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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3화 (62/1,000)

63화. 영원(灵院)을 선택하다

목진과 류모백은 휴식을 취하면서 점점 체력을 회복해 나갔다. 단지 류모백의 안색이 너무 험악해 보는 사람들까지 한기가 들 정도였다.

학 선생은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무대로 내려가 손을 저었다. 그러자 정원에 참가한 12명이 학생들이 재빨리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오늘의 정원 결정전의 마지막 결과가 나왔소.”

학 선생은 목진 등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의 정원에 종자의 정원까지 더해져 모두 6명이오. 그러나 방금 약간 변화가 생겼소.”

학 선생은 긴장으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묵령을 보며 말했다.

“너는 본 시합에서 졌으니, 규율에 따르면 이미 자격을 잃었다.”

묵령의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얼굴에 비통함이 떠올랐다.

“그러나 굳센 의지와 용기가 칭찬할 만하다. 천부적인 재능도 그런대로 괜찮고. 그래서 이번에 관례를 깨고 너를 정원에 포함하겠다.”

학 선생이 말했다.

묵령의 몸이 딱딱해지더니 흥분으로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는 황급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학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당천아와 홍비단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무승부였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관대하게 너희 모두에게 정원을 주기로 했다.”

당천아와 홍비단은 학 선생의 말에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이요?”

당천아와 홍비단이 급히 물었다.

“너희들은 오직 만황령원(万凰灵院)에만 들어갈 수 있다.”

학 선생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황령원?”

당천아와 홍비단의 몸이 딱딱하게 긴장했다.

5대원을 정확하게 말하면 5좌령원(五座灵院)을 줄인 말이다. 이 5좌령원에는 북창령원(北苍灵院), 청천령원(青天灵院), 만황령원, 무령원(武灵院), 성령원(圣灵院)이 있다.

그중에서도 만황령원은 매우 특수했다. 왜냐하면 만황령원은 오직 여학생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만황령원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여자의 몸으로 5대원에 들어왔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만황령원의 실력 또한 두려울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어떠냐?”

학 선생이 당천아와 홍비단을 쳐다보았다. 모집 학생 중에는 확실히 여자 학생의 수가 남자보다 적었다. 게다가 만황령원의 학생들은 죽을 만큼 다루기 어려워 살아남기가 매우 어려웠다.

홍비단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떡였다. 만황령원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녀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비록 다른 4대 영원보다는 떨어지지만, 자신의 수준에는 만황령원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당천아는 조금 주저했다. 그녀는 남몰래 목진을 훔쳐보았다.

‘만황령원에 들어가면 목진과는 절대 같은 영원에서 함께 할 수 없겠지? 그러나 대답을 안 한다고 해서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나?’

당천아의 시선을 느낀 목진이 그녀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황령원은 분명 당천아에게 어울리는 곳이었다. 만약 놓치게 된다면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다.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당천아가 입술을 깨물면서 조금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학 선생에게 말했다.

“저도 만황령원에 가겠습니다.”

학 선생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류모백 등을 쳐다보았다.

“그럼 너희들은 어디를 선택할 것이냐?”

“저는 청천령원을 선택하겠습니다.”

진범과 확운이 서로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똑같은 영원을 골랐다.

“저는 성령원으로 가겠습니다.”

류모백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5대원 중에서 순위를 매긴다면 성령원이 1등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몇 년간 5대원의 비무에서 줄곧 성령원이 가장 많은 우승을 거뒀다고 했다.

학 선생이 류모백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목진에게 물었다.

“너는?”

주변에 있던 모든 시선이 즉시 목진을 향했다. 종자의 정원을 획득한 자는 어떤 영원에 들어가던지 다른 학생과는 다른 지위와 지원을 받는다.

류모백은 인정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았다. 지금 목진이 누리는 혜택은 그가 아닌 자신이 누려야 했기 때문이다.

목진의 머릿속에 유리같이 아름다운 눈과 은하수처럼 긴 머리가 떠오르자 두 손을 움켜쥐었다.

“학 선생님, 제가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학 선생에게 공손하게 물었다.

“저는 두 사람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먼저 학 선생님은 희현(姬玄)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목진이 이름을 내뱉자 학 선생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희현, 영로에서 수련하는 중에 왕급(王级)의 평가를 받았다. 희현은 영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5대원의 핵심 정원을 가지고 있다.”

학 선생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낯선 이름만으로도 압박감을 느꼈다. 분명 요괴 수준의 능력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자격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왕급이요?”

목진이 눈을 내리깔았다. 왕급은 영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평가였다. 그놈의 수단과 능력이라면 그런 평가를 받을 만했다. 이 정도는 목진도 예상했던 바였다.

“희현은 어느 영원에 들어갔나요?”

목진의 침착한 말투에 사람들은 어떤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학 선생이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희현은 성령원에 들어갔다. 게다가 성령원에서 고층지명(高层指名)이다.”

“성령원이요?”

목진이 류모백을 흘낏 쳐다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는 사이 날카로웠던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그럼 한 사람 더 묻겠습니다. 그녀는 이름은 낙리입니다.”

“낙리?”

학 선생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낙리 역시 영로의 수련 중에 똑같이 왕급의 평가를 받았고, 5대원의 핵심 정원이 됐다.”

사람들은 속으로 혀를 찼다. 도대체 영로에서 나온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똑같은 왕급이군요.”

목진이 웃었다. 자신이 영로를 떠난 후에 낙리도 많이 강해진 것이다.

“그럼 그녀는 어느 영원에 들어갔나요?”

“낙리는 북창령원에 들어갔다.”

학 선생이 이상한 표정으로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원래는 무령원의 원장 대인이 직접 낙리에게 무령원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거절하고 북창령원을 선택했다.”

옆에 있던 진범 등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장 대인의 말을 거절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목진은 학 선생의 말에 순간 멍해지면서 눈빛이 복잡해졌다.

* * *

영로.

차가운 밤이 대지에 내리자, 깊은 숲에서 따뜻한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모닥불 옆에 있는 소년이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불 사이로 맞은편을 흘낏 쳐다봤다.

그곳에는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자신의 무릎에 대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동자로 맞은편의 잘생긴 소년을 쳐다보았다. 눈이 반달처럼 아름답게 휘었지만, 너무 미세해서 눈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가 힘들었다.

“너…….”

그녀가 갑자기 긴 손을 내밀더니 무심하게 나뭇가지를 떼어주며 물었다.

“영로가 끝나면 어느 영원에 갈 거야?”

“나?”

소년이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북창령원으로 갈 거야. 내가 태어난 곳이 북령경이라서 그런지 북이라는 글자가 좋거든.”

“북창령원? 나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아. 우리는 영로가 끝나면 서로 떨어지겠구나.”

소녀가 그를 흘깃 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의 말에 소년은 멍한 얼굴로 곧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너는 어느 영원에 가고 싶은데? 나에게 알려주면 나도 그곳으로 갈게.”

소녀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내가 왜 너한테 말해줘야 해?”

“네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주겠다고 했잖아? 이미 약속해놓고 안 지키면 안 돼. 나와 한 조가 됐을 때는 이런 태도가 아니었잖아.”

소년이 조금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

“안 돼. 너와 함께 있으면 수련에 방해가 될 거야. 너는 북창령원으로 가. 나는 거기를 선택하지 않을 거야.”

소녀는 콧방귀를 뀌더니 작은 손을 휘둘러 모닥불을 끄고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갔다.

“나는 이제 잘게. 오늘은 네가 지킬 차례야.”

“낙리,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니! 예쁘면 다야? 나에게 분명하게 설명해!”

나무 아래에서 소년의 화난 음성이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소녀는 나뭇가지에 기대 달빛 아래에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잠깐의 장난질에 달빛도 어두워졌다.

“바보.”

소녀는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후.

목진이 크게 한숨을 쉬더니 앞에 있는 학 선생을 쳐다보고 말했다.

“학 선생님, 저는 북창령원으로 가겠습니다.”

“북창령원?”

학 선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목진을 쳐다봤다. 학 선생의 눈빛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음, 네 뜻대로 해라.”

학 선생은 목진이 북창령원으로 가려는 것이 낙리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낙리는 이미 뛰어난 실력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눈앞의 목진도 비록 괜찮은 실력이긴 하지만 영로에서 쫓겨난 전력이 있기에 영로의 과정을 순조롭게 마친 사람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격차는 곧 메워질 거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변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목진도 똑같이 마지막에는 왕급의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너희 두 사람은?”

학 선생이 마지막으로 묵령과 서원에서 자격을 얻은 학생 한 명에게 물었다.

“저도 북창령원으로 가겠습니다.”

묵령이 머리를 긁적였다. 묵령은 목진에게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목진의 옆에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무령원으로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원의 학생이 황급히 대답했다.

학 선생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렇게 북령원에서의 정원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북창령원에 2명, 청천령원에 2명, 만황령원에 2명, 무령원에 1명, 성령원에 1명으로 가게 되었다.

“너희에게 2개월의 준비 시간을 주겠다. 2개월 후, 다시 북령원으로 모여라. 내가 너희들을 5대원의 전역으로 보내주겠다. 그곳에 가면 각 지역에서 올라온 새로운 학생들과 만날 뿐만 아니라 시험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그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정원을 뺏길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니 2개월 동안 모두 열심히 수련하길 바란다.”

학 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

학 선생의 말에 진범 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역시 5대원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치러지는 시험이 매우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학 선생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낙리를 볼 수 있는 건가?’

“이제 모두 끝났다. 이후의 시간은 너희가 알아서 보내거라. 잠깐 북령원을 떠나 있어도 괜찮다. 그렇지만 2개월 뒤에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학 선생이 손을 저으며 천천히 몸을 돌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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