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정원의 쟁취전
“빠르다!”
막사가 속으로 놀라는 순간 번쩍이는 황금빛이 막사의 눈을 가렸다. 막사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황금빛 손가락이 번득였다.
쿵!
강한 힘이 막사의 체내에서 갑자기 올라오자, 대지가 흔들리면서 땅이 갈라졌고, 옆에 있던 거석이 순식간에 가루가 됐다.
목진의 양 손가락은 이미 막사의 가슴 앞에 도달했지만 찌르지는 못했다. 막사가 쏟아낸 강력한 영력에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길게 흔적을 남긴 후에야 간신히 멈췄다.
당천아와 진범 등은 모두 멍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다. 곧 당천아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막사님, 반칙입니다!”
분명 마지막 순간에 막사가 쓴 영력은 영륜경 최고봉의 실력이었다.
막사는 당천아의 외침에 조금 어색해졌다. 자신이 조금 전에 쓴 영력은 분명 영륜경 최고봉의 영력이었다. 그러나 막사도 고의로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체가 위험을 느끼자 반사적으로 반격한 것이다.
목진은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에는 흙먼지가 가득했지만 아무 데도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고개를 들어 막사를 쳐다보았다.
목진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네놈은 정말…….”
막사는 목진이 즐거워하는 눈빛을 보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곧 웃음을 터트리며 목진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대단하구나.”
“제가 이겼습니다!”
목진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목진은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설마?”
진범, 확운, 묵령 등은 바보처럼 미소를 짓고 있는 목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저 변태 같은 놈. 정말 사람 맞아?’
북령원의 정원 쟁취전은 바로 5대원에 들어갈 정원을 뽑는 일이었다.
북령경의 모든 세력가의 눈엔 5대원은 아무리 해도 올라갈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은 5대원이 얼마나 두려운 힘을 가졌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5대원의 눈에 북령경은 개미보다 더 못한 존재라는 것뿐이다.
북령경은 매우 넓지만 대천세계와 비교하면 단지 변방에 있는 작은 지방에 불과했다. 대천세계의 다채로움을 경험하려면 방법은 오직 5대원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5대원에 들어가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북령원에서 정원 쟁취전이 열릴 때마다 북령성은 북령경에서 가장 떠들썩한 곳이 된다. 심지어 각 구역의 역주도 직접 그곳을 찾는다. 그들에게는 정원 쟁취전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 *
오늘 북령성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거대한 성안에는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시끌벅적한 소리는 하늘까지 울려 성안 백 리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정원 쟁취전이 열리는 장소는 북령성 서북의 북령 광장이었다. 여기는 북령성에서 가장 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어서, 족히 십만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사람들에게 전부 점령되었다. 어느 곳을 쳐다봐도 사람들의 검은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광장 주변의 높은 건물에도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광장 내에는 북령원의 학생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그들이 북령원에서 수련하는 이유는 이 쟁취전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이다. 비록 지금은 실력이 부족해 참가하지는 못해도 참관은 할 수 있기에 이곳에 모인 것이다.
북령 광장의 전방에는 특별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특별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영력이 강하고 눈빛은 매우 엄숙해 기세가 남달랐다.
그들은 바로 북령경 9역의 역주들이었다.
“하하, 목형, 오늘 정말 일찍 오셨군요. 듣자 하니 목진이 이번에 참가한다고 하더군요. 천아가 목진이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하더군요.”
특별석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사각형 얼굴의 중년 남자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당역(唐域) 역주 당산(唐山)이었다.
목봉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당산에게 공수했다.
“그놈이 대단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단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거드럭거리는 겁니다.”
목봉와 당산의 관계는 매우 좋았다. 비록 연맹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협력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천아는 며칠 전에 간신히 영륜경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
당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당천아의 실력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 정원 쟁취전에 참가한 이들을 보니 모두 대단한 인물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제치고 승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하하, 이번에는 종자 정원도 있다고 합니다. 천아는 아직 목진 만큼의 능력이 없어서 힘들지만 말입니다.”
당산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목봉이 웃으며 대답하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자의 정원은 우리 류역의 것이 될 것이요.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는 기회가 없을 거요.”
목봉이 고개를 돌려 담담한 표정의 류경천을 쳐다보았다.
“줄을 서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정해진 것도 아니지 않소?”
“목봉, 네 말은 틀렸다. 너희 목역에게는 희망이 없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소? 나중에 말을 바꾸면 체면이 떨어질 텐데!”
목봉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누가 더 체면을 잃게 될지는 두고 보면 되겠군.”
류경천의 눈에 음침한 빛이 스치고 지나가며 차갑게 말했다.
‘흥, 마음껏 허세를 부려라. 나중에 내 아들이 목진을 반쯤 죽였을 때도 그렇게 웃을 수 있을지 보겠다.’
옆에 있던 역주들은 목봉과 류경천의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그들도 목역과 류역의 관계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론 류역에게 불만이 있기도 했지만 류역이 북령경에서 기세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류역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목봉이 류경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류모백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기 아들도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떵!
북령장에 무거운 종소리가 울리자 소란함이 사라지고 조용해졌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북령장 광장에 쏠렸다.
잠시 후 무대에 네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제일 먼저 북령원의 소 원장이 나오고, 그 뒤를 막사와 석사가 뒤따랐다. 그리고 네 번째 나타난 사람은 낯선 모습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매우 느긋한 모습으로 9역의 역주를 무심하게 쳐다봤다.
“하하, 오늘 모두 이렇게 오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이라, 귀찮게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소 원장이 9역의 역주를 향해 공수한 후, 웃으며 말했다.
역주들도 소 원장에게 공수하며 인사를 했다. 소 원장은 북령경에서 어떤 세력도 없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감히 소 원장을 경시하지 못했다. 소 원장의 신분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력 때문이었다. 9역의 역주 중에서 소 원장의 실력을 넘을 수 있는 사람은 3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북령원의 정원 쟁취전의 심판을 소개해드리겠소. 모든 것은 규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그의 말에 따를 겁니다.”
소 원장이 옆에 있는 노인에게 공수한 후, 곧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분은 5대원의 학 선생(郝先生)이십니다. 이번 쟁취전을 감독하실 겁니다.”
“5대원에서 왔다고?”
목봉 등은 소 원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황급히 노인을 향해 공수했다. 5대원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가볍게 볼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목봉은 평범해 보이는 노인의 실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 선생은 목봉 등에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태도는 그렇게 예의 바른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9역의 역주는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작합시다.”
학 선생이 소 원장에게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소 원장은 학 선생의 말에 웃으며 광장을 쳐다봤다. 그리고 목소리에 강한 영력을 실어 외치자, 그 목소리가 모든 사람의 귓가에 울렸다.
“이번 정원 쟁취전에는 동원에서 5명, 서원 7명이 참가합니다. 보통 정원에는 5명을 뽑고, 종자 정원은 1명만 뽑습니다. 모두 12명이 참가해서 서로 6개의 광장에서 나눠서 결전합니다. 이긴 자는 보통 정원의 자격을 얻게 되겠지요. 당연히 누구라도 종자 정원에 생각이 있다면 다시 도전해도 됩니다. 마지막에 이긴 자가 종자 정원의 자격을 얻게 될 겁니다.”
소 원장의 시선이 동원과 서원의 학생들에게 향했다.
“질문 있나요?”
“없습니다!”
“좋소. 그럼 쟁취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모두 광장으로 올라오시오!”
소 원장의 말이 떨어지자 동원과 서원 모두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그때 누군가 많은 이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광장 중앙에 섰다.
“목 형, 힘내세요. 종자의 정원을 획득하세요!”
동원에서 소릉과 담청산 등이 흥분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에 목진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종자의 정원? 아마 너는 자격이 없을 것이다.”
맞은편에서 류모백이 차가운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무시하듯 말했다.
“자격이 될지 안 될지는 해보면 알겠지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류 형이랑 싸울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류모백의 옆에 있던 소년이 냉소했다. 그는 바로 북령지원에서 목진과 충돌이 있었던 진통이었다. 그는 석사의 훈련을 받고 영륜경에 들어가 자신감이 매우 높아진 듯했다. 예전처럼 목진을 꺼리지 않았다.
목진은 진통을 힐낏 보았지만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 방금 영륜경에 진입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진통은 목진이 자신을 무시하자, 증오심 가득한 눈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번 쟁취전의 규칙은 이전과 같다. 추첨을 통해 상대를 결정한다.”
소 원장이 손짓하자, 한 사람이 대나무 통을 가지고 올라왔다. 목진 등은 손을 뻗어 통 안에 있는 대나무 막대를 뽑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쏠렸다. 드디어 격렬한 쟁취전이 시작된 것이다.
목진이 손에 있는 막대를 쳐다봤다. 막대에는 ‘1’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목진이 막대를 들고 사람들을 쳐다보자 다른 사람들도 잇따라 막대를 들었다.
“정말 재미있군. 내가 원하는 대로 됐구나.”
진통이 음험하게 웃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그리고 느긋하게 손에 있는 막대를 들었다. 진통의 손에는 목진과 똑같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진통이 바로 목진의 첫 상대였다.
목진이 득의양양하게 웃는 진통을 보고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바보.”
진범 등이 혀를 찼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목진에게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이 연합해도 목진을 이기지 못했는데, 진통은 자신들과 비교해도 훨씬 약해 보였다. 그런데도 저렇게 미소를 짓고 있다니 왠지 불쌍한 마음마저 들었다.
“끝났군.”
옆에 있던 묵령이 창백한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 묵령이 자신의 손에 있는 막대를 보며 말했다.
“내 상대는 류모백이다.”
“뭐?”
진범, 당천아 등이 동정 어린 표정으로 묵령을 쳐다봤다. 쟁취전에 참가한 12명 중 목진과 류모백이 제일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류모백을 만났으니 충분히 재수 없다고 할 만하다.
“괜찮아. 이런 종류의 쟁취전은 승자로 정원을 정하지만, 네가 졌다고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야.”
목진이 묵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목진은 무대 위에 있는 5대원의 학 선생을 보며 말했다.
“지금 너의 실력이라면 이미 5대원의 기준에 부합해. 그러니 설혹 진다고 해도 네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야.”
“정말?”
묵령이 황급히 묻자 목진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지는 오직 너의 실력에 달렸어.”
묵령이 흥분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이번 정원 쟁취전은 묵령에게 매우 중요했다. 만약 이번에 실패한다면, 다시는 5대원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이 묵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