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융천경(融天境) (2)
광폭한 영력의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목봉의 신형이 떨리며 뒤로 10걸음이나 물러났다. 그의 주먹 역시 조금씩 떨렸다. 그는 엄숙한 눈빛으로 류경산을 보면서 말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목봉이냐? 한참 명성이 오를 때는 애송이에 불과했는데, 그 틈에서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
류경산은 싸늘한 눈빛으로 목봉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구나. 우리 류역이 북령경을 통일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노부가 친히 살수를 내릴 수밖에.”
“그럼 오늘은 노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목봉의 눈빛 역시 싸늘하게 변했다. 목역과 류역은 이미 척을 졌기 때문에 류경산은 그를 절대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싸우는 것이 나았다.
“목 형, 나도 같이 싸우겠네!”
당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목봉 혼자는 절대로 류경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금 손을 잡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이다.
“여러분, 저는 내 반평생을 바친 우리 역을 류역에게 줄 수 없습니다. 만약 넘겨주는 것이 꺼려진다면 이번엔 여러분이 나설 차례입니다.”
당산이 다른 역주들을 보면서 소리쳤다.
당산의 말을 듣고 다른 6명의 역주 역시 안색이 변했다. 일단 출수하면 편이 갈리는 것이다. 만약에 목봉과 당산이 죽으면 그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진다. 결국은 류역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류 어르신. 이번에는 류역이 너무 했습니다. 우리 홍역은 지금도 잘살고 있습니다. 북령맹에는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홍역의 역주인 홍영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 나역(羅域)도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염역도!”
나역 역주에 이어 이전에 류경산에게 부상을 당한 열염도 분노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짧은 시간에 목봉과 당산 등 5명의 역주가 힘을 모았다. 다른 3명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융천경의 강자가 주는 압박감은 그들에게 너무 컸다.
많은 세력의 주장들이 이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5명의 역주라. 허허, 다른 사람들은?”
류경산은 천천히 목봉 등 5명의 역주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주제도 모르는 놈들이군.”
구부정했던 류경산의 몸이 천천히 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몸에서는 두려울 정도의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때 폭풍 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지며 대전 바닥 전체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쿵!
류경산이 크게 한 걸음을 내딛자 대전 위에서 거대한 돌이 떨어졌다. 대전은 결국 영력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했다.
곧 한 줄기의 놀랄만한 영력이 류경산의 살의와 함께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것이 네놈들의 선택이라면 노부의 손속이 무정하다고 하지 말아라!”
쿵!
빛기둥 모양의 경악할 영력이 구역성 중앙에서 하늘로 쏘아졌다. 순간 광풍이 몰아치는 듯한 소리에 성안에 있던 사람들은 천지의 영력이 동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눈길이 놀라서 영력이 요동치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강한 영력의 파동은 그들 평생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신백경 강자의 영력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언제 북령경에 이런 강자가 나타난 것인가?
“오늘 누구라도 우리 류역의 앞길을 막는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충천(沖天)하는 영력의 기둥 사이에서 노인이 천천히 허공에 떠올랐다. 그는 조금도 힘을 들이지 않고 허공에 떠서, 마치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촥!
무너진 대전에서 다섯 줄기의 빛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각자 영력을 이용하여 허공에 떠올랐다. 다섯 줄기의 빛은 모두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들 앞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목봉, 당산…… 5대 역주들인가!”
“대체 무엇을 하는 거지? 앞에 있는 늙은이는 또 뭐야? 정말로 엄청난 영력이 아닌가!”
“세상에, 류경산이야. 저 늙은이가 아직도 살아있다니! 게다가 이 힘은……. 신백경의 경지를 넘어서 융천경에 오른 것인가?”
“…….”
대전이 무너지고 다섯 역주와 노인이 떠오르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대전이 무너지는 소리에 성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류역이 북령맹을 만들어서 다른 세력을 삼키려고 했지만, 5대 역주들이 동의하지 않고 손을 잡았다는군!”
이 소식은 빠르게 전달되면서 다시 한번 성안을 진동시켰다. 이런 큰일은 북령경을 모두 삼킬만한 파도와 같은 소식이었다.
“목봉, 너희 5명이 손을 잡는다고 해서 노부의 상대가 될 것 같더냐? 너희 실력이 그리 나쁘지 않고, 만약 너희가 죽는다면 우리 북령맹의 손실도 적지 않으니 노부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마!”
“류 어르신, 그 생각은 접으시지요. 우리는 그저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백령천의 패권을 잡는 일은 어르신 혼자 하십시오.”
“어리석은 것!”
목봉이 웃으며 말하자 류경산의 눈빛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오늘의 일전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며 류역은 북령경의 다른 세력에 공포를 심어줄 수가 없었다.
쿵-!
강력한 영력이 마치 화산이 터지는 것처럼 류경산의 체내에서 터져 나왔다. 엄청난 영력이 포효소리와 함께 두 개의 머리가 달린 한 마리의 검은 개로 변했다. 그 거대한 몸에서 포악한 기세가 넘실거렸다.
역주들은 류경산의 뒤에 나타난 검은 쌍두견을 보고 눈빛이 엄숙해졌다. 만수록 제98위에 올라 있는 쌍두마견(雙頭魔犬)은 입으로 바람과 불을 뿜는 영수였다. 비록 천급의 영수는 아니지만, 고급 영수 중에서 최상위 영수였다.
쌍두마견에 응집된 기운은 역주들이 영수들을 응집시킨 것보다 더욱 강력했다.
“오늘 노부가 너희들에게 융천경 강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류경산은 허공을 밟으며 두 손바닥을 휘둘렀다. 사방에 퍼져있던 영력이 모여들며, 순식간에 화염과 검은 광풍으로 변했다.
바람과 불을 뿜어내는 쌍두마견의 능력은 류경산을 정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런 능력을 펼칠 수 있었다.
풍화영파(風火靈波)!
류경산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러자 한쪽 손에 있던 거대한 이무기와 다른 손에 있던 검은 바람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100장이 넘는 검은 폭풍이 만들어졌다.
쾅!
불로 만들어진 이무기와 검은 폭풍이 휘감기며 엄청난 영력의 파동이 목봉 등 5명의 역주를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그들은 류경산의 공격을 보면서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에 그들도 온몸에 있는 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들의 등 뒤로 영력이 응집되어 5마리의 다른 강력한 영수가 나타났다.
5마리의 영수 중에서 목봉 뒤에 나타난 거대한 화염이 가장 위풍당당했다. 그것은 화염의 용이 진정으로 천급의 영수에 오른 영수였다.
5명의 역주들은 전력을 다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천지를 뒤덮은 영력이 거대한 화염의 이무기와 검은 폭풍을 향해서 쏘아졌다.
쿵쿵!
양쪽에서 맹렬하게 손속을 겨루며 거대한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허공에 울려 퍼졌다. 영력의 충격파도 차례대로 퍼져 나가며 전장 아래에 있는 건축물을 전부 평지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하늘에서의 격전을 바라보았다.
목봉, 당산 등 5명의 북령경 강자들은 지금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에도 류경산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류경산은 두 손을 아래로 내려 바람과 불을 움직였다. 이에 하늘을 덮은 영력이 움직여 목봉 등 5명의 강자에게서 날아온 공격을 막아냈다.
대전 밖, 목진 등도 전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하늘에서의 교전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것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교전을 뛰어넘었다.
“아버지."
당천아의 얼굴에 조급함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큰 눈이 조금 붉어졌다. 눈앞의 상황에 그녀의 마음은 매우 불안했다.
당천아 옆에 있던 홍비단 역시 붉은 입술을 꽉 물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기에 쭉 홍영과 서로를 의지하며 지냈다. 만약 이곳에서 그녀의 모친까지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삶의 의미를 잃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
목진은 두 소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서 그녀들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았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당천아와 홍비단은 소년의 평온한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마치 그의 평온함에 전염이 된 것처럼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군. 우리 할아버지는 아직 진심으로 싸우지 않았어. 너희들은 정말로 저들이 손을 잡고 융천경 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천진난만하군.”
무너진 대전 구석에서 류모백이 목진을 비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그를 한번 보더니 귀찮다는 듯이 신경 쓰지 않았다. 당천아와 홍비단 역시 더욱 목진의 뒤로 붙었다.
“흥! 홍비단. 이쪽으로 와. 네가 네 어머니를 설득한다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보증하지!”
류모백이 콧방귀를 뀌면서 목진 뒤에 있는 홍비단을 보았다.
류모백은 홍비단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비록 북령원에서 홍비단과 조금 가까워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구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는 좀 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러나 류모백의 기대와 달리 홍비단은 목진을 보면서 하얀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차가운 손으로 목진의 옷깃을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 류모백은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그는 원한에 찬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목진, 곧 네놈을 죽는 것보다 비참하게 만들어주겠어.’
“주 숙부, 어때요?”
목진은 류모백은 무시하고 옆에서 신중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주야를 보면서 물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늙은이는 아직 진정한 힘을 드러내지 않았어……. 역주들이 손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주 숙부도 가서 도와주는 것이 어때요?”
“안된다. 나는 이곳에서 너를 지켜야 한다. 상황이 나빠지면 나는 너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야. 우리는 죽어도, 너는 죽으면 안 된다.”
“저는 아버지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목진은 두 손을 꽉 쥐며 말했다.
“목진아, 경솔하게 생각하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마라. 네가 북령원에 들어가면 3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저 늙은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우리들의 복수를 해라!”
“만약 그게 최후의 방법이라면 그렇게 할게요.”
주야의 성난 목소리에 목진은 이를 꽉 물었다. 그의 눈에 붉은 기운이 나타났다.
“하지만 저도 모든 힘을 다해서 이 종말 속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아내겠어요. 저는 절대로 아버지를 눈앞에서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주야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소년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목진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리며 눈앞의 상황을 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