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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2화 (51/1,000)

52화. 종자 정원수

온영도 놀란 얼굴로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목진은 눈을 감고 10개의 손가락만 가볍게 움직일 뿐이었다. 온영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천천히 말했다.

“목진은 아마 심진 상태에 빠진 것 같소.”‘

“심진 상태?”

진릉 등 세 사람의 몸이 딱딱해졌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한 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심진 상태는 최소한 3급 영진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요? 그런데 목진이 어떻게 심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온영도 그들과 똑같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소. 목진은 영진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소. 이런 상황은 매우 드물지만, 전혀 없었던 일도 아니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영진사들은 수련하면서 이런 기연으로 심진 상태에 빠진다고 들었소.”

진릉 등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곧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들은 평생 접해보지도 못할 일을 아직 어린 소년이 해내다니 정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릉, 남아 있는 영진을 조종하시오. 목진이 보완을 하면 계속해서 진을 합칩시다!.”

온영이 말했다.

진릉은 온영의 말에 급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조심히 자신의 깨진 영진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목진이 보완해준 영진의 일부분을 천천히 연결했다.

“합진(合阵)!”

영진사들은 다시 영진을 서로 연결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5개의 영진이 완벽하게 서로 융합하면서 순식간에 강력한 영력이 공중에서 폭발하듯 움직였다. 빛이 쏟아져 나오자, 목역 사람들 모두 대량의 천지 영기가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시선이 광장에 집중됐다.

“성공했다!”

온영을 비롯한 목진과 영진사들은 광장을 감싼 복잡한 영진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광장 밖에 있던 목봉은 갑작스럽게 전환된 상황을 보고 얼굴에 흥분이 어렸다.

온영과 영진사들은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을 멈춘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목진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목진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사람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성공했나요?”

목진의 말에 온영 등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너는 지금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느냐?”

온영이 목진의 멍한 얼굴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목진이 살짝 인상을 썼다. 그는 단지 자신이 어떤 모종의 상태에 빠진 것만 기억이 났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너는 방금 심진 상태에 진입했었다.”

“심진 상태요?”

온영의 말에 목진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건 3급 영진사에 도달해야지만 할 수 있는 일종의 심오한 상태이다. 심진 상태에서 영진을 만드는 자는 어떤 속박도 받지 않고,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영진의 궤적을 그릴 수 있고 마음으로 조종할 수 있다.”

온영이 목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취영진에 변고가 생겼었다. 원래는 실패할 거였는데, 네가 무의식중에 그것을 보완했다.”

목진은 조금 놀랐다.

그는 마지막에 나타난 영인에 허점이 보이자 반사적으로 반응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만 느꼈을 뿐이다.

“알고 보니, 그게 모두 심진 상태였던 거군요.”

목진의 눈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심진 상태에 빠졌을 때 목진은 영진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쉬워진 것을 느꼈다. 영력의 광선이 마음에 따라 움직이며 매우 편안한 감정이 들었다.

“네 모습을 보니 무의식중에 심오한 상태에 빠진 게 분명하구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감각을 익혀야 한다. 만약 심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영진을 수련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온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부러움이 묻어났다. 심진 상태는 수많은 영진사가 꿈에도 그리는 일이었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옆에 있던 영진사들도 복잡한 눈으로 목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이제 눈앞에 있는 목진이 곧 자신들을 뛰어넘을 거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2급 취영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니, 우리 목역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때 장외에 있던 목봉이 기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온영과 진릉 등 세 사람에게 공수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온영은 담담하게 웃었지만, 진릉 등 세 사람의 얼굴은 조금 뜨거워졌다. 그들이 하마터면 일을 망칠 뻔했기 때문이다. 만약 목진이 심진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면, 아마 이번에 목역은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목 역주, 이번 공은 모두 온영 형님과 소주 덕분입니다…….”

진릉이 부끄러운 낯으로 말했다.

“진릉 선생님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공에는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만약 세 분이 없었다면, 이 취영진을 어떻게 만들었겠습니까?”

목봉이 정색하며 말했다.

세 명의 영진사들은 목봉의 말에 순간 감동해서 목봉을 향해 공수했다. 그들의 눈에 더는 오만한 빛이 보이지 않았다.

목진은 목봉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그는 아버지가 여우처럼 교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진사는 이곳 북령경에서 매우 적어 세 명의 1급 영진사를 데리고 온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목봉은 사람을 불러 2급 취영진을 배치하느라 체력 소모를 많이 한 온영과 영진사들을 쉴 곳으로 모셔가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떠나자 목봉은 그제야 한숨을 쉬며 옆에 있던 목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놈아, 이게 모두 네 덕이다.”

“아버지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지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놈이!”

목봉은 목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나를 돕고 싶다면 5대원에 들어가거라. 우리 북령경이 커 보이긴 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하다. 능력이 없고 보는 식견이 없는 놈은 오직 5대원의 자원과 가르침을 받으려고만 하지, 한데 너는 진정한 강자의 길로 가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너는 아버지인 나보다 더 많은 재능이 있다. 앞으로 성장할수록 내가 하지 못하는 것도,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목봉이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너는 나의 희망이다.”

목진은 목봉의 희망에 찬 눈빛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언젠가는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오겠습니다.”

목봉의 눈가가 시큰거렸다. 그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목진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내일 저는 북령원으로 돌아갑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5대원의 정원이 발표됐을 겁니다. 이번에는 우리 북령원에 몇 명의 정원이 분배됐을지 궁금하군요.”

목진이 허리에 손을 얹고 붉어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목진의 얼굴에 차가운 표정이 지나갔지만, 그 얼굴 밑에는 부드러움이 감춰져 있었다.

“반드시 5대원에 들어 갈 겁니다.”

* * *

다음 날, 목진은 목봉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목역의 전송 영진을 통해 북령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성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북령원으로 향했다.

그때 북령원 내의 서방에는 세 명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일 상석에는 북령원의 원장, 소모(萧暮)와 좌우 아래쪽에는 막사와 석사, 북령원에서 가장 상급별인 선생이 있었다.

“5대원의 정원이 발표됐습니다.”

소 원장의 손에는 금색의 두루마리가 들려 있었다. 두루마리 위에는 5개의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휘장에서는 위력이 느껴졌다. 이 5개의 휘장은 5대원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우리 북령원의 정원은 몇 명입니까?”

막사도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소 원장은 마른 손가락으로 금색의 두루마리를 만졌다. 소 원장의 안색이 매우 기이했다.

“다섯 명이오.”

“다섯이요?”

막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리 동원에서 5명의 학생이 단시간 내에 영륜경에 진입할 겁니다. 게다가 서원은 7명이고요.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소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5대원의 조건은 엄격하다. 들어가고 싶다고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섯 명 외에 특수한 명단이 나왔소.”

소 원장이 기이한 눈으로 막사와 석사를 쳐다봤다.

“특수한 명단이요?”

막사와 석사도 의아한 눈으로 소 원장을 쳐다봤다.

“종자 급별의 정원이오.”

소 원장이 손에 있던 금색의 두루마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종자 급별의 정원이오?”

“이런 급별의 정원을 어떻게 우리 북령원에서 뽑는다는 건가요?”

5대원의 정원은 3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등급은 보통의 정원이고, 제2 등급은 종자 정원, 지금 북령원에서 획득한 특수 정원이 마지막 정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런 정원은 실력이 매우 강한 영원이 획득하는 것으로, 북령원 같은 규모에서는 한 번도 이런 종류의 등급의 정원을 얻은 적이 없었다.

제1등급 정원은 핵심 인물들이라 매우 소수이다. 1등급의 정원을 획득한 사람은 모두 괴이한 존재들로, 영로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만이 이런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정원은 5대원에 들어간 후 어떤 신분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죽기 살기로 경쟁하는 것이다.

“우리 백영천(百灵天)의 모든 영원을 합치면 20여 개가 되오. 그런데 이번에 우리 북령원이 이런 자격을 얻을 줄은 몰랐소.”

소 원장이 기이하게 웃었다. 그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백영천은 북령경을 포함한 넓은 지역을 말한다. 백영천 내에는 크고 작은 십여 개의 경이 있는데, 북령경은 단지 그중 하나에 불과하고 약한 편에 속했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종자 급별의 정원은 분명 백영천의 다른 강한 영원이 얻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들이 얻은 것인지 의아했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이 종자 정원을 5대원이 직접 배정했다고 들었소.”

소 원장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 5대원이 직접 결정했다고요?”

막사와 석사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5대원이 어떤 존재인가? 왜 작은 북령원에 신경을 쓰는 거지? 그들은 5대원처럼 강한 실권을 지닌 사람이 없었다.

“이건 우리가 한 게 아니오.”

소 원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생각엔 우리 북령원에 있는 어떤 학생이 5대원의 주의를 끈 것 같소.”

“학생이요?”

막사와 석사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목진이 영로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괴이하게도 중간에 쫓겨났다. 이런 사실은 목진이 영로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소 원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분명 목진 때문이오. 흠, 5대원이 영로에서 목진을 쫓아내고 다시 일부러 우리에게 종자의 정원을 주다니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목진에게 보상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아쉬워서 그런 건지.”

“아쉽다고요? 5대원에 온갖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다 있을 텐데. 뭐가 아쉽겠습니까?”

석사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 말에 막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을 절대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비록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녔지만, 그 수단이 매우 매섭습니다. 게다가 영륜경 후기의 악당도 처리한 놈입니다.”

“5대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일단 신경 쓰지 맙시다. 우리에게 이 명단을 줬으니 그대로 하면 되오.”

소 원장이 손짓하며 말했다.

“그럼 이 종자의 명단을 바로 목진에게 주려는 건가요?”

막사가 물었다.

소 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다른 학생의 불만을 살 수 있소. 게다가 북령경의 역주들도 우리에게 종자의 정원이 있다는 걸 알면, 모두 눈에 불을 켤 것이오. 게다가 그것을 그냥 목진에게 주면 역주들이 공평하지 않다고 분노할 것이오.”

“그럼…….”

소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 규칙대로 합시다. 실력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오. 누구라도 실력이 뛰어난 자가 이 종자의 정원을 가질 수 있을 것이오. 비록 이 정원이 목진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해도 실력이 안 된다면 오직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소.”

말을 마친 소 원장이 손을 저었다.

“곧바로 소식을 전하시오. 분명 학생들 모두 좋아할 것이오. 하하, 종자 정원이라. 북령원이 창립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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