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망음산
망음산은 망음산맥에 있었다. 목역의 서쪽에 있는 곳이었다. 진웅은 웅성에서 목역의 변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비교적 싸움이 잦았다. 그래서 망음산의 최우선 공격지가 된 것이고, 진웅은 망음산의 두목 양귀에게 당한 것이다.
주야 일행이 웅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에 가까워졌다. 웅성은 본래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문이 부서지고, 경비병들은 당황한 기색으로 겨우 주변만 경계하고 있었다.
주야는 병력을 데리고 성으로 향했다. 병력이 내뿜은 살기에 당황한 시선이 적지 않게 느껴졌다. 성에 있던 사람들은 목역이 진심으로 분노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주야 등은 곧바로 성주부로 향했다. 그곳에는 중년의 남자가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야(周爺), 소주.”
마중 나온 사람은 웅성의 부성주였다. 그는 정용으로 진웅이 죽임을 당하자 대신해 웅성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붙어 있는 면포를 보자, 망음산의 공격으로 꽤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야는 손을 흔들었고, 그들은 곧 부의 객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망음산의 상태는 어떠한가?”
“계속해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지만, 그놈들은 성주님을 죽이고 나서는 곧바로 망음산으로 돌아가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용이 서둘러 말했다.
“보아하니 양귀 이 멍청한 놈이 우리가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구나. 그럼 계속 목이 들어간 거북이처럼 있을 생각인가?”
주야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주 숙부, 망음산의 산세가 험합니다. 놈들이 일부 요지를 지키고 있을 때, 우리가 바로 공격한다면 피해가 클 것입니다.”
망음산은 구름에 산이 덮일 정도로 높은 곳이었다. 주야가 신백경의 강자라고 하더라도 그런 곳을 뛰어오를 수는 없었다.
목봉처럼 비행 능력을 지닌 영수를 길들인 강자들만이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본인만 오를 수 있고, 이렇게 많은 인원을 데리고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것입니다. 망음산맥 인근은 북령경 흑도가 가장 성행하는 곳입니다. 망음산을 제외하고도 다른 흑도 세력들도 포함되지요. 그들은 저희 9역을 두려워하지만, 우리가 돌진한다면 놈들은 망음산의 복수를 위해 연합을 할 것입니다.”
정용이 탄식하며 말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목진도 눈썹을 찌푸렸다. 이번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망음산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흑도 세력이 어디인가?”
주야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룡채입니다. 그들의 힘은 망음산 다음으로 강합니다. 게다가 흑도 중에서 가장 명망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이 도와준다면 충분히 망음산맥을 가로질러 망음산 놈들의 본거지로 갈 수 있습니다.”
정용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구룡채의 두목은 누구인가?”
“뇌산입니다. 신백경 초기의 경지입니다.”
“뇌산.”
주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주야의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다. 나름 북령경에서 이름 있는 강자로 이전에 만나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잘 아는 사이는 아니고 관계가 깊지 못했다.
“내일 사람들을 데리고 구룡채로 가보겠다.”
주야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보다 일이 더 복잡했다. 구룡채를 잘 이용한다면 일은 훨씬 쉬워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 머리가 아플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주야는 목진과 단위 등을 데리고 구룡채로 향했다. 그들은 적은 인원만 데리고 갔다. 흑도 세력은 특히 신중한 놈들이었다. 사람들이 많으면 오히려 경계할 것이다.
구룡채는 망음산맥의 북쪽에 있었다. 그들은 보통 교통요충지를 막고 지나가는 상인들을 노렸다. 보통의 경우에는 상인들이 주동적으로 통행세를 바쳤고, 그러면 그들은 상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비록 흑도라고 하지만 나름의 방법대로 돈을 벌었다. 누구도 일부로 피를 보려는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주야 등은 구룡채로 향한 지 두 시진 만에 구룡채 아래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굳게 닫힌 구룡채의 문과 산채 안에서 흘러나오는 경계의 눈빛이었다.
주야는 닫힌 산채의 문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구룡채에서는 이미 목역에서 올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했다는 것은 도와줄 마음이 없다는 뜻인가?
“구룡채 친구들, 귀찮겠지만 뇌 두목에게 목역에서 주야가 왔다고 연락을 해주겠소!”
주야는 말 위에 앉아서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웅혼한 영력이 섞여 있어 허공을 따라서 퍼져 나갔다.
“우리 두목은 폐관 수련 중입니다. 손님을 맞이할 수 없으니 돌아가시지요.”
주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산채의 문 위에서 차가운 교성이 들려왔다. 주야 등의 시선이 닿은 곳에 왜소한 인영이 서 있었다.
그녀는 비취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소녀의 몸매는 상당히 뛰어났지만, 단발머리로 인해 소년처럼 늠름해 보였다. 그녀는 두 팔로 가슴을 안고 목진 등을 바라보았다.
주야가 그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우리는 뇌 두목을 만나지 않고는, 이 자리를 쉽게 떠날 수가 없습니다. 소저께서 문을 열어주시지요.”
“강제로 들어올 생각인가요? 그럼 우선 본녀에게 동의를 구해야지요!”
소녀는 날카롭고 차가운 말투로 내뱉으며 옥수(玉手)를 쥐었다. 그러자 영인(靈印)들이 줄줄이 긴 손가락 끝에서 나타났다.
목진은 그 영인을 보고,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영진사?”
목진이 소녀의 옥수에서 영인을 발견했을 때, 주야 역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곧 주야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나타났다. 구룡채에 영진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녀의 모습을 보니 평범한 1급 영진사에 불과했다.
“목역 사람들은 당장 이곳을 떠나세요! 빨리 떠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에요.”
소녀는 긴 손가락 끝으로 영인을 움직이며, 주야등을 흩어보았다.
“이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인가?”
주야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구룡채는 당신들 목역과 친하지 않아요. 그러니 손님이라고 할 수도 없죠.”
소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때 소녀의 옥수에서 돌고 있던 영인이 빠르게 날아가며 앞에 있는 허공에 흡수되었다. 순간 영력의 파동이 퍼져 나가며, 곧 푸른빛의 영진이 허공에 나타나 형태를 갖추었다. 영진에서 나온 한기가 점점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당신들이 게으름을 피우며 가지 않았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아요!”
소녀는 콧방귀를 뀌며 옥수를 흔들었다. 그러자 영진에서 한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한기가 뭉쳐져서 얼음 창의 형태가 되었다. 얼음 창은 곧장 주야 등을 향해서 쏘아졌다. 창이 날아오면서 들리는 파풍성(破風聲)에 뼈를 찌르는 듯한 한기가 느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가 출수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목진이 먼저 발을 내디뎠다. 그의 앞에 있는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한 줄기의 붉은 영진이 빠르게 응집되며 나타났다. 영진이 회전하면서 불을 내뿜었고, 한 줄기의 화염 기둥이 되어 날아갔다.
화염 기둥은 앞에서 날아오던 얼음의 창을 전부 증발시켰다.
“음?”
그 광경을 목격한 소녀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목진에게 향했다.
“당신도 영진사인가요?”
“소저, 우리는 목역에서 왔습니다. 다시 한번 구룡채에 기회를 주겠습니다. 이전에 뇌 두목의 기백으로 본다면, 이런 기회를 날려 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뇌 두목을 너무 높게 평가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구룡채는 평생 대성하기 어려울 겁니다.”
목진은 아름다운 소녀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감히 아버지를 모욕해!”
소녀는 목진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다시 출수하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아야! 멈춰라!”
목진 역시 그 목소리를 들었고, 순간 진이 빠졌다. 왜냐면 그 목소리가 매우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한 인영이 소녀 옆에 나타났다.
목진은 그를 본 순간 경악했다.
“뇌성 대형?”
소녀 옆의 건장한 남자는 양팔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니 목진이 북령지원에서 만난 뇌폭대의 대장 뇌성이 확실했다.
“하하. 목진 아우, 무탈해 보이는군.”
뇌성은 목진에게 포권을 하며 웃었다.
“목진?”
옆에 있던 소녀가 목진의 이름을 듣고 당황했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목진을 보더니 호기심과 도발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령원에서 종자의 명단을 얻은 목진?”
뇌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산채의 문을 열어라!”
“둘째 숙부, 하지만…….”
“이것은 너의 아버지의 뜻이다.”
그제야 소녀는 중얼거리며 옥수를 가리켰다. 그러자 누군가 육중한 산채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목진과 주야는 서로 마주 보고 나서야 말을 몰고 산채로 들어갔다.
“뇌성 대형, 어째서 구룡채에 있는 것입니까?”
목진은 산채로 들어오자마자 뇌성에서 물었다.
“하하, 나의 큰형이 구룡채의 주인이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이곳에 있는 것이고. 다만 평소에는 사람들을 데리고 영수를 사냥하기 때문에 모험소대를 만든 것이지.”
뇌성이 웃으며 말했다.
“음, 네가 목진이구나? 너도 영진사라고 들었는데? 북령원에서 언제부터 영진을 가르쳤지?”
늠름한 소녀가 위아래로 목진을 흩어보며 붉은 입술로 물었다.
그녀의 어투에서 북령원에서 대한 진한 원한이 느껴졌다. 그것이 목진의 호기심을 끌었다.
“하하, 우리 대형의 딸이지. 뇌음일세. 이 아이도 영진을 아주 좋아하지. 그 분야에 대한 재주도 뛰어나고 말이야. 하지만 구룡채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영진사를 데려와서 가르칠 방법이 없어서 지금까지 혼자 공부를 했지. 그래도 적잖은 성과를 이뤄 1급 영진사가 되었다네.”
뇌성이 웃으며 소개해 주었다.
목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라 소녀를 쳐다보았다. 독학으로 1급 영진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재주는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진에 대한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기 수련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야. 당초 북령원에 가고 싶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
“음…….”
목진은 원망이 가득한 소녀의 눈빛을 보았다. 그제야 그녀가 왜 북령원에 대한 원한을 품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마도 망음산의 일 때문에 온 거지?”
뇌성이 목진과 주야를 보면서 말했다. 이에 주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번거롭겠지만 뇌 두목을 뵈었으면 합니다.”
“대형은 이번 일에 끼어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목진이 나를 도와준 것을 생각해 안내해드리지요. 물론 대형을 설득하는 것은 당신들의 몫입니다.”
“감사합니다. 뇌성 대형.”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뇌성은 목진을 따라 웃으며 길을 안내해주었다. 뇌음이라고 불리는 여자아이는 목진의 주변을 돌더니, 입을 삐죽이다가 그들을 따라갔다.
목진과 주야는 뇌성을 따라서 구룡채로 향했다. 그들은 구룡채로 향하는 길목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훈련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기운은 약하지 않았고, 몸에서는 약간의 피비린내가 풍겼다.
그들의 보며 구룡채의 힘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