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참여하다
목진의 한마디에 목봉이 놀란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목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목진을 나무랐다.
온영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2급 영진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오직 1급 영진사만이 자신들을 도울 수 있었다. 목진이 영진을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그래도 이제 막 입문을 했는데 어떻게 이런 큰 부담을 짊어질 수 있겠는가?
“하하, 2급 취영진은 아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다면, 재료의 손실뿐 아니라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눈썹이 송충이처럼 난 중년 남자가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목진의 말을 치기 어린 말로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다른 두 명의 영진사 역시 고개를 끄떡였다. 어린 소년이 참여할 수 있다면 왜 자신들이 필요하겠는가?
“온영 스승님, 1급 영진을 만들 수 있으면 1급 영진사라고 할 수 있나요?”
목진은 다른 영진사의 말은 무시하고, 오직 온영만 보며 물었다. 온영의 몸이 딱딱해졌다.
“원칙대로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
“저는 이미 스승님이 주신 화염영진을 성공했습니다.”
목진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 말에 온영이 말을 하다 말고 멈칫하더니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네가 화염영진을 성공했다고?”
다른 세 명의 영진사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들은 정말이지 이 어린 소년이 자신들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목봉과 주야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목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
목진은 절대 쓸데없이 큰소리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진이 화염영진을 성공했다고 하면, 정말로 성공한 것이다.
“너…….”
온영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보며,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듯 말했다.
“네가 정말로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우리 앞에서 만들어 봐라.”
목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움켜쥐고 검은 영력을 응결했다. 곧 15개의 영인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정말 15개의 영인을 응집했구나!”
영진사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들도 지금 응결할 수 있는 영진은 17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온영은 15개의 영인을 보고 참지 못하고 입을 실룩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속에는 이미 목진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15개의 영인이 화살처럼 공중으로 날아가 무형의 형태로 사라졌다. 목진은 곧 두 손을 빠르게 움직여 영법(印法)으로 변화시켰다.
윙
목진이 영법을 변화시키자, 사람들은 방 안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서 천지의 영력이 빠르게 응결되기 시작했다.
빠르게 응결되면서 복잡한 광진이 불꽃처럼 솟아올랐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목진의 수인이 드디어 멈췄다. 공중에는 대당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영진이 천천히 떠올랐다.
“이건…….”
온영이 복잡한 눈빛으로 눈앞에 나타난 영진을 쳐다보았다. 온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로 화염영진이구나.”
옆에 있던 영진사들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열 몇 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 소년이 1급 영진사라니? 이건 평생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목역의 소주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목봉과 주야의 눈에 만족과 기쁨이 떠올랐다. 목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진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웃으며 말했다.
“이놈아, 네 어머니의 천부적인 소질을 이어받았구나.”
“제가 노력했다는 것도 알아주세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음식과 잠을 잊어가며 화염영진을 연구하고 계속된 실패를 극복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목봉이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목봉의 눈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떠올랐다. 류역 때문에 오른 화가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온 선생, 당신이 볼 때 목진은 어떻습니까?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목봉이 온영을 보며 물었다. 온영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목진이 화염영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입문했기 때문에 진정한 1급 영진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니 목진에게는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합니다.”
목봉이 목진을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온영의 말처럼 목진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험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진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하, 그렇지만…… 경험이라는 것은 쌓는 겁니다. 2급 취영진은 목진에게 괜찮은 기회입니다. 지금의 목진은 참가할 자격이 됩니다.”
온영이 목진의 찡그린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의 눈에 기쁜 빛이 어렸다.
“감사합니다. 온영 스승님.”
온영이 손을 저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이런 재능을 가진 소년을 아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온영은 앞으로 그를 지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목진은 분명 자신을 뛰어넘을 실력을 지닌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영진사들도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비록 목진의 모습에 놀라기는 했지만, 온영의 말처럼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은 분명 자신들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졌다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목진은 분명 북령경에서 가장 대단한 영진사가 될 것이다.
“내일 목진과 함께 영진을 배치할 곳으로 가서, 먼저 적응한 후에 영진을 구축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온영의 말에 목봉도 찬성했다. 목진이 영진에 대한 조예가 깊어진다면, 취영진의 재료를 전부 낭비한다고 해도 전혀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이다.
목봉이 빠르게 결정을 내리자, 온영은 나머지 영진사들과 상의를 하고는 곧 자리를 떠났다.
“목진, 온영 선생님과 다른 분들에게 잘 배워야 한다. 재능이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히 수행해라.”
영진사들이 자리를 떠나자 목봉이 몸을 돌려 목진에게 충고했다.
“네가 영력 수행만 하고 영진 수행을 게을리한다면, 네 어머니의 체면을 깎는 일이 될 것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대단한 영진사였나요?”
“네 어머니는 영진에 대해 매우 조예가 깊었다. 북령경에서는 비교할 상대가 없었지. 아마 오대원 내에서도 네 어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목봉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하셨다고요?”
목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령경에 있는 영진사는 대부분 평범하다. 그러나 오대원은 어떤 곳인가? 그곳에서 가장 강한 영진 대사는 신백경 강자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 정도로 강하다고?’
“어머니가 그렇게 강했다면, 아버지는 압박을 느끼지 않으셨어요?”
목진이 갑자기 목봉을 보며 농담을 했다.
“당시 내가 네 어머니를 만났을 때는 어떤 사고로 인해 실력을 봉인 당해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였다. 나는 그때 네 어머니를 그냥 약한 여인이라고 생각하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목봉은 옛날 일이 생각났는지 웃으며 말했다.
“네 어머니가 그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그러나 네 어머니는 나를 온화하게 대했기 때문에 중압감 같은 것은 없었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의 위기를 틈타셨던 거군요. 어머니의 실력이 봉인되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왜 아버지를 좋아했겠어요.”
“이놈이 맞으려고!”
목봉이 부끄러움에 목진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목진이 큰소리로 웃으며 부끄러워하는 목봉을 쳐다봤다.
목봉이 주먹을 거두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정(静), 우리 아들이 점점 더 대단해지는구려. 분명 앞으로 당신을 뛰어넘을 것이오. 그때가 되면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이오.”
여기까지 말한 목봉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어두운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두 손을 움켜쥐고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표정이 차가워졌다.
“너희가 나를 무시해도 나는 상관없다. 분명 나는 능력이 없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아들이 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목봉과 온영 그리고 3명의 영진사들이 대당에서 목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목진이 대당으로 들어오자 목봉은 출발 신호를 알린후 목진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먼저 목역의 북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매우 넓은 광장이 있었다. 이곳은 평상시에 목역의 호위가 수련하는 곳이었다. 이곳에 2급 취영진을 구축한다면, 분명 목역에 더 많은 강자가 모일 것이다. 취영진이 수련할 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광장은 이미 목역 호위들의 관리하에 격리되어 있었다. 목봉은 광장으로 들어가 걸음을 멈추고 전방을 쳐다봤다.
목진도 전방을 쳐다봤다. 광장 중앙에는 대략 수십 장은 되어 보이는 짙은 황색 돌기둥이 서 있었다. 5개의 돌기둥에는 오묘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천기 영기가 은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취영석(聚灵石)으로 만든 취영주(聚灵柱)인가요?”
목진이 앞으로 걸어 나가 5개의 취영주를 바라보았다. 북령원의 3급 취영진에도 이런 기둥이 있었다. 그러나 북령원의 취영주는 황금색이었고, 순도가 훨씬 더 높았다.
“이 취영주는 취영진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것이다. 한 개의 가격이 백만 영폐나 하지.”
목봉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도 취영진이 다른 영진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취영진은 비록 공격성은 없지만, 강한 세력과 약한 세력을 나누는 일종의 상징과도 같았다.
류역이 몇 년 동안 북령경에서 강자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다른 역보다 더 많은 부를 지닌 것 외에도 2급 취영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2급 취영진에서 수련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강자들이 모두 류역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수련에서 더 많은 진보를 바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취영진은 수련의 효과를 높여주는 영진이다. 대부분의 영진사는 취영진의 진도를 알지만, 영진을 구축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이런 취영진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가 얼마나 귀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목역이 구축하려고 하는 2급 취영진은 족히 50개의 영인이 있어야 한다.
공력이 깊은 2급 영진사라도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북령경에서 2급 영진사는 매우 보기 드물기에 목봉은 2급 영진사를 초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4명의 1급 영진사와 손을 잡고 취영진을 구축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 온영이 1급 영진사 중에서도 이미 최고의 수준에 올랐기에 2급 영진사가 될 확률이 높았다. 이런 온영이 이끈다면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2급 취영진을 만들 때 우리는 각자 하나의 취영주를 맡아야 한다. 서로 진도에 따라 각자의 맡은 부분을 완성하고, 마지막에 서로 만든 것을 연결해서 진법을 가동하면 된다.”
온영이 목진을 보며 말했다.
“각자 하나씩 진도를 맡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면 호흡이 아주 잘 맞아야 하지 않나요? 만약 서로 연결할 때 약간의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목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영진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했지만, 이 방법에는 허점이 있었다.
온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북령경에서 뛰어난 2급 영진사를 찾을 수…….”
“당시 류역이 2급 취영진을 만들 때도 똑같은 방법을 썼다. 게다가 내가 알기론 그들도 몇 번의 실패를 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지.”
목봉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번에 실패한다면 다시 준비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2급 취영진을 만들지 못한다면 류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 올 것이다. 그럼 우리는 매우 불리해지겠지.”
주야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목봉의 말에 주야가 쓴웃음을 지었다. 주야는 이번 일에 목진이 참여하기 때문에 목봉이 압박감을 주지 않으려 애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목역이 2급 취영진을 구축할 수 있다면 목역의 명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목진은 아버지가 말씀은 저렇게 해도 얼마나 이 일을 신경 쓰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