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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8화 (47/1,000)

48화. 흑지진영작(黑纸镇灵雀)

삽시간에 일어난 변고에 머릿속이 경악과 혼란으로 가득했다. 목진의 안색이 매우 창백해졌다.

정백서주?

‘젠장, 방금 영륜경에 진입해서 아직 영수의 정백을 연화할 실력이 없는데. 그런데 왜 체내에 이런 물건이 나타난 거지?’

목진은 마음이 어수선했다. 그러나 곧 냉정을 되찾고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이유를 찾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신백경에 들어서는 강자 중에는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높은 곳만 바라보는 선배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은 실력 있는 영수의 정백을 연화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영수 정백을 연화할 때 반드시 영수의 모든 지혜를 지워야 한다. 그때 영수들은 거세게 반항하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하면 영수에게 당해 대신 자신의 지혜가 사라지고, 주인을 괴롭혀 죽을 수도 있었다.

매우 강한 파동이 목진의 머릿속에서 느껴졌다. 영수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목진은 방법이 없었다. 그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체내의 영력을 경맥으로 보내 영수를 공격했다.

둥!

무거운 소리가 목진의 체내에 울려 퍼졌다. 영력이 부딪치면서 영력의 파동이 일어났고, 파동은 빠르게 퍼져 목진의 머릿속에서 맹렬하게 충돌했다.

두 개의 기가 부딪치자 목진은 다시 어지러워졌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목진은 체내에서 검은 화염이 서서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검은 화염 안에서 날개를 펴고 있는 우아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구유작!”

목진은 기억 속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목진은 체내에 영수 정백이 있다는 것도, 그 영수가 구유작이라는 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구나!”

갑자기 흑명연에서 기절하기 전에 일어났던 순간이 생각났다.

‘검은 화염이 나를 덮칠 때,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는데. 설마 구유작이 영수 정백을 그곳에 숨겨두고 내 몸속으로 들어온 것인가?’

“젠장!”

목진은 한편으로는 구유작이 자신의 체내에 들어온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영수 정백을 연화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태에서 결과는 하나뿐이었다.

목진의 의식과 몸이 구유작에게 전부 지배당하는 것. 그러나 이것은 목진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끼루룩!”

구유작도 목진의 주시를 느낀 듯 강한 울음소리를 내었고, 검은 화염을 이용해 목진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구유작은 매우 똑똑해서 목진의 기해로 들어가면 그의 영력을 소멸시키고 폐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목진이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정말 독한 영수로구나!”

목진은 구유작의 교활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목진은 분노하며 황급히 영력을 끌어올려 구유작을 막으려고 했다.

검은 화염 속에 있던 구유작은 갑자기 솟아오르는 영력을 느끼고, 눈이 날카로워졌다. 구유작이 어떤 존재인가? 지금은 비록 약해졌지만 절대로 영륜경 소년이 상대할 수 있는 영수가 아니었다.

그때 검은 화염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구유작이 날갯짓을 하자 영력이 솟구쳐 올랐다. 두 개의 영력이 충돌하자 목진은 검은 화염에 의해 영력이 증발하는 것을 느꼈다.

목진의 저항은 구유작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구유작은 하늘을 뒤흔들 정도의 힘을 가졌고, 목진은 단지 영륜경의 소년일 뿐이었다. 근본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목진은 구유작과의 격차를 느꼈다. 그러나 그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나를 폐인으로 만들려면 너도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

목진은 정신을 집중해 기해에서 방금 만들어진 광륜을 천천히 움직였다. 광륜에 저장해둔 영력을 꺼내 구유작에게 거침없이 날렸다.

펑펑!

검은 화염이 목진의 영력에 닿자 증발했고, 목진은 최선을 다해 막았다. 비록 시간을 끌기는 했지만, 진짜로 구유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유작은 목진의 모든 영력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목진의 기해에 나타나 득의양양한 눈빛을 보냈다.

쉭!

검은 화염은 목진의 분노를 무시하고 기해 안으로 들어갔다. 타는 듯한 고통에 목진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구유작은 기해에 들어와, 조금 전에 만들어진 영륜경의 광륜을 소멸시키려 했다.

영력 광륜은 목진의 영력을 응집한 것이기 때문에, 소멸한다면 지금까지 힘들게 수련한 것이 전부 사라지게 된다.

목진은 구유작의 존재를 느꼈을 때부터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격차가 너무 나서 어떤 방법을 써도 구유작을 연화할 수 없었다. 목진은 빨개진 눈으로 자신의 광륜을 향해 날아오는 구유작을 쳐다봤다.

“끝까지 싸우겠다!”

목진이 고함을 지르며 영력의 광륜을 자폭시키려고 했다. 이게 목진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구유작에게 지배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영력의 광륜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폭풍처럼 변했다. 목진이 구유작과 필사적으로 싸울 때, 미세한 소리가 기해에서 울려 퍼졌다.

기이한 소리는 목진이 영력 광륜을 자폭하려고 하자, 서서히 줄어들었다.

목진은 멍한 표정으로 영력 광륜의 위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평평한 흑지(黑纸)가 있었다. 소리는 바로 흑지에서 나는 것이었다.

“이건…….”

목진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전에 신비한 흑지를 얻은 후, 연구할 시간이 없어서 체내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진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서 모든 영력을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영력의 광륜이 눌리면서 구유작이 만든 검은 화염도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끝이다.”

목진은 절망을 느끼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검은 화염이 다시 맹렬히 솟구쳐 올랐다. 영력 광륜과 충돌하면서 갑자기 옆에 검은 광막이 내려왔다.

펑!

검은 화염이 광막에 막혀 뒤로 밀려났다. 그러자 구유작의 눈에 놀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목진도 뜻밖의 장면에 놀라 멍해졌다. 그는 황급히 얇은 흑지를 쳐다봤다. 이 검은 장막은 흑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윙윙.

그때 기이한 소리가 들리더니 흑지가 돌기 시작했다. 원래 아무 움직임도 없었던 흑지의 표면에 어두운 자줏빛이 떠올랐다.

순간, 빛이 떠오르더니 곧 화살처럼 날아와 어두운 자줏빛의 광막(光幕)으로 변했다. 그리고 곧바로 구유작이 있는 검은 화염을 포위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구유작은 화들짝 놀라 광막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광막은 구유작의 공격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광막은 구유작 아래에서 서서히 응집하기 시작했다. 빛이 퍼져나가 어두운 자줏빛의 만나라 꽃(曼荼罗花)으로 변했다.

만다라 꽃잎에는 알아볼 수 없는 암금(暗金) 무늬가 있었고, 구유작은 만다라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두려운 듯 울기 시작했다.

신비한 자줏빛의 만다라 꽃은 족쇄처럼 구유작의 검은 화염을 속박했다. 그리고 천천히 떠올라 얇은 흑지 위에 내려앉았다.

만다라 꽃의 감옥에 구유작은 완전히 갇혀버렸다.

구유작이 속박당하자, 흔들리던 영력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검은 화염도 조금씩 물러나, 결국엔 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구유작으로 변했다.

구유작은 분노로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만다라 꽃에서 벗어날 수 없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원한 가득한 눈을 감고 힘을 비축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목진은 기해 내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얇은 흑지 위의 만다라 꽃을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냥 이렇게 해결된 건가?’

* * *

이른 아침에 깨어난 목진은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기해 내에서 흑지가 만든 만다라 꽃에 구속된 구유작의 존재를 보지 못했다면, 전부 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망할 영수 같으니라고.”

목진은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구유작이 흑지에 의해 구속당하긴 했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구유작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우 약해졌지만 구유작이 힘을 회복해서 흑지가 구유작을 구속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물건이 체내에 있다는 것은 불안정한 폭탄을 갖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언제든지 낭패를 볼 수 있었다.

구유작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구유작을 연화시키면 되겠지만 이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누군가 연화하려고 하면 구유작은 필사적으로 반항할 것이다.

이런 고집 센 영수의 정백을 가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목진은 속으로 구유작을 욕하고는 천천히 평정심을 회복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욕을 퍼붓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유작이 흑지에 구속당해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영진을 배우던 곳으로 갔다. 흑명연에서 영진의 효용성을 확인하면서 영진에 대해 점점 더 흥미를 느꼈다.

수련실에 도착하자 온영 스승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일찍 왔다고 생각하며 상단에 올라앉아 영륜경을 시험해봤다.

체내에 강대한 영력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영력을 조정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익숙해졌다.

“지금의 나는 몇 개의 영인을 만들 수 있을까?”

목진의 눈동자에 기대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즉시 손을 올리고 영력을 끌어올려 빠른 속도로 영력을 응집했다.

잠시 후, 목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역시 영륜경에 진입한 것이 분명했다. 영동경 후기일 때보다 더 많은 영인을 응집할 수 있었다.

목진은 아홉 번째 영인을 뚫어지게 보며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영인을 응집했다. 열 번째, 열한 번째…… 결국 12개의 영인을 만들었다.

목진은 12개의 영인을 보면서 매우 만족했다. 그는 이게 자신의 한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막 영륜경에 진입했기 때문에 안정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 분명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자신의 진도에 미소를 지었다. 손을 움켜쥐자 12개의 영인이 사라졌다.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온영이 들어왔다.

“온영 스승님.”

목진은 온영을 보고 황급히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온영이 손을 저으며 눈앞에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엄격한 온영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역주에게 네가 흑명연에서 작은 영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익히는 속도가 빠르구나.”

온영은 목봉의 초대를 받아 목진에게 영진을 가르쳤지만, 목진이 이렇게 빨리 익힐 줄은 몰랐다.

그 말에 목진은 부끄러운 듯 겸연쩍게 웃었다.

“당분간은 아마 너 혼자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너의 아버지께서 목역에 2급의 취영진(聚灵阵)을 치려고 하신다. 그것은 나 혼자 만들 수 없기에, 많은 돈을 써서 3명의 1급 영진사를 초대하셨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함께 성공할 수 있는지 시험해봐야 한다.”

“2급 취영진이요?”

목진은 매우 놀랐다.

북령경에서 3급 취영진은 북령원이, 2급 취영진은 류역이 갖고 있었다. 목역은 1급 영진만 갖고 있었다.

취영진은 일종의 힘의 상징이었다. 류역이 가장 강한 역이었던 것은 2급 취영진의 공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2급 취영진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급의 영진사라고 해도 자신할 수 없었고, 취영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귀한 재료들도 많이 필요했다.

실패하면 목역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목봉이 오랫동안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인 것이다. 그러나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 명의 1급 영진사와 온영이 연합한다고 해도 2급의 취영진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네. 알겠습니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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