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영충적(灵虫笛)
목봉이 손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데리고 빠르게 숲을 달려 서영봉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정말 재수 없군.”
목진은 사람들이 피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감히 서영봉의 무리를 뚫고 나갈 수가 없어서, 망설이지 않고 서영봉을 피해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은 서영봉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중요했다.
“소주, 조심하십시오.”
단위가 사람들과 함께 목진을 바짝 따라왔다. 일행과 떨어졌으니 목진을 잘 보호해야 한다. 만약 목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목봉을 뵐 면목이 없을 것이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이며 뒤를 보고는 눈빛이 흔들렸다. 서영봉이 홍수처럼 그들을 향해 밀려왔다.
“빨리 도망가요!”
목진이 소리치며 검은 영력을 체내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속도를 최대한 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만약 서영봉에게 포위되면 그들은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단위 일행도 위험을 감지하고 빠르게 목진을 따라가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도 빨랐지만, 서영봉의 속도는 더 빨랐다. 목진 일행은 서영봉이 점점 더 자신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젠장!”
단위가 상황을 깨닫고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려막으려고 했다.
“단 숙부님, 안 됩니다.”
단위가 몸을 돌렸을 때, 목진이 재빨리 단위를 잡고 뒤쪽을 가리켰다.
“서영봉이 포기한 것 같은데요?”
단위가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정말로 서영봉이 추격을 포기한 것이다. 서영봉의 날갯짓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갑자기 서북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목진은 놀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자 은은하게 들려오는 피리 소리가 들렸다. 피리 소리는 매우 이상했다. 서영봉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설마 서영봉을 누가 조종하는 건가요?”
목진의 머릿속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피리 소리는 자연적으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소주, 서영봉이 드디어 물러갔습니다. 우리도 빨리 역주님과 만나야 합니다.”
단위는 서영봉이 물러간 것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목진은 그 말에 즉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 숙부님, 우리 서영봉을 따라가 봐요.”
단위가 목진의 말에 당황해서 황급히 말했다.
“소주, 너무 위험합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괜찮을 겁니다. 살짝만 살펴보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즉시 후퇴하면 됩니다.”
목진이 말했다.
‘서영봉이 어떤 사람의 조종을 받는다면, 다른 사람도 구유작에 대한 소식을 들은 걸까?’
단위는 목진의 고집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단위가 곧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가서 봅시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즉시 물러나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단 숙부님.”
목진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단위는 사람들을 데리고 목진을 바짝 쫓아갔다.
서영봉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목진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서영봉 무리는 눈에 잘 띄어서 멀리서 따라가도 놓치지 않았다.
목진은 서영봉을 따라가면서 점점 더 놀랐다. 은은하게 들려오던 피리 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소주, 서영봉이 멈췄습니다.”
단위가 긴장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위의 말에 목진도 고개를 들고 앞을 봤다. 앞에는 작은 분지가 보였고, 분지에는 검은색의 작은 산이 있었다. 산 위에는 이상한 형태의 검은 고목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서영봉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피리 소리는 그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단지 소리가 너무 가늘어서 자세히 듣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할 것이다.
목진의 눈빛이 고목을 향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어떤 사람의 존재도 느낄 수 없었다.
‘설마 내가 잘못 판단한 건가?’
목진이 인상을 쓰며 다시 고목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선을 이동하다가, 고목의 맨 위를 쳐다보고 눈이 가늘어졌다.
고목의 제일 꼭대기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정말 사람이 있다고?’
목진이 검은 고목 꼭대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곳에 흐릿하게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그러나 잠시 살펴보던 목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의 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지?”
목진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단 숙부님,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소주, 지시할 게 있으신가요?”
단위가 즉시 대답했다.
목진이 단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단위는 목진의 말에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소주, 너무 위험합니다.”
단위가 노파심에 충고했다. 단위는 목진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서영봉의 둥지라고 할 수 있어서 서영봉이 포위하면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단 숙부님, 믿으세요. 다 생각이 있습니다.”
목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이 진지하고 매우 침착했다.
단위는 목진이 고집을 부리자,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한 후 빠른 속도로 그곳을 떠났다.
목진은 단위 일행이 멀어지자 몸을 엎드리고 나무에 몸을 숨긴 채 뚫어져라 고목을 쳐다봤다.
단위가 떠난 지 1각 정도 됐을 때,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십여 마리의 영수가 이곳으로 도망 오고 있었다.
윙.
고목 나무의 평화가 십여 마리의 영수들로 인해 깨졌다. 갑자기 붉은빛이 솟아오르고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서영봉이 검은 구름처럼 영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
도망치던 영수들은 그제야 위험을 발견하고 갑자기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자, 서영봉이 빠르게 쫓아갔다.
서영봉이 그곳을 떠나자, 검은 고목나무가 곧 민둥민둥해졌다. 아직 남아 있는 서영봉이 있었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 우려하지 않아도 됐다.
목진이 돌연 검은 고목의 정상을 향해 표범처럼 달려나갔다. 달려가는 도중 서영봉이 앞을 막았지만, 가볍게 해결할 수 있었다.
목진의 속도는 매우 빨라서 몇 초 만에 고목 정상에 뛰어올랐다. 고목의 정상은 조금 넓었고, 매우 은밀했다. 가지들이 이곳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목진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목진은 이곳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정상에는 한 사람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전혀 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왜냐면 그건 낡은 회색 옷을 입은 해골이었기 때문이다.
목진은 놀란 표정으로 앞에 있는 해골을 쳐다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해골에 가까이 다가간 목진은 해골의 반이 까맣게 탄 것과 골격이 위축된 것을 발견했다. 이 해골은 생전에 심한 부상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해골을 살펴보다가 해골 앞에 모호하게 쓰인 글자를 발견했다. 목진이 손을 휘둘러 낙엽을 치우고 자세히 살펴봤다.
“나 천충(天虫)은 영충족(灵虫族)의 사람으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구유작의 흔적을 발견하고 모든 심계를 써서 결국 발견했다.”
그 뒤의 글자는 너무 모호했다. 그러나 다시 뒤를 살펴보다가 나머지 글자를 발견했다.
목진은 그 글자를 보고 한기가 들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구유작의 흔적을 발견하고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마지막에 어떤 변고가 생긴 것 같았다.
“영충족…….”
목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 종족은 대천세계에서 매우 특별한 종족이었다.
이 해골은 영충사(灵虫师)일 것이다. 이들은 수단이 매우 은밀해서 상대하기 어려운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곳에서 죽은 것이다.
목진은 해골을 살펴보다가 문득 해골의 손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일 촌 정도 되는 검은 피리가 있었다. 피리 위에는 벌레 모양이 새겨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피리에서 은은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설마? 영충적(灵虫笛)?”
목진이 알기로는 영충사는 모두 영충적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이 배양한 영충을 조종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검은 피리가 설마 그건가?’
“알고 보니 내가 들었던 피리 소리가 바람이 불어서 난 소리였구나. 서영봉은 이 소리에 이끌려 이곳에 둥지를 튼 것 같군.”
목진이 그제야 이해하고 감탄했다.
“선배, 비록 이곳에서 돌아가셨지만, 이 유물을 저에게 물려주십시오.”
목진이 해골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조심스럽게 검은 피리를 들었다.
목진의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영충적으로 서영봉을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감히 사용할 수 없었다. 자신은 영충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서영봉 불렀다가 조종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빈손으로 갈 수도 없었다. 피리를 계속 이곳에 두면 세월이 지나면서 풍화될 것이다. 이런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분명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영충적을 품에 넣고 목진이 떠나려고 할 때, 갑자기 해골에서 빛이 번쩍였다. 목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해골에 절을 하고 낡은 옷을 만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인지 목진의 손이 옷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먼지가 됐다. 그리고 해골 아래에서 투명한 병 2개가 나타났다. 세월이 지났지만, 흠집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이었다.
목진이 병을 흔들자 안에는 액체가 있는 것 같았지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이상한 향기가 공중에 퍼졌다.
윙윙!
이상한 향기가 공중에 퍼지자, 목진은 거대한 고목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서영봉이 고목을 뚫고 나와 붉은 눈으로 고목의 정상을 향해 날아왔다.
목진은 뜻밖의 상황에 황급히 병을 닫았다. 이 향기는 서영봉을 유인하는 것이 분명했다.
“계속 이곳에 있으면 안 되겠다.”
목진은 서영봉을 보고 더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목진이 지금 떠나지 않다가 서영봉에게 포위당하면 정말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선배.”
목진이 해골에 공수한 후, 망설임 없이 고목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빠르게 숲을 향해 달렸다.
목진이 나무를 돌아 단위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갑자기 매서운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땅을 박차고 화살처럼 빠르게 달려갔다.
“누구냐?”
목진은 한기를 느끼고 전방에 있는 나무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익숙한 사람이 서서 차가운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바로 류모백이었다.
류모백은 차가운 눈으로 목진을 보고는 손을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정말로 운이 좋구나. 여기에서 이런 좋은 물건을 찾아내다니. 고목에서 뭘 얻은 거지?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