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벌을 부르다
“지금은 설명해 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끌어주시면, 제가 준비를 하겠습니다.”
목진은 지금이라도 당장 영수가 공격할 것처럼 쳐다보자 목봉과 주야를 재촉했다.
목봉과 주야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후,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분명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는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목진이 몸을 돌려 안개가 자욱한 곳으로 달려가더니 곧 사라졌다.
“누가 도망가는데요?”
멀리서 목봉 등을 지켜보고 있던 류경천 등은 목진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인상 쓰며 말했다.
“도망가는 것은 목진입니다. 저놈이 뭘 하려는 걸까요? 설마 진짜 도망가는 걸까요?”
류모백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류모백은 목진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됐다. 신경 쓰지 마라.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닌 놈이 목봉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아마 흑명연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류경천은 목진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목역의 기둥은 목봉과 주야였기 때문에 목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라고 여겼다.
류모백도 고개를 끄떡였다. 류모백은 확실히 자신이 목진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목진이 어떻게 바꾸겠는가?’
쾅!
류역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갑자기 아래에서 거대한 영력이 폭발했다. 그리고 목봉과 주야가 먼저 세 마리의 영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목봉은 수화학과 흑철수를 막았다. 그는 신백경 후기의 강자이기 때문에 혼자서 두 마리를 상대하기로 했다.
반면 주야는 신백경 초기라 그와 비슷한 자익사를 맡았다.
공격을 할때마다 강력한 영력이 충돌하면서, 마치 공기까지 진동하는 것 같았다. 류경천은 미소를 머금고 격렬한 싸움을 쳐다봤다.
‘목봉, 최선을 다해 공격해라. 네가 물러나지 않겠다면, 내가 이곳에 남게 해주겠다!’
산봉우리에서 격전이 벌어질 때, 목진은 빠른 속도로 하나의 산봉우리를 넘었다. 그는 넓은 검은 숲을 쳐다보며 품에서 작은 피리를 하나 꺼냈다.
그 물건은 바로 목진이 얼마 전 얻은 영충적이었다!
목진이 손을 움켜쥐자 차가운 영충적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얼굴에 무거운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뭔가 결심한 듯 피리를 입에 대고 영력을 끌어올려 영충적을 불었다.
목진은 영충사가 아니라서 영충적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용방법은 알고 있었다. 숙련된 영충사라면 마음대로 영충을 불러 조종할 수 있겠지만 목진은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다행히 흑명연에는 거대한 서영봉의 무리가 있었다. 영충적으로 서영봉을 불러올 수 있다면, 분명 어느 정도 승산이 있었다.
삐리릭!
목진이 영충적을 불자 은은하게 빛이 났다. 피리에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이상한 음파가 영충적에서 퍼져 나와 멀리까지 전해졌다.
음파는 자세히 듣지 않으면 쉽게 알아챌 수 없었다. 그러나 목진은 영충이 이런 음파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영충적에 영력을 주입했다. 음파가 멀리 퍼지자 목진은 흑명연의 하늘을 쳐다봤다. 영력의 파동이 거세지는 것을 보니 아버지와 주 숙부가 영수와 싸우기 시작한 것 같았다.
‘빨리 불러와야 한다!’
목진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영수들은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영수와 싸울수록 아버지와 주 숙부는 더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힘을 많이 소모하게 되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류역의 사람들이 공격해 올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을 목진은 바라지 않았다.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졌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목진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건가?’
목봉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한 것은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목진은 목봉의 고민을 알았기에 물러날 수 없었다.
류역이 구유작을 얻는 것도, 류역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이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이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러나 서영봉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이 난관을 돌파할 방법이 없었다.
“이봐. 형님들. 제발 내 체면 좀 살려줘!”
목진은 조급해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순식간에 1각 정도가 지났다.
산봉우리의 영력의 파동도 점점 거세져 심지어 대지가 흔들리기까지 했다. 결전이 점점 격렬해지는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목진이 이를 악물고 물러날 준비를 할 때, 하늘을 쳐다보던 목진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왔다!”
먼 곳에서 검은 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왱왱거리는 독특한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서영봉이 드디어 온 것이다!
목진은 매우 기뻤다. 그는 영충적을 다시 품에 집어넣고, 몸을 돌려 산봉우리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 * *
쉭!
영력이 휩쓸고 지나가자 주변의 산이 흔들렸다. 거대한 돌들이 산봉우리에서 계속 굴러떨어졌다.
단위 등은 긴장된 눈으로 양쪽에서 벌어지는 결전을 지켜보았다. 목봉과 주야가 세 마리의 영수와 싸울 때마다 영력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계속 땅이 흔들렸다.
“젠장!”
단위는 계속되는 싸움에 산봉우리 하나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웃으며 아래를 바라보는 류역의 모습이 보였다.
“소주는 아직 안 돌아왔나요?”
누군가 뒤를 보면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단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단위도 목진이 왜 떠났는지 몰랐다. 목진이 이전에 한 행동들을 생각해보면, 분명 무슨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좀 더 기다려 봅시다. 류역이 공격해온다면 우리도 그냥 있을 수는 없으니까!”
단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그때 후방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목진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소주!”
단위가 목진을 보고 기뻐하며 외쳤다.
“아버지, 주 숙부님, 돌아오세요.”
목진이 두 사람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줄곧 목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목봉과 주야는 빠르게 후퇴했다. 그들이 물러나자 세 마리의 고급 영수도 빠르게 그들을 쫓아왔다.
목진이 쫓아오는 세 마리의 영수를 보고 손을 움켜쥐자, 병 하나가 떠올랐다. 병을 열자 이상한 냄새가 퍼졌다.
펑.
곧이어 힘껏 병을 때리자 검은 액체가 솟구쳐 올랐다. 이에 목진이 빠르게 영력을 끌어올리자 검은 액체가 검은 습기로 변하더니 세 마리의 영수에게 화살처럼 날아갔다.
단위 등은 목진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모두 계곡 안으로 들어가세요!”
목진이 악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계곡을 가리키며 급히 말했다.
단위 등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나 곧 고개를 끄떡이고 산 틈에 있는 계곡으로 달려갔다.
목진이 즉시 몸을 돌려 목봉을 쳐다봤다. 목봉과 주유가 영수를 향해 영력을 날리자 영수들이 황급히 뒤로 밀려났다.
“대체 뭘 하는 거지?”
류역 사람들은 안으로 숨어든 목역 사람들을 쳐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하면 퇴로가 끊기는 것 아닌가? 바보 아냐.’
류경천도 미간을 찌푸렸다.
‘목봉 같이 똑똑한 놈이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지?’
“형님?”
류명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류경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안색이 변하더니 급히 고개를 들고 산봉우리의 한 곳을 쳐다봤다. 왱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서영봉?”
류명 등도 이상한 낌새에 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들도 검은 구름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크아!”
세 마리의 고급 영수도 서영봉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불안한 듯 포효하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이 드디어 홍수처럼 산봉우리에 밀려왔다.
목봉 등과 류경천 등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서영봉을 쳐다봤다. 벌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세 마리의 영수를 향해 날아갔다.
크오오!
서영봉에게 포위당한 영수들이 갑자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영력을 폭발시켜 수백 수천 마리의 서영봉을 죽였지만, 곧 서영봉에게 파묻히고 말았다.
목봉 등은 검은 구름에 둘러싸인 영수의 포효 소리가 점점 약해지는 것을 들으며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들은 천천히 몸을 돌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설마 목진이 불러온 건가?’
‘어떻게 서영봉을 불러온 거지? 게다가 서영봉은 왜 영수들만 공격하는 거지?’
이 상황을 보면서도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왱왱!
서영봉의 독특한 소리가 산봉우리에 울려 퍼졌고, 세 마리의 영수는 여전히 서영봉에 덮인 채 발버둥 치고 있었다.
영수들의 반항으로 산봉우리에 서영봉의 사체가 쌓여갔다. 하지만 서영봉은 절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영봉은 선홍색 눈으로 세 마리의 영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검은 구름이 마치 거대한 폭풍처럼 만들어졌다. 이 폭풍이 지나가면 어떤 동물이라도 백골만 남게 될 것이다.
곳곳에 숨어있던 류역과 목역 사람들은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 이런 상황에 휩쓸리게 되면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목진이 계곡에 몸을 깊숙이 숨기고, 서영봉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영충적과 이상한 냄새가 나는 병은 이미 개자탁 안에 잘 숨겨두었다. 이런 순간에 서영봉의 주의를 끌게 된다면, 그들은 도망칠 곳도 없었다.
산봉우리의 검은 폭풍은 1각여 동안 계속됐다. 끊임없이 영력 파동을 일으키던 영수들은 점점 약해지더니, 결국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영수들의 영력 파동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세 마리의 영수가 서영봉에 의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역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서영봉 한 마리의 실력은 약하지만, 무리 지어 다닐 때는 흑명연에서 가장 강한 생물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서영봉의 무리는 고급 영수들을 제거하자, 산봉우리를 한 번 선회하더니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서영봉 무리가 사라지자 목역 사람들이 계곡에서 나왔다. 산봉우리의 중앙을 살펴보니 위풍당당했던 영수들은 이미 백골이 되어 있었다. 피로 젖어 있는 뼈와 바닥을 보니 한기가 느껴졌다.
목진이 천천히 앞으로 나가 세 마리의 영수 위에 떠있는 정백을 잡아 망설이지 않고 개자탁에 넣었다.
이건 고급 영수의 정백이라 그 가치가 북령지원에서 잡은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이런 등급의 정백은 신백경의 강자라도 욕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