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성과
날카로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목진의 머리카락이 뒤로 날렸다. 그 순간 목진의 담담한 두 눈동자가 드러났다.
“우포살권(雨暴杀拳)!”
자신들의 공격을 목진이 가볍게 피하자, 진범과 확운은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마치 폭우가 내리는 것처럼 권풍에 강한 영력을 싣고 곧바로 목진의 향해 날렸다.
폭우 같은 공세가 이어지자 목진도 두 다리에 검은 영력을 끌어올렸다. 목진이 움직이자 쏴!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꼬리가 달린 그림자가 두 사람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두 사람의 권풍은 여전히 목진의 몸에 닿지 못했다!
“엄청난 속도다!”
진범과 확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들은 목진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음에도 형체를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왼쪽이다!”
두 사람은 눈을 빛내면서 맹렬하게 몸을 돌려 다리를 날렸다. 다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이 긴 창처럼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날아갔다.
두 사람의 다리가 그림자를 향해 다가가자 바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잔영(残影)이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목진의 속도가 기이할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여기다!”
오른쪽 측면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범과 확운은 놀라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목진의 손가락에서 은은한 황금색이 번쩍였다. 그리고 맹렬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휙!
목진의 팔이 떨리더니 손가락이 공기를 뚫고 번개처럼 진범과 확운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둥!
강대한 영력이 진범과 확운의 체내에서 빠르게 올라오더니 거대한 방패막이 생겼다. 두 사람은 목진의 공격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방어에도 목진은 전혀 손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팍!
목진의 양 손가락이 진범과 확운이 만든 영력의 방패에 와서 박혔다. 영력의 방패가 뒤틀리더니 방패가 깨져버렸다.
휙!
목진의 황금빛 손가락이 진범과 확운의 목 앞에서 멈췄다. 비록 두 사람과 접촉하지 않았지만 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진범과 확운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목 앞에서 멈춘 황금빛 손가락을 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만약 생사를 건 결전이었다면 그들은 이미 목진의 손에 의해 목에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양보해줘서 고맙다.”
목진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영영보와 영황지의 위력을 시험해 볼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전의 실력대로 영륜경 초기의 상대와 싸웠다면 이렇게 가볍게 이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종자의 정원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겠다.”
진범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비록 그들도 실력을 전부 발휘한 것은 아니지만, 그건 목진도 마찬가지였다.
“득을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교훈을 얻었지?”
목진의 승리에 당천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아, 그래도 우리는 너의 충실한 구애자인데 그렇게까진 말할 필요 없잖아!”
진범과 확운이 말했다.
“고맙다. 그런데 너희 두 사람이 나에게 구애하지 않으면 더 기쁠 것 같아.”
당천아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여전히 진범과 확운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괜찮구나.”
옆에 있던 막사도 고개를 끄떡였다.
“영영보는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매끄럽지 않구나. 그러니 너는 실전을 통해 완벽하게 익혀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너의 실전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 남은 시간은 내가 직접 도와주겠다.”
막사가 놀란 표정의 목진을 보며 말했다.
“나는 당연히 실력을 조정해서 영륜경을 사용할 것이다. 네가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 나를 이길 수만 있다면, 그동안의 훈련은 완벽하게 완성될 것이다. 어떠하냐?”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의 눈에는 어떤 두려움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짙은 전의만 보였다. 신백경의 강자의 도움을 받아 수련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다시없을 기회였다!
* * *
목진이 막사와 실전 훈련을 시작했을 때, 류역의 금지구역에서 갑자기 강대한 영력이 폭발했다. 영력은 광풍을 만들더니 맹렬하게 숲을 휩쓸고 지나갔다.
광풍은 한참 후에야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키가 큰 사람이 동굴 안에서 나왔다. 바로 류모백이었다.
강한 영력이 체내에서 느껴지자 류모백의 미소가 점점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목진, 이제 좋았던 시절은 전부 끝났다.’
진범과 확운을 이긴 후로 목진의 상대는 이제 막사가 됐다. 비록 막사가 자신의 실력을 누르고 영륜경의 실력으로 자신을 상대한다고 했지만 그건 초기가 아니라 중기였다.
그와의 대결은 목진에게 힘든 훈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힘든 훈련이야말로 오히려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막사와 진짜로 훈련을 시작하자 그의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막사가 비록 영륜경 중기의 실력으로 조정하고 있었지만 막사의 식견, 경험, 민첩함은 신백경 강자와 같았다. 막사는 영력만 조종했을 뿐 다른 것은 전혀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목진은 결국 영륜경 초기의 실력으로 신백경 강자의 경험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목진의 완전한 패배이다.
첫날의 결전에 목진과 막사는 13번 공격을 서로 주고받았다. 목진은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참패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당천아, 진범 등도 모두 목진과 막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둘째 날의 상황은 조금 나았다. 목진은 역시 보통의 소년이 아니었다. 영로에서 피비린내 나는 상황을 경험한 목진은 실패 속에서 원인을 찾아내고, 점점 더 강해졌다.
목진은 막사에게 완전히 참패한 후, 드디어 일정한 박자를 찾아냈다. 비록 여전히 약했지만, 최소한 반격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효과가 크진 않았지만 미세한 변환을 가져왔다.
동굴 안, 폭포 아래.
강력한 영력이 폭발하면서 주변의 돌들이 완전히 박살났다. 마른 소년이 마치 바람처럼 지나가자 모호한 그림자만 보였다. 그리고 앞에 있는 키가 큰 사람의 뒤에 나타나더니,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검은 영력으로 감쌌다. 그리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망설임 없이 앞에 있는 사람을 공격했다.
퍽!
그러나 소년의 권풍이 닿기도 전에 앞에 있던 사람은 몸도 돌리지 않고, 고개만 살짝 움직여 한 손을 들어 뒤에서 날아오는 권풍을 막았다. 두 권풍은 서로 부딪히면서 큰 소리를 냈다.
권풍이 부딪히면서 바람을 일으키자, 앞에 서 있던 사람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는 순식간에 손바닥을 내밀어 강대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쾅!
마른 몸의 소년은 강한 공격에 멀리 날아갔고, 소년은 바닥에 착지하면서 비틀거렸다.
“또 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범 등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웃었다. 일주일 동안 이런 장면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지금의 목진은 일주일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때는 막사가 손만 뻗어도 참패했지만, 지금은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비록 이런 공격이 매번 막사에 의해 막혔지만 말이다.
“목진은 정말 대단해. 우리였다면 아마 막사와 싸울 용기도 없었을 거야.”
당천아가 진범과 확운이 몰래 웃는 것을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우리는 당연히 못 하지. 우리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거든. 아무리 영륜경으로 조정을 한다고 해도 신백경의 강자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잖아?”
진범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당천아가 진범을 째려봤다.
“오늘이 훈련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 우리도 정원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해.”
묵령이 조금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보아하니 목진은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괜찮은데 왜. 저놈은 목표가 너무 높아. 훈련하는 동안 목진을 보고 감탄했다니까. 그리고 막사를 이긴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어?”
확운이 묵령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묵령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분명 막사는 자신들이 오르지 못할 존재였다. 지금 그들의 실력으로는 막사가 아무리 실력을 조정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저놈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어.”
진범은 막사에 의해 멀리 날아간 목진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며 말했다. 목진의 눈에는 아직도 전의가 그대로였다.
“저놈은 진짜…….”
진범이 혀를 차더니, 곧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친 것이 분명해. 그리고 우리보다 대단한 것도 사실이지. 최소한 나는 참패당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공격하지는 못할 거다.”
그 말에 당천아가 손을 움켜쥐었다. 비록 큰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목진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공격이다. 내일은 정원을 쟁취하기 위해 결전을 해야 하니 오늘 밤에는 잘 쉬어야 한다.”
막사는 목진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목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돌연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검은 영력을 두 다리에 보내더니 막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막사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발을 구르자, 지면의 돌과 흙들이 흔들리면서 공중에 떠올랐다. 막사가 소매를 휘두르며 깨진 조각들을 감싸더니 화살처럼 목진을 향해 날렸다.
쉭쉭!
목진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더니 잔형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들을 뚫고 거침없이 달려갔다.
휙!
그때 막사도 갑자기 앞으로 달려 나와 순식간에 목진과 부딪쳤다. 영력이 그의 체내를 감싸더니 손바닥, 손가락, 다리 등이 살상력이 대단한 무기처럼 변해 매섭게 목진을 공격했다.
쉭쉭!
목진은 영영보를 최대한 끌어올려 막사를 향해 달려가면서 강한 공격을 피했다.
“아직도 속도가 느리다!”
목진은 막사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자, 피부에 고통이 느껴졌다. 게다가 막사의 공세가 더 빨라지면서 조만간 자신을 포위할 거라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은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이를 악물고 체내의 영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아직도 느리다!’
‘공격도 아직 강하지 않다!’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목진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목진의 눈빛은 마치 이 세상과 따로 떨어진 듯 보였지만, 어떤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목진은 단지 막사의 매서운 공세를 뚫어질 듯 쳐다봤을 뿐이다.
‘나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윙!
마음속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더니, 목진의 기해에서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목진의 기해의 영력 광륜에 영력이 응집되기 시작하더니, 다시 한번 모호한 광탑이 생기기 시작했다.
윙윙!
그때 목진 체내의 깊은 곳에서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주인의 부름을 받은 듯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쾅!
목진의 체내에 영력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웅대한 힘이 목진의 사지로 뻗어 나갔다!
휙!
그 순간, 목진의 속도가 돌연 빨라지더니 잔영처럼 변해 막사를 포위했다. 그리고 막사의 공격을 피했다.
“어떻게 갑자기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거지?”
막사가 순간 놀랐다.
“목진의 속도가 빨라졌어! 어떻게 된 거야?”
막사와 목진을 주시하고 있던 진범 등이 놀라 소리쳤다. 그들은 이미 목진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볼 수 없었다.
막사가 공격을 멈추고, 자신의 주변을 돌고 있는 잔영을 쳐다봤다. 바람이 빠르게 일기 시작하자, 막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는 자신에게 갇혀 꼼짝도 못 하던 목진이 뜻밖에도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이다.
“이제 공격할 때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막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막사가 몸을 돌리자 목진의 손가락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이 보였다. 목진의 손가락은 마치 황금으로 주조한 것 같았다.
쉭!
황금빛 손가락이 긴 창으로 공기를 가르며 맹렬한 힘을 싣고 다가왔다. 게다가 강력한 영력을 싣고 있었다. 곧장 막사의 가슴을 뚫을 것 같았다.
목진의 공격은 전혀 망설임이 없이 날카롭고 맹렬했다!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