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담판
남은 시간 동안 목진은 여전히 구유작과 여러 번 교류를 시도했다. 그러나 구유작은 어떤 말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만다라 위에 엎드려서 차가운 눈으로 목진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것을 구경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목진도 그 방법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유작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빨리 실력을 끌어올려서 일단 신백경에 진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영수의 정백을 연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고, 그때가 되면 구유작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구유작도 목진을 다르게 볼 것이다.
그는 잠시 구유작에 대한 일은 미뤄놓고, 온영 선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목봉에게서 온영 선생이 2급 영진사로 진급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북령경에서 2급 영진사에 진입했다는 것은 다섯 손가락에 든다는 얘기였다. 이전에 목역에는 이런 등급의 영진사는 없었다. 일단 성공만 한다면 목역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나 잘 웃지 않고 엄숙한 표정만 짓던 온영 선생이 지금은 매우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 정원의 결전에서 목진이 영진으로 류모백을 상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온영은 목진 덕에 자신의 체면이 섰다고 생각했다.
목진이 도착하자 마침 방에서 수련하고 있던 온영 선생이 눈을 뜨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목역 사람들은 온영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
단 목진 빼고는 말이다.
“하하, 온 선생님. 선생님이 언제 2급에 진입하시는지 보러 왔습니다.”
목진은 온영이 예상했던 곳이 아닌 문 입구에서 나타났다. 소년은 웃으며 인사를 올렸다. 온영도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쳐다보고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은 정말 잘하는구나. 진도를 원하면 바로 말해라. 나를 며칠이나 괴롭히지 말고 너는 귀찮지 않겠지만, 나는 귀찮구나.”
목진은 온영이 자기 생각을 꿰뚫어 보자 조금 어색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진도는 영진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이었다. 목진은 줄곧 온영의 진도를 약탈했기 때문에 온영의 말에 조금 미안해졌다.
온영이 어색한 얼굴의 목진을 보며 웃고는 손짓해 그를 불렀다.
“내일부터 문을 닫고 2급 영진사에 도전할 것이다. 내가 2급 영진사가 되면 예전의 진도들은 더는 필요 없으니 전부 너에게 줘도 될 것 같구나.”
목진은 온영의 말에 마음속에 기쁨이 솟구쳐 올랐다.
“지금 너는 몇 개의 영인을 만들 수 있느냐?”
“18개입니다.”
목진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꾸준한 수련을 통해 목진의 영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그래서 영인을 응결하는 능력도 따라서 상승했다.
온영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목진의 말에 참지 못하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목진은 정말이지 사람을 놀라게 할 때가 많았다. 18개의 영인, 이건 1급 영진사 중에서도 꽤 괜찮은 실력이었다.
“내가 전에 너에게 가르쳐 준 호염서영진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진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었다.”
온영이 웃으며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담담하게 빛을 번쩍이며 진도가 나타났다.
“이 진도의 이름은 구천뢰영진(九天雷灵阵)이다. 내가 지닌 영진 중에 가장 강한 것이지.”
온영의 말에 목진의 눈이 순간 빛났다.
‘이게 바로 온영 선생의 가진 가장 강력한 영진인가?’
“이 영진은 족히 20개의 영진이 필요하다. 지금의 1급 진도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단계이지. 이 영진의 안배는 굉장히 복잡해서 2급 영진 중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원래 건드릴 수조차 없지만, 네가 이미 심진 상태에 진입했으니 난도를 높일 수 있겠구나.”
심진 상태에 대해 말할 때, 언뜻 온영 선생의 얼굴에 부러워하는 빛이 보였다. 심진 상태는 영진사에게는 정말이지 탐나는 일이었다.
“이 구천뢰영진은 일단 성공만 한다면 영륜경 내에서는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신백경 초기의 강자도 감히 우습게 보지 못할 것이다.”
온영의 말에 목진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구천뢰영진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이 진도를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만약 승산이 없다면 절대로 경거망동하면 아니 된다. 꼭 영진의 반격을 조심해야 한다.”
온영은 목진에게 진도를 주면서 진지하게 경고했다.
“네!”
목진도 황급히 대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도를 받아들고 천천히 펼쳐봤다. 순간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며 목진의 눈을 자극했다. 보통의 사람들이었다면 눈이 부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목진은 손에 있는 진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깊은 심연에 잠기는 느낌이었다. 온영은 목진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조용히 방을 나갔다.
목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목진은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목진은 온 정신을 이 구천뢰영진에만 쏟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영진의 위치를 배치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이 복잡한 영진 광선의 궤도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닷새가 지나갔지만 목진은 여전히 영진을 연구하는데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이 인상을 쓰면서 밖으로 나가니 호위가 급히 앞에 있는 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이냐?”
목진이 달려가는 호위를 잡고 무거운 말투로 물었다.
“소주.”
호위는 목진을 보고 황급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망설이다가 말했다.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목역의 도시 일부가 공격을 받아 진웅 성주가 살해당했습니다.”
호위의 말에 목진의 안색이 변했다.
“웅 숙부가 죽임을 당했다고?!”
호위의 말을 듣고 목진은 잠시 숨이 막혔다. 그리고 두 손을 꽉 쥐었다. 단위, 진웅은 목역의 다섯 성주 중 하나였다. 그들은 모두 충심이 뛰어났으며 목봉과 같이 천하를 호령하는 사람들이었다.
목진도 어렸을 때, 그들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진웅의 죽음을 듣게 되었다. 목진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후.”
그는 마음속의 분노와 살기를 누르며, 어두운 얼굴로 대당으로 뛰어갔다.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상관없었다. 목진은 절대로 가볍게 그 범인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목진이 대당에 도착했을 때, 대당 밖은 이미 사람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분노를 머금었다.
진웅은 거칠고 호쾌한 성격으로, 목역에서 인간관계가 아주 좋았다. 게다가 그는 목역의 노장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가 죽임을 당했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주가 오셨다.”
사람들은 목진이 오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예를 올렸다. 그리고 자리를 비켜 길을 내주었다. 많은 이들이 목진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당시 쟁탈전에서 목진은 류모백을 이겼다. 그리고 사람들이 놀랄만한 실력을 내보였다. 그 정도의 전투력이라면 목역의 성주들과 비슷한 실력이었다.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당으로 들어갔다. 대당의 공기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상석에 앉아 있는 목봉의 눈빛이 매우 흉악했다. 아래쪽에 앉아 있는 주야의 얼굴도 무서울 정도로 매서웠다.
“단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목봉은 대당으로 들어오는 목진을 보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어두운 눈빛으로 새파랗게 질린 단위를 보면서 물었다.
단위는 이를 꽉 물면서 말했다.
“저희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망음산의 짓입니다.”
“망음산?”
목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북령경에는 9역을 제외하고도 적지 않은 세력이 있었다. 망음산은 그중에서도 이름이 있는 곳이었다. 실력으로 따지면 북령경 흑도 중에서 최강이라 할만했다. 9역과 비교해도 힘의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았다.
“우리와 망음산은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왜 그들이 갑자기 우리를 공격한 것인가?”
주야가 살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망음산은 류역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 이번 일은 아마도 류역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때 목봉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류역? 또 그 잡졸 놈들인가! 우리 목역이 무서워할 거라고 여긴 것인가!”
주야가 뒷짐을 지고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
목진의 두 눈도 싸늘해졌다. 만약 류역이 범인이라면 북령원 쟁탈전의 패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의 성격이라면 분명히 일을 벌이고도 남았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망음산은 이미 우리 목역을 공격했고, 성주를 죽였습니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우리 목역의 명성에 큰 흠이 될 것입니다.”
주야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목봉이 손바닥을 내려치며, 찻잔을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칼날 같은 어투로 말했다.
“어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겠는가. 망음산은 우리 목역이 반드시 멸망시킬 것이다.”
“망음산의 두목은 신백경 초기의 실력자입니다. 그 아래로 영륜경 후기의 실력자들이 각각 오른팔과 왼팔을 맡고 있습니다. 만약 손을 쓴다면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주야가 말했다.
목봉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봉도 직접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류역이 호시탐탐 목역을 노리고 있기에 지키고 있어야 했다.
류역에서 목역의 정예가 출정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회를 틈타 목역의 빈집을 털러 올 것이다.
주야 역시 신백경 초기의 실력자였다. 정예병을 데리고 나간다면 망음산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저도 주 숙부를 따라서 가고 싶습니다.”
그때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던 목진이 나섰다. 그 말에 목봉이 눈썹을 찌푸렸다.
“너무 위험하다.”
“아버지, 신백경의 강자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면 저를 위협에 빠트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목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목봉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목진의 말을 듣고 그가 어떤 실력을 지녔는지 생각난 것이다. 그는 이미 실력자였다. 목역 안에서만 본다면 주야와 자신을 제외하고 목진을 상대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목진이 저렇게 바라는데, 같이 데리고 가지요. 지금 목진의 실력은 이미 뛰어납니다. 게다가 영진에 정통하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야가 웃으면서 말했다.
목봉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목진의 전투력은 절대로 단위 등과 비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목진이 간다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너도 가거라. 하지만 항상 주 숙부의 말을 들어야 한다. 만약에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목봉은 엄하게 목진을 타일렀다.
망음산은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손속이 사나웠고,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낭패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네.”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의 눈빛에 한기가 돌았다.
‘망음산, 감히 우리 목역을 건드리다니. 피로 씻을 준비를 해라!’
주야의 행동은 신속했다. 모든 것이 결정되자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그는 두 시진이 지나기 전 수백의 정예병를 소집했다. 그리고 단위와 철랑 성주 두 명과 목진을 데리고 목성을 나와서 목역 서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