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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0화 (39/1,000)

40화. 마주치다

목진은 나무 위에 있는 류모백을 쳐다봤다.

목진은 이곳에서 류모백을 만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보아하니 류모백도 서영봉 때문에 일행과 떨어진 듯했다.

게다가 류모백의 모습을 보니, 저 녀석도 피리 소리를 듣고 따라온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진보다 한발 늦었다.

목진은 류모백의 말에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는 북령원이 아니니 내가 너를 죽여도 귀찮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상황을 잘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네가 그렇게 어리석은 놈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류모백은 목진이 자신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

“혈도가 나를 죽이려고 쫓아온 것도 두렵지 않았는데 내가 당신을 두려워할 것 같습니까?”

목진은 이곳이 북령원이 아니니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혈도 같은 멍청이랑은 다르지. 그땐 분명 북령지원에서 은각용표를 만난 거지? 너는 운이 좋았을 뿐이야.”

류모백이 조롱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사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은각용표와 싸운 흔적과 혈도의 옷 조각을 발견했다. 그제야 류역은 목진이 어떻게 혈도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는지 이해했다.

“혈도는 은각용표 때문에 죽은 것인데, 너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그 사실로 나를 놀라게 하려면 네가 너무 순진한 것이다.”

류모백이 차갑게 웃었다.

그들은 은각용표의 출현이 단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류역은 혈도가 은각용표의 손에 죽은 것이 목진의 계획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목진은 류모백의 추측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류모백이 스스로 똑똑한 척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제 물건을 내놓지?”

류모백이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손에 영력을 끌어올려 빛이 났다. 그러나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펑!

목진이 고개를 가로젓는 순간, 류모백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곧바로 목진을 덮쳤다. 마치 사냥하는 매처럼 손에 영력을 끌어올려 망설임 없이 목진을 향해 날렸다.

목진이 바닥에 있던 나뭇잎을 발로 차올리자 공중에서 나뭇잎이 춤을 췄다. 그 순간 그는 빠르게 뒤로 후퇴했다.

쾅!

붉은 영력이 하늘에서 춤추는 나뭇잎을 뚫고 바로 날아갔다. 그리고 류모백의 몸이 번개처럼 달려왔다. 붉은 영력이 파동을 일으키며 목진의 가슴을 공격했다.

목진은 류모백의 매서운 공격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에 주먹에 맹렬하게 영력을 불어넣자 삼라사인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삼라사인이 목진의 주먹에 나타나더니 영력을 싣고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펑!

목진과 류모백의 영력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영력의 물결이 널리 퍼지면서 나뭇잎들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목진은 뒤로 몇 걸음 밀려나면서 류모백을 차갑게 노려봤다.

‘저놈의 실력이 정말로 영륜경의 단계에 들어섰구나.’

“영동경 후기?”

류모백의 몸이 살짝 떨리더니, 곧 눈에 놀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지난번에 목진과 류양이 싸울 때는 분명 영동경 중기의 실력이었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에 이미 영동경 후기에 진입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류모백이 가장 놀란 것은 목진이 정면으로 맞상대한 것이다. 목진은 비록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영동경 후기의 실력으로 정면으로 맞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제법 능력이 있구나. 이러니 네가 미움을 받는 것이다. 원래는 오대원의 정원을 선발할 때 너를 철저하게 깔아뭉개 주려고 했는데, 지금 너의 실력을 보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앞으로는 너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될 것 같다.”

류모백이 차갑게 말을 하더니, 붉은 영력을 끌어올리며 목진을 향해 달려왔다. 영력으로 목진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을 보니, 분명 목진을 죽일 생각인 것 같았다.

휙!

류모백이 두 손을 매의 발톱처럼 만들더니 붉은 영력으로 감쌌고, 붉은 매의 발톱 형상으로 매섭게 목진을 향해 달려왔다.

목진은 매섭게 달려드는 류모백을 보고 이번에는 정면으로 대항하지 않았다. 류모백의 실력은 분명 자신보다 강한데 억지로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목진이 발을 굴러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순간 목진의 손가락에서 검은 영력이 올라왔다.

류모백은 물러서지 않고 후퇴하는 목진을 계속 압박했다. 목진은 계속해서 류모백을 요리조리 피하자 류모백이 차갑게 말했다.

“너는 줄곧 교만하게 굴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지금은 겁쟁이처럼 이리저리 피하는 것이냐?”

목진이 미소로 받아쳤다. 그러나 여전히 정면으로 맞설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 도망치나 보자!”

류모백의 눈이 차갑게 빛나더니 강한 영력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순식간에 위에서 목진을 공격했다.

“염응분!”

고함과 함께 붉은 영력이 화염처럼 날아왔다. 화염 속에는 류모백의 권풍이 실려 있어서, 마치 사방에서 붉을 매가 날아오는 듯했다. 결국 목진의 모든 퇴로가 막혔다.

목진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향해 폭풍처럼 달려오는 공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순간 목진이 두 손을 합치더니 차갑게 외쳤다.

“결진(结阵)!”

위잉!

목진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앞에 있는 공기가 파동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영력의 밧줄이 날아오더니 류모백의 사지를 묶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류모백은 놀라 온몸이 딱딱해졌다.

“영진?”

그러나 류모백은 곧 영진의 밧줄이 약하다는 것을 느끼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단지 작은 영진이구나.”

쾅!

류모백이 영력을 폭발시켜 밧줄을 끊었다. 류모백은 여전히 공세를 바꾸지 않고 매섭게 목진을 공격했다. 그러나 짧게나마 영진에 결박당한 류모백의 공격이 조금 약해졌다.

목진은 다시 류모백의 공격에 정면으로 상대했다. 목진은 피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영력을 끌어올렸다.

검은 영력이 빠르게 팔을 타고 올라가자 목진은 한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두 손을 합장했다. 손바닥에 삼라사인의 빠르게 나타났다.

“드디어 도망가지 않는 것이냐?”

류모백이 목진의 모습에 살기를 드러냈다. 권풍을 일으키며 붉은 영력을 끌어올리자 영력이 파동을 일으키며 목진의 가슴을 노렸다.

“삼라사인!”

작은 목소리가 목진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자 체내의 경맥이 홍수처럼 솟아 나왔다.

‘가라.’

두 개의 삼라사인이 손바닥에서 엄청난 빛을 뿜어냈다.

장풍이 빠르게 날아가는 순간, 두 사람의 날카로운 눈이 서로를 노려봤다.

쾅!

쾅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잠시 숲이 진동했다. 무서운 영력의 물결이 퍼져나가자, 지면에 있던 나뭇잎들이 잘게 부서져 공중에 휘날렸다. 거대한 나무도 갈라질 듯 떨리고 나뭇잎도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나뭇잎이 공중에 날리면서 서로 충돌한 두 사람도 몸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목진이 땅에 손을 짚으면서 수십 보 뒤로 밀려났다. 지면이 흔들렸지만 목진은 곧 균형을 잡았다.

엄청난 힘의 반동 때문에 손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에 통증은 느껴졌지만, 분명 류모백의 격렬한 공세를 받아낸 것이다. 분명 2개의 삼라사인이 위력을 드러낸 것이다.

2개의 삼라사인을 수련한 후, 목진은 삼라사인을 시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 목진이 전에 마주친 혈도와 기종은 모두 목진보다 실력이 훨씬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런 격차는 목진이 아무리 2개의 삼라사인을 쓴다고 해도 격차를 메울 수 없다. 그래서 목진은 줄곧 2개의 삼라사인의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지금 목진은 드디어 알게 됐다.

류모백이 비록 영륜경에 들어섰지만, 아직은 초기의 단계이다. 비록 실력은 목진보다 위지만 그 정도 격차는 혈도나 기종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그래서 방금 결전을 통해 2개의 삼라사인의 위력을 완전히 펼쳐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류모백은 창백한 얼굴로 죽일 듯이 목진을 노려봤다.

분명 영동경 후기의 목진이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는지, 왜 자신이 목진을 이길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류모백은 자신의 실력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설마 나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나요? 나를 언제라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어쩌죠?”

목진은 류모백의 창백한 안색을 보며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목진의 말에 류모백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그러나 곧 깊게 심호흡을 해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류모백이 서서히 평정심을 찾더니 음침하게 말했다.

“분명 너는 내 예상을 벗어났구나. 그러나…… 설마 그렇다고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류모백은 말을 끝내자마자 붉은 영력을 끌어올렸다. 류모백의 눈빛에는 살기가 충만했다.

류모백은 오늘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저 얄미운 목진을 꼭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태도에 목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하다 천천히 미소를 거두었다. 류모백을 상대하는 것이 조금 귀찮지만, 류모백이 계속해서 집요하게 떨어지지 않으면 목진도 더는 류모백을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다.

깊은 숲에서 두 사람은 서로 대치했다. 두 사람의 눈빛은 날카로운 검처럼 매서웠다.

사삭.

두 사람 모두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두 사람 모두 몸이 딱딱해졌다.

“쉭!”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갑자기 십여 명이 숲에서 튀어나와 류모백의 뒤에 섰다.

“소주, 드디어 찾았군요!”

목진은 그들을 보고 인상을 썼다. 류역의 사람들이었다.

류모백은 그들을 보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네 운은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목진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류모백의 후방을 보니 익숙한 사람의 형체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단위 일행이었다.

단위는 분명 어떤 움직임을 느끼고 이곳으로 빠르게 달려온 것이다. 단위 일행은 류모백의 일행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황급히 목진의 뒤에 서서 경계 어린 눈으로 류역의 사람들을 쳐다봤다.

목진이 고개를 저은 후, 몸의 긴장을 풀었다. 류역 사람들은 목역 사람들이 도착하자 더는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서 서로 싸우게 되면 흑명연의 영수들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류모백도 상황을 보고 분해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목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번에도 운 좋게 목숨을 부지하게 됐구나.”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 나를 쓰러트린 후에 다시 말씀하시지요.”

“만약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도 지금 같은 얼굴로 말할 수 있을지 보고 싶구나.”

류모백은 목진을 노려보며 더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손을 휘둘러 류역의 사람들을 데리고 빠르게 숲으로 들어갔다.

류모백 일행이 빠르게 멀어지자, 단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목진에게 말했다.

“소주, 괜찮으세요?”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사라지는 류모백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우리도 가지요. 빨리 아버지와 만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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