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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9화 (78/1,000)

79화. 3급 영진

영력의 파도는 하늘에서 폭풍을 만들었다. 폭풍은 잔인했다. 그 폭풍으로 아래쪽 도시에 남아 있던 일부 건물까지 전부 붕괴해버렸다.

사람들은 영력의 충격을 피해 숨어들었다.

그러나 목봉 등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가득 채운 금빛을 바라보았다. 금빛이 태양의 빛을 전부 삼킨 것 같았다.

그들은 고공의 전투를 보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다시 한번 융천경 강자의 강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전에 류경산과 싸웠을 때 그는 진정한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융천경.”

목봉은 양손을 꽉 쥐었다. 그는 신백경 후기에 이른지 오래됐지만, 지금까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류경산과 대결하고, 융천경 강자들의 대전을 본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 흐릿하게 무언가를 만진 느낌이었다.

그는 이번 대전이 끝나고 폐관 수련을 하면, 진정으로 꿈에서 바라던 경지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봉이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드디어 맹렬하고도 패도적인 승부가 멈췄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일노일소(一老一少)의 신영이 다시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 주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영력으로 사람들은 이번 전투가 과열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류경산의 양팔에서 핏줄이 마치 뱀처럼 솟아났다. 그는 매서운 눈길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목진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매우 어두웠다. 그가 먼저 맹렬히 공격했지만 목진이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목진의 힘은 그의 예상은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류경산은 깊게 숨을 들여 마시고 두 손을 천천히 모아서 인을 맺었다. 그의 얼굴이 조금씩 경건해지며, 어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천천히 생겨났다.

“목진, 노부는 수년간 고행을 했다. 조금 전에는 산신결을 대성했지. 오늘 그것을 너에게 시험해 보겠다.”

류경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함성과 함께 등 뒤에서 짙은 황금빛이 나타나 천지를 덮었다. 그 금빛 사이로 마치 약 천장쯤 되는 작은 금빛의 산악이 천천히 생겨났다.

그 산악에 있는 바위와 절벽은 생동감이 넘쳐 마치 진짜처럼 보였다. 산악이 나타남과 동시에 하늘에 있는 모든 것을 압박하며 아래쪽에 있던 대지를 일부 무너트렸다.

그 모습을 보고 목진은 눈빛이 굳어졌다.

류경산의 인법이 변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천장의 산악이 날아올랐다. 거대한 그림자가 목진을 향해서 덮쳐왔다.

“산신결, 산악진대지(山岳鎭大地)!”

우뚝 솟은 산악이 하늘로 솟구쳤다. 마치 땅에서 뽑아 올린 것처럼 거대한 산이 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며, 육중한 무게와 함께 목진을 향해서 내리 앉았다.

거대한 산악이 날아오자 천지의 대기에서도 낮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공기가 압축되어 만들어진 공기의 호선이 산악 전체를 감쌌다.

역주들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공세를 보고 침을 삼켰다. 만약 이런 산악이 이 도시를 향해 날아왔다면 도시의 절반이 파괴됐을 것이다.

“목진이 이 공격을 받아낼지 모르겠구나.”

목봉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늘에 있는 소년을 보았다. 거대한 산악 아래에 있는 그의 모습은 개미처럼 작았다.

그 시각, 목진은 아래쪽의 무수한 시선을 뒤로하고 천천히 백색의 기운을 토해냈다.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에는 엄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빠르게 기이한 인법을 펼쳤다.

인법이 변함에 따라 웅혼한 검은 영력이 그의 장심으로 빠르게 모여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검은 영력은 1장 정도 되는 검은색 광인(光印)을 2개 만들었다.

그 검은색 광인은 목진이 수련한 삼라사인(森羅死印)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삼라사인의 위력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목진은 두 개의 삼라사인을 응결한 뒤에도 조금도 쉬지 않았다. 장심으로 다시 검은색의 영력이 응집되었다. 그 영력은 서서히 또 하나의 검은색 광인으로 나타났다.

3개의 삼라사인!

목진은 경악할 만한 영력의 파동으로 가득 찬 3번째 삼라사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닿는 순간, 인법이 계속해서 변했다. 검은색 빛의 원이 장심에서 계속해서 물결치듯 나타났다.

우르릉.

묵직한 영력이 충돌하듯 음침한 소리를 내던 검은색 빛의 원은 목진의 장심에서 수축하며 다시 또 하나의 검은색 광인을 만들어냈다.

목진은 4개의 삼라사인을 응결할 생각이었다.

삼라사인을 얻고 난 이후부터 목진은 수련을 반복했지만, 어떻게 해도 3번째를 응결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구유작의 힘을 받아서 겨우 완성했다.

목진은 4번째 삼라사인을 완성한 이후에 몸에 전달되는 반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다. 만약 구유작의 영력이 패도적이지 않았거나, 검은 화염이 영력을 태우는 효과가 없었으면 이미 경맥이 전부 끊어졌을 것이다.

4개의 삼라사인이 목진의 주변에 떠올랐다. 검은색 빛의 파동이 줄줄이 퍼져 나가더니 곧 목진의 주변 수십 장을 뒤덮었다. 목진 주위에만 대기가 구부러져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동굴이 뚫린 신비한 모습이 되었다.

4개의 삼라사인이 떠올랐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빛이 맹렬하게 변했다. 그리고 소매를 젓는 순간, 그의 장이 권으로 변하며 자신을 압박하며 날아오는 거대한 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쿠릉!

주먹이 쏘아져 나가는 순간, 4개의 삼라사인도 흔들리며 솩!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4개의 삼라사인에서 한 줄기의 검은 광선이 앞뒤로 나타났다. 검은빛의 파동은 검은 광선과 함께 출렁였다. 멀리서 본다면 마치 동굴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광선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악 아래쪽에 나타났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산악의 바닥과 충돌했다.

펑!

경악할 만한 영력의 충격파가 미친 듯이 퍼져 나갔다.

콰직.

그때 첫 번째 삼라사인이 충격과 함께 박살이 났다.

“고작 한 번도 버티지 못하는구나!”

류경산의 눈빛에 냉소가 스쳐 지나갔다.

둥!

류경산이 냉소를 짓고 있을 때, 두 번째 삼라사인이 더욱 패도적인 영력으로 충돌했다. 검은색 광선이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갔고, 그 거대한 산악은 격렬하게 떨리며 압박하는 속도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류경산의 얼굴에 피어나던 냉소가 조금 굳어졌다.

둥!

세 번째 삼라사인 역시 곧이어 도달했다. 검은색의 빛줄기가 산악의 아래쪽에서 퍼져 나갔다. 패도적인 힘이 쏟아지며 압박해 내려오던 산악을 멈췄다.

산악이 내려오지 못하고 있을 때, 네 번째 삼라사인이 때맞춰 도달했다. 네 번째 삼라사인은 은밀하게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내보였다.

펑!

검은색 빛은 해가 저물고 난 이후에 세상의 끝에서 솟아오르는 암흑처럼 산악의 하단에서부터 덮어갔다. 심지어 햇빛마저 흡수되었다.

온 세상의 색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 어두워졌다.

둥!

사람들은 놀란 모습으로 암흑이 퍼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 갑자기 한 줄기의 낮고도 무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산악 하단으로 한 줄기의 검은색 광선이 마치 천지를 꿰뚫는 기둥처럼 산악의 하단을 뚫고 산악의 꼭대기까지 관통해 나왔다.

그 광경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어떻게?!”

류경산의 신형이 맹렬히 떨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이 정도로 힘을 썼는데, 겨우 목진에게 막힌 것인가?

성안에서 목봉 등이 이 모습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웅!

그때 검은색 빛이 팽창하더니 그 파동이 산악 전체를 덮었다. 마지막에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악 전체가 터져나갔다. 온 하늘을 뒤덮었던 빛 역시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졌다.

류경산이 전력을 다한 공격이 목진에게 완벽하게 파괴된 것이다.

“저 멍청한 놈이!”

류경천과 류종 등은 그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숨길 수 없는 공포가 드러났다.

그들은 안중에도 없던 소년이 갑자기 이런 엄청난 힘을 사용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융천경에 이르러 류경산을 패배시키다니.

하늘 위, 목진의 손끝에 있던 검은빛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안색을 한 류경산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서로 공격하지 않았다.

“노부를 이렇게 만들다니. 너도 대단하군.”

류경산은 목진을 보면서 깊은숨을 토했다. 그 모습이 마치 마음속의 답답함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의 그 힘이 비록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네 것이 아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 게다가 너의 몸은 영륜경 후기에 불과해서 그런 힘을 받아들이기엔 매우 부족하다.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려라. 노부의 눈은 멀지 않았다.”

그 말에 목진의 눈이 빛났다. 류경산은 과연 융천경 강자였다. 그의 눈은 평범한 사람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예리했다.

그가 구유작의 힘을 완전히 사용했을 때, 그의 몸은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피부에는 미세한 혈흔이 나타났고, 선혈은 그의 몸을 따라 흐르며 손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졌다.

“영감의 말이 옳다. 너는 오래 버틸 수가 없어. 만약 저놈을 죽이지 못하면 네 아비와 당장 도망가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다.”

그때 구유작의 차가운 의념이 목진의 몸속에서 울려 퍼졌다. 목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류경산은 말없이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짝 웃었다. 그는 확실히 목진이 두려워하는 부분을 찌른 것이 확실했다.

“나는 지금부터 시간을 끌 것이다. 그럼 너의 힘은 점점 약해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노부가 너를 죽이는 것이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울 것이다.”

성안에 있던 목봉과 역주들 역시 침묵했다. 그들은 목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 힘이 그의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류경천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곧이어 사나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았다. 이 애송이는 너무 위험했다. 제거하지 않으면 앞으로 큰 재난을 불러올 것이다.

그때 목진이 류경산을 보고 조소를 날리며 말했다.

“과연 늙은 생강이 맵구나.”

“그럼 이제 너는 무엇을 할 생각이냐?”

류경산의 입가에 조소가 나타났다. 그는 목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목진이 가진 융천경의 힘으로는 그를 죽을 수 없었다. 시간을 끌면 오히려 목진이 죽을 수도 있었다.

“내가 이 힘을 잃기 전에 너를 죽이면 그만이지.”

“재미있구나. 하지만 네가 빌려온 힘으로는 그럴 수는 없겠지!”

류경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목진은 류경산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며, 눈빛이 조금씩 싸늘하게 변했다. 곧이어 그의 두 눈이 천천히 감겼고, 그의 몸은 번갯불처럼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뒤로 물러나면서 10개의 손가락을 움직였다.

사람들은 목진의 손끝에서 놀랄만한 속도로 영인이 떠오르며 주변을 떠도는 것을 목격했다.

그 짧은 순간, 목진의 주변은 영인으로 빛났다. 그 숫자가 족히 100개는 되었다.

목진 주변에 떠오른 100여 개의 영인을 보는 순간, 성안에 있던 영진사들의 입이 쫙! 하고 벌어졌다.

100개의 영인?!

이런 것은 극소수의 3급 영진사나 가능한 일이다.

목진이 설마 3급 영진사에 올랐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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