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비장의 패를 꺼내다
관중들은 숨을 멈추고 두 개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충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런 엄청난 충돌은 영륜경 중기의 실력자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쨍!
다시 강력한 지인이 서로 충돌하며 큰소리가 났다. 목진과 류모백은 강한 충돌에 뒤로 한발 물러났다. 두 사람의 손가락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분명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
목진이 차가운 눈으로 류모백을 바라보았다. 류모백을 이기려면 이런 공격으로는 부족했다.
목진이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뒤로 물러나며 두 손을 소매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목진의 이런 기이한 행동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건지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이게…….”
당산도 의아한 표정으로 목봉을 쳐다봤다. 이런 순간에 눈을 감는 것은 상대에게 틈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봉도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목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농간 부리지 마라. 죽고 싶은 거냐!”
류모백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앞으로 뛰어나와 목진을 덮쳤다. 그러나 류모백의 공격에도 목진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진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영영보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는 류모백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하는 잔영만 보였다.
그러나 류모백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공격이 점점 맹렬해지면서 점점 목진을 포위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류모백은 오직 목진을 공격하는 데만 신경 쓰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십여 개의 영인이 나타나더니 갑자기 소리 없이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관중들은 목진이 류모백의 공격을 계속 피하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합장해 기이한 인법을 펼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판석의 학 선생은 목진의 손에 결성된 인을 보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건 영진지인?”
목진의 두 손에서 놀랄 정도의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기이한 수인(手印)이 형성됐다. 그 모습에 류모백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때 목진에게서 갑자기 붉은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거대한 화홍영진(火红灵阵)이 만들어졌다.
“영진?”
북령장의 사람들이 놀라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목진의 후방에 있는 화홍영진을 쳐다보았다. 식견이 높은 선배들은 이 영진에서 강력한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1급 영진의 강도였다!
“세상에, 목진이 영진을 만들 수 있어? 게다가 1급 영진사?”
“어떻게 이럴 수 있지? 1급 영진사라고 해도 정신을 집중해야 만들 수 있는데, 지금은 결전 중이고 조금 전에 눈도 감았잖아!”
“하지만 정말 1급 영진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사람들의 경악에 찬 목소리가 북령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목진이 어떻게 이런 영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영문을 모르는 듯했다.
“이건…….”
당연히 관중들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특별석의 역주들도 모두 놀랐다.
심지어 류경천은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류경천은 목역의 어린놈이 실력도 괜찮을 뿐만 아니라, 이런 비장의 패까지 숨겨놓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목진은 영진사이기도 하군요. 어쩐지 그래서 자신감이 넘쳤군요.”
당산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감탄하다 곧 의아한 듯 물었다.
“목진이 영진사라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영진을 만든 건가요?”
목봉의 눈에도 놀란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곧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목봉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심진 상태인가? 보아하니 목진의 심진 상태가 점점 더 강해진 것 같군.”
목봉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목진이 실력을 깊이 숨겨놨군요.”
심판석에 있던 소 원장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곧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1급 영진사였을 줄은 생각도 못 했군요.”
옆에 있던 막사도 고개를 끄떡였다. 오랫동안 목진을 가리킨 막사도 전혀 알지 못했다. 막사는 목진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건 그냥 보통의 영진이 아닙니다.”
학 선생이 목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의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감탄이 섞여 있었다.
“목진은 심진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군요.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눈을 감고 이런 강도의 영진을 만들지 못합니다.”
“심진 상태?”
소 원장 등이 속으로 놀랐다. 그도 심진 상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건 3급 영진사라도 쉽게 빠질 수 없는 심오한 상태였다. 1급 영진사인 목진이 심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영진을 만들 때, 어떤 특수한 파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들은 류모백과 목진의 싸움에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도 못 했다.
“정말 재미있군요.”
학 선생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무대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영진?”
무대 위의 류모백이 목진을 보고 공격을 멈췄다. 류모백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목진의 후방에 천천히 화홍영진이 생기는 것을 지켜보았다. 영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영력이 공기 중에서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목진이 어두운 얼굴을 한 류모백을 쳐다보고 가볍게 웃으며 심호흡을 했다. 사실 결전 중에 영진을 만드는 것은 목진도 100%의 확신이 없었다. 어쨌든 난도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1개월간 이런 심오한 심진 상태에 대해 계속 깨닫고 있었지만, 만약 실수라도 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목진이 도박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영로에서 습득한 경험으로 어느 순간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온 전력을 다해 마음을 집중하고 물처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이런 심진 상태에 들어가 영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선배를 위해 차려준 음식을 드셔보시지요.”
목진이 류모백을 향해 웃었다. 그리고 곧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수인을 변화시키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호염서영진(虎炎噬灵阵)!”
크앙!
목진의 고함과 함께 화홍영진에서 눈부신 붉은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무서운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왔다.
이 호염서영진은 목진이 북령원에 돌아오기 전에 온영을 찾아가 받아온 진도였다. 이 영진은 족히 17개의 영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고된 수련을 통해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이 영진의 위력은 온영이 할 수 있는 영진 중에서도 족히 세 손가락에 드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일단 호염서영진을 발휘하면 영륜경 후기 실력의 강자라도 피하기가 어려웠다.
류모백이 폭발하는 듯한 영력의 영진을 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류모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크앙!”
화홍영력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화염이 호랑이의 형상처럼 변하더니 빠르게 달려갔다.
쉭!
염호(炎虎)가 나타나 하늘을 휩쓸고 지나갔다. 강력한 영력을 실은 염호는 관중들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류모백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공세는 비록 영륜경 후기의 실력자라도 몸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거대한 그림자에 포위당한 류모백은 고개를 들고 빠르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쳐다봤다. 류모백의 얼굴이 음침하게 변했다.
“이런 방법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류모백이 중얼거리며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염호가 달려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아.”
북령장의 관중들은 류모백이 염호의 공격에 아무 대비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류모백이 그냥 포기한 건가?’
특별석에 있던 류경천이 상황을 보더니,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목진도 달려가는 염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목진은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 돌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펑!
거대한 영력이 충돌하면서 맹렬한 화염이 솟아올랐다. 영력은 강했지만, 뜻밖에도 화염은 점점 사그라졌다.
“정말 강한 영력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에 관중들은 모두 경악했다. 그들이 황급히 고개를 들자 화염 속에서 강력한 영력으로 몸을 감싼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류모백이다. 그의 영력은 보통의 영륜경 후기의 실력보다 더 강하다!”
관중들은 류모백 체내의 영력을 느끼고 자신들도 모르게 놀라 환호했다.
“류모백도 비장의 패를 숨기고 있었어!”
소릉, 당천아 등은 놀라운 장면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류모백도 진정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목진, 너에게만 비장의 패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영력으로 몸을 감싼 류모백이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음침하게 웃었다.
목진이 류모백을 노려봤다.
‘저놈이 역시 영륜경 후기에 진입했구나.’
“설마 영륜경 후기의 실력이 나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류모백이 가볍게 웃었다. 류모백은 목진의 시선에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너와 나의 진정한 실력의 격차를 보여주겠다!’
“비록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너희들은 내가 영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잊은 건 아니지?”
류모백이 천천히 두 손을 내밀었다. 관중들은 류모백의 체내에서 천천히 빛이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류모백의 체내에서 빛이 나타나자 영륜경 후기의 영력이 파동했다. 그리고 다시 영력을 끌어올리니 뜻밖에도 영륜경 후기 최고봉에 이르렀다.
지금 류모백은 이미 영륜경 후기 최고봉의 실력에 도달해 있었다!
이제 누가 류모백과 대적할 수 있겠는가!
장내가 순간 조용해지면서 류모백의 영력 파동만이 느껴졌다. 이 같은 영력의 위력은 관중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류모백이 영륜경 후기에만 진입한 것이 아니라, 인급 영맥(人级灵脉)도 가지고 있었군요. 정말 귀찮게 됐습니다.”
당산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실력이라면 북령원 내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목봉도 류모백이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진이 만들어 낸 1급 영진도 류모백을 막지 못했다.
“너에게 마지막으로 벗어날 기회를 주겠다.”
류모백이 음침한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류모백이 주먹을 움켜쥐며 강력한 영력을 빠르게 손바닥에 응집시켰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류모백의 손에 떠올랐다.
류모백의 손바닥에 응집된 강한 영력에 많은 이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류모백은 한 번에 목진을 완전히 격파하려고 하는 건가?’
“대일분해장(大日焚海掌).”
류모백은 빠르게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체내의 모든 영력을 끌어올리자 그의 손바닥에 공만 한 크기의 화염이 떠올랐다.
류모백은 목진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고, 광장은 폭발하는 듯한 영력에 지면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 멍한 표정으로 류모백의 맹렬한 공세를 쳐다봤다.
북령원 내에서 이런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승패가 이렇게 갈라지는 건가?
후.
이때 목진이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음을 물처럼 평온하게 하고 대부도결을 맹렬하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기해 내에 영력의 광륜이 하나하나 떠오르더니 아래위로 응집되면서 모호한 형태의 9층 검은 탑이 떠올랐다.
검은빛의 탑이 서서히 떠오르자 목진의 몸속에서도 신비한 검은빛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때 목진이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고 검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영력을 쳐다봤다.
‘네가 가지고 있는 영맥, 나도 갖고 있다. 게다가 너보다 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