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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7화 (76/1,000)

77화. 거래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허공에서 전력을 다해서 싸우고 있는 목봉 등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두 눈을 감고, 심신을 단전 속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그는 만다라 꽃 위의 구유작이 자신을 귀찮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왜? 나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그건 꿈도 꾸지 마라.”

“내가 죽으면 너한테도 좋을 게 없어. 네가 발견되면 많은 강자가 너한테 관심을 가지겠지. 왜냐하면 네 힘은 너무 강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지금의 너는 아주 약해.”

목진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너무 차분해서 구유작마저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너는 지금 내 몸 안에서 천천히 회복하고 있지만, 네가 다른 강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을 거야.”

구유작이 가늘고 긴 눈을 깜박였다. 검게 타오르는 양 날개도 접었다. 목진의 말은 확실히 구유작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 거래를 하자. 네가 나를 도와주면 나도 너에게 충분한 대가를 주지.”

“대가?”

“나는 너를 절대로 연화(煉化)시키지 않을게.”

목진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굳건했다. 그 말에 구유작의 눈이 빛났다. 곧 구유작은 비웃으면서 말했다.

“수작부리지마! 나를 연화시키면 네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 너는 아직 모르니까 그렇지. 그 말은 절대로 믿을 수 없어.”

“내 몸 안에 있으면서 나의 성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번에 반드시 아버지를 도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죽겠지. 그러면 나의 마음속에서 복수심이 생겨날 거야. 이 복수심은 너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러면 내가 충분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을 때 너를 연화시키겠지!”

목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 구유작을 바라보았다.

“내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은 버려! 체내에서 너를 감싸고 있는 이 검은 종이는 만만한 것이 아니야. 내가 이것의 비밀을 푸는 순간, 너를 상대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 어쩌면 너도 이미 조금은 느꼈을 거야.”

구유작의 날개가 떨리며 싸늘한 의념이 전해졌다.

“나를 위협하는 거야?”

“나는 네게 충분한 대가를 치를 거야. 너에게도 좋은 일이지. 이런 상황에서 나를 돕지 않으면 류경산의 편이라고 생각할게. 나 목진은 은원이 분명하니까. 네가 나를 도우면 나는 너에게 고마움을 느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능력이 되는 순간, 단 하나의 원한도 그냥 두지 않겠어!”

목진의 목소리에서 확고함이 느껴졌다. 구유작이 정말로 수수방관하면 이후에는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목진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결연함에 구유작도 점점 조용해졌다. 구유작은 만다라 꽃 위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구유작이 천천히 말했다.

“이번에 너를 도와주면 정말로 나를 연화시키지 않을 거지?”

“응, 이후 네가 본체를 만들 수 있을 때, 남거나 떠나는 건 전부 너의 결정에 맡길게!”

“너를 도와줄게.”

구유작은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전에 조건을 하나 들어줘!”

목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구유작은 확고한 목진의 모습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지금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그러니까 나를 의심할 필요 없어.”

목진은 구유작이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연화시켜서 얻는 이득은 아버지의 목숨과 비교할 수가 없어. 그건 비교할 가치가 없는 거야.”

구유작은 목진의 말에서 물러설 수 없는 결연함을 느꼈다. 목진의 몸 안에 있으면서 그는 목진의 성격에 대해서 조금은 파악하고 있었다.

“나의 조건은 나중에 말하지. 눈앞에 있는 일부터 끝나고 말이야.”

구유작은 웅크렸던 날개를 펴며 말했다.

“일단 융천경의 노괴를 어떻게 쓰러트릴지 생각을 해보자고.”

“만약 내가 전성기였다면 1초에 노괴를 죽였을 거야. 하지만 너도 아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약하지. 그래서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 줄 수가 없어. 모든 것은 네가 해야 해.”

“나는 놈의 적수가 안 돼.”

“내가 너에게 힘을 빌려줄게. 네가 힘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말이야. 하지만 먼저 알려줄 것이 있어. 지금의 너는 분명 약해. 이렇게 약한 신체로 나의 힘을 견딜 수 있을지 아무도 몰라.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나도 방법이 없어. 그래도 할 거야?”

“나에게 힘을 빌려줘!”

목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의 힘을 빌리면 너도 잠깐은 융천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어. 하지만 아주 잠깐에 불과해. 만약 그 시간에 노괴를 해결하지 못하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응!”

목진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목진은 목봉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만다라 꽃을 조정해서 나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면, 내가 힘을 보내줄게.”

구유작이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말했다.

“물론, 네가 나를 믿지 못하고 압박을 줄이는 순간에 너에게 불리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다시 말할 필요도 없어.”

“나는 너를 믿어.”

“음?”

구유작이 재미있다는 기색을 보였다.

“그렇게 쉽게 나를 믿는다고? 천진난만한 거야 아니면 모자란 거야? 설마 내가 몰래 손을 쓴 것을 잊은 거야?”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너는 인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오만함이 뼛속까지 차 있지. 그런데 지금은 내 제안을 들어주었으니, 다른 마음을 먹을 리가 없어.”

목진이 웃으며 말했지만 구유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번에는 고마워. 이 은혜는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을게.”

목진은 깊게 숨을 들여 마셨다. 어찌 되었든 구유작은 지금 유일하게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였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힘을 빌려주겠다고 했으니 무슨 이유든 무조건 고마웠다.

“이건 분명한 거래야! 친분을 다질 생각하지 마.”

구유작은 귀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는 먼저 준비를 조금 해둬.”

그 말에 목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단전에서 빠져나와 굳게 감겨 있던 눈을 떴다. 다시 그의 귓가에 쿵쾅거리는 거대한 소리가 하늘에서부터 들려왔다. 놀랄만한 영력의 압박도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괜찮아?”

당천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목진이 갑자기 눈을 감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걱정한 것이다.

그는 당천아의 걱정이 가득한 눈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천아 누나, 안심하고 나를 믿어. 류경산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거야.”

당천아와 홍비단은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목진을 보았다. 소년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편안해 보였다. 마치 소년에게 무언가 확신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당천아는 목진이 어디서 이런 확신을 얻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활짝 웃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주유도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상황을 보니 목진이 가지 않는다고 하면 그를 기절시켜서라도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죽는 것은 괜찮지만 목진이 죽으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난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았다.

전투는 이미 과열된 상태였다. 목봉 등 5명은 영력을 극한으로 움직이며, 위력적인 공세를 날렸다. 신백경의 강자라도 안색이 변할 공격이었다.

하지만 류경산은 얼굴에 시종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는 양손을 내려 거대한 영력을 움직이고 있었고, 화염과 검은 폭풍은 마치 거대한 채찍같아 보였다. 목봉 등이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투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류경산이 지금 지루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여전히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5명의 역주의 얼굴은 온통 붉게 변했다.

신백경과 융천경의 차이는 거대했다.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이었다.

성안의 다른 세력들은 류경산과 역주들의 싸움을 보고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점점 밀려드는 공포감에 사람들은 몸을 떨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후 북령경에서 류역의 독주를 예상했다.

이전의 평형은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류경천은 웃으면서 하늘을 주시하며 뒷짐을 지었다. 그와 멀지 않은 곳에서는 북령맹에 가담한 세 역주의 안색의 창백해졌다. 그들은 융천경 강자의 공포스러운 실력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역주들이 북령맹에 가입한다고 해도 좋은 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류역에 잘 보여야 한다. 그들의 실력이라면 류역도 경시하지 않을 것이고, 최소한 괜찮은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하하, 역주들은 안심하세요. 오늘부터 여러분은 우리 류역의 친구입니다. 우리 류역은 친구를 대할 때, 특히 사이가 좋지요.”

류경천이 세 명의 역주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세 명의 역주들은 그 말을 듣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하.”

류경천은 그런 역주들의 표정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득의만만한 류경천의 모습에 역주들은 속으로 분노했다. 하지만 그들은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 이후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하하, 이제 어르신이 진짜로 움직이실 생각 같구나!”

류경천은 역주들을 더이상 신경 쓰지 않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세 역주는 그 말에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 류경산은 손바닥 사이에 있던 화염과 검은 폭풍을 천천히 없애버렸다. 그리고 담담한 눈빛으로 잔뜩 경계하고 있는 5명의 역주를 보면서 말했다.

“다 놀았는가?”

“다 놀았으면 이제 놀이를 끝내지. 노부가 나이를 먹어서 오랫동안 너희들과 놀아줄 수가 없구나.”

류경산이 앞으로 한 걸음 나가자, 사람들은 온 하늘에 있는 영력이 빠르게 그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드는 영력에 주변 사람들은 전부 놀랐다.

“만도쇄악장(萬淘碎岳掌)!”

류경산의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 그가 갑자기 손을 내밀자 끝없는 영력이 장심에서 모여 나갔고, 그의 손바닥은 100장이 넘는 거대 손바닥이 되었다. 그 장인(掌印)에 경악할만한 영력이 모였다.

쿵!

장인이 나타나 하늘을 덮고, 곧바로 목봉 등 5명을 향해 압박해갔다.

쾅!

굉음이 울리며 장인의 아래 있던 공기마저 터져나갔다. 장인 아래쪽으로 마치 무수한 파도가 생겨나는 것처럼 출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기도 끝없이 진동하며 장인의 영역 안의 건물도 순간의 영력으로 전부 평지가 되었다.

“다 같이 공격!”

목봉 등은 밀려오는 영력에서 경악할 만한 파동을 느꼈다. 이에 그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등 뒤에 있던 영수들도 긴 울음소리를 내며 다섯 줄기의 영력이 모여서 광속으로 쏘아졌다.

펑펑펑!

허공에서 만난 양쪽의 공격은 육안으로도 영력의 기파가 퍼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광풍이 밀려왔다.

쏴!

광풍이 퍼져 나가자 역주들의 몸도 순간 떨렸다. 곧 그들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고, 그들의 몸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땅으로 추락했다.

목봉이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억지로 신형을 유지했다. 그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고개를 돌려 주야를 보고 외쳤다.

“가라!”

“목역의 인마들은 공격하라!”

일찍이 대전 밖에 있던 목역의 인마들은 목봉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마치 조수(潮水)처럼 대전을 향해 돌진했다.

“저놈들을 막아라!”

류경천은 냉소를 지으며 크게 손을 흔들었다. 다른 쪽에 있던 인마들 역시 마치 조수처럼 밀려오며 목역의 인마들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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