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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1화 (70/1,000)

71화. 축적과 경지에 오르다

밀실은 넓지 않아 빠르게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특이한 물건은 없었다. 양귀가 수집한 것 중에 눈에 띌만한 대단한 것은 없었다.

목진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

탁.

그의 발에 무언가가 밟혀 발아래로 굴러왔다. 고개를 숙여보니 검은색의 두루마리였다.

두루마리 위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탓이다. 목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두루마리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두루마리 역시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두루마리를 열자 검은빛이 떠올랐다. 규칙을 찾아볼 수 없는 검은색의 선이 은은하게 빛나며 두루마리 위에 걸려있었다.

목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엉망인 선들을 살펴보았다. 선들은 진도(陣圖) 같았지만, 너무 혼잡해서 어떤 진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진은 의아한 눈빛으로 선을 보았다.

“뭐에 쓰는 물건이지?”

이 안에 있는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그린 그림처럼 보였다.

목진은 검은색 두루마리를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그리고 점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외부와 점점 멀어지면서 그는 심진 상태로 들어갔다.

목진이 심진 상태로 들어간 순간, 그는 두 눈을 꽉 감았다. 마치 손에 있는 검은색의 두루마리를 본 것처럼 말이다. 곧 두루마리에서는 짙은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두루마리에 있던 불규칙한 광선은 일종의 현묘한 궤적으로 천천히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광선이 윤곽을 잡자 검은빛이 요동쳤다. 목진은 정신을 집중해서 복잡하게 그려진 진도를 보았다. 그러자 그 두루마리에서는 흐릿하게 신비로운 검은 연꽃이 떠올랐다. 동시 형용할 수 없는 흉기(凶氣)도 뿜어져 나왔다.

흥.

목진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두 눈을 떴음에도 그는 계속해서 기침을 쏟아냈고, 한 줄기의 피까지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눈으로 진동하는 검은색 두루마리만을 보았다.

이것은 역시나 고급진도(陣圖)였다.

‘고급진도?’

목진의 시선은 계속해서 손에 있는 검은색 두루마리로 향했다. 비록 이 진도가 어떤 등급인지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최소한 2급 진도보다는 강할 것이다.

이런 등급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아마 북령경 영진사들을 미치게 할 것이다. 영진사들은 이전에 보았던 어떤 보물도 이 고급 진도만큼 매력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목진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주야와 뇌산에게 가서 말했다.

“주 숙부, 이것도 가지겠습니다.”

주야 등은 검은색 두루마리를 받아서 펴보았다. 그들은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했는지 웃으면서 두루마리를 돌려주었다.

목진은 그것을 받고 웃었다. 그는 주야와 뇌산이 검은색 두루마리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양귀 역시 이곳에 멋대로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고급 진도 하나가 아마 이 창고에 있는 모든 물건보다 가치가 있으리라.

목진이 검은색 두루마리의 비밀을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심진 상태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2급 영진사라고 하더라도 검은색 두루마리에 숨겨진 진도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진 상태로 들어가는 것은 최소한 3급 영진사가 되어야만 가능했다. 게다가 그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아주 적은 숫자만 가능했다. 3급 영진사라고 하더라도 아무나 숨겨진 비밀에 대해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목진은 검은색 두루마리를 잘 챙겨두었다. 현재 그의 능력으로는 진도를 시험해 볼 수 없었다. 우선 진법에 퍼져 있는 흉기(凶氣)로 체내의 기혈이 진탕된 것을 진정시켜야 했다. 만약 억지로 진법을 만들었다면 부작용으로 죽었을 것이다.

검은색 진도를 얻은 뒤에는 목진은 다른 것은 살펴보지도 않았다. 주야와 뇌산은 그곳에 있는 물건을 나눈 뒤, 사람을 불러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뇌 두목, 이번은 구룡채의 신세를 많이 지었습니다. 이후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목역성으로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도 최대한 돕겠습니다.”

망음산맥 입구에서 주야는 뇌산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하하, 주 형제. 괜찮습니다. 우리 구룡채가 더 감사하지요. 이후 세력이 안정되면 반드시 목봉 역주를 찾아뵙겠습니다.”

뇌산도 웃으며 예를 표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주야는 더는 꾸물거리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빠르게 시야 너머로 사라졌다.

* * *

망음산 일전에 대한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많은 세력은 목역이 망음산을 공격했다는 것을 듣고 감탄했다. 사람들은 죽임을 당한 목역 성주의 복수를 이렇게 빠르고 지독하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흑도 최강 세력의 우두머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전해 듣자, 목역에 대한 경외심마저 갖게 되었다.

목역은 정말로 건드리면 안 되는 곳이었다.

* * *

류역의 류부.

류경천은 담담한 얼굴로 상석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류모백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류종과 류명이 어두운 안색을 하고 서 있었다.

“어떻게 실패할 수 있지?”

류경천은 두 사람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전부 목진 그놈 때문입니다.”

류명은 이를 물고 말했다.

“그놈이 2급 영진에 가까운 진법을 만들어서 뇌산과 같이 양귀를 죽였습니다.”

“음?”

류경천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목진이 그렇게 위력적인 영진을 만들 수 있다고? 그 애송이가 정말 화근이군.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런 실력을 지닌 것인가.’

류모백 역시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질투가 가득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진과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이런 사실은 거만한 류모백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형, 이제 어떻게 합니까? 망음산의 일로 목역의 명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구룡채 역시 그들과 가까워졌으니, 저희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류종이 물음에 류경천은 냉담하게 웃었으나 눈빛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뭐가 그리 급한가? 우리가 망음산을 향해서 움직인 이유는 목역의 이목을 끌려는 것이었다. 어르신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략 한 달 후면 출관하신다. 그때가 되면 북령경에서는 유일한 삼천지경(三天之境)의 강자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목역 따위가 문제가 되겠는가? 순식간에 사라질 뿐이다. 나머지 세력들은 투항한다면 좋은 것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멸망시키면 그만이다.”

류경천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는 천천히 손바닥을 쥐면서 말했다.

“그때가 되면 우리 류역은 북령경의 진정한 패자(霸者)가 될 것이다. 이 넓은 지역이 우리 류역의 것이 되는 것이다.”

류종, 류명도 그 말을 듣고 눈빛이 이글거렸다. 류역이 북령경을 통일하는 순간이 드디어 다가왔다.

* * *

그 시각, 목역.

망음산의 일을 마치고 거처로 돌아온 목진은 조용한 목부에서 머무르며 검은색 진도를 연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는 검은색 진도를 온영에게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역시 두루마리에 숨겨진 진도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이미 2급에 오른 영진사였지만 아직 심진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진은 이 사실을 온영에게는 숨기지 않았다.

온영은 그를 영진사의 길로 이끌어주었고, 갖고 있던 진도 역시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그래서 그는 이 엄격한 인도자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온영은 목진의 말을 듣고 꽤 흥미가 생겼다. 고급 진도는 영진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진의 예상과 달리 온영은 진도에 그리 집착하지 않았다. 단지 웃으면서 이 진도와는 인연이 없어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온영이 두루마리 안에 숨겨진 진도를 보지 못하니, 그저 혼자 조금씩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연구 끝에 비밀 진도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그의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면 진도의 이름은 요련도영진(妖蓮屠靈陣) 이었다. 구체적인 등급은 아직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3급의 진도였다. 이런 등급의 진도는 지금 목진의 실력으로는 펼칠 수가 없었다.

진도만 있고 펼칠 능력이 되지 않자 그 사실이 오히려 사람을 애타게 했다. 그래서 그는 조금씩 마음을 접고 이후에 능력이 되면 다시 펼쳐보기로 했다.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린 목진은 다시 최선을 다해 수련에 임했다. 지금 그는 충분히 영륜경 중기에 오를 자격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중기에 도전하지 않고 오히려 영력을 억누르면서 그 영역에 오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목진이 영륜경 중기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중기에 머무르지 않고, 단숨에 바로 영륜경 후기에 오를 생각이었다.

영륜경 중기에서 후기까지도 막대한 영력이 필요했다. 이전이었다면 목진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구수혈삼을 얻었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구수혈삼은 정순하고도 광폭한 영력을 가지고 있었다. 목진이 이 영력만 연화시킬 수 있다면 지금까지 억눌렀던 영력이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 화산이 폭발하듯 엄청난 힘을 낼 것이다.

그 힘을 빌린다면 목진은 영륜경 후기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갔다.

* * *

보름이 지나고 목진은 조용히 장원 내의 돌로 된 정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영력이 끊임없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이것은 그의 몸에 있는 영력이 극에 다다랐다는 표시였다.

단계마다 체내에 저장되는 영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목진은 겨우 영륜경 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체내에 영기는 이미 영륜경 초기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다면 충만한 영력으로 인해서 영맥이 손상될 수도 있었다.

목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에는 검은빛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것은 바로 혼탁한 영력이었다.

“거의 다 됐구나.”

목진은 체내의 충만한 영기로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런 행위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다행히 그가 수련한 대부도결이 격이 다를 정도로 패도적인 무공이었기 때문에 영력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제어할 수 없었다면 영력은 날뛰어서 부상을 입혔을 것이다. 물론 부상을 입을 정도였으면 그 전에 목진이 이런 방법을 대담하게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목진이 손을 펴자 손바닥에 옥함이 나타났다. 옥함을 열자 그 안에서 피처럼 붉은 구수혈삼이 떠오르듯 나타나며 진한 향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가 냄새를 맡는 순간 체내의 영력이 팽창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하구나.”

그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목진은 곧바로 구수혈삼을 잡아서 입에 넣었다. 뜨거운 즙이 목진의 입에서 퍼져 나가 영력이 홍수처럼 목진의 체내로 밀고 들어왔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붉게 변했다.

그리고 몸 안에서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영력을 느꼈다. 그는 서둘러 눈을 감고 수련상태로 들어가 대부도결을 운용했다. 광폭한 영력을 더욱 광폭하게 연화시켰다.

지금이 바로 경지를 올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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