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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0화 (69/1,000)

70화. 천뇌영진

갑작스러운 뇌광에 류명 역시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서둘러 영력을 움직여 신체의 표면에 영력의 방패를 만들었다.

펑!

뇌광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류명의 몸을 때렸고, 천둥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류명의 몸은 지면으로부터 수백 미터는 뒤로 날아가 거대한 암석에 박혔다.

커억!

류명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몸이 검게 변한 류명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서 뇌음의 뒤를 보았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두 눈을 감고 있었던 목진이 눈을 뜨고 상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략 수십 장 크기의 뇌정광진(雷霆光陣)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뇌광이 끝없이 번쩍이며 광폭한 영력이 가득했다.

“젠장, 무슨 영진의 위력이 이렇게 강한 거야?!”

류명은 속으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는 뇌광에 당해서 중상을 입었다. 그 위력이 신백경 강자의 공격과 차이가 없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전부 놀랐다. 곧 그들의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떠올랐다. 영륜경 후기의 류명도 영진에서 뿜어져 나온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공격을 하겠는가?

목진의 싸늘한 시선이 멀리 중상을 당한 류명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를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목진은 몸을 돌려서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뇌음에게로 가서 말했다.

“괜찮아?”

“고마워.”

만약 목진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류명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호법을 서줬으니 내가 고마워해야지.”

목진은 따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허공에 있는 뇌산과 양귀가 싸우는 곳을 바라보았다.

목진의 양손에서 인법이 변하자 뒤에 있던 커다란 뇌광영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한줄기 한줄기의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였다.

허공에서 뇌산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던 양귀는 갑자기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고, 동공이 작아지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뇌광영진은 자신마저도 짙은 위기감이 들게 했다.

“엄청난 위력의 영진이다.”

뇌산도 뇌광영진을 발견하고 놀라서 말했다.

“구천뇌영진(九天雷靈陣)!”

목진의 싸늘한 눈빛이 양귀를 주시하는 순간, 수인이 변했다.

쿵!

목진의 외침과 함께 뇌광영진이 작동하며 거대한 뇌명이 울려 퍼졌다. 곧 진법이 진동하면서 10여 장이 넘는 거대한 뇌광이 뇌용의 포효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양귀를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젠장!”

양귀는 눈앞에 다가오는 거대한 뇌광으로 안색이 변했다. 그 거대한 영력은 그를 두렵게 했다.

쿵!

강력한 영력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양귀의 체내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손을 내밀며 영력을 집중해서 장법을 펼쳤다.

“흑귀대장인(黑鬼大掌印)!”

영력이 뿜어져 나오며 하나의 거대한 영력의 장인으로 변했다. 거대한 힘을 가진 장인은 날아오는 뇌광과 하나로 합쳐졌다.

펑!

광폭하기 짝이 없는 영력의 충격이 허공에서부터 펼쳐졌다. 짧은 순간 눈을 찌르는 빛에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흥!

그 순간, 양귀 역시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기침을 내뱉으며 뒤로 10보 이상 물러났고 입가에는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체내의 영력은 진탕되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증상으로 보아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것이다.

“양귀! 이제 죽어라!”

양귀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살기 충만한 함성이 뒤쪽에서 들려왔다. 몸을 돌리자 뇌산이 덮쳐오는 것이 보였다. 뇌산은 온몸이 금빛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의 뒤쪽에는 금갑천산갑이 사람과 하나가 된 것처럼 쏴!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 부분을 뚫고 들어왔다.

양귀의 몸은 순간 굳어 버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두 척쯤 되는 구멍이 파였고 선혈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산정상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망음산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양귀가 죽었으니, 오늘 망음산과 류역은 패배가 확실해졌다.

혼란스러웠던 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진 것처럼 보였다. 특히 망음산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져 허공에서 떨어지는 양귀를 허무하게 바라보았다.

‘우리의 두목이 이렇게 죽은 것인가?’

‘어떻게 신백경의 강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단 말인가!’

“망음산 놈들아. 더 반항하면 우리 구룡채가 너희들을 피로 씻을 것이다.”

뇌산의 신형이 커다란 나무 위로 떨어지며, 호랑이와 같은 눈빛으로 당황하고 있는 망음산의 병력을 쳐다보았다. 그의 외침에 짙은 살기가 묻어나왔다.

“죽여라!”

구룡채 병력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그들은 거친 함성과 함께 망음산의 병력들을 죽여 나갔다. 망음산의 병력들은 일순간에 패잔병이 되었고,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다.

목진은 궤멸하는 망음산의 병력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영기를 회복하고 있었다. 뇌산의 공격은 실로 과감해서 양귀가 허점을 보인 순간, 망설임 없이 살수를 사용해 확실히 참살했다.

펑!

허공의 주야와 류종의 격전지.

광폭한 영력이 터져나가며 주야는 뒤로 10여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류종은 그에 반해서 겨우 두 걸음 물러났을 뿐이다. 하지만 류종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 차갑게 식은 양귀의 시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쓸모없는 것!”

류종은 순간 절로 욕이 나왔다. 양귀가 죽으면서 상대방에게 좋은 국면을 가져다준 것이다.

“하하, 류종. 보아하니 오늘의 일을 이룰 수가 없겠구나!”

주야 역시 냉소를 지었다. 양귀가 죽으면서 주야쪽 병력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게다가 뇌산이 여유가 생기면서 힘을 합칠 수가 있었다.

류종과 같은 신백경 중기라도 두 명의 신백경 초기의 강자를 상대로는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류종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점점 기울어지는 망음산의 병력을 보고 이를 더욱 악물었다. 그는 순간 주야를 노려보더니 몸을 움직였다.

류종이 다시 나타난 곳은 목진에게 당해 온몸이 검게 타버린 류명 옆이었다. 류종은 류명을 부축하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망음산에서 도망쳤다.

“물러나라!”

류역의 병력들은 류종이 물러나는 것은 보고 빠르게 전장을 떠났다.

한편 류역의 지원을 잃은 망음산의 병력은 사기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들은 곧 보루와 같은 산채까지 밀려나자, 무릎을 꿇고 투항하기 시작했다.

목진은 산채의 벽 위에서 흩어지는 망음산의 병력을 보고 있었다. 지금 이후로 북령경 흑도에서 망음산은 완전히 지워질 것이다.

“하하. 목진, 대단하구나! 그 나이에 그런 위력적인 영진을 만들어내다니.”

뇌산은 크게 웃으면서 목진의 옆으로 왔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목진의 어깨를 때리면서 말했다. 목진은 어깨로 전해지는 힘에 오히려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온몸의 뼈가 전부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뇌산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양귀는 그의 최대 적이었다. 최근에 계속 그를 압박해왔는데 생각지도 않게 오늘 그 설욕을 털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목진이 펼친 영진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양귀를 이기더라도 적지 않은 부상을 입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주야 역시 땅으로 내려와서 목진을 보고 웃었다. 목진을 데리고 온 것은 현명한 행동이었다.

“뇌 두목, 망음산의 잔당처리는 두목에게 맡기겠습니다.”

주야는 투항하는 망음산의 병력을 보며 뇌산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지요.”

뇌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도 세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목역에서는 이 사람들이 필요가 없지만, 자신들은 필요했다.

“망음산은 북령경 흑도에서 가장 큰 세력이니. 꽤 많은 보물이 있을 겁니다. 병력은 우리 구룡채에서 처리할 것이니. 보물들은 가지고 가시죠.”

뇌산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망음산이 멸망하면서 그의 가장 큰 우환이 해결되었다. 게다가 목역과 손을 잡은 것은 그에게도 기꺼운 일이다.

주야는 웃으면서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물을 전부 차지할 생각은 아니었다.

“각자 절반을 챙깁시다. 오늘 일로 구룡채도 적지 않은 손실을 보았습니다. 이후에 또 손을 잡을 기회도 있을 것이고.”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뇌산 역시 억지를 부리지 않고 포권을 하면서 웃었다. 그들은 지금 류역과 척을 졌다. 그들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도 목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쌍방이 협의가 끝나자 뇌산은 손을 흔들어 누군가를 불렀다. 그는 삐쩍 말랐지만 눈빛에는 간사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의 몸에 묻어 있는 선혈 때문에 오히려 비참해 보였다.

“이 사람은 망음산 서열 2위인 임후라는 사람이요. 중요한 인물이지요.”

뇌산은 임후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를 데리고 창고로 가거라. 네놈이 쓸모가 있다면 자연히 목숨을 부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처리해주마.”

임후는 뇌산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살기를 보고 잠시 몸을 떨다가 서둘러 웃으면서 말했다.

“뇌 두목님, 안심하시지요. 망음산의 지리라면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진귀한 보물들이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어서 가지 않고 뭘 하는 것이냐!”

뇌산이 일갈했다.

“예이,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임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앞으로 나갔다.

“이런 놈은 구룡채에 남겨두기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주야는 임후의 신형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주 형제, 안심하시게. 나도 알고 있습니다.”

뇌산도 웃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렇게 쉽게 배신하는 놈을 어떻게 옆에 남겨두겠는가.

주야 역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목진을 데리고 길을 따라갔다.

망음산채는 규모가 컸고 가옥도 많았다. 임후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거대한 장원에 다다랐다.

임후는 서재로 들어가 벽 이곳저곳을 살폈다. 순간 벽이 천천히 갈라지며 숨겨진 방이 나타났다. 임후는 뇌산 등을 보면서 간사하게 웃었다.

“이곳은 양귀가 이전에 보물을 보아둔 곳입니다. 제가 우연히 발견…….”

“네가 먼저 들어가거라.”

뇌산이 담담하게 말했다. 역시 믿을 수 없는 놈이었다.

임후는 난감하다는 듯이 웃으며, 즉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뇌산, 주야, 목진 등은 아무 일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때야 내려갔다.

밀실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주 휘황찬란했다. 수많은 영폐는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최소한 백만은 되어 보였다. 다른 곳에는 꽤 많은 옥간이 있었다. 전부 양귀가 수집한 영결들이었다.

목진은 살짝 흥미가 생겼다. 그는 들어가서 영결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러나 곧 입을 삐죽였다. 이곳에는 귀한 것은 없고, 가장 쓸만한 것이 영급의 영결 하나가 고작이었다.

목진은 영결에 흥미를 잃고 다른 곳을 둘러보며 내부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정교한 옥함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를 열자 손바닥 크기의 혈삼이 눈에 보였다. 짙은 영력이 향기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구수혈삼(九須血蔘)?”

목진은 혈삼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이것은 옥영과 보다 더 귀한 보물이었다. 수련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안에는 광폭한 영력이 있어서 완전히 연화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부상을 당할 정도였다.

하지만 목진은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도결을 수련했고, 영결이 특히 패도적이었기 때문에 혈삼의 광폭함을 연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이렇게 잘 숙성된 구수혈삼을 완전히 연화시킨다면 어쩌면 단기간에 영륜경 후기에 오를 수도 있었다.

“주 숙부. 이건 제가 갖겠습니다.”

목진은 주야에게 옥함을 흔들며 말했다.

“이번에 네 공이 크니 마음대로 골라도 된다.”

주야가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그 말을 듣고 개자탁에 옥함을 넣었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보물은 전부 괜찮았지만 이런 것에 의존하여 실력을 키운다면 오히려 큰 화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것들은 욕심내지 않고, 주야와 뇌산이 가지고 가게 두었다. 그는 곧바로 밀실의 다른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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