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진범(陈帆), 확운(霍云)
북령원, 동원 수련장 내.
수련장 안이 오늘따라 매우 소란스러웠다. 그 이유는 오늘 북령원에서 5대원의 정원을 발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도원 천계의 학생들이 모두 이곳에 나와 있는 것 같았다.
북령원 수련장에 있는 학생은 모두 5대원의 정원에 들기 위해, 1년간 힘들게 수련을 해왔다. 북령원을 디딤돌로 삼아 5대원에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진이 수련장으로 들어왔을 때, 시끌벅적한 소리가 더 커졌다. 그는 사람들의 검은 머리를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동원의 천계에 이렇게 많은 학생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목진, 여기!”
멀지 않은 곳에서 맑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흔들리는 당천아의 하얀 손과 환한 미소를 보고, 주변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겨우 1개월 보지 못했는데 소녀는 키가 더 커지고 더 예뻐졌다. 비록 품이 넉넉한 수련복을 입고 있었지만 날씬한 몸매는 감춰지지 않았다.
“겨우 1개월 못 봤는데 왜 많이 변한 것 같지?”
당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은 놀란 말투로 말했다. 목진은 지금 영륜경에 진입해 있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그 미세한 변화를 느낀 것이다.
“하마터면 흑명연에서 죽을 뻔했으니, 당연히 변했겠지.”
“너도 흑명연에 갔다 왔어? 나도 아버지께 목역과 류역이 흑명연에서 싸웠다는 소리를 들었어. 근데 너도 갔을 줄은 몰랐는데? 다치지 않았어?”
당천아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목진이 고개를 저었다. 당천아까지 알고 있을 정도라면 많은 이들이 목역과 류역의 움직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목진!”
그때 묵령과 담청산 등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들도 한 달 동안 많은 수련을 했는지, 모두 검게 그을려 있었다. 특히 묵령은 체내의 영력이 이전보다 훨씬 강대해졌다. 묵령은 영륜경 진입까지 겨우 한 단계 정도 남은 것 같았다.
“하하, 모두 네 옥영과 덕이다. 나는 곧 영륜경에 진입하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너를 멀리 던져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묵령이 목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흘낏 묵령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우리 북령원에 몇 명의 정원이 배정됐는지 모르겠다. 지난번에는 겨우 3명밖에 안 돼서 동서 양원이 정말 피 터지게 싸웠지.”
묵령이 혀를 핥으며 5대원의 정원에 관해 이야기하자,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 역시 매우 탐내는 듯 보였다.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응, 진범과 확운이잖아! 드디어 놈들이 나타났군.”
묵령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은 묵령의 말에 놀라 두 사람을 자세히 살폈다. 그가 아직 지계에 있었을 때, 두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이야말로 동원 천계의 최강자일 것이다.
류모백과 비교해도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평상시에도 북령원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소문에 두 사람은 모험대에 들어가서 자주 영수를 사냥한다고 들었다.
목령이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이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끄떡였다. 어쩐지 두 사람의 몸에서 은은하게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게다가 두 사람의 담담한 표정에서 주변 학생들과는 다른 차이가 느껴졌다.
“저 두 사람도 영륜경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군.”
목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은 그들의 체내에서 퍼져나오는 영력의 파동을 느꼈다. 그 기운은 묵령보다 더 강했다. 이미 조금씩 영륜을 응결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저 둘이었군.”
당천아가 진범과 확운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은 당천아의 말투에서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헤헤, 목진. 진범과 확운은 어려서부터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자란 사이야. 북령원에 들어온 후, 두 사람 모두 천아를 좋아해서 서로 경쟁하면서 자주 싸웠지. 결국은 둘 다 천아에게 거절당했지만 말이야. 그 후에 두 사람이 함께 모험대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았다고 들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5대원에 들어갈 자격을 획득하면 다시 천아에게 구애할 생각이라고 하더군.”
묵령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그제야 이유를 깨닫고 얼굴이 빨개진 당천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동원의 꽃인 당천아의 매력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듯했다.
목령과 목진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진범과 확운이 당천아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분명 목진 옆에 있는 당천아를 보는 것이다. 진범과 확운의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당천아를 향해 걸어왔다.
당천아는 두 사람이 함께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못 말리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목진 뒤에 몸을 살짝 숨겼다.
그녀의 이런 작은 몸짓에 진범과 확운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곧바로 목진을 쳐다보았다. 진범은 별 감정이 없는 것 같았지만, 확운의 눈에는 목진에 대한 악의가 보였다.
“네가 목진이냐? 예전부터 너의 이름을 들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진범이 목진에게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만나서 반갑다.”
목진도 웃으며 진범이 내민 손을 잡고 악수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자 진범의 손에서 영력이 파동치기 시작했다. 목진의 어깨 근육이 펄떡거렸다.
목진은 손바닥에서 강한 압력을 느끼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나 반항하지 않고 진범이 영력 쓰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진범, 뭐 하는 거야!”
그때 당천아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즉시 인상을 쓰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제야 진범이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장난치듯 미소를 지었다.
“하하, 천아. 나는 단지 몸이 근질거려서 그런 거야. 우리 동원에 오랫동안 이런 대단한 사람은 없었잖아.”
진범이 손을 거두며 당천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목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지?”
“이 정도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는다.”
진범의 말에 목진도 웃으며 말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대련해 보자.”
목진의 모습을 보고 확운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기회가 있으면 다시 이야기하지.”
목진은 두 사람을 더는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웃으며 대충 이야기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수련장 앞으로 걸어갔다.
당천아가 화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목진을 따라갔다.
“천아가 설마 저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우리가 경쟁한 게 아무 소용없는 거잖아?”
확운이 당천아를 쳐다보며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먼저 목진이 우리보다 얼마나 더 능력이 있는지 봐야지.”
진범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
“기회를 봐서 혼내주자.”
“그래.”
확운의 말에 진범이 비열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지나자 수련장에는 더 많은 학생이 모여들었다. 대략 반 시진 후,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흥분된 표정으로 수련장으로 들어오는 막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막사는 학생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이번 우리 북령원에서 5대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다.”
“다섯 명?”
순간 수련장이 시끌벅적해졌다.
“그리고…….”
막사가 갑자기 목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다섯 명의 정원 외에, 종자 급별의 정원이 있다.”
“종자 급별의 정원?”
수련장은 다시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학생들이 멍한 표정으로 막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진범과 확운의 호흡마저 무거워졌다.
아마 이곳에서 유일하게 침착한 사람은 목진 뿐인 듯했다. 종자 급별의 정원은 확실히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순로롭게 영로를 나왔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높은 등급의 정원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종자 정원은 북령원에서 가장 강한 학생만 획득할 수 있다. 획득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반드시 다른 경쟁자와 대결해 승리해야 한다.”
막사가 놀란 표정의 학생들을 둘러보고는 다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목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원 천계에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진범, 확운, 묵령, 당천아, 그리고 목진이다.”
이름이 울려 퍼지자 수련장에는 아쉬움과 감탄의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이런 자격을 얻으려면 영륜경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짧은 시간 내에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이 다섯 명이 유일했다.
“앞으로 너희 다섯 명은 특별 수련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1개월 안에 다음 영륜경에 진입해야 한다.”
막사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묵령 등은 막사의 말에 흥분된 표정으로 황급히 대답했다. 신백경의 강자인 막사가 자신들을 가르친다면 수련은 분명 순조로울 것이다.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들었다.
“목진, 무슨 문제가 있느냐?”
막사가 의아한 듯 물었다.
“막사님, 저는 그 단계가 필요 없을 듯합니다.”
그 순간 막사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목진 체내의 영력 파동이 다른 학생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너…… 영륜경에 진입한 것이냐?”
막사의 말에 주변에서 폭풍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당천아 뿐만 아니라 묵령 등도 놀란 눈으로 옆에 있는 목진을 쳐다보았고, 진범, 확운의 입도 살짝 벌어졌다.
‘이놈이 이미 영륜경에 도달했다고?’
뜻밖의 소식에 수련장이 엄청난 열기로 뜨거워졌다. 그들은 놀란 눈으로 침착하게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았다.
‘영륜경?’
지금 북령원에 있는 학생 중 우수한 이들은 이미 다음 단계로 돌입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서원의 류모백이었다.
그는 북령원에서 손색없는 가장 강한 학생이었다.
그럼 설마 동원에 제2인자가 나타난 것인가?
옆에 있던 묵령 등은 멍한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보다가 곧 쓴웃음을 지었다. 묵령은 조금 전에 자신이 잘난 척한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목진은 이미 그를 앞지르고 있었다.
“정말 변태 같은 놈!”
묵령과 담청산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특히 담청산은 목진과 함께 동원 천계에서 왔다. 그런데 이제 목진은 영동경 중기에 들어간 그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군.”
진범과 확운의 안색도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비록 두 사람도 기해의 영력이 이미 영륜의 현상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진짜로 영륜경에 진입하려면 아직 부족했다.
그들은 목진의 담담한 표정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목진은 상대하기 힘든 경쟁자가 분명했다.
막사가 손을 저으며 수련장의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다. 막사는 목진을 깊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영륜경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북령원에 남아 있거라. 너에게도 분명 득이 될 것이다.”
목진은 막사의 말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모두 각자 수련에 임하라. 목진, 너는 나를 따라오고.”
막사가 손짓하며 수련장 밖으로 나가자 목진이 즉시 그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