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요련도영진
“100개의 영인?!”
목진 주변에 100개의 영인이 마치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나타났다. 그 모습에 류경산의 안색도 변하기 시작했고, 눈빛에는 두려운 기색도 보였다.
류경산이 영진사는 아니었지만, 그의 경험으로 볼 때 100개의 영인으로 만들어진 영진은 3급 영진 중에서도 최상급의 위력을 가졌다. 일단 영진이 만들어지면 그 위력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강력할 것이다.
“3급 영진!”
류경산의 입술 사이로 한 글자씩 흘러나왔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느꼈다. 그는 목진이 3급 영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왠지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왔음이 느껴졌다.
“네놈은 절대로 영진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류경산에게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영진의 위력은 극강이었지만, 영진사에게는 최대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영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게다가 방해를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런데 목진은 싸우는 와중에 그의 앞에서 영진을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다급함에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죽고 싶구나!”
류경산의 안색이 음산하게 변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곧장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목진에게 달려갔다. 그와 동시에 양 주먹을 날렸다. 그의 주먹에서 웅혼한 영력이 쏘아지며 거대한 산을 만들며 목진을 압박했다.
하지만 류경산의 공세에도 목진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양쪽 다리 위로 짙은 검은색의 영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몸 역시 빠르게 흐릿해졌다. 한 줄기의 잔상을 남기며, 마치 귀신같은 속도로 허공에서 잽싸게 피해 다녔다.
웅웅!
권풍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거대한 산에 매우 무거운 영력이 목진의 신영 주변을 씽씽 지나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몸에 닿는 것은 없었다.
“빠른 속도구나!”
류경산은 목진의 귀신같은 속도를 보고 놀라면서도 이를 꽉 물었다. 목진은 지금 그를 두고 영진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그래서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그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류경산은 목진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둘 수 없었다.
“유어영결(遊魚靈訣)!”
류경산의 몸이 진동했다. 그의 몸이 순간 유연하게 변하더니 공기를 가르며 경악할 만한 속도로 목진을 향해 다가갔다.
하늘의 가르는 그는 무척 괴이했다. 보기에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 같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매서웠다. 그는 지금 신법영결을 펼쳐서 목진의 속도를 따라잡을 계획이었다.
류경산은 빠르게 목진의 근처로 접근했다. 곧 그의 눈빛이 사납게 변하며 손을 구부려서 조(爪:갈퀴)의 형태로 광폭한 영력을 모았다. 그의 조(爪:갈퀴)는 목진을 향해서 번개처럼 다가갔다.
조풍이 스쳐 지나갈 때, 공기마저 그 힘에 눌러 터져나갔다. 그러나 류경산의 조풍이 목진의 몸에 닿았을 때, 목진은 이미 알았다는 듯이 잔상을 만들어 피했다.
“젠장!”
류경산의 안색이 변했다. 목진의 신법은 기이하고 특이할 뿐만 아니라 마치 그의 공격을 예측하는 것 같았다. 공격을 당하는 순간 궤적을 바꾸어 공격이 허공을 갈랐다.
“네놈이 언제까지 피할 수 있나 보자!”
류경산은 이를 물고 공세를 더욱 맹렬히 이어나갔다. 날카로운 조풍이 허공을 가르며 사방에서 목진을 덮쳤다.
쏵쏵쏵!
류경산의 이런 공세에도 목진은 더욱 신출귀몰했다. 그는 두 눈을 감고 마치 폭풍 사이의 나뭇잎처럼 떠다녔다. 어떤 광풍에도 찢기지 않을 것 같았다.
목진이 계속해서 피해 다니자 그 모습을 많은 이들이 보았다. 목진 뒤에서 100개의 영진이 점점 대기 중으로 녹아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극단적인 영력의 파동이 퍼져 나가며 천지의 영기가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역주들 역시 이 모습을 긴장하며 보고 있었다. 오늘의 이 상황을 풀어나갈 방법은 목진이 영진을 응결시키느냐에 달렸다.
하늘 위, 숨 막히는 추살전(追殺戰)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류경산이 차분함을 잃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역시 이렇게 가면 목진을 방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목진의 주변은 마치 무수히 많은 병풍으로 막혀 있는 것 같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목진이 무언가의 간섭을 받으면 귀신같이 류경산의 공격을 피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속으로 경탄했다. 눈앞에 소년은 어떻게 이런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인가.
촥!
류경산이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안색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눈에는 살기가 모여들었다.
목진 뒤에는 이미 대기가 비틀어지며 은은하게 거대한 진도가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경산은 이미 목진이 영진을 완성하도록 방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노부가 오늘 네놈의 능력을 확인해보마!”
류경산의 살의로 가득 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웅혼한 영력이 마치 조수(潮水)처럼 그의 몸 내부에서 뿜어져 나왔다.
매우 특이한 파동이 류경산의 몸 안에서 전달되었다.
사람들의 눈빛이 류경산에게 향했다. 그들은 곧 놀라운 모습을 보았다. 류경산의 몸이 검은빛에 의해서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다.
콰직.
류경산의 옷이 찢어지면서 그의 몸이 빠르게 팽창해 십여 호흡 만에 이미 한 마리의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
머리가 둘 달린 검은색 개가 입을 벌리자 흉악한 어금니 사이로 끊임없이 침이 떨어져 내렸다. 심지어 주변의 대기마저 진동했다.
검은색 개의 한쪽 머리가 깊게 호흡하며 화염을 내뿜자, 나머지 머리가 검은색 바람을 내뿜었다. 흉악한 파동이 계속해서 방출되며 하늘을 뒤덮었다.
류경산이 자신의 영수 쌍두마견으로 변신한 것이다.
사람들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목봉 등도 너무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그들은 류경산이 변한 쌍두마견이 환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정한 힘과 기세를 가진 쌍두마견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융천경의 강자는 영수를 이렇게 연화시킬 수 있구나!”
목봉 등은 심장이 덜컥했다. 그들도 전부 영수를 연화시켰지만, 겨우 영수의 혼을 영력으로 환상처럼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류경산은 진짜 영수로 변했으니 이런 것은 융천경에 이르러야만 가능한 일이 분명했다.
지금의 류경산은 본신의 힘뿐만 아니라 쌍두마견의 능력까지 쓸 수 있었다.
어우!
류경산이 변한 쌍두마견의 긴 울음소리에 붉은색의 눈동자에서 사나운 기색이 떠올랐다. 비록 지금은 이런 모습이지만 류경산은 류경산이었다. 그는 여전히 맑은 이지를 유지했다. 이런 변화에 영수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영수의 강인한 육체와 인간의 지혜를 가져 더욱 강력해졌다.
펑!
쌍두마견은 입을 크게 벌려서 한 줄기의 화룡(火龍)과 검은 폭풍을 뿜어냈다. 이런 광폭한 영력은 인간이었을 때보다 더욱 강하고 난폭했다.
목진은 잔상을 남기면서 빠르게 피했다. 이번에도 피하기는 했지만 조금 느렸다. 그런 탓에 옷이 크게 망가졌고, 옷 사이로 선혈이 보였다.
“컹! 컹! 컹!”
쌍두마견의 포효에 천지의 영력이 터져나갔다.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룡과 검은 폭풍이 몰아치고, 천지를 덮는 포효에 목진의 퇴로가 막혔다고 생각했다.
목봉 역시 심장이 목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긴장해 손바닥이 땀으로 가득했다.
화르르!
하늘을 덮은 화룡과 검은 폭풍이 사나운 맹수가 사나움을 발산하는 것처럼 목진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화룡의 열기는 이미 목진의 옷을 전부 태워버렸고, 광풍이 불어와 모조리 날려 버렸다. 이런 난폭한 공격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공세가 목진을 뒤덮으려는 순간, 목진이 드디어 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 사이로 검은 화염이 떠오르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슥슥
목진의 몸에 있던 상처들이 열리며 선혈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선혈이 가득한 양손으로 다시 천천히 인을 맺었다. 갈라진 목소리가 가볍게 흘러나왔다.
“요련도영진, 가동.”
웅!
마지막 한 글자가 끝나는 순간, 목진 뒤에 있던 허공에서 강렬한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검은빛이 신축을 반복하며 복잡한 문양의 암흑진도를 그리자 수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진도에 광선이 퍼지며 한 송이의 요상한 흑련이 피어나고 있었다. 한 줄기의 흑련에서 꽃잎이 마침 목진 앞에 떨어졌다.
그때 화룡과 흑풍이 광폭한 힘으로 목진을 덮쳤다.
쿵쿵쿵!
허공에서 광폭한 영력이 요동쳤다. 화령과 흑풍이 지나가자 사람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왜냐하면 목진의 흑련 꽃잎은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목진의 손바닥이 떨렸다. 그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 이런 작은 동작에도 그는 참기 힘든 고통을 느꼈다. 그의 신체가 이제 구유작의 힘을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쓰러질 때가 아니었다.
목진은 검은 화염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멀리서 흉흉한 기세로 하늘을 덮고 있는 쌍두마견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선혈이 가득한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개를 잡을 때가 되었지…….”
그 말이 끝나자 목진 뒤에 있던 거대한 흑련에서 사망의 파동이 폭풍처럼 나아갔다.
쿵!
거대한 흑련이 어두운 빛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마지막엔 류경산이 변한 쌍두마견의 위로 나타났다.
흑련은 천천히 회전했다. 꽃잎들이 천천히 피어났고, 천지가 점차 어둠에 잠기는 것 같았다. 천지간의 영력도 사방천지를 덮으며 흑련을 향해 모여들었다.
영력의 파동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류경산의 붉은 눈동자 사이로 불안한 기색이 나타났다. 그는 흑련으로부터 사망의 파동을 느꼈다.
그는 온 힘을 다해서 덤벼들었다. 그는 이것이 목진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믿었다. 이것만 막으면 목진이 살아남을 일은 없었다.
컹!
살의 가득한 울음소리가 류경산의 입에서 전해졌다. 하늘을 덮을 만한 흉포한 화염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머리 둘 달린 개도 때맞춰 입을 벌렸다.
화염과 검은 폭풍이 거대한 입에서 합쳐지며 주변의 대기가 일그러졌다.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이제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흑룡풍화살(黑龍風火殺)!”
류경산은 영력을 모조리 움직였고, 거대한 입가에는 불꽃과 검은 바람이 수백 장 크기로 팽창했다. 그 순간 충만한 살의가 담긴 포효성이 울려 퍼졌다.
쿵!
하늘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사람들은 두 줄기의 수백 장 크기의 화룡과 검은 바람으로 만들어진 풍룡이 류경산의 거대한 입에서 포효하면 나가는 것을 보았다.
두 마리의 거대한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서로 뒤얽히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용이 하나로 합쳐지고, 바람의 영향으로 광폭한 영력이 놀랄만한 속도로 팽창했다.
이 공격은 류경산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수단이었다.
사람들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하나가 되는 용을 보았다. 용들은 강하기 그지없는 영력으로 흑련을 향해서 쏘아져 나가며 뒤로는 긴 빛의 꼬리를 남겼다.
흑련은 마지막 남은 꽃잎을 천천히 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