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승패
화염 같은 영력이 휩쓸고 지나가자 붉은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무대 중앙에 있는 목진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 순간, 목진의 몸에서 검은 영력이 솟아오르더니 그의 피부 표면에서 검은빛이 떠올랐다. 그 은은한 빛은 마치 모호한 검은빛의 탑처럼 보였다.
광탑이 목진의 몸에서 올라와 그를 보호하면서 검은빛이 흘러넘쳐 신비로운 빛의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의 몸에서 갑자기 검은빛의 탑이 떠오르자,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조금 전 목진이 영진을 시전했을 때보다 더 경악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목봉도 검은빛의 광탑을 보고 놀라 몸이 굳어졌다. 그러나 곧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동공을 수축하면서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검은빛은 비록 모호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목진의 어머니도 같은 종류의 수단을 갖고 있었다. 단지 목진의 어머니가 만들어냈던 검은빛의 광탑이 목진의 광탑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목진의 대부도결이 설마 또 진보한 것인가?”
목봉의 눈에 기쁨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놈은 진짜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자신은 익히지 못한 대부도결을 목진은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이건…….”
심판석의 막사도 놀란 표정으로 목진의 피부 표면에 나타난 검은빛의 탑을 쳐다보았다. 검은빛의 탑 위에서 신비로운 파동이 느껴졌다.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볼 수도 없었다.
막사는 목진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놈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능력을 숨기고 있는 거지?’
휙!
그때 갑자기 장내의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공중에 반쯤 떠올랐던 류모백도 목진의 행동을 봤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 짙은 냉소만 흘렸다.
류모백은 이미 영륜경 후기에 진입했고, 영맥도 있었기에 북령원 내에서 그에게 대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목진이 완강하게 저항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목진, 너의 말로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바로 나 류모백의 발아래 철저히 짓밟히는 것이다.’
“나에게서 정원의 자격을 뺏어가겠다고? 너는 아직 그럴 자격이 없다.”
류모백의 눈에 빛이 스치고 지나가더니, 그의 손에서 붉은 열기가 퍼져 나왔다. 그는 이 마지막 공격으로 결전을 끝낼 생각이었다.
쾅쾅.
목진은 강한 영력의 압력이 자신의 몸을 포위하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날아오는 영력을 보고는 살짝 무릎을 굽혔다. 목진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펑!
그때 목진이 갑자기 빠르게 달려나갔다. 이어 검은 영력이 목진의 체내에서 빠르게 솟아오르더니 검은빛의 탑 위에 신비로운 빛과 문양이 떠올랐다.
장외에 있던 관중들은 목진이 주동적으로 공격하자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차마 눈을 똑바로 뜨고 싸움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검붉은 두 개의 빛이 사람들의 눈을 찌르듯 밝게 빛났다. 그것은 마치 연기처럼 공중으로 퍼져 나갔다.
찌직.
붉은 영력이 태양처럼 응집하더니 매섭게 검은빛의 탑을 향해 날아가면서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목진은 검은빛의 탑을 통해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 류모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가 깨트리겠다.”
류모백은 엄청난 고함을 터트리며, 체내의 영력을 최대까지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영력이 부딪쳤지만, 류모백이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진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빛의 탑은 얇고 약해 보이지만 매우 강한 방어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모백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이를 악물고 손을 거두었다.
“너는 겨우 영륜경 초기의 실력으로 뭘 믿고 나와 싸우겠다는 것이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소리와 함께 화염 같은 영력이 계속해서 목진의 검은빛의 탑으로 날아갔다. 류모백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북령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윙윙.
그러자 검은빛의 탑도 잔잔한 물결처럼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보호를 받고 있던 목진도 진동을 느꼈고, 결국 입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목진은 입가의 피를 핥은 후, 눈빛이 차가워졌다. 체내의 영력이 미친 듯이 돌더니 기해 내의 영력 광륜이 점점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모든 영력이 획획 소리를 냈다.
영력 광륜에는 크기가 작은 검은빛의 탑이 있었는데, 갑자기 미세하게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오기를 느꼈다. 마치 고결한 물건이 도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쉭!
목진의 신체 위에 얇은 검은빛의 탑이 한 겹 한 겹 쌓이더니 결국은 폭발했다. 그리고 탑 안에서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며 검은빛이 팽창해 순식간에 붉은 영력을 뒤덮었다.
바로 그때 목진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목진은 발끝을 세우고 빠른 속도로 회전했고,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빛의 광탑은 점점 빛의 소용돌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쉭!
검은빛의 탑이 회전하면서 제일 꼭대기에 있던 화염 같은 영력이 떨어져 류모백을 공격했다. 이에 류모백은 뜻밖에도 자신이 전력을 다한 화홍열일(火红烈日)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경악했다.
그러나 류모백이 가장 놀란 것은 검은빛의 탑에서 기이한 파동을 느낀 것이다. 이런 파동 속에서 류모백은 자신의 영맥이 제압당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체내에서 빛을 내던 영맥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류모백의 안색도 급변했다.
팍!
류모백이 경악해 있을 때, 검은빛의 탑 내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결국 화홍열일이 완전히 갈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화홍열일이 터지는 순간, 검은빛의 탑도 조금씩 약해졌다.
휙!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검은빛의 탑을 뚫고 빠르게 다가왔고, 퍼져 나오는 검은빛 속에서 주먹이 보이더니 두 개의 검은 광인이 떠올랐다.
그렇게 화홍열일이 붕괴하자 류모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검은색으로 빛나는 주먹을 보며 황급히 두 팔을 교차해 자신을 보호했다.
쾅!
그때 검은 광인에 둘러싸인 주먹이 류모백의 두 팔에 떨어졌다. 그러자 엄청난 힘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푸!
류모백은 두 팔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목진을 향해 달려갔다.
펑!
두 개의 몸이 하늘에 떠오르다 다시 땅에 떨어지면서 무대가 움푹 파였다. 잠시 후, 그 안에 있던 두 사람은 동시에 피를 토했다.
“와!”
장외에서 폭발하는 듯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목진이 먼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의 류모백을 쳐다보았다. 비록 온몸은 통증으로 고통스러웠지만,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앞으로 달려나가며 두 손을 구부렸고, 손가락 끝에서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은 체내의 거의 모든 영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지금은 누구의 의지가 더 강하냐에 따라 승패가 나눠질 것이다.
류모백을 향해 달려가는 목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속에서 날카로운 전투력과 류모백을 향한 살기를 느꼈다.
류모백은 목진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는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류모백은 체내에 남아 있는 영력이 없어서 더는 공격할 수가 없었다. 이로써 무대 위의 모습에 승패는 이미 명백해졌다.
류모백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시합은 이미 결판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목진이 류모백을 향해 달려가 류모백의 목을 찌르려고 할 때, 앞에 있던 특별석에서 류경천이 퍼렇게 질린 얼굴로 날카롭게 외쳤다.
“네깟놈이 감히!”
류경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북령장 내에 강대한 영력의 파동이 퍼져 나갔다.
“류경천,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겠다고?”
목봉도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려 목진 바로 위로 달려가 한 손으로 류경천에게 장풍을 날렸다.
펑!
신백경 후기의 강자들이 공중에서 서로 공격하자, 강한 영력이 충돌하면서 아래에 있던 목진과 류모백이 멀리 날아가면서 피를 뿜었다.
“류경천, 목봉. 뭐 하는 것이오?”
그들의 모습에 소 원장이 화가 나서 소리치며 몸을 날려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났다. 소 원장이 나서서 손을 쓰자 류경천과 목봉도 즉시 손을 멈추고 서로 매섭게 상대방을 노려봤다.
“목진은 분명 모백의 목숨을 끊으려고 했소. 서로 무공을 겨루는 순간에 이런 악랄한 수단을 쓰다니, 목진의 자격을 박탈해야 하오!”
류경천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라! 승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류역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목봉이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
“두 분이 시합을 엉망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북령원도 더는 체면을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뭐라고나 하지 마시오!”
소원장의 말에 류경천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럼 지금 이 시합은 도대체 누가 이긴 것이오? 내가 볼 땐 둘 다 힘이 빠졌는데, 무승부겠지요?”
“우!”
류경천의 말에 장외에서 야유소리가 들렸다. 류경천이 막지 않았다면 목진이 분명 승리를 획득했을 것이다.
소 원장도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건 학 선생께서 판단하실 거요.”
말을 마친 소 원장이 학 선생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학 선생, 당신이 보기에 누가 이긴 것 같습니까?”
학 선생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이겼소.”
“뭘 보고 이겼다는 것이오?”
류경천이 분노했다.
“설마 직접 보고도 모르는 거요?”
학 선생이 손가락으로 무대를 가리켰다.
“목진은 아직 무대에 있지만, 류모백은 이미 밖으로 나갔으니 그가 진 것이오.”
류경천은 학 선생의 말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파랗게 질려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과 목봉이 싸울 때, 강력한 영력 충돌로 류모백이 장외로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멀리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장내에 있었다.
그 말에 장외에 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죽이고 키득거렸다. 류경천은 돌로 자신의 발등을 내리찍고 싶었다. 알고 보니 원래는 무승부가 될 것을 자신이 스스로 아들을 장외로 날려 망신을 당한 것이다.
학 선생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선언하겠소. 북령원의 종자의 정원은 동원의 목진이오!”
북령원 동원 쪽에 있던 소릉과 당천아 등은 잠시 몸이 굳었다가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장외에 있던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 치며 환호했다. 조금 전, 대결은 무척 흥미로웠다.
하늘 높이 퍼져가는 환호성에 창백한 얼굴의 목진이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그는 목봉이 엄지를 치켜든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내 물건은 영원히 내 것이다. 누구도 뺏어갈 수 없다.’
정원의 결전이 결국 목진의 승리로 끝나면서 5대원 정원 쟁취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북령장의 사람들은 여전히 격렬했던 결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영륜경 후기의 실력에 영맥의 힘을 갖춘 류모백이 영륜경 초기의 실력을 지닌 목진에게 패할 줄을.
엄청난 결과에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목진이 북령경에서 유일하게 영로의 자격을 얻을 만했다고 생각했다.
류경천은 학 선생의 판결에 불만을 품었지만,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학 선생은 막강한 배경을 갖고 있었고, 류역의 역주라는 그의 신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에서 종자의 정원을 잃었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