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동맹
대부대는 조용히 산맥으로 향했다.
길을 잘 알고 있는 뇌음이 길을 안내했기에 그들은 신속하게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어떤 흑도 세력도 만나지 않았다. 이미 구룡채에서 손을 쓴 것으로 보였다.
한 시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들은 망음산에 거의 도달했다.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 사방에는 짙은 살기가 덮여 있었다. 망음산의 본거지는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망음산의 주요 도로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지금은 전부 중무장한 병력들이 지키고 있기에 억지로 뚫는다면 피해가 적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다른 길로 가서 주요 도로를 습격할 생각이에요. 거점을 하나씩 제거하고 마지막에 본거지를 포위하는 거죠.”
목진은 주야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뇌음이 손을 저으며 말을 버리고 가볍게 달려나갔다. 그녀는 힘차게 망음산으로 돌진했다. 그녀의 뒤를 따라서 검은 인영들도 소리를 죽이고 쫓아갔다.
망음산의 산세가 유독 험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목역도 정예병들이 따라왔기에 각각의 움직임은 괜찮았다. 그들은 절벽에 있는 소도를 통과하고 나서 망음산으로 조심스럽게 잠입했다.
망음산의 한 요충지.
길을 따라서 사람들이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소두목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계속해서 작은 소리로 수하들을 다그치며, 수하들을 혼내고 있었다.
슉! 슉!
하지만 그때, 한 줄기의 화살이 숲에서 맹렬하게 쏘아졌다. 화살은 정확히 날아가서 단숨에 사람들의 숨통을 끊었다.
“적의 습격이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요새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그들이 습격을 알릴 틈도 주지 않고, 숲에서 검은 인영들이 사신처럼 나타나서 그들을 덮쳤다.
갑자기 나타난 적들로 인해 요새에 준비된 장치는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 안에 요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정리되었다.
검은 인영들은 요새의 문을 열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이와 같은 일이 동시에 여러 곳의 요새에서 벌어졌다. 2각도 지나지 않아서 망음산에 있는 거점들이 전부 제거되었다.
산꼭대기 쪽으로 갔던 목진 등은 구룡채의 사람들과 조용히 합류했다. 뇌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산채가 있었다. 바로 망음산의 본거지였다.
“움직이지. 이제부터가 시작이네. 거점에는 고수들이 별로 없고 전부 본거지에 모여 있을 거야. 이 양귀라는 놈은 확실히 교활한 놈이야.”
뇌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목진과 주야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도 살기가 넘실거렸다.
* * *
망음채, 산채의 내부는 보기에도 살벌했다. 주변의 울타리는 전부 쇠로 만들어져 있어 마치 강철로 만들어진 보루를 보는 듯했다. 보루 위에는 많은 사람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순찰을 도는 사람들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쿵!
그때 갑자기 한 줄기의 웅혼한 영력이 날아왔다. 영력이 곧 영력 장인(掌印)으로 변해서 육중한 강철 대문을 때리자, 산채 전체가 격렬하게 떨리는 듯했다.
“적의 습격이다.”
날카로운 소리가 순간 산정상의 고요함을 깨며 산채에 혼란을 가져왔다. 그 순간, 무수한 인영이 나타났고 마지막에는 한기가 그들을 덮쳐왔다.
산채 밖에서도 검은 인영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산채는 살기에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젠장! 왜 적이 이곳까지 오고 나서야 안 것이냐? 우리들의 거점은!”
“당황하지 마라! 빨리 두목에게 알려라!”
“전부 경계를 늦추지 마라!”
“…….”
주야는 냉담한 눈길로 혼란스러운 망음산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천둥과 같은 소리로 누군가를 꾸짖기 시작했다.
“양귀! 당장 나와라! 우리 목역의 사람들을 죽였으니, 이젠 네놈이 나의 벌을 받을 차례다.”
주야의 커다란 함성이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말에 망음산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하하. 주야. 노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목역에서 왔다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으냐?”
주야의 함성이 울려 퍼지자, 곧바로 망음산의 본거지에서도 악의 가득한 냉소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한 줄기의 빛과 함께 빼빼 마른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퀭한 두 눈은 특히 사나워 보였고, 얇은 입술은 조소를 지으며 주야를 바라보았다.
목진 역시 냉정한 얼굴로 허공에 있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로 북령경 흑도 1인자 망음산의 두목이자 진웅의 흉수인 양귀인가?
양귀는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본거지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절망한 기색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뇌산은? 왔으면 나오너라! 패기 없게 숨어있지 말고!”
목진은 양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눈을 살짝 감았다. 보아하니 그들은 이미 구룡채를 데리고 올 것을 알고 있었다.
“하하, 양귀! 이런 개자식. 촉이 좋구나.”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뇌산이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고요한 눈으로 양귀를 바라보았다.
“뇌산. 네놈의 담은 정말 크구나. 노부가 시비를 걸지도 않았는데 네놈이 먼저 공격을 하고 말이다. 지금 우리 망음산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냐?”
양귀는 뇌산을 노려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네놈이 지금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는 것이냐? 내가 오늘 너를 찾아오지 않았으면 네놈이 왔을 것을!”
뇌산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하하, 보아하니 완전히 멍청이는 아니구나. 네놈들이 직접 와 내 수고를 덜어주는구나.”
양귀는 고개를 돌려서 주야와 뇌산을 보고 말했다.
“멍청한 놈들아. 내가 설마 네놈들의 복수가 두렵겠느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귀는 산채를 바라보며 웃었다.
“류역의 친우들이여. 나올 때가 됐습니다.”
슉!
양귀의 말이 끝나자 폭발적인 영력이 산채에서 터져 나왔다. 곧 한 줄기의 빛이 양귀 옆에 나타났다.
빛이 천천히 걷히면서 익숙한 인영이 나타났다. 바로 류역의 류종이었다.
류종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담담히 웃었다. 그 싸늘한 눈빛은 목진을 향했고, 그는 가볍게 포권하면서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야, 우리 류역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류종?”
주야와 뇌산은 양귀 옆에 나타난 인영을 바라보며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눈빛마저 무거워졌다. 오늘의 결전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역시 망음산을 뒤에서 밀어주었던 것이 너희들 류역이었구나!”
주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순간 그의 눈빛에 살기가 요동쳤다.
“그럼 갑자기 우리 목역을 공격한 것은 너희들 류역이 지시한 것이냐?”
“껄껄껄, 최근에 너희 목역의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 자극을 주려는 것뿐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양귀 형의 수하가 정도를 모르고 사람을 죽였던 것이고.”
류종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주야의 눈빛이 스산하게 변하며 두 손에서 우두둑 소리가 들렸다.
“이곳까지 왔으니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 주야, 너는 목봉의 오른팔이니 네놈이 이곳에서 죽으면 목봉의 손실이 정말 크겠구나.”
류종은 주야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류종이 손을 흔들자, 산채에서 맹렬한 파풍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인영들이 산채의 벽 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을 이끄는 사람은 류역의 류명이었다. 보아하니 류종은 목역이 망음산에 오기 전에 이미 정예병을 데리고 주둔하고 있었다.
“뇌 두목, 움직이시죠!”
주야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부딪히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물러날 방법은 없었다. 그저 망음산과 류역을 상대로 혈투를 벌여야 했다.
그리고 그 점은 뇌산도 잘 알고 있었다. 류역은 이미 망음산과 손을 잡았다. 만약 오늘 망음산을 해결하지 못하면 구룡채는 멸망이었다.
“공격!”
뇌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커다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살의로 가득 찬 함성이 사방에 울렸다.
“류종은 내가 상대하겠네.”
강력한 영력이 주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는 류종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류종 역시 신백경 중기의 강자로 그 실력이 막강했다. 주야도 겨우 그를 막을 정도였다.
뇌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쪽 모두 두 명의 신백경의 강자가 있었다. 하지만 보기에는 상대방 쪽이 훨씬 우세해 보였다. 오늘의 싸움은 힘든 혈전이 될 것이다.
“류종! 이곳에서 꺼져라!”
주야는 한걸음에 거리를 줄였다. 난폭한 영력이 몸 뒤로 응집이 되며, 은은하게 한 마리의 거대한 갈색의 코뿔소가 되었다. 어떤 중압감을 가진 힘이 감돌며 그가 있떤 자리에 땅이 파였다.
“주야, 네가 정말로 나의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류종은 냉소를 지었다. 웅장한 영력이 그의 몸 뒤에 응집되며 비취색의 거대한 전갈로 변했다. 전갈의 비취색 꼬리 끝에 녹색의 빛이 감돌며 비린내가 풍겼다.
쿵!
하지만 주야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마치 번개처럼 류종을 향해서 돌진했다. 그 뒤에 있던 코뿔소 역시 같이 뛰어올라 대지가 떨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엄청난 힘에 놀랄 정도였다.
쏴아!
류종 역시 냉소를 지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가 손바닥을 휘두르자 몸 뒤에서 비취색 전갈의 꼬리에 녹색의 빛이 생겨났다. 꼬리는 주야를 향해서 맹렬히 찔렀다.
거대한 영력들이 만나는 순간, 충격파에 의해 광풍이 사방으로 불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주변 숲까지 떨릴 정도였다.
“죽어라!”
뇌산은 주야가 출수한 것을 보고 함성을 내지르며 영력을 집중시켰다. 그의 뒤에 금빛의 갑수(甲獸)가 나타났다. 갑수는 거대한 쥐를 닮았고, 등에는 금빛 비늘이 빼곡하게 달려있어 갑옷과도 같은 단단함을 보여주었다.
목진은 금빛 갑수를 보고 속으로 금갑천산갑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만수록 서열 168에 오른 영수로 산을 뚫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하, 뇌산. 오랫동안 우리가 싸우지 않았구나.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자꾸나!”
그 모습을 보고 양귀가 크게 웃으며 영력을 움직였다. 그의 몸 뒤에는 휘어진 달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은빛 개가 응집되었다.
은월견(銀月犬), 만수록 서열 177위에 오른 영수로 후각이 아주 뛰어났다. 방원 백 리 안에 있는 어떤 것이든 은월견의 후각을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뇌산과 양귀도 쏘아져 나가며, 두 사람 역시 강하게 충돌했다. 그들은 살벌하게 손속을 나눴다. 난폭한 영기의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 지면의 흙을 층층이 깎아내렸다.
“죽여라!”
양쪽의 우두머리가 움직이자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눈이 붉게 변하고 고함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조수(潮水)처럼 쏟아지며 산채를 꽉 채워나갔다.
쿵쿵쿵!
난폭한 영력이 산꼭대기에서 끝없이 퍼져 나갔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그 아름다운 빛 아래에는 잔혹한 혈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목진 역시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의 신법은 마치 도깨비 같았으며, 두 손가락 사이에는 금빛이 출렁거리며 한 자루의 날카로운 금빛 창이 만들어졌다. 지풍(指風)이 쏘아져 나가는 곳마다 피가 튀며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영영보와 영황지를 뿜어내던 목진은 강력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축생 놈이 죽고 싶구나!”
목진이 날뛰는 것을 막는 사람이 없자. 한 줄기의 폭음이 들려왔다. 목진의 귀 옆에서 터진 경악할 만한 권풍은 지면마저 갈라지는 위력을 보였다.
“류명?”
목진은 고개를 들어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인영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북령지원(北靈之原)에서 류명은 목진이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