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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4화 (73/1,000)

74화. 구역대회(九域大會)

“목 형.”

목봉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당산이 사람들을 데리고 그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당 형.”

목봉은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 목진 역시 목봉을 따라갔다. 목진은 당산의 뒤를 한번 흘끗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당천아까지 이곳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당천아 역시 목진을 보았다. 아름다운 눈에 순간 희색이 떠올랐고, 목진을 향해서 눈을 깜박였다.

목봉과 당산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안색은 역시나 조금 어두웠다.

“너도 온 거야?”

목진은 목봉의 뒤를 쫓다가 옆에 있는 소녀를 보면서 물었다.

“아버지가 이번 구역대회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나 혼자 당역에 남아 있으면 심심하니까. 같이 따라왔지.”

당천아가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곧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큰 눈으로 주변을 한번 흩어보았다. 그리고 목진에게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듣기로 류역에서 이번에 무슨 짓을 벌인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왜 굳이 이렇게 구역대회를 열면서 심력을 낭비하겠어?”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비록 9대역은 전부 구역대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지만 9대역이 정해지고 난 이후에 한 번도 열리지 않았어.”

“너 혹시 류경산이라는 이름을 들어왔어?”

당천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아버지가 아주 조심스럽게 그 이름을 꺼냈어…….”

“류경산?”

목진은 속으로 깜짝 놀라며 동공마저 줄어들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류경산은 류경천의 아버지야. 북령경에서 최강의 실력을 지닌 사람이었어. 3년 전에 갑자기 실종되었는데, 갑자기 왜 그 이름을 꺼낸 거지?”

당천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목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불안한 느낌이 샘솟았다.

류경산은 당시 북령경 최강자였다. 그의 경지는 신백경 후기로 삼천지경까지 한 발자국밖에 남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실종되었고, 듣기로는 수련하는 도중에 사고가 생겨 중상으로 죽었다고 했다.

“설마 그 노인이 아직도 죽지 않은 것인가?”

목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만약 류경산이 정말로 죽지 않았다면 그가 나타나는 순간 류역에는 2명의 신백경 후기의 강자나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류종까지 더해지면 류역에는 신백경의 고수가 3명이나 되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북령경을 눈독 들인다 해도 단독으로 막을 곳은 없었다. 게다가 가장 불안한 것은 류경천은 3년 전에 이미 신백경 후기의 경지였다는 것이다. 그가 수련을 계속해서 지금 삼천지경에 올랐다면?

생각이 꼬리를 물자 목진은 속으로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삼천지경은 북령경 전체에서도 오랫동안 나온 적이 없었다. 만약 류역에서 이런 강자가 나타났다면 북령경의 그 어떤 세력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목진이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옆에 있던 당천아도 그 모습을 보고 차마 말을 붙이지 못했다.

석전(石殿)에 들어가면서 목진은 목봉의 시선을 느꼈다. 목봉의 눈빛은 무거웠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그런 목봉의 시선은 최근에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 역시 당산에게 어떤 정보를 들은 것 같았다.

석전 안은 꽤 넓었다. 돌로 된 의자에는 이미 다른 역주들이 와서 앉아 있었다. 그들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들의 웃음소리는 뭔가 조금씩 부자연스러웠다.

류경산의 소식이 은밀하게 퍼진 것이다.

목봉 역시 자리에 앉았다. 목진과 주야는 그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시선이 반대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붉은색의 치마를 입은 미부인이 앉아 있었다. 미부인의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 뒤에는 익숙한 인영이 있었는데 바로 홍비단이었다. 그녀도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이다.

홍비단은 목진을 보고 웃었다. 그녀의 도화(桃花)와도 같은 눈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받은 듯했다.

“이년아, 목가의 아들이 마음에 드는 것이냐?”

부인의 시선은 목봉이 들어오면서부터 그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곧 그녀의 시선은 목봉의 뒤에 있는 영준한 소년에게로 향했다.

“어머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홍비단은 얼굴이 빨개지며, 조금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

“목봉은 그렇게 좋은 인간이 아니다. 그의 아들도 비슷하겠지.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왕래를 줄여라.”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말투에는 약간의 원한이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지금 만황령원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다. 앞으로 앞날이 창창하니 그때 가서 만날 수 있는 젊은 준걸(俊傑)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아마 목가의 아들보다 더욱 뛰어나겠지.”

홍비단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홍비단의 어머니는 목봉을 쫓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거절을 당했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와 결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투 중에 사망했고, 어머니는 지금까지 단신이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아직도 목봉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듯했다.

“어머니, 저는 만황령원에 가서 열심히 수련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다른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홍비단은 그렇게 말했지만, 목봉 옆에 있는 소년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의 어머니는 홍비단의 손을 두드리고는, 목봉을 한번 째려본 후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 저쪽에서 계속 저희를 봅니다.”

목진 역시 반대편의 움직임을 주의하고 있다가 가볍게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조용히 해라.”

목봉은 목진을 한번 째려보았다. 목진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면서 아버지의 젊은 시절에 대해 생각했다.

대전 안.

시간이 흐르자 대역주들과 그 외에 북령경의 일부 유명한 세력들도 거의 다 도착했다.

이곳저곳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대전은 점점 조용해졌다. 잠시 후, 대전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며 몇몇 인영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류경천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여러분 우리 류역의 체면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시니 정말로 영광입니다.”

류경천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상석에 앉자 그 뒤로 류종, 류명, 류모백이 뒤를 따랐다.

류모백은 들어오면서 목진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는 목진을 향해서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싸늘한 미소를 보냈다.

‘목진, 오늘 이곳이 너와 네 아비의 무덤이 될 것이다.’

류모백의 싸늘한 눈빛을 목진도 눈치챘다. 그는 두 눈을 살짝 감으며 류모백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빛도 점점 싸늘해졌다.

‘류역에서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겠지만, 만약 목역 위에 서려고 한다면 절대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류모백 역시 목진의 눈빛에서 그 의미를 읽었다. 그러나 그의 입꼬리는 냉소를 머금었다.

‘네가? 네가 뭐라고. 앞으로 너희 부자가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한번 보겠어.’

류경천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그를 향해서 포권을 했다. 북령경이 비록 9개의 역으로 나누어졌지만, 모두 류역이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힘으로만 따진다면 당연 1위는 류역이었다.

목봉 역시 류경천을 보면서 담담하게 웃으며 포권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하, 목봉 역주도 왔습니까? 고생 많았습니다.”

류경천은 목봉을 보면서 웃었다. 그의 웃음은 꽤 온화해 보였다. 이전의 다툼 같은 건 없었던 일 같았다.

“구역대회는 이전에 모두가 함께 정한 것입니다. 류역에서 소집했으니 당연히 와야지요.”

목봉이 웃으며 말했다. 류경천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다른 역주들은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북령경의 사람이라면 목역과 류역이 원수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마주칠 때마다 수십 번을 싸웠던 상황에서 지금의 모습은 어딘가 익살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익살스러움 밑에 그들의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현재 류경천의 행동은 사실 정상이 아니었다.

“하하, 류 역주. 이번에 구역회의는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우리를 불러서 무슨 큰일을 선포하려고 하는 겁니까?”

당산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갑자기 물었다.

그 말에 대전 안의 분위기가 정지한 것처럼 굳어졌다. 모든 시선이 전부 상석에 앉아 있는 류경천에게로 향했다. 당산의 질문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류경천은 긴장한 눈빛들을 보고 조금 웃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했다.

“사실 큰일도 아닙니다. 여러분께 제의할 것이 있어 의견을 물어보려는 것뿐입니다.”

“음? 어떤 제의입니까?”

당산이 웃으면서 묻자 류경천도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분도 전부 알겠지만 백령천에서 우리 북령경은 사실 힘이 약한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발언권도 약하지요. 먼저 듣기 싫은 말부터 하겠습니다. 만약 어느 날, 어떤 강한 세력이 우리 북령경을 침범한다면 우리는 반항할 힘이 없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쌓아둔 것을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지요.”

사람들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류경천이 무슨 말을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 류 역주께서 걱정이 많습니다. 우리 북령경은 백령천에서도 구석에 있는 곳입니다. 다른 세력들이 왜 이곳을 노리겠습니까. 또 누가 쓸데없이 힘을 낭비해서 북령경으로 오겠습니까?”

당산이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만일…….”

류경천이 담담하게 말했다.

“류 역주, 할 말이 있다면 빨리 말을 해보세요.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목봉이 웃으면서 말했다. 류경천은 목봉을 지그시 바라보다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

“사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간단합니다. 우리 북령경이 백령천에서 지위가 없는 것은 우리가 서로 힘을 합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북령경이 모든 세력을 하나로 만든다면 백령천에서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를 침범할 세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더 넓은 영역과 더 많은 자원을 얻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이 백령천에서 그 누가 감히 우리를 우습게 보겠습니까?”

대전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각 세력의 수장들의 눈이 떨려왔다. 류경천은 북령경에 있는 모든 세력을 통일할 생각인가?

‘야심이 크군!’

목진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류경천은 설마 그의 역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북령경의 패주가 되려는 것인가?

목봉 등 몇몇 역주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다른 유명한 세력의 수장들도 아물 말도 하지 못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머리를 굴릴 줄 아는 교활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류경천의 계획에 숨겨진 음모를 모르겠는가.

“하하, 여러분들은 제 제안이 어떻습니까? 만약 안 된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내면 됩니다. 우리 북령경 전체의 미래를 위한 것이니 말입니다.”

류경천은 싸늘해진 분위기에도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목봉 역주,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류경천은 시선을 목봉에게로 돌려서 물었다. 목봉은 눈을 살짝 감고 앞에 있는 탁자를 만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연합할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연합이라면 모든 것을 손에 쥘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은 누굽니까?”

목봉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이 끝나자, 대전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 자신의 영역에서 왕이 아닌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 누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을 원하겠는가? ‘용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낫다’는 말이 있듯이 서열이 밀리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합은 아주 간단합니다. 북령맹을 만들어서 다 같이 맞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맹주의 자리는 목봉 역주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류경천이 웃으며 말했다.

대전 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목봉은 안색이 변하지도 않고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맹주의 자리에 제가 앉을 수는 없습니다.”

류경천의 뒤에 있던 류종이 갑자기 어느 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떤 세력의 수장이 일어나 웃으면서 말했다.

“제 생각에 류역주가 말한 연합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백마방(白馬帮)은 찬성합니다. 그리고 북령맹의 맹주에는 류 역주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류 역주의 실력과 지도력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목봉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다른 7곳의 역주들도 시선을 돌리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류역은 확실히 북령경에서 최강 세력이었다. 하지만 이런 강함은 모든 것을 지배할 정도의 강함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류경천을 맹주로 삼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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