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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3화 (72/1,000)

73화. 불안한 평화

목진이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순식간에 열흘이나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목진은 시간를 4등분으로 나눠서 사용했다. 첫 번째는 영인의 수련, 두 번째는 영력의 수련, 세 번째는 복잡하고도 어려운 요련도영진을 연구, 네 번째는 체내에 있는 구유작과의 대화였다.

구유작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지금은 목진의 체내에 잡혀 있었지만 구유작의 힘은 여전히 탐났다. 그래서 목진은 구유작과의 관계를 너무 적대시하지 않기로 했다.

목진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구유작은 여전히 귀찮다는 듯이 받아주지 않았다. 구유작의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고, 가끔 목진을 정말 바보 같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 이렇게 한다고 내가 고분고분해질 것 같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일은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목진은 그 일을 즐거워했다. 그러자 구유작은 이런 목진의 행동이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일단 그의 목소리가 들리면 두 날개로 몸을 감싸서 듣지 않는 척했다.

구유작과의 교류에서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오련도영진 쪽에서는 발전이 있었다. 다만 그 발견으로 목진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왜냐면 검은 두루마리에서 확인한 요련도영진은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요련도영진의 일부였다.

그리고 또 특이한 것은 비록 이것이 요련도영진의 일부라고 했지만, 또 하나의 완벽한 영진이기도 했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 같은 사실에 목진도 감탄했다.

요련도영진의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검은 두루마리 안에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심진 상태에서도 나머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고 목진이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찾아낸 것만 하더라도 대략 100개의 영인이 필요했다. 목진이 이 숫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었다. 어쩌면 뛰어난 3급 영진사도 이 기준을 겨우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진은 이제 막 영진사의 길로 접어들었을 뿐이다. 실력을 높인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 * *

목진이 수련하는 동안 목역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용했다. 심지어 북령경 전체가 조용했다. 하지만 이런 안정감이 목봉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

“류역은 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일까?”

목부에서 목봉이 찻잔을 들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주야를 보았다. 주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치 놈들의 성격이 변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얌전하고 조용하게 있다니요. 최근에 구룡채가 우리와 손을 잡고 흑도 세력을 집어삼켰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주야의 말을 듣고 목봉은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목봉은 류경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으로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류역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명령을 내려라. 어떤 움직임이든 즉시 보고하고.”

목봉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주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

목봉은 류역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어떤 이유 없는 불안감이 가슴 속에 맴도는 것을 느꼈다. 이런 느낌은 마치 피비린내가 나는 폭풍우가 몰려올 때와 비슷했다.

불길하고 두려웠다.

* * *

류역.

최근 류역은 아주 조용했다. 하지만 세심한 사람들은 최근 류성을 순찰하는 병사들이 더욱 엄격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어떤 일을 대비하는 것 같았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다. 이전에 류역과 목역 사이에 일어난 다툼 때문에 방어하는 것인가? 하지만 류역은 북령경 최강의 세력인데 어째서 한순간에 목역에게 겁을 먹은 것인가?

여러 가지 추측들이 떠돌며 류역을 시끄럽게 했지만, 그 누구도 진짜 이유를 아는 이들은 없었다.

류부.

퍽!

대당의 탁자 하나가 얼굴이 파랗게 변한 류명에게 박살이 났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이런 멍청이들. 우리 류역이 목역을 두려워한다고?”

상석에 앉아 있던 류경천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저 소문일 뿐이다. 너는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느냐?”

“대형의 말이 맞습니다.”

류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출관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아버지만 삼천지경에 오른다면 모든 소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류명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최근에 목역과 구룡채가 우리들의 세력을 적지 않게 삼켰습니다. 이런 멍청이들! 게다가 우리 류역을 속이기까지 했으니, 정말로 간이 부었습니다.”

“목봉이 정말로 죽고 싶은가 봅니다.”

류종 역시 냉랭하게 말했다.

류경천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매우 차가워 보였다.

“급할 것 없다. 아직 놈에게 시간이 있는 것이다. 나중에 놈은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사정할 것이야.”

“목역…… 일개 근본도 없는 세력이 우리 류역과 맞먹으려고 하다니? 정말로 주제도 모르는 놈들이군.”

류경천이 일어나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알아서 할 일을 하고 있게나. 아직은 참고 기다릴 때다.”

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그의 안색이 변하며 고개를 들어 류역의 상공을 바라보았다.

본래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휭휭.

광풍이 불기 시작하자 류성에 있던 사람들은 천지간의 영력이 거칠게 요동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이 영력은 모두 바람을 따라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은 류부의 뒷산이었다.

“어찌 된 일이지?”

류명이 서둘러 밖으로 나와 변해버린 하늘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류경천은 얼빠진 모습으로 하늘을 보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뒷산을 바라보았다. 뒷산의 허공에서 광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먹구름이 모여들었다. 곧 엄청난 영력의 압박이 마치 파도처럼 서서히 밀려왔다.

“아버지가 출관하셨다.”

류경천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그 미소는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더욱 사납고 싸늘해 보였다.

한편 류명과 류종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류명, 이 소식을 당장 전해라. 우리 류역이 구역대회를 연다고 말이다. 북령경의 모든 세력은 꼭 참석해야 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알려라.”

“네!”

류경천의 말에 류명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류경천은 광풍을 맞으며 두 팔을 천천히 벌렸다. 오늘부터 류역이 바로 북령경의 패주다.

‘목봉, 이제 죽을 준비나 하거라.’

류역에서 구역대회를 연다는 소식이 바람과 같이 신속하게 북령경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 소식에 북령경 전체가 들썩였다.

구역대회는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났을 때 열리는 회의로, 북령경에서 가장 성대한 일이었다. 지난번 북령경의 구역대회에서는 9개 영역의 위치와 지위를 정하는 회의가 있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9개의 세력은 여전히 유지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류역에서 구역대회를 열겠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가?

많은 세력이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들은 점차 이번 구역대회에 숨겨진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북령경의 평화는 이제 끝났다.

* * *

목역의 목부.

대당의 분위기가 무척 엄숙했다.

목봉을 비롯해 목진과 주야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고, 목역의 일부 고위층도 모여 있었다.

목봉의 안색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류역이 갑자기 구역대회를 열겠다고 한다…….”

목봉이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말했다.

“놈들이 과연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 같은가?”

사람들은 순간 침묵했다. 류역의 이번 선언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 누구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역대회는 마음대로 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진도 눈썹을 찌푸렸다. 류역이 반드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벌였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목역에게 매우 불리한 일이 틀림없었다.

“류역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을 벌이는군. 이번 일은 뭔가 불안하니 놈들을 깨끗이 무시하고 참가하지 말죠!”

주야가 말했다.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구역대회는 모두가 함께 만든 규칙이다. 누가 열든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만약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알 수 없지.”

목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게다가 우리 목역을 노리고 만든 것이라면 참여하지 않더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류역에서 다른 역과 우리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려고 할 수도…….”

주야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내일 인원들을 소집한다. 우리 역의 최강 병력으로 구성해서 구역대회에 참가한다.”

목봉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면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류역에서 우리 목역을 집어삼킬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당산 역주와 다른 역주들에게도 전달해라. 그들도 불안할 것이다. 만약 류역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 한다고 해도 나머지 역에서 반대한다면 놈들도 어쩌지 못할 것이야.”

주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류역에서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놈들의 담이 아무리 크더라도 감히 8개의 역과 척을 지지는 못할 것이다.

목진은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목봉을 보았다. 목봉의 눈빛을 보니 무언가 위기감을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류역이 목역에게 손을 쓰려고 한다면 절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 * *

구역대회가 열리는 곳은 북령경 중앙에 구역이라는 도시였다. 지난번 구역대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 그 도시의 이름도 구역대회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곳은 중립지역으로 어떤 특정한 지역의 관리를 받지 않았다. 보통은 구역대회가 열리면 그곳의 사람이 주인이 되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곳은 평소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류역에서 규역대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은 순식간에 북령경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이 되었다.

그 열기는 이전에 북령원의 정원쟁탈전 때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사람들은 정원쟁탈전과 같은 일을 동경하긴 하지만, 자격을 지닌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그 승패는 그들과 크게 관련이 없었다. 그저 구경하러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구역대회는 달랐다. 북령경의 구성과 관련이 있으며, 일단 변화가 생기면 북령경의 모든 세력이 그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목봉 등이 많은 이들을 데리고 구역성에 도착했을 때, 도시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세력에서 데리고 온 이들도 이곳저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번에 목역은 정예병을 데리고 그곳에 왔다. 목봉이 직접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주야, 목진 그리고 4대 성주까지 따라왔다. 최근에 2급 영진사가 된 온영 역시 동행했다. 모두 합하면 천 명이나 되었다. 위풍당당한 그 기세가 극에 다다랐다.

목역에서 사람들이 도착하자 구역성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목봉 역시 웃으면서 그들을 전부 받아주었다.

목역 사람들은 성의 중심부에 있는 대전에 도착하고 나서야 멈춰 섰다. 그리고 4대 성주가 부대를 인솔했다.

목봉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곧 다른 세력들도 도착했는데 꽤 많은 정예를 데리고 온 것이 보였다. 다른 역주들 역시 은밀히 전부 경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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