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악랄한 수단
작은 배는 순조롭게 흑독악의 포위를 빠져나왔다. 반 시진이 지나 늪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목역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허, 정말로 통했습니다. 소주는 정말 대단하군요!”
사람들이 무사히 빠져나오자, 단위 등은 매우 기뻐하며 목진을 칭찬했다.
“아버지, 어때요? 괜찮은 방법이었죠?”
목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목봉을 향해 웃었다.
“이놈아. 잘난 척하지 마라.”
목봉은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안도감이 보였다.
‘이놈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벌써 나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구나.’
“목진은 역시 다릅니다.”
주야도 감탄했다. 목진이 영로에서 돌아온 후,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이치에 밝은 소년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책임감을 가진 소년이 됐다.
목봉이 고개를 살짝 끄떡인 후, 목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봉이 배에서 뛰어내려 땅으로 내려가자 사람들도 뒤따랐다.
“빨리 속도를 내자. 류역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
“네!”
단위 등은 곧바로 대열을 가다듬고 속도를 내서 흑명연으로 달려갔다.
목봉 일행이 흑독소를 빠져나와 흑명연으로 달려갈 때, 멀리 있는 산에서 누군가 목역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놈들이 어떻게? 흑독소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류명이 멀어지는 목역의 사람들을 보고 화를 냈다.
“보아하니 목역이 정말 준비를 많이 한 모양입니다.”
류종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원래는 목역이 흑독소에서 피해를 보면 나중에 자신들이 나서서 그들을 해치울 작정이었는데, 아무런 피해도 없이 이렇게 빠져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류경천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목역이 준비를 잘했다는 말은 곧 류역에게는 큰 방해가 될 거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목역을 반드시 제거 해야만 구유작이 류역의 것이 될 것이다.
구유작만 갖게 된다면, 류역은 북령경의 진정한 패왕이 될 것이다. 그럼 류경천은 더는 역주가 아니라 북령경의 주인도 될 수 있었다.
류경천이 야심을 드러내며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큰형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류명이 물었다. 상황을 보니 목역의 사람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았다.
“급할 것 없다.”
류경천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준비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더냐. 흑명연에 대해서는 목역보다 우리가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우리 상대나 되겠느냐?”
류경천이 말을 하면서 흑명연을 쳐다봤다.
“가자, 흑명연에 도착하면 목역에게 큰 선물을 건네줄 것이다.”
* * *
흑명연으로 다가갈수록 목봉 등은 더욱 조심했다. 곳곳에 고급 영수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흉악한 영수가 쫓아오기라도 하면 정말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영수뿐만 아니라 류역의 사람들까지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조심스럽게 검은 숲을 지나갔다. 숲을 지나가다 영수를 만나도 공격하지 않고, 조용히 영수들을 피해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이런 상황은 대략 반 시진 동안 이어졌다. 목역은 숲을 나와 옆에 있는 검은 산에 도착했다. 산에는 거대한 틈이 있었다. 그 틈은 마치 악마의 입처럼 보였다.
목봉 등은 산의 안쪽을 쳐다보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이미 흑명연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눈앞에 있는 곳이 진짜 흑명연으로 이곳에는 고급 영수들이 살고 있다. ”
목봉이 천천히 말했다.
“고급 영수.”
단위 등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고급 영수는 신백경의 강자와 실력이 비슷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는 어떤 영수도 죽이지 않았소. 이곳에 있는 영수는 살인광이라, 약간의 피 냄새만 맡아도 모여들기 때문이지. 두 마리의 고급 영수만 나타나도 우리는 적지 않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오.”
목봉의 말에 목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과 북령지원을 비교하면 이곳이 훨씬 더 위험한 곳이었다.
“갑시다. 모두 조심해야 하오.”
목봉이 손짓을 하며 먼저 앞장을 섰다. 그는 어두운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목진, 주야 등이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하늘에는 사장이 자욱해 어둡고 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영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목봉 등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영수의 흔적이 있는 곳은 피했다. 목진은 목봉과 주야의 영력을 느꼈는데, 그들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행히 그들은 길을 지나면서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이런 속도로 가면 얼마 되지 않아 흑명연의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목진은 인상을 쓰고 있었다. 지금까지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불안한 것이다.
그들이 다시 산 하나를 넘자, 목진은 목봉과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뒤에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무언가를 느낀 듯 경계했다.
산을 돌자 산봉우리에 넓은 공터가 나왔다. 이곳은 세 개의 산봉우리가 서로 이어져 있었고, 주변은 매우 험준했다.
그들이 도착하자 누군가 어둠 속에서 그들을 기다린 듯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목봉, 꽤 빠른 속도로 쫓아왔구나.”
산봉우리에서 류경천이 목봉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류역의 사람들이오. 모두 조심하시오!”
주야가 상황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맹렬하게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류경천, 뭘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목봉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류역은 흑명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했지만, 목역은 흑명연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
“너희들이 이렇게 조심하는 것을 보니 조금 아쉽구나. 그래서 너희들에게 할 일을 주려고 한다.”
류경천이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류역 사람들이 단지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펑펑.
단지가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더니, 검붉은 색의 신선한 피가 공터에 퍼지면서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목봉 등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냥 영수의 피라면 효과가 크지 않지.”
류경천이 피비린내를 맡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류역의 고수 십여 명이 빠르게 달려가면서 날카로운 고함을 질렀다.
류경천이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기자, 여러 개의 빛이 빠르게 류역의 고수들에게 날아갔다.
펑!
빛이 날아가 부딪치자, 십여 명의 몸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들의 피가 땅 위에 뿌려지면서 다른 피비린내가 퍼져나갔다.
목봉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카!
목역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순간, 흑명연 깊은 곳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포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맹렬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고급 영수가 나타난 것이다!
목봉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졌다. 류경천의 방법은 정말 악랄했다!
크앙!
피비린내가 퍼지자 멀리서부터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목봉, 주야 등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번에는 목역이 류역의 계략에 당한 것이다.
“목봉, 어떠냐? 이 선물이 마음에 드느냐?”
류경천이 높은 산봉우리에서 목봉 등을 내려다봤다. 그의 웃음소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우리가 구유작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획을 준비한 줄 아느냐? 그런데 그깟 정보 하나 듣고 와서 우리와 경쟁하겠다고?”
“됐다. 이미 이곳에 왔으니, 교훈을 얻은 셈 치겠다.”
목봉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류경천을 쳐다봤다. 그는 더는 류경천과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시급한 것은 영수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다가오는 영수의 파동을 느껴보니 분명 고급 영수였다. 영수를 죽인다고 해도 목역은 극심한 피해를 볼 것이고, 류경천은 절대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고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물러난다면, 류역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구유작을 사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훗날 목역에게는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목역의 사람들은 뒤로 두 걸음 정도 물러났다.
“이제 어떡할까요?”
“먼저 상황을 지켜보자.”
주야의 말에 목봉이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 있던 목진도 미간을 찌푸리고 상황을 지켜봤다. 계속해서 딴죽만 거는 류역 놈들이 정말 싫었다.
크앙!
그때 멀리서 다시 영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곧 사람들은 귀를 자극하는 빠른 바람 소리를 들었다. 속도가 매우 빨랐다. 어느새 흑명연 깊은 곳에서 3개의 빛이 사람들을 향해 달려왔다.
“고급 영수 세 마리!”
세 개의 빛을 본 목역이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사람들의 긴장된 눈빛 속에서 산봉우리에 나타난 거대하고 흉악한 영수가 들어찼다.
산봉우리에 몸 전체가 피처럼 붉은 거대한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 등에 달린 자주색의 날개가 매우 위풍당당했다.
곧 우측의 산봉우리 측면에서 온몸이 검은 거대한 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 아래에서 몸을 일으키자 온몸을 강철로 주조한 것처럼 번쩍이는 빛이 눈을 찔렀다. 그 빛은 마치 살기 가득한 기계처럼 보였다.
“자익사(紫翼狮)!”
“흑철수(黑铁兽)!”
단위 등은 두 마리의 거대한 영수를 보고 안색이 변했다. 이 영수들은 이미 신백경 초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건……. 수화학(水火鹤)!”
목봉의 시선이 두 마리의 영수를 보다가, 뒤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 학으로 향했다. 검은 학의 한쪽 날개에는 물이 흐르는 듯한 남색이었고, 다른 한쪽 날개는 붉은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날개를 흔들자, 마치 물과 불이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과 아름다움에서 죽음의 향기가 느껴졌다.
세 마리의 영수 중 수사학의 실력이 가장 강했다. 신백경 초기를 넘어 중기의 실력을 지녔다.
“목봉, 운도 정말 없구나. 수화학까지 오다니. 그러나 우리는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되겠구나.”
류경천이 영수들을 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손짓을 하자, 류역의 사람들이 산속에 몸을 숨겼다. 영수들은 피비린내를 맡고 달려왔기 때문에 류역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쁜 놈들!”
주야가 분노에 찬 눈으로 이를 악물었다.
“역주, 이제 어떻게 하지요? 우리가 만약 저 영수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제거는 할 수 있겠지만, 그 틈에 류역이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단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목봉의 안색이 어두워졌을 때, 세 마리의 고급 영수는 이미 목역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실력으로만 본다면 물러날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단위 등은 목봉의 눈빛을 보고 방해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세 마리의 영수를 보며 손바닥이 흥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목진도 그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며 속으로 방법을 생각했다. 잠시 후 목진의 검은 눈동자에 어떤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버지.”
목진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응?”
목봉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목봉은 눈앞에 영수를 보고 머리가 아팠다.
“아버지와 주 숙부님이 저 영수들을 막을 수 있나요?”
목진의 말에 목봉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나와 주야는 분명 많은 힘을 소모할 것이다. 일단 우리의 전투력이 약해지면, 류경천이 곧장 공격해올 것이다.”
“두 분이 저 영수들을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저들에게 달라붙기만 하시고, 힘을 소모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목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영수들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저에게 영수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목진이 자신 있게 말했다.
목봉은 목진의 말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옆에 있던 주야 등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수들은 신백경 실력을 지닌 강자인데,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닌 목진이 어떻게 영수를 해결한다는 걸까?
“반드시 저들을 힘으로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물건의 힘을 빌리면 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법이고, 영로에서 여러 번 저를 구해준 방법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목봉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목진에게 정말로 방법이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