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용쟁호투(龙争虎斗)
묵령은 류모백의 눈빛을 보고 체내에서 영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펑!
그때 무거운 소리와 함께 류모백이 묵령의 우측에서 나타나 긴 창처럼 묵령의 가슴을 향해 다리를 날렸다.
푸웁
묵령이 다시 멀리 날아가 피를 토했다.
관중들 사이에서 애석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관중들은 묵령이 몸을 떨면서도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았다.
“하하, 오기가 있구나.”
류모백은 묵령이 계속해서 자신을 귀찮게 하자 화가 나면서도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묵령에게 출수할 기회도 주지 않고 빠르게 먼저 공격했다.
묵령의 몸이 다시 멀리 날아갔다.
펑!
그러나 묵령은 다시 일어났고 류모백은 그를 다시 날렸다. 류모백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발로 묵령을 차서 마치 쓰레기처럼 멀리 던져버렸다.
묵령은 류모백의 공격에 매번 당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승복하지 않았다.
“정말 굴하지 않는 놈이군.”
묵령의 모습에 몇몇 사람이 감탄했다. 비록 묵령의 실력은 류모백에 비해 부족했지만, 그에 맞서는 용기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동원의 모든 학생은 계속해서 류모백의 발길질에도 굴하지 않는 묵령을 보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떤 학생들은 차마 계속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너무 잔인했다.
“망할!”
진범이 이를 악물었다. 류모백이 묵령을 차라리 장외로 던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이렇게 모욕당하는 것은 너무 했다.
당천아도 이를 악물고 무대 위에서 시선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졌다고 인정을 하지.”
“졌다고 인정하면 묵령은 다시 기회가 없을 거야.”
목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의 시선이 심판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학 선생이 인상을 쓰며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학 선생의 표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천아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이건 묵령이 선택한 방식이야. 실력으로는 류모백을 이길 수 없지만, 묵령의 용기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게 될 거야. 이런 것이 혈기라고. 남자에게 열정과 혈기가 없다면 영력이 아무리 강해도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 있어.”
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천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들이 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런 남자들이 여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분명했다.
류모백과 묵령의 결전은 1각 정도 계속됐다. 묵령의 몸은 온통 피로 젖어있었고, 의식마저 몽롱해지고 있었다. 오직 의지력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류모백의 안색은 이미 검은 구름처럼 어두워졌다. 이런 결전은 류모백에게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류모백에게도 들려왔다.
묵령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류모백의 눈빛에 살기가 지나갔다.
‘진 걸 인정하지 않겠다면, 너를 폐인으로 만들어주겠다!’
그러나 류모백이 실행에 옮기기 전에 무대 상석에 있던 학 선생이 가볍게 손짓하자 소 원장이 즉시 말했다.
“이번 시합은 여기까지다. 류모백 승.”
류모백은 소 원장의 목소리를 듣고, 묵령을 무섭게 노려보다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류모백은 음침한 눈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이건 목진이 생각한 방법이 분명했다. 일부러 시간을 끌어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드디어 시합이 끝나자 동원의 몇 명의 학생이 정신을 잃은 묵령을 부축했다.
“다음은 나다.”
진범이 입술을 깨물며 분노 어린 표정으로 무대 위를 바라봤다. 진범의 상대는 서원에서 유명한 학생이었다.
똑같은 영륜경 초기의 실력을 지녔지만, 일반 학생과 모험대에 들어가 실전 경험을 쌓은 자신과는 다를 것이라 여겼다. 결전을 막 시작했을 때는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싸움이 점점 격렬해지자 점점 둘의 차이가 드러났다.
결국 진범이 상대의 약점을 잡아 승리했다.
진범이 싸운 후 다음 차례였던 확운도 똑같았다. 그들은 다른 이변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마지막으로 싸운 당천아의 결전에 많은 이들의 눈이 빛났다. 당천아의 상대는 바로 홍비단이었다. 북령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드디어 붙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두 소녀의 싸움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런 관심은 목진과 류모백의 앞선 시합보다 더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당천아와 홍비단의 시합에는 조금 전처럼 그렇게 피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소녀들은 부드럽고 유연한 방법으로 서로를 공격해서 사람들에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당천아와 홍비단의 실력은 큰 차이가 없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결국 마지막에 학 선생이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시합은 무승부로 판결이 났다.
무승부 판결에 관중들은 놀랐다.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무승부면 어떻게 정원을 선발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 선생이 말이었기 때문에 마음속의 의문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당천아와 홍비단의 시합이 끝나자, 북령장의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됐다. 실력 있는 강자들도 모두 흥미로운 눈으로 시합을 지켜보았다.
이제부터는 종자 정원의 쟁취전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먼저 있었던 시합으로 관중들은 종자의 정원을 획득할 자격이 있는 학생은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로 목진과 류모백이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한 명은 목역의 소주였고, 한 명은 류역의 소주였다. 두 역의 관계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시합이 두 역의 명예가 걸린 경쟁이 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는 그들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거대한 북령장의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무수히 많은 뜨거운 시선들이 진정한 용쟁호투가 될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류모백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 그리고 냉기 어린 눈빛으로 동원에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류모백이 입꼬리를 올리며 약간은 안달 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는 이미 목진이 자신의 손에 의해 패배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매번 자신감에 넘치는 목진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보고 싶었다.
목진도 곧 담담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목진 형, 이겨야 해요!”
소릉 등이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응원했다. 비록 그들은 류모백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목진에게 강한 믿음이 있었다.
“드디어 이날이 왔구나…….”
류모백이 가볍게 목 운동을 하면서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활짝 웃고 있는 그의 미소는 매우 음침했다. 류모백은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상황이 기대대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를 폐인으로 만들 거다.”
류모백이 어깨를 으쓱하고 웃으며 말했다.
“기회가 되면, 나도 그렇게 할 겁니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류모백이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도 진지하게 류모백을 쳐다봤다. 두 사람 사이의 냉기가 주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보아하니 오직 목진과 류모백만이 종자의 정원에 도전하는 것 같군요.”
당역 역주 당산이 무대 위의 두 사람을 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 류모백과 목진은 북령경에서 매우 우수한 후배들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류모백은 이미 영륜경 중기의 실력일 겁니다. 류역에는 대단한 영결이 많습니다. 류모백이 대충 훑어봤다고 해도 전투력이 놀랄 정도일 겁니다. 목진은 지금 영륜경 초기의 실력이라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산이 목봉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목봉이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류모백은 분명 재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목진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오.”
목봉도 류모백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하, 그렇다면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당산이 웃으며 말했다.
특별석의 다른 한쪽에 있던 류경천이 목봉의 말을 듣고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놈이 꿈꾸고 있군.”
그때 심판석에 있던 5대원의 학 선생이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등받이에서 몸을 똑바로 세웠다. 이전에 느긋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에 흥미로운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소 원장도 고개를 끄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의 목진과 류모백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종자 쟁취전을 정식으로 시작한다!”
둥!
소 원장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두 줄기의 강한 영력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두 쌍의 차가운 눈동자가 강력한 영력으로 몸을 감싸자, 은은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쉭!
두 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달려 나왔다. 하나는 검은 그림자였고, 하나는 붉은 그림자였다. 두 그림자는 공기의 방해도 받지 않았고, 서로 피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쾅!
두 사람이 충돌하자 강력한 영력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가 딱딱한 지면이 힘없이 갈라졌다. 두 사람은 서로 열 걸음씩 뒤로 밀려났다. 걸음마다 바닥에 깊은 자국이 남았다.
“재미있군.”
류모백이 입술을 핥으며 목진을 노려봤다. 마치 흥미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순간 류모백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두 다리에 붉은 화염이 타고 올라왔다. 류모백이 달리기 시작하자 류모백의 형체가 붉은 화염처럼 보였다.
그의 속도는 마치 번개처럼 빨랐다.
“저건 류역의 염보(炎步)이군요. 하지만 영급 하품의 신법 영결입니다. 류모백이 염보를 수련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당산이 붉은 화살 같은 류모백을 보며 살짝 놀랐다.
붉은 그림자는 거의 순식간에 목진의 후방에 나타나 목진의 뒤를 공격했다. 류모백의 손바닥에는 매우 강한 화염 같은 영력이 실려 있었다.
쉭!
그러나 류모백이 목진을 등을 맞추려고 할 때, 목진의 몸이 살짝 떨리더니 류모백의 공세를 피해 공중제비를 하며 그를 뛰어넘었다.
“잔영?”
자신의 손바닥이 허공을 때리자, 류모백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러나 류모백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강한 힘을 싣고 뒷발 차기를 했다.
펑!
목진은 검은 영력을 실은 주먹으로 류모백의 다리를 막았다.
“신법이 제법이구나!”
류모백이 차갑게 웃으며 다리에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몸을 뒤집어 목진을 향해 주먹을 날리자, 강한 영력의 바람이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목진은 류모백의 강한 공세에도 마치 귀신처럼 공중에 몸을 띄워 이동했다. 잔영만이 남아서 사람들은 목진이 어떤 궤도로 몸을 피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응? 매우 오묘한 신법이군요.”
당산이 목진의 신법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목봉도 목진의 신법을 보고 당산과 똑같이 놀랐다. 이런 종류의 신법은 목봉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절대 자신이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분명 북령원에서 배운 것이다.
펑펑펑!
류모백의 공세가 목진을 맹렬하게 따라갔다. 목진은 오묘한 신법을 빌려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 류모백의 강력한 공격을 잇달아 피했다.
무대 위의 두 사람은 자신의 영력을 최대로 올렸다. 이에 소릉 같은 일반 학생들은 단지 붉은빛과 검은빛들이 무대 위를 스쳐 지나가는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어디까지 피하는지 보자!”
한참을 공격해도 소용이 없자, 류모백의 얼굴에 한기가 어렸다. 류모백은 생각을 바꿔 체내의 영력을 폭발하듯 끌어올렸다. 류모백의 속도가 돌연 증가하면서 순식간에 목진의 그림자를 쫓아갔다.
휙!
류모백이 속도를 올린 순간, 뜻밖에도 목진이 걸음을 멈췄다. 목진이 손가락을 구부리자 양쪽 손가락들이 전부 황금색으로 변해 번쩍였다. 목진의 손가락에 강력하고 날카로운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의 양 손가락은 곧바로 공기를 가르고, 망설임 없이 류모백의 목을 노렸다.
목진이 갑자기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자 류모백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다시 손에 화염 같은 영력을 끌어올려 폭발시켰다.
황금색 손가락과 화염 같은 날카로운 손가락이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쨍!
손가락이 교차하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손가락 끝에서 불꽃이 튀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모습이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목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두 손가락으로 지인을 만들어 냈다. 목진이 영황지를 운용하자 손가락 끝에서 황금빛이 빛나더니 두 개의 황금 창처럼 보였다. 목진은 그 끝에 지인을 싣고 류모백을 향해 달려갔다.
휙휙!
목진이 갑자기 맹렬하게 공격하자 류모백도 손가락을 세우고 화염 같은 영력을 퍼트려 목진에게 달려들었다.
황금빛과 붉은빛이 두 사람을 감싸는 듯했다.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의 지인을 보았다. 모든 손가락에서 나오는 지인은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