고 어두운 주변을 살폈다. 북령지원과 비교해도 이곳은 너무 조용했다. 이런 고요함은 오히려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목역의 대원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모두 손에 있는 장검을 꽉 쥐고 있었고, 검 끝에는 영력이 빛을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흑명연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살기가 충만해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아!
바로 그때, 갑자기 대원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썩은 나뭇가지와 잎이 갑자기 떨어지더니 거대하고 흉악한 모습의 뱀이 나타난 것이다. 거대한 뱀은 순식간에 몸을 구부리더니 목역의 두 사람을 꿀꺽 삼켰다.
검은색 침이 거대한 입을 따라 땅에 떨어지자, 바닥에 있던 잎이 삽시간에 부식되었다. 맹독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흑명사(黑冥蛇)이다.”
대원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재빨리 안정을 찾고 눈앞에 있는 검고 거대한 뱀을 쳐다봤다. 그들은 속으로 매우 놀랐다. 이건 중급 영수로 영륜경 중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흑명연에서 이런 강한 영수를 만날 줄은 몰랐다.
“흥.”
주야가 상황을 보고 인상을 썼다. 그리고 차갑게 콧방귀를 뀐 후, 맹렬하게 달려나가 강하게 영력을 폭발시켰다. 주야의 몸이 흑명사의 위로 뛰어오르더니, 두 발로 흑명사의 머리를 밟아 눌렀다.
크앙!
주야가 두 발로 흑명사의 머리를 밟자, 주야의 등 뒤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영수의 형상이 보였다. 그건 짙은 황색의 거대한 코뿔소였다. 거대한 코뿔소는 무겁고 두꺼워 보이는 비늘이 등에 가득했고, 마치 작은 산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펑!
거대한 코뿔소가 나타나자 주야의 몸은 마치 무거운 산처럼 영력이 폭발했다. 그가 곧바로 흑명사를 내리누르자 대지가 진동했다. 흑명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다 곧 머리가 터져버렸다.
영륜경 중기의 중급 영수는 삽시간에 주야의 발에 깔려 죽었다.
목진은 그 놀라운 모습에 감탄했다.
“너의 주야 숙부는 이미 신백경 초기에 진입했다. 주야가 연화한 연수의 정백은 만수록 180위의 산악영서이다. 거대한 산이 떨어지는 무게로 사람이건 영수건 깔리는 순간, 액체가 되어 버린다.”
목봉이 설명했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이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언제쯤 나만의 영수를 가질 수 있을까?’
주야는 흑명사 영수 정백을 꺼내고 돌아와서 어두운 말투로 말했다.
“흑명연은 사방에 위험이 가득합니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이 열심히 경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흑명사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 단지 이번에는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경계심을 날카롭게 세우고,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했다.
속도는 줄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대원들은 여러 차례 다른 영수의 공격을 받았지만,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반 시진 정도 더 달렸다. 목봉 등은 처음으로 흑명연에 들어왔지만, 주변이 너무 고요해 오히려 모골이 송연해졌다.
“탁.”
맨 앞에서 걸어가던 목봉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썩은 냄새가 나는 어두운 숲을 쳐다보더니 차갑게 냉소했다.
“류경천, 언제부터 이렇게 숨어 있는 것을 좋아했느냐?”
목봉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황급히 검을 움켜쥐고, 눈앞의 검은 숲을 쳐다봤다.
‘드디어 이곳에서 류역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가?’
목진도 뚫어지게 앞을 봤다. 이런 만남은 조만간 일어날 일이었다.
“목봉, 너의 목역을 떼어놓으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구나.”
목봉의 말이 떨어진 후, 한참 만에 어두운 숲에서 담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천천히 숲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대략 삼백여 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전부 상당한 실력을 지닌 것 같았다. 그들 무리의 가장 뒤에 선 중년 남자가 목봉 일행을 보고 담담하게 웃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사람들은 마음이 떨려왔다.
목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바로 북령경에서 가장 큰 역의 역주 류경천이었다.
류경천의 옆에는 매우 마른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류경천의 둘째 동생 류종으로 녹색 눈을 가졌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체내에서 느껴지는 영력의 파동이 분명 신백경 강자의 것이었다.
목진은 류종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 뒤에 있는 류명을 쳐다봤다. 류명 옆에는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류모백이었다. 목진은 류모백이 이곳까지 따라올 줄 몰랐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인상을 쓰며, 서서히 영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날카롭게 변했다.
“이놈아. 역시 네가 물건을 가져갔구나!”
류명과 류모백은 목진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특히 류명은 목진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인을 하니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류명은 류역에서 세 번째 강자였는데, 뜻밖에도 어린 소년에게 놀아난 것이다. 그는 부끄러움에 참지 못하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류명의 화난 눈빛에 목진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차갑게 노려보는 류모백에게 말했다.
“우리에게 이런 큰 선물을 줘서 감사합니다.”
류모백이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숨이 꽤 질기구나.”
목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에 류명이 더 이를 악물었다.
“하하, 목봉, 좋은 아들을 뒀구나.”
류경천이 담담한 눈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분명 이곳에서 목역을 만난 이유가 목진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목봉이 냉담하게 류경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 류역도 욕심이 많구나. 좋은 물건은 함께 누려야지. 혼자 삼키려고 하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다.”
“그렇게 아무거나 먹으려고 하면, 배가 터져 죽을지도 모르는데 걱정이 되지도 않느냐?”
류경천 옆의 류종이 음침한 눈으로 목봉 일행을 쳐다봤다.
“혼자 먹으려고 하면 아마 더 빨리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주야가 차갑게 응수했다.
“목역의 쓸 만한 놈들은 여기 다 왔으니, 만약 이곳에서 목숨을 잃으면 우리 류역이 너희 지역을 통치하면 되겠구나.”
“너희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다.”
류종의 말에 주야가 천천히 말했다.
쌍방은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노려만 봤다. 그리고 서서히 영력을 끌어올리며 피비린내 나는 결전을 준비했다.
목진도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느끼고 영력을 끌어올렸다. 목진이 준비할 때, 갑자기 흑명연 깊은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윙윙
목진은 그 소리를 듣고, 즉시 안색이 변했다.
윙윙!
미세하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자, 목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안색도 변했다.
그 소리는 마치 서영봉의 저급 영수의 소리 같았다.
서영봉은 손바닥만 한 크기에 영동경 초기의 실력을 지녔지만, 사람들은 분명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영봉의 실력만 보면, 단독으로 만나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영봉은 혼자서 행동하지 않았다. 매번 나타날 때마다 대략 천 마리 이상 나타났다.
서영봉이 검은 구름처럼 지나가면, 영륜경 후기의 중급 영수라도 삽시간에 뼈만 남게 된다. 그러니 서영봉 무리를 만난다면, 무조건 잠시 피해야 한다.
“아버지!”
목진이 미세한 소리를 듣고 즉시 경계하며 손을 크게 저으며 말했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목진이 말을 하면서 흑명연의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더는 류경천 등을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만약 서영봉에게 포위가 된다면, 비록 벗어난다고 해도 목역의 사람들은 분명 죽거나 중상을 입을 것이다.
목역의 사람들이 전부 빠르게 물러나자, 류역의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류경천이 인상을 쓰더니, 곧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영봉이다. 물러나라!”
류경천이 말을 하면서 망설이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분명 류역도 서영봉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도 팽팽한 긴장감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나자마자 어둠이 숲을 덮쳤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구름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이 진동하는 듯했다.
꽈르릉.
그때 갑자기 앞에 있던 공터가 흔들리더니 거대한 쥐 모습의 영수가 다급하게 땅을 뚫고 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은 구름의 속도가 더 빨랐다. 서영봉이 빠르게 검은 영수를 뒤덮자 날카로운 포효가 들렸다가 곧 사라졌다.
검은 구름이 지나가자 피에 젖은 백골이 드러났다.
자세히 보니 검은 벌들의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있었고, 입에서는 신선한 피들이 묻어 땅에 떨어졌다.
목역과 류역의 사람들은 다행히 재빨리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은 서영봉의 속도를 경시했다. 검은 구름을 채 피하지 못한 이들에게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피비린내에 흥분한 건지, 서영봉은 즉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나뉘더니 빠르게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날아왔다.
“피해라!”
목봉은 검은 구름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대원들은 즉시 두 조로 나뉘어 몸을 피했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흉악한 검은 서영봉을 보고 모두 이를 악물고 숨을 숙였다.
“목진!”
주야가 목진이 자신들과 떨어진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서영봉을 뚫고 목진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목봉이 주야를 막았다.
“안심해라. 저놈은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단위와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먼저 서영봉을 피하자. 저들은 어디에서 집합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목봉은 서영봉의 검은 구름이 점점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주야는 목봉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태도나 행동이 믿음직했다. 흑명연이 매우 위험하긴 하지만 목진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