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체내에서 일어난 변고
뇌광이 하늘에서 빠르게 날아와 박히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새의 울음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날카로운 소리가 흑명연을 흔들자 흑명연 안에 있던 영수들이 모두 놀라 포효했다. 그리고 몸을 떨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진동하는 하늘의 동태를 살폈다. 목봉과 류경천 같은 북령경의 강자도 속으로 놀라고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만약 이런 힘이 자신에게 떨어진다면 아마 백골조차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끼루룩!”
검은 뇌광이 제멋대로 휩쓸고 지나가자 다시 날카로운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구유작이 실패했습니다!”
목진은 날카로운 새의 울음소리에 심장이 뛰었다.
‘흑신뇌겁이 정말 이렇게 대단하다는 건가? 구유작처럼 강한 존재조차 막아내지 못하다니.’
흑뇌가 휩쓸고 지나간 하늘에는 검은 화염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구유작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검은 화염은 계속 밀려났고, 구유작의 울음소리도 점점 더 약해졌다. 구유작은 두 번째 진화에도 실패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흑뇌는 빠른 속도로 구유작에게 날아갔다. 이에 구유작은 검은 날개를 펴고 다시 검은 화염을 일으키려 했다.
검은 화염이 다시 피어오르자, 주변 온도가 점점 치솟기 시작했다.
“빨리 물러납시다. 구유작이 미쳐서 자폭하려고 하오!”
목봉이 검은 화염에 둘러싸인 구유작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목봉이 고함을 치며 목진을 잡고 화살처럼 검은 분지 한쪽으로 도망쳤다.
후방에 있던 주야, 단위 등도 황급히 목봉의 뒤를 따라갔다. 엄청난 영력을 가진 구유작이 폭발하면 얼마나 두렵겠는가?
그들과 떨어져 있던 류역 사람들도 상황을 살펴보다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도 황급히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류역의 사람들도 이미 구유작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목역과 류역 사람들은 폭풍 같은 바람을 뚫고 구유작이 하늘로 용솟음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거대한 구유작이 날개를 펴자 온몸이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검은 화염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다. 심지어 멀리 있던 검은 뇌운마저 검은 화염에 휩싸여 만신창이가 됐다.
흑명연의 숲이 삽시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펑!
목봉 등은 이미 구유작이 폭발하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 있었음에도 강력한 바람 때문에 날아가 바닥에 쓰려졌다.
목봉이 정신을 차리고 뒤에 있는 하늘을 쳐다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유작의 자폭으로 검은 화염에 휩싸인 운석들이 긴 꼬리를 달고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쿵쿵!
검은 화염이 떨어져 대지가 갈라지면서 거대한 틈이 생겼다. 분지는 원래의 형체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빨리 갑시다!”
목봉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이곳은 너무 위험해서 자칫 재수 없으면 운석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쉭!
목봉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보니, 수많은 운석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목봉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었다. 목봉과 주야는 눈을 마주치고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큰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몸에서 빛의 장벽이 쏟아져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했다.
휙!
검은 화염은 긴 불꽃의 꼬리를 데리고 빠르게 다가오더니,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영력의 광벽(光壁)에 가서 부딪쳤다.
펑!
목진 등이 밟고 있는 대지가 쩍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이글이글 열기가 몰려오며, 피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영력 광벽이 검은 화염의 공격을 막자, 목봉과 주야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영력 광벽을 지탱하고 있던 두 손에도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광벽을 유지했다. 그들이 포기하면 뒤에 있는 많은 이들이 중상을 당하게 될 것이다.
뿌드득
그러나 결국 영력 광벽이 흔들리더니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소리에 사람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조심하시오. 더는 막지 못할 것 같소!”
영력 광벽은 점점 더 뒤틀렸다. 목봉과 주야는 더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 고함을 치며 목봉과 주야가 멀리 날아갔다.
검은 화염은 홍수처럼 밀려왔다. 비록 대부분의 힘은 목봉과 주야에 의해 사라졌지만, 끝까지 사람들을 공격했다. 사람들은 멀리 날아가 땅에 넘어진 후에야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진도 멀리 날아가 거석에 부딪혔다. 입안에 비릿한 느낌이 들더니 결국 피를 토했다. 모든 뼈가 흩어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정말 대단하군.”
목진은 입가를 닦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단지 운석 하나였을 뿐이었다. 만약 한꺼번에 전부 떨어졌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전부 소멸했을 것이다. 구유작의 자폭은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목진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봉 등을 부르려다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고개를 들자 작은 화염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목진!”
목봉도 목진에게 다가가는 검은 화염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장 화살처럼 빠르게 목진을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목봉의 속도는 검은 화염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목진조차도 피하지 못하고 두 눈을 뜨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재수 없게 됐구나.”
목진이 재수 없게 됐다고 생각할 때, 이글거리는 열기가 덮치며 머리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짙은 어둠이 다시 한번 목진을 덮쳐왔다.
목진이 짙은 어둠과 마주했을 때, 그는 검은 화염 속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엄청난 고통이 몰려들어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의식이 몽롱했다. 목진은 짙은 암흑 속에 떠있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조그만 빛도 보이지 않았고, 시간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 얼마나 오랫동안 떠다녔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암흑 속에서 기이한 파동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화염이 솟아올라 중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은 화염은 빠르게 응집되었고,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나타나 고개를 들고 큰 소리로 울었다. 그리고 검은 화염으로 변해 목진의 의식 속으로 날아들었다.
“으악!”
목진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몸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앉으니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소주, 깨셨나요?”
“소주가 일어났습니다!”
목진이 일어나자 사방에서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목진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은 들것에 위에 있고, 옆에는 주야와 단위 등이 기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느냐?”
기뻐하는 목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목진이 무사한 것을 보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목진은 아직도 두통이 이는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너는 구유작의 화염에 영향을 받아 기절했다. 그 후 계속 깨어나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것 같구나.”
“구유작은요? 없어졌나요?”
목진이 머리를 흔들며 물었다.
“그렇다.”
목봉은 조금 애석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구유작은 자폭하면서 어떤 물건도 남겨놓지 않았다.
아무런 소득은 없었지만, 목적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어쨌든 이번 임무의 목적은 구유작 외에 류역을 막는 것이었는데, 류역 역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목진은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구유작은 만나고 싶다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영수의 정백을 연화한다면 얼마나 대단해질지 궁금했다.
“우리는 이미 흑명연에서 나와 목역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주야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번 흑명연의 임무에 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류역을 따라가지도, 그런 엄청난 장면을 보지도 못했을 거다.”
“하하, 그렇습니다. 역주께서 대단한 후계자를 두셨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단위 등도 웃으며 말했다. 이번 흑명연의 임무를 통해 그들은 목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목봉은 사람들의 말에 목진이 자랑스러웠으나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우리는 조금 더 경계심을 높여야 할 것이오. 류역이 이번에 빈손으로 돌아갔으니 우리에 대한 원한이 더 깊어졌을 것이고, 아마도 가만있지 않겠지.”
목봉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속도를 냈다.
그들은 이미 흑명연에서 나왔지만 세상의 종말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속으로는 여전히 한기를 느꼈다. 그들은 흑명연에서 더 멀어지고 싶었다.
목진은 들것에 앉아 머리를 만지며 흑명연을 돌아보았다. 그는 왠지 모르지만 구유작이 아직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틀 후, 목봉 일행은 드디어 목역에 도착했다. 온갖 위험을 헤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했다.
목봉은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그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당부했다. 목진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졌다.
목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목진은 기지개를 켜면서 여기저기 몸을 움직여 봤다.
“이제 수련할 때야.”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양반다리를 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수련을 시작했다. 천지 영기를 끌어올린 그는 서서히 호흡을 통해 체내로 흡수시켰다.
그는 이 상태로 대략 한 시진 정도 수련을 했다. 그리고 돌연 눈을 떴는데 두 눈 속에 기쁨이 차 있었다.
목진은 자신의 기해에 있는 영력을 느꼈다. 그는 영력의 포만감을 느끼며 자신이 이미 영동경 후기의 최고봉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건 조금만 더 수련하면 바로 영륜경에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빨라지다니!”
목진은 매우 기뻤다. 원래는 6개월 정도 더 수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승급할 줄은 몰랐다. 아마 이번에 흑명연에 갔다 온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듯했다.
목진은 천천히 마음속의 기쁨을 억눌렀다. 그리고 손을 움켜쥐어 작은 옥함을 불러냈다. 옥함 안에는 비취색 단약이 들어 있었다. 바로 북령지원에서 획득한 온영단이었다.
온영단은 영륜경에 진입하려는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온영단을 아껴두었다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쓰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비취색 단약을 꺼내자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 목진은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한입에 약을 삼켰다.
온영단이 넘어가자 순식간에 영력이 꿈틀거리더니, 홍수처럼 목진의 체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목진은 눈을 감고 대부도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강대한 영력이 끊임없이 기해로 흘러들어왔다.
기해에 대량의 영력이 들어오자, 체내의 영력이 응집되면서 깨끗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단약의 도움으로 많은 과정을 줄일 수 있었지만 영륜경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량의 영력이 필요했다. 목진은 침착하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단약을 연화시키며, 무수히 많은 영력을 기해로 흘려보냈다.
기해 속에서 영력들이 계란 크기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이 영력으로 인해 검은 영력이 점점 더 심오하게 바뀌어 갔다.
영력이 끊임없이 목진의 기해로 들어왔고, 계속해서 압축되었다.
이런 과정은 1각 정도 계속되었고, 계란 크기의 영력이 점점 거위 알 정도로 커지더니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있던 영력보다 크기는 더 작아졌지만, 그 속에 포함된 힘은 몇 배나 더 강력해졌다.
이 영력은 영동경 후기를 뛰어넘었다!
목진은 영력 광륜(光轮)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이 솟구쳐 올랐다. 드디어 자신이 영동경을 뚫고 영륜경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목진은 오대원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자신이 영륜경에 든 것이 의외의 일은 아니지만, 좀 더 강해졌다는 느낌에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영로에서 만났던 그놈들도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거나, 이미 엄청난 실력을 지녔을 수도 있다.
‘그럼 어때? 나는 영로에 간 너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이 대천세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목진의 얼굴에 오기와 고집이 보였다.
영륜을 성공적으로 응집한 목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목진이 수련을 멈추려고 할 때, 갑자기 익숙한 새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끼루룩!
그 울음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목진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이 딱딱해졌다. 머릿속에서 돌연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머릿속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목진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잊어버렸다. 거센 파동이 돌연 체내에서 솟아오르더니 목진의 정신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정백서주(精魄噬主)!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기를 느낀 목진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