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응형(凝形)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순식간에 보름이 지났다.
보름간 목진은 폭포 아래에서 고강도의 훈련을 계속 이어갔다. 폭포의 공격에 몇 번이나 물에 빠졌는지 모른다. 폭포를 따라 날아오는 기둥도 목진의 손가락을 빨갛게 부어오르게 했다. 만약 오늘 목진이 체내의 영력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손가락은 이미 부러졌을 것이다.
보름 동안 목진은 거의 매일 혼미한 상태로 훈련을 끝냈기에 어쩔 수 없이 막사가 데리고 돌아갔다. 평상시의 목진은 매우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녔지만, 할 일이 정해지면 고집스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 막사도 살짝 감동한 듯했다.
다행히 훈련을 시작한 일주일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 후부터 목진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상처를 입었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목진은 점점 더 강해졌다. 어느새 폭포에서 나타나는 틈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목진은 손가락에 계속 상처를 입었지만, 영력으로 치료한 후 점점 더 살상력을 갖게 되었다. 가끔 틈을 포착하게 되면 순식간에 기둥을 뚫을 때도 있었다.
계속되는 훈련에 점점 성과가 보였다.
그러나 보름 동안 목진만 성과를 보인 것이 아니었다. 폭포 아래에서 훈련하던 당천아 등도 똑같이 진보했다. 당연히 진범과 확운의 진보가 가장 컸다.
진범과 확운이 훈련을 시작한 지 13일째 되던 날, 두 사람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기해 내의 영력이 드디어 완전하게 영륜을 응결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솟구치는 영력에 온몸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영륜경에 진입했지만 막사는 여전히 두 사람을 폭포 아래에서 수련하게 했다. 빠르게 영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중에 실제로 영력을 사용할 때 응결할 수 없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천아와 묵령은 진범과 확운이 영륜경에 진입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휴식을 줄여가면서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힘겹게 체내의 영력을 운용해 빨리 영륜경에 진입하려고 한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하늘에 걸려 있었지만, 그들은 계속되는 힘든 훈련으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지 못했다.
* * *
콰르르!
폭포가 계곡을 따라 흐르며, 아래에 있는 강으로 흘러내리자 물보라가 공기 중으로 튀어 올랐다.
강변에는 막사가 뒷짐을 쥐고 폭포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네 사람을 쳐다보았다. 점점 강해지는 영력의 파동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끄떡인 후, 몸을 돌려 이번에는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있는 폭포의 속도는 더 빨랐다. 거대한 물살이 큰소리로 떨어지면서 마치 천둥 같은 소리가 계곡을 울렸다.
목진은 마치 원숭이처럼 폭포 아래에 있는 좁은 기둥 사이를 빠르게 왕복하고 있었다. 그 속도는 매우 빨라서 어떨 때는 그림자만 보였다.
“아직 부족하다!”
목진은 자신의 속도에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간을 찌푸렸다. 차가운 물보라가 목진의 얼굴을 때렸지만, 그는 점점 더 침착해졌다.
검은 영력이 목진의 체내에서 올라오면서 그의 다리를 감쌌다. 돌연 귓가를 때리던 소리가 전부 사라진 듯했다.
거센 물살이 맹렬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그때 목진의 두 눈이 가늘어지면서 돌연 빠르게 달려가 폭포를 뚫고 높이 뛰어올랐다.
쏴!
모호한 그림자가 기둥 사이에 나타나더니, 물살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자 뜻밖에도 잔영이 생겼다!
“응?”
강변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던 막사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목진은 지금 다른 세계에 빠진 것 같았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빠르게 떨어지는 물살은 느려졌다. 심지어 떨어지는 물살 사이의 틈까지 보였다.
오직 그 틈 사이로만 왕복하자, 폭포에 몸이 전혀 젖지 않았다!
쏴아아!
목진의 형체가 빠르게 지나갔다. 두 다리에는 검은 영력이 계속해서 구동되면서 물살을 따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목진의 마음속에 기쁨이 솟구쳐 올랐다. 이십여 일이 지나는 동안 제일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목진은 망설이지 않고 힘을 끌어올려 물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하하!”
목진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에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계속 몸을 움직여 검은색의 긴 꼬리만 남기고 빠르게 폭포 사이를 왕복했다.
팍! 팍! 팍!
목진은 폭포 사이를 왕래하면서 공격을 멈추지 않고, 번개처럼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기둥을 찔러 꿰뚫었다.
폭포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오묘한 음악처럼 들렸다.
그와 반대편 폭포에서 수련하고 있던 당천아 등은 목진이 내는 소리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귀신처럼 폭포 사이를 왕래하는 목진의 모습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 미친놈.”
진범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진범은 영륜경에 진입한 후, 참지 못하고 목진이 하는 수련을 따라 해보았다. 영력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폭포를 향해 달려갔지만, 결국 맹렬한 공격에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목진은 지금 폭포 사이를 마치 평지처럼 오가면서 기둥을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전혀 속도가 줄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진범은 저런 변태 같은 놈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북령원에서는 서원의 류모백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에 서 있던 막사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당천아, 진범 등은 괴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목진을 지켜보았다. 목진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추고 기둥 위에 섰다.
목진은 기둥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검을 영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폭포를 막았다.
그 모습에 당천아 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기이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이 파동은 목진의 체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건…….”
막사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수련 중에 갑자기 공법 영결을 뚫은 것인가?”
막사의 추측이 맞았다.
목진은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면서 공력을 운용했다. 그런데 그때 체내의 영력이 갑자기 스스로 움직이면서 대부도결의 노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영력이 점점 솟구쳐 오르더니 갑자기 기해로 쏟아져 들어왔다. 목진의 마음도 즉시 노선을 따라가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기해의 영륜에 검은 영력이 솟구쳐 오르더니 조금씩 응집해 은은하게 빛나는 탑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탑이 나타났을 때, 목진의 몸에 검은 영력이 솟아오르더니 검은빛이 나는 탑처럼 변했다.
검은빛의 탑은 마치 목진의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콰르릉.
모호하게 보이는 검은빛의 탑 위로 폭포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빛의 탑은 빠르게 사라졌다. 검은빛의 탑이 사라지자 목진은 감고 있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목진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쁜 빛이 떠올랐다.
목진이 수련했던 대부도결이 갑자기 한 단계 새로운 경지에 이른 것이다!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서 목진이 눈을 뜨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대부도결이 새로운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건 분명 목진도 전혀 생각 못 했던 일이었다.
대부도결은 모두 3단계의 경계가 있다. 축기(筑基-기초를 쌓다.), 응형(凝形-형체를 응결하다.), 화탑(化塔-탑을 쌓다.)
제1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오히려 쉽다. 그러나 그 이후에 목진은 많은 진전을 얻지 못했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목진의 기해에 희미하게 나타났던 탑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목진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체내에서 흐르는 영력이 매우 깨끗하게 응결됐다.
게다가 예전에는 대부도결을 따라 응결해도 체내에 봉인된 영맥을 전혀 느낄 수 없었지만, 대부도결의 심오함을 깨달을수록 어머니가 봉인한 영맥을 점점 더 느낄 수 있었다.
목진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바닥을 보면서 가볍게 손을 움켜쥐었다. 목진의 눈빛에 알 수 없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건 목진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체내에 숨겨져 있는 영맥을 느낀 것이다.
목진은 숨겨진 영맥이 대체 무슨 등급의 영맥인지 추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기이한 느낌은 마치 평상시엔 구름에 숨겨져 있다가 조금씩 끌려오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목진은 대부도결을 완전히 완성했을 때가 매우 기대됐다. 대부도결이 얼마나 강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목진이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손을 앞으로 밀어내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체내에 있던 영력이 흩어졌다. 그러자 차가운 폭포가 목진의 몸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목진의 발끝에서 서서히 검은 그림자가 타고 올라오더니 마지막에는 강변에 내려섰다.
그때 당천아 등은 이미 수련을 멈추고 강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목진이 만드는 이상한 현상을 보고 그의 행동을 지켜봤다.
“또 뭘 대단한 걸 보여주려는 거야?”
진범이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은 여전히 영륜경 초기의 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왠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껴졌다. 비록 자신들과 같은 단계에 있다고 하지만 목진을 볼 때마다 어떤 위험이 느껴졌다.
목진이 미소를 지었다. 목진은 지금 영영보와 영황지를 정식으로 성공했다. 아직은 실전 경험이 더 필요하지만, 목진의 실전 능력은 이미 높은 단계에 올라와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대부도결이 다음 단계에 진입했으니 체내의 영력이 진범 등보다 당연히 강해졌다. 심지어 오직 영력의 지속력만 본다면 지금의 목진은 영륜경 중기의 실력을 지닌 사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보아하니 네가 원하는 모든 효과를 얻은 것 같구나.”
막사가 천천히 다가와 목진의 몸을 담담하게 살펴보며 말했다.
목진도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그는 폭포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고, 폭포 속에서 날아오는 기둥을 손가락으로 뚫을 수도 있었다.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였다.
“그러나 훈련은 단지 훈련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실전 경험을 통해 너의 모든 영결을 수련해야 한다.”
막사가 웃으며 말하고는 진범과 확운을 돌아보았다.
“너희 둘이 연합해서 목진과 싸워라. 그리고 그를 이길 수 있는지 한 번 시험해 봐라.”
“연합해서요?”
진범과 확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꼭 목진과 대결해보고 싶었다. 수련하는 동안 진범과 확운은 목진에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이곳에서 목진을 이길 수 있다면 마음이 안정될 것 같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단독으로 싸운다면 분명 목진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합한다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자신들도 목진과 같은 영륜경 초기의 단계에 올랐기 때문이다.
“목진, 우리와 함께 놀아보겠느냐?”
진범이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한 사람과 싸우면서 이렇게 좋아하다니, 너무 못난 것 아냐?”
당천아가 진범을 노려보면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목진이 웃으면서 막사를 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나의 수련을 도와다오.”
목진이 흔쾌히 승낙하자 진범과 확운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목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그럼 좋다. 먼저 말해두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네가 싸워온 학생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모험대에서 실전을 쌓은 사람들이다.”
“알려줘서 고맙군.”
목진이 천천히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많이 가르쳐 주길 바란다.”
여유로운 목진의 모습에 진범과 확운은 미소를 거두었다. 비록 입으로는 농담하듯 말했지만 목진과 싸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훈련하는 동안 목진이 얼마나 대단한지 봐 왔기 때문이다.
“시작하자!”
진범과 확운은 서로를 알고 있어서 어떤 말도 필요 없이 눈빛만 교환하고는 동시에 목진을 향해 달려갔다. 게다가 두 사람은 달려오면서 중간에 좌우로 갈라졌다.
강대한 영력이 두 사람의 몸에서 솟아올라 왔다. 그들의 속도가 순식간에 빨라지더니 어느새 목진의 좌우에 나타나 맹렬하게 목진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당천아는 두 사람의 맹렬한 공격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그러나 진범과 확운의 공세에도 목진은 침착했다. 두 사람의 주먹이 거의 목진에게 다다랐을 때, 그는 가볍게 뒤로 반걸음 물러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