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완학(完虐)
떵!
북령장에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진범과 당천아 등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첫 번째 시합은 바로 목진과 진통이었다. 학생들이 물러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광장에 있는 두 사람에게 쏠렸다.
“하하, 첫 시합이 목진일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당산이 광장의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목봉도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의 상대는 비록 동급이지만 쉽게 상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진이 이 시합에 이기면 최소한 먼저 5대원의 정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소년이 바로 목진인가요?”
무대 위에서 줄곧 느긋한 모습을 보이던 학 선생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내밀어 기이한 눈빛으로 무대 위의 잘생긴 소년을 쳐다봤다.
옆에 있던 소 원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보기에는 매우 온화한 성격처럼 보이는데, 뜻밖에도 그런 일을 할 줄 몰랐군요. 정말 외모만 봐서는 모르는 거군요.”
학 선생이 흥미롭다는 눈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저 소년이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곳에 온 것이 헛일이니까요.”
옆에 있던 소 원장은 학 선생의 말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나 물어볼 수 없어서 속으로만 목진이 대체 어떤 일을 했길래 5대원이 그를 기억하는지 궁금해했다.
* * *
“어떤 사람은 이유도 없이 재수 없는 일을 당하는구나.”
무대 위의 진통이 웃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진통은 조금 전까지 목진에게 언젠가는 교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다.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통을 쳐다봤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저놈은 정말 바보라고 생각했다.
“계속 쓸데없는 말만 할 거야?”
목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통은 목진이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에 이를 악물었다.
‘정말 재수 없는 놈.’
“목진, 이번에는 잘난 척할 수 없을 것이다!”
진통이 차갑게 말한 후,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진통의 강한 영력을 보고 북령원의 학생들이 모두 속으로 혀를 찼다.
‘저놈도 역시 영륜경에 진입했구나.’
“휙!”
진통이 발끝을 세우더니 빠르게 달려왔다. 그가 주먹을 영력으로 감싸자 강력한 영력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화염쇄심장(火炎碎心掌)!”
진통이 곧 목진 앞에 나타났다. 진통의 손에는 붉은 영력이 응결되어 있었고, 화염처럼 강력한 바람을 싣고 있었다. 진통의 주먹이 목진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목진은 진통의 모습을 힐끗 보고는 손바닥을 들었다.
퍽!
순간 광장에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통의 손이 마치 응고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진통은 멍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그리고 곧 얼굴에 얼얼한 통증을 느꼈다. 영문도 모르게 뺨을 얻어맞은 것이다.
“이건…….”
그때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오직 진통의 얼굴에 있는 손바닥 자국과 소리만 보고 들었을 뿐이다.
“정말 빠르군!”
유일하게 상황을 본 선배들만 무거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조금 전 목진의 전광석화 같은 동작을 본 것이다.
“죽여 버릴 테다!”
진통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자신의 얼굴에 느껴지는 통증에 눈이 붉어지며 흉악하게 목진을 노려봤다. 그리고 체내의 영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끌어 올려, 목진을 향해 화염 같은 장풍을 날렸다.
진통의 이런 맹렬한 공세에도 목진은 산책 나온 사람처럼 가볍게 움직였다. 진통의 매서운 장풍은 목진에게 전혀 닿지 않고 가볍게 스치기만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조금 익살스러웠다. 한 사람은 미친 듯이 공격을 하고, 한 사람은 매우 유유자적해 보였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목진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물살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매우 여유로웠다. 그 누구라도 두 사람의 격차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심오한 신법이다. 목진은 정말 가벼이 볼 사람이 아니었어.”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같은 영륜경 실력자의 강한 공세를 이렇게 가볍게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류모백도 차가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목진의 속도는 의외였으나 류모백은 곧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해야 재미있지. 그렇지 않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너는 숨는 것밖에 못 하냐!”
아무리 공격해도 소용이 없자, 진통은 수치심에 부아가 났다. 매 공격에 허공만 치자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목진이 걸음을 멈추고 검은 눈동자로 담담하게 진통을 쳐다봤다.
“염폭영권(炎暴灵拳)!”
진통은 목진이 걸음을 멈춘 것을 보고 얼굴에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곧 뛰어올라 체내의 영력을 주먹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화염이 여러 개 겹쳐지더니 큰 소리를 내며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진통은 기회가 오자 망설임 없이 목진을 향해 공격했다!
진통은 눈앞의 목진이 가볍게 주먹을 쥐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두 팔을 뻗어 긴 창 같은 영력이 빠르게 날아오는 것도 보였다.
펑!
목진의 주먹을 검은 영력이 감쌌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진통의 공격을 향해 날리자 무거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맹렬한 기의 파도가 두 사람을 휩쓸고 지나갔다.
목진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진통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돌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놀란 사람들의 눈에 진통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진통은 수십 장을 날아간 후에야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진통이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자신과 목진은 똑같은 영륜경 초기인데 왜 목진의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진통이 고함을 지르며 다시 목진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휙!
진통이 달려가는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귀신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진통이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차가운 손바닥이 그의 목을 노렸다.
진통은 순간 자신의 목을 노리는 차가운 느낌에 몸이 딱딱해졌다. 진통은 눈앞에 나타난 소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평상시에 매우 온화한 소년의 얼굴이 지금은 날카로운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그의 눈빛에 진통은 심장 소리가 빨라졌고, 맹수가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 내가 졌다.”
진통이 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통은 그제야 자신과 목진의 격차를 인정했다. 비록 둘 다 영륜경에 진입했지만, 자신은 목진의 적수가 아니었다.
목진이 진통을 흘낏 쳐다보며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목진 형은 정말 대단하다!”
목진이 손에 힘을 풀자, 장외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동원의 학생들 특히 소릉, 담청산 등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이 결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건방진 진통이 목진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혔다는 것은 잘 알았다.
목진은 사람들의 환호성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몸을 돌려 류모백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그러자 류모백도 팔짱을 끼고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먹이를 노려보는 늑대의 눈빛처럼 잔혹해 보였다.
류모백은 목진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알고 미소를 짓더니 입술을 움직였다.
“너의 말로도 진통처럼 불쌍할 것이다.”
그의 입 모양을 알아챈 목진이 차가운 미소로 답했다.
“기다리고 있겠다.”
정원 쟁취전의 첫 번째 대결은 목진이 진통을 가볍게 이기면서 끝났다. 이 결전을 통해 관중들은 목진의 대단함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영륜경 초기의 실력을 지닌 두 사람의 격차는 매우 컸다.
“목진은 목역 목봉의 아들이지? 정말 대단한데.”
“듣자 하니 북령경에서 유일하게 영로의 자격을 얻었다고 하더군. 알 수 없는 일로 쫓겨나기는 했지만 말이야.”
“지금 보니 저 소년을 가볍게 보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능력은 영로에 갔다 온 사람과 비교해도 절대 모자라지 않을 것 같은데?”
“누가 알겠어? 비록 쫓겨났다고 해도 목진의 능력이라면 5대원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
북령장 장외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분명 목진과 진통의 결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진에게 흥미를 보였다.
목진은 관중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서원의 류모백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왔다.
동원 학생들의 시선이 살짝 창백해진 묵령에게 쏠렸다. 목진도 묵령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묵령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류모백이 담담하게 목진을 힐끗 보고는 몸을 돌려 묵령을 쳐다봤다. 류모백이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냥 졌다고 인정해라.”
묵령은 류모백이 자신을 경시하자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한 수 가르쳐다오.”
그 말에 류모백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고개를 저었다.
“호의를 무시하는구나.”
류모백의 태도에 묵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묵령은 상대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도 알고 자신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 결전은 자신이 진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싸운 후에 지는 것이다.
묵령이 깊게 심호흡한 후, 두 주먹을 움켜쥐며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체내에 영력이 충만해지자 묵령은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 뛰어나가 먼저 류모백에게 공격했다.
묵령의 실력은 사실 꽤 괜찮았다. 북령원 천계의 학생 중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묵령의 눈앞에 있는 류모백은 북령원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었다.
만약 이런 적수를 상대하면서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하면 승산이 없다.
류모백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묵령을 쳐다보며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더니 폭풍처럼 묵령을 향해 달려갔다.
류모백의 속도는 너무 빨라 단지 붉은빛처럼 보였다. 묵령이 놀랐을 때는 이미 눈앞에 와 있었다. 그래서 아무 방어도 할 수 없었다.
류모백의 장풍이 묵령의 가슴을 때리면서 화산 같은 영력이 뿜어져 나왔다.
펑!
엄청난 소리와 함께 먼저 공격한 묵령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묵령은 땅에 넘어져 피를 뿜어내면서 땅에 길게 흔적을 남겼다.
와.
그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불렀다. 실력이 영륜경 초기인 묵령이 류모백 앞에서 전혀 손쓸 기회조차 없었다!
“두려울 정도의 실력이다!”
소릉 등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북령원에서 가장 강하다는 명성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목진은 무대 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류모백의 속도는 자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의 실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휴,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등급이구나.”
옆에 있던 진범 등이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의 목진과 진통처럼 묵령과 류모백도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류모백은 낭패스러운 묵령의 모습을 보더니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모욕을 당한 묵령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다려라.”
갈라진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류모백이 인상을 쓰며 몸을 돌렸다. 묵령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
류모백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