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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4화 (53/1,000)

54화. 영결실 3층

두 사람이 떠나자 수련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목진이 이미 영륜경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그들을 흔든 것이다.

수련장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목진은 뒷짐을 쥐고 있는 막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목진, 우리 북령원이 이번에 왜 종자 정원을 배정받았는지 너는 이유를 알고 있겠지?”

막사가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쳐다보았다. 목진은 앳된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의 생각은 매우 성숙해서 경험이 많은 이들에 못지않았다.

“저 때문인가요?”

목진도 이미 추측을 했었다. 종자의 정원은 백영천에 비하면 북령경에는 극히 드문 일이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이렇게 작은 북령원에 배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막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분명 너와 관계가 있다. 하지만 소 원장은 바로 너에게 종자의 정원을 건네줄 생각이 없다.”

“알겠습니다. 동서원의 많은 이들이 주목할 테니 그냥 준다면, 북령원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올 겁니다.”

목진은 의외가 아니라는 듯 말했다. 북령원은 계속 중립을 유지했기 때문에 북령경의 많은 이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만약 바로 자신에게 종자를 주었다면 사람들은 승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목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소년의 미소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어차피 나에게 올 물건이라면 제 실력으로 쟁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이들이 저를 특별대우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막사의 몸이 살짝 딱딱하게 굳었다가 목진의 말이 마음에 든 듯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자신이 있어 보이는구나. 그렇다면 네가 종자의 정원을 쟁취하려면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도 알겠구나?”

“류모백입니다.”

목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류모백은 정말 싫은 놈이지만 목진도 류모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류모백의 실력을 알고 있느냐?”

“류모백은 분명 영륜경에 진입했을 겁니다. 북령원에서는 영륜경 초기의 실력으로 알려졌지만,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할 겁니다.”

목진은 류모백과 몇 번 싸워본 적이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지금 류모백은 아마 영륜경 중기의 실력일 것이다.”

막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역시 그렇군요.”

목진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확실히 상대하기가 어려운 상대이다. 그러나 지금의 목진도 영륜경에 진입했기 때문에 더는 류모백이 두렵지 않았다.

“오늘 류모백에게도 북령원에 종자의 정원이 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류모백은 석사의 특별 지도를 포기하고, 한 달간의 방학을 신청해 류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막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석사님의 지도를 포기했다고요?”

목진은 살짝 놀랐다. 석사도 신백경의 진정한 실력자였다. 그런데 그의 특별 수업을 포기하다니. 석사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일반 학생들은 누리지 못할 특별한 일이다.

“류모백이 그런 선택을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류역이라면 류모백의 실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고, 분명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겠지.”

막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류경천은 신백경의 강자였으나 수련을 가르치는 일은 석사가 전문이었다.

‘류목백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목진은 위기감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왠지 꺼림칙해졌다.

“한 달간 내가 너를 지도할 것이다. 그러나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막지 않을 것이다.”

막사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는 비록 신백경의 강자지만 사람을 가르쳐 본 적이 없습니다.”

목봉의 실력이 막사보다 높다고 해도 사람을 지도하는 데는 능숙하지 못했다.

“그럼 예정대로 내가 너를 직접 지도하겠다. 그 전에 북령원에서 너에게 보상을 내릴 것이다.”

“보상이요?”

목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종자 정원 때문입니까? 막사님, 북령원은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도 손해 본 것이 없고요.”

“하하, 소 원장이 말씀하신 거다. 어쨌든 우리 북령원이 종자의 정원을 배정받은 것은 네 존재 때문이니까. 만약 보상이라는 말이 싫으면 격려라고 생각해라.”

막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알겠습니다.”

목진이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목진이 계속 거절하면 투정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를 따라와라. 영결실에 가자.”

“영결실이요?”

“영결실 3층에 흥미가 있었던 것 아니냐? 이번엔 내가 데리고 들어가 주겠다.”

막사가 담담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영결실 3층?”

목진이 입술을 핥으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영결실 3층은 북령경에서 가장 뛰어난 영결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분명 아버지가 수집한 것보다 더 영결이 많을 것이다.

보아하니 이번에 북령원이 제대로 보상하려는 것 같다. 영결실 3층은 아무 학생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영결은 최소한 영급(灵级)이기 때문이다!

목진은 속으로 흥분했지만, 황급히 막사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막사를 따라 영결실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천계의 학생들이 영결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들은 막사가 목진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목진?”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이 고개를 돌리자 붉은 치마를 입은 홍비단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홍비단 선배.”

목진은 홍비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다시 막사의 뒤를 따라갔다.

2층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도착하자, 담담한 빛의 장막이 보였다. 장막에서는 강대한 영력의 파동이 쏟아져 나왔다.

막사와 목진이 장막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2층에 있던 학생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도 저곳이 영결실 3층으로 가는 통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곳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매우 소수였다.

“막사님이 뭐 하려는 거지?”

학생들은 통로 앞에 선 막사와 목진을 보고 있다가 곧 이유를 깨달았다.

“설마?”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때 막사가 소매를 휘두르자 빛이 장막이 천천히 갈라지더니 틈이 생겼다. 막사가 목진을 데리고 들어가려고 하자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사님, 왜 목진을 3층으로 데리고 가는 건가요?”

막사가 고개를 돌려 천계 학생들이 불만 어린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질투심이 가득했다. 그들도 영결실 3층에 가보고 싶었지만 자격이 안 돼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막사가 와서 목진을 데리고 들어가려 하자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막사가 그들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목진이 영로에서 보여준 능력 때문에 북령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종자의 정원을 배정받았다. 이 정도 이유면 충분하겠느냐?”

영결실 2층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목진을 쳐다보았다.

‘북령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종자의 정원을 배정받은 것이 목진 때문이라고? 그러나 목진은 영로에서 쫓겨난 것이 아닌가? 왜 5대원은 북령원에 특별히 종자의 정원을 준 것이지?’

홍비단이 참지 못하고 자신의 붉은 입술을 가렸다. 그리고 복잡한 눈으로 막사 뒤에 서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담담하게 서 있는 목진은 자신이 예전에 알 던 소년이 아니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소년은 점점 더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너무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막사는 학생들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손을 저으며 천천히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목진도 바짝 뒤를 따랐다.

장막 속으로 두 사람이 사라졌는데도, 2층은 여전히 침묵에 쌓여 있었다. 놀라운 소식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다.

영결실 3층은 목진의 상상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우 간소해 보였다. 그냥 보통의 다락방처럼 보였지만 매우 깨끗했다. 북령원이 이곳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존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북령원의 모든 학생이 탐내는 영결실 3층에 들어온 목진은 보물 창고 같은 모습에 정신이 없었다. 그의 눈은 끊임없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막사가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청석대가 있었고, 청석대 위에는 정갈하게 옥함이 놓여 있었다. 막사가 소매를 휘두르자 옥함이 움직이면서 천천히 빛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화려한 빛속에 서로 다른 옥간이 있었다.

“여기 있는 것들은 전부 영급의 영결이니, 골라보거라.”

막사가 미소를 지었다.

“전부 영급의 영결이요?”

목진은 참지 못하고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역시 북령원이라고 감탄했다. 아버지의 것과 비교하면 몇 배는 될 듯했다.

목진이 빠르게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뜨거웠다. 그동안 그가 수련한 영결은 사실 별로 많지 않았다. 등급이 높은 영결은 오직 삼라사인 뿐이었다. 삼라사인이 아무리 괜찮아도 어쨌든 범급이었다. 게다가 대부도결은 깊고 오묘해서 목진에게 도움을 주지만, 눈에 확 띌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목진은 더 높은 영결을 통해 전투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1개월 후에 경쟁할 때, 류모백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목진이 손을 뻗어 하나의 옥간을 잡았다. 빛이 흩어지면서 갈색의 옥간이 떠올랐다.

“지영파(地灵波), 영급 하품.”

이건 공격 영결인 것 같았다. 목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 이 영결도 괜찮은 영결이지만 자신에게 잘 맞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목진은 손에 있는 영결을 내려놓고 다른 것들을 둘러보았다. 막사는 목진 옆에 서서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십여 분간 똑같은 행동이 이어졌다. 그러다 목진의 눈이 드디어 빛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눈으로 손에 올려진 옥간을 쳐다보았다. 이 옥간은 은은한 담청색을 띠고 있었는데 공격 영결은 아니었다.

그것은 신법 영결(身法灵诀)로 품급도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영영보, 영급 중품. 이 영결을 수련하면 사람의 형체가 마치 영매(灵魅), 잔영 (残影) 등으로 보여 사람의 눈을 홀린다. 이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법 영결은 예전에 수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신법 영결은 모두 평범했다. 이런 등급의 신법 영결은 목진도 처음 보는 거였다.

“골랐느냐? 보는 눈이 있구나. 이곳에 영급 중품의 영결이 많지 않은데 잘 골랐구나.”

옆에 있던 막사가 목진이 고른 것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죄송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영결을 쳐다보았다. 사실 그는 공격 영결이 마음에 들었다.

“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느냐?”

막사가 목진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목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원래 너에 대한 보상은 영결 하나다.”

막사가 코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너에게는 하나 더 고르게 해도 될 것 같구나. 단, 조건이 있다.”

“어떤 조건인가요?”

“반드시 류모백을 이기겠다고 약속해라. 종자 정원은 북령원 동원의 것이 되어야 한다.”

“네?”

목진은 멍해졌다. 그건 원래 자신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목진은 막사의 온화한 눈빛을 바라보며 막사의 말뜻을 이해하고 즉시 고개를 끄떡였다.

“막사님, 안심하세요. 우리 동원은 절대 뺏기지 않을 겁니다.”

막사가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알았다. 너의 싸움을 지켜보겠다. 고르거라.”

목진이 감사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옥간 하나를 집었다. 옥간에는 수수하면서 고풍스럽게 빛나는 글자의 흔적이 있었다.

영황지(灵皇指), 영급 하품. 매우 맹렬한 영결로 손가락이 금속처럼 변해 뼈도 으스러트릴 수 있다.

이건 지법을 단련하는 영결로, 목진은 이 영결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예전에 그도 범급의 지법 영결을 수련한 적이 있었는데, 병기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대단한 살상력을 가진 공격에 매우 만족했었다.

“응? 지법 영결을 선택한 것이냐?”

막사는 목진의 선택에 놀라워했다. 이런 영결은 수련하기가 다른 것보다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지법은 단독으로 수련하고, 수련 중에 손가락에 극심한 고통을 느껴서 다른 사람들은 고통을 참지 못한다. 반드시 열 손가락과 마음을 연결해야 한다.

“습관이 됐습니다.”

목진이 웃었다. 세상에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얻고 싶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막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오만하거나 인내심이 없다. 그러나 목진은 겸손했고 그동안 지켜본 학생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학생이었다.

“이 영결들이 너의 수련을 도와줄 것이다. 빠른 시안 안에 수련에 성공해야 한다.”

막사가 손을 저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막사님께서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목진이 막사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막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목진이 할 일은 정해졌다. 종자의 정원을 반드시 획득할 것이다!

‘류모백, 이번에 한 번 제대로 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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