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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8화 (77/1,000)

78화. 힘을 빌리다

“아버지!”

“어머니!”

당천아와 홍비단은 석탑의 위를 바라보았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당산과 홍영이 창백한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다.

“주 형! 미안하지만 딸아이들도 같이 데리고 가주시오!”

당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주야를 보며 말했다. 주야는 어두운 얼굴로 눈앞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았다. 그는 이를 꽉 물며 양손으로 당천아와 홍비단을 잡고 목진에게 말했다.

“진아! 가자!”

주야의 말에도 목진의 신형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희미하게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를 가려고!?”

류경천 역시 그곳을 신경 쓰고 있었다. 순간 한 줄기의 빛이 터져 나오며 웅혼한 영력이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에서 기파가 쏘아졌다.

그의 일권은 웅혼한 영력과 함께 땅을 가르며 장풍과 하나가 되었다. 주야는 급하게 목진 앞에 나타났다.

펑!

기파가 소용돌이쳤다. 주야의 목구멍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며, 뒤로 10걸음이나 물러났다. 주야는 신백경 초기지만 류경천은 신백경 후기의 경지였다.

“목가의 애송이. 오늘 북령원에 갈 생각은 버려라! 얌전히 이곳에 묻혀라!”

일장에 주야를 뒤로 날려버린 류경천은 순식간에 목진 앞에 나타났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영력이 휘몰아치는 맹렬한 장풍을 목진을 향해 날렸다.

“류가 잡놈! 죽고 싶구나!”

그 모습에 주야는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며 함성과 함께 광풍처럼 류경천을 향해 돌진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목봉 역시 그 모습을 보았다. 망령같이 변한 목봉은 머리마저 텅텅 빈 표정이었다.

“하하, 목봉. 너의 천재 아들은 내가 대신 처리해주마!”

류경천은 사나운 얼굴로 그의 손에 있던 기세가 가득한 장풍을 내리꽂았다.

하지만 그의 장풍이 목진의 천령개(天靈蓋)에 도달했을 때,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목진이 고개를 맹렬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검은 눈동자 사이로 검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곧이어 소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류경천의 눈동자에 비쳤다.

펑!

목진의 장이 번개처럼 그의 몸 앞을 막았다. 류경천의 맹렬한 공격이 단단히 막혀 나아가지 못했다. 맹렬한 영력의 충격은 목진의 발로 전달되었고, 결국 땅까지 갈라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그들의 눈에는 류경천의 맹렬한 공격을 막은 목진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류경천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순간 소년의 입가에 생겨난 미소를 보았다. 그 순간 마음속에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류경천이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할 때, 목진의 장이 조(爪)로 변하며 맹렬히 아래로 그어 내렸다. 막을 수 없는 힘이 전해지며 류경천의 몸이 지면으로 박혔다. 단단했던 지면은 순식간에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목진은 싸늘한 눈빛과 함께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류경천의 등 뒤를 밟았다.

인근의 대지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쿨럭.

그때 류경천이 피를 토했다. 이건 그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겨우 영륜경 후기의 소년이 어떻게 이런 힘을 낸단 말인가. 그의 눈빛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물론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둘러 달려오던 주야도 발걸음을 멈추고, 이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았다.

주변의 무수한 눈빛이 목진에게 집중되었다. 당천아와 홍비단의 손은 참지 못하고 붉은 입술을 가렸고, 그 뒤에 있던 류모백 등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목진…….”

목봉 역시 놀라서 얼이 빠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 어린 축생 놈이! 죽고 싶구나!”

류경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음산한 살기로 가득 찼다. 그러나 목진은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발을 들어 올려 류경천의 가슴을 차버렸다.

류경천은 멀리 날아갔고, 땅에는 수백 미터 길이의 고랑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류경천을 차버리고 나서야 목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불꽃이 이글거리는 그의 눈동자는 마치 맹수처럼 류경산을 주시했다. 곧 쉰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이 늙어빠진 노인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면 나에게 허락을 받아라!”

목진은 두 손을 꽉 쥐었다. 검은색의 영력이 화염처럼 그의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며, 한 줄기의 경악할 영력의 압박이 도시 전체를 덮었다.

영력의 압박에 류경산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안색이 바뀌었다. 영력의 수준이 이미 융천경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영력의 압박감이 목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을 때, 성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감정의 격랑으로 사람들의 사고가 정지될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무시무시한 실력을 감추고 있던 것인가?

“불가능하다.”

류종의 류명, 류모백 등은 너무 놀라서 말을 잃었다.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얼굴이 짙게 나타났다.

“융천경?!”

하늘 위, 류경산의 동공도 맹렬히 줄어들었다. 그는 몸에서 검은 화염이 피어나는 목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가 풍기는 영력의 압박감은 그에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목진은 융천경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도시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수많은 이들의 목진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시선은 류경산에게 고정되었다.

“늙은이, 융천경에 이르렀다고 북령경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오늘 류역이 북령맹을 만들겠다는 희망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애송아. 너무 자만하지 말아라. 어떻게 그렇게 순간적으로 힘이 늘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힘은 너의 것이 아니겠지. 나를 막겠다는 생각은 정말 당돌하구나.”

류경산의 목소리에서 번개 같은 진노와 함께 사람의 혼백을 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건 두고 보면 알지.”

목진이 웃으며 주먹을 쥐자 손등이 갈라지면서 한 줄기의 핏줄이 터지고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구유작의 힘은 지금의 목진에게 너무 강대했다. 그 힘을 받기 위해서는 몸의 부하를 견뎌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싸악.

목진의 신형이 움직이는 순간 그가 하늘에 나타나 멀리서 류경산과 대치했다. 두 명의 융천경 강자가 만들어낸 영력의 압박은 마치 대양에서 거대한 파도가 만들어져 충돌하는 것 같았다.

사방천지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았다.

한편, 목봉 등 5명의 역주는 땅에 내려와 섰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나누며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목봉을 보았다.

그러나 목봉도 영문을 알 수 없어 쓴웃음만 지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도 목진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로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목진의 실력이 갑자기 늘어 류경산과 평형을 맞출 수 있다는 건 그들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었다. 어쩌면 상황을 역전시킬 기회가 될 것이다.

그들은 목진이 이 불리한 상황을 혼자 힘으로 어떻게 바꿔나갈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목봉 등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마주 보고 있던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영력의 압박감이 더욱 격렬해졌다. 비록 그들은 아직 싸우지 않았지만 그들의 기세는 이미 도시 전체를 덮고 있었다.

쿵!

영력이 다시 한번 충돌하며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진과 류경산의 두 눈에서 마치 한광(寒光)이 동시에 스쳐 가는 듯했다.

쏵!

그들이 신형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두 줄기의 신형이 마치 번개처럼 수평선을 지났다가 또 한순간에 성안 상공에 나타나 충돌했다.

류경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목진의 폭발적인 힘을 보고 그는 이제 목진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영력이 성난 파도처럼 엄청난 기세로 쏘아져나갔다.

목진 역시 류경산의 강력한 공세에도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두 눈에 기이한 검은 화염이 떠오른 주먹이 보였다. 검은색의 영력은 마치 저승에서 온 것 같았다.

둥!

극한의 영력이 담긴 권풍 두 줄기가 서로 강하게 충돌했다. 육안으로도 그들의 주먹에서 기의 파동이 퍼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성안에 있는 높은 건축물은 기의 파도를 만나는 순간 가루로 변했다.

그들은 각자 뒤로 10걸음씩 물러났다. 류경산은 목진의 눈빛이 더욱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조금 전 영력이 충돌했을 때, 목진의 영력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저 검은 영력에 있는 특이한 검은 화염은 매번 그의 영력과 닿을 때마다 전부 타버렸다.

“애송이 놈, 힘의 출처가 오묘하구나. 전력을 다해주마!”

류경산의 생각은 속마음을 거쳐 그의 혀까지 전해졌다. 그의 뒤로 천지의 영력이 뭉쳐졌다. 웅혼하고도 강한 느낌은 일부 신백경의 강자들이 보기에도 심장이 뛰었다.

합!

류경산의 일보(一步)에 천지가 떨리는 듯했다. 그는 양손으로 주먹을 쥐며 기합 소리와 함께 사납게 주먹을 내질렀다.

“경산지권(惊山之拳)!”

웅웅!

류경산이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권풍이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권풍은 한 줄기의 짙은 노란색의 광원이 되어 온 하늘을 영력의 광원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천지를 뒤덮으며 목진을 향해서 날아갔다.

류경산의 권풍을 담은 광원 하나하나는 신백경 강자들이 전력을 다해서 모은 힘과 비슷했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서 덮쳐오는 수백 장의 공격을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빛나며 발끝이 움직여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갔다.

쏵쏵!

하늘을 덮은 광원이 비명을 질렀다. 목진의 신영이 흐릿하게 변하며 잔상이 그의 뒤에 나타났다. 귀신과 같은 속도로 권풍으로 만들어진 광원을 뚫고 지나갔다.

“빠른 속도구나!”

류경산 역시 목진의 속도를 보고 조금 놀랐다.

‘보아하니 이 애송이는 신법 영결을 수련했군.’

촥!

목진의 신영은 권풍의 빛무리를 뚫고 가서 손가락을 구부렸다. 목진의 싸늘한 눈빛과 함께 손가락 사이에서 빛나는 금빛의 광선이 쏘아졌다.

“나의 일초식을 받아보아라!”

목진의 싸늘한 함성과 함께 손가락이 허공을 찔렀다. 한 줄기의 금빛 무지개가 손가락에서 나가 허공을 찢으며 류경산을 향해서 날아갔다.

지금 목진의 힘이 실린 영황지(靈皇指)의 파괴력은 충분히 단번에 산봉우리를 날릴 수 있었다.

“흥!”

류경산은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금빛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패도적인 영력의 파동에 그의 눈빛이 신중하게 변했다. 그는 곧 콧방귀를 뀌면서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곧장 극히 무거운 모습의 일권이 쏘아졌다.

웅웅!

류경산의 특이한 일권이 쏘아져 나가자, 그의 몸 앞에 있던 공기가 진동하며 거대한 산이 되었다.

둥!

류경산의 육중한 일권이 100장이 넘은 산 위로 떨어졌다. 산 위에 떨어진 권풍이 떨리며 짙은 금빛 무지개가 되었다. 그리고는 산악의 힘과 하나가 되어서 허공을 관통하며 날아오는 금빛 무지개와 정면충돌을 했다.

펑!

두 힘의 충돌로 경악할 만한 영력이 퍼져 나갔다. 그 충격으로 천지에는 광풍이 몰려왔다.

“능력은 있구나. 네놈이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 보자!”

그의 마른 팔이 순간 빠르게 팽창하며 근육이 솟아났다. 어떤 무거운 힘이 그에게서 풍겨왔다.

“산신결(山神訣) 감산신권(憾山神拳)!”

류경산은 싸늘하게 말하며 양 주먹을 맹렬히 휘둘렀다. 그러자 100장 크기의 산봉우리가 그의 주먹에 따라서 만들어졌다. 웅혼한 영력과 권풍이 모여서 만들어진 산봉우리가 목진을 압박해 들어갔다.

“공격을 전부 받아주마!”

류경산의 공격에도 목진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가 양손의 손가락을 전부 구부리자 찬란한 금빛이 손끝으로 사라지며, 한 자루의 절세신창이 만들어졌다. 그 신창은 사납고도 패도적이었다.

합!

목진이 양 손가락을 찌르자 전방의 공기가 갈라지며 은은하게 압축되었다. 100여 장 크기의 금빛이 목진의 손끝에서 터져나갔다. 게다가 금빛 표면에는 검은 화염이 요동치고 있었다.

웅웅!

성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들어 떨리는 얼굴로 하늘을 뒤덮은 산봉우리와 금빛을 보았다.

둥둥!

하늘을 덮은 강한 공세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금빛과 산봉우리가 강하게 충돌을 했고, 곧이어 경악할만한 영력의 기파가 차례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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