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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1화 (80/1,000)

81화. 척살

대지를 어둠에 침식시키던 검은 불빛이 빠르게 흑련의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연꽃의 중심에서 검은색의 액체가 떨어져 내렸다.

깊은 어둠의 불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챙!

모든 사람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사한 흑련이 맹렬히 떨리며 백 장 크기의 검은빛이 아무 소리도 없이 흑련의 중심에서 쏘아졌다.

그 검은빛의 광선은 보기에 그리 광폭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검은 물줄기처럼 보였다. 물줄기는 하늘을 가르며 내려와 맹렬한 포효를 지르는 화룡, 풍룡과 부딪쳤다.

사람들은 긴장하며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둥!

거대한 영력의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천지가 흔들렸다.

쿵!

두 마리의 용은 포효하며 온 힘을 다해서 돌진했다. 광폭하기 짝이 없는 영력을 주변에 퍼트리며 검은 빛줄기를 지우는 듯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두 용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검은 빛줄기는 미세한 미동도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류경산의 눈빛이 불안해졌다. 검은 빛줄기는 어떤 기세도 보이지 않았지만 류경산의 마음속에는 오한이 들었다.

한편 목진은 평온하게 허공을 보면서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 순간 허공에 있던 흑련이 갈라지면서 한 방울의 검은 액체가 되어 빛줄기에 흡수되었다.

슉!

흑련이 사라지고, 검은 광선의 표면에 거대한 흑련 무늬가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모습이 드러났다.

깊은 어둠의 광선이 쏘아지자 두 마리의 용이 처량한 울음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두 마리의 용의 피부에 금이 가는 것을 보았다.

류경산의 동공이 그 광경을 보고 급격히 커졌다.

쿵!

경천동지할 소리와 함께 검은 광선은 두 마리의 용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두 마리의 용이 관통되는 순간, 류경산의 눈빛이 드디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짙은 죽음의 느낌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났다.

죽음의 위협을 느끼자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한 줄기 빛이 되어 도망쳤다. 저 검은 광선에 자신의 몸이 닿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악!

갑자기 류경산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자 류경천 등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도망치려고?”

목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류경산이 변한 검은 빛줄기를 바라보았다. 목진은 모든 방법을 사용해서 류경산을 죽음의 국면까지 몰아넣었다. 만약 이곳에서 그가 도망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류경산은 요양을 한 뒤에 다시 오면 되겠지만, 그는 매번 구유작의 힘을 빌릴 수 없었다. 그러니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류경산을 죽여야 했다.

슉!

목진의 살의가 요동치자 허공에서 두 마리 용을 관통한 검은 광선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광선은 하늘을 가르고 육안으로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류경산을 쫓아갔다.

광선은 빠르게 움직였다. 고작 몇 호흡 만에 류경산 뒤에 나타났다.

“안돼!”

류경산은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온몸의 영력을 움직여 몸 주변에 거대한 영력의 방패를 만들었다.

쿵!

검은 광선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돌진해 마지막에는 영력의 방패에 충돌했다.

콰직.

보기에는 강력해 보였던 영력의 방패는 어떤 작용도 하지 못했다. 검은 광선은 마치 사신의 낫처럼 가볍게 방패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류경산이 변한 쌍두마견의 몸에 명중했다.

“으악!”

그 순간, 류경산의 절망과 공포에 찬 뾰족한 비명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쿵!

검은 광선은 류경산의 몸을 그대로 관통해 멀리 떨어진 거대한 산에 부딪혔다. 대지가 진동하며 그 산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성안의 사람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들은 검은 광선이 류경산이 변한 쌍두마견을 관통했을 때, 그가 깨끗하게 소멸한 것을 보았다. 심지어 뼛조각 하나 남지 않았다.

마치 그가 그대로 증발해버린 듯했다.

하늘에 퍼져있던 광폭한 영력의 파동은 빠르게 사라졌고, 경천동지할 전투 역시 사라졌다.

성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하늘을 살펴보았다.

류경산이 정말로 이렇게 죽은 건가?

융천경의 강자가 이렇게 지는 것인가?

류경천, 류모백 등도 멍하니 류경산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머릿속이 혼잡하게 변하며, 혼절한 것 같은 느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들이 꿈꾸었던 북령경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가?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목진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류경천의 몸이 떨렸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 같은 싸늘함이 없었다. 싸늘함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짙은 공포였다. 그들은 이번에 북령경의 모든 세력과 척을 졌다. 게다가 그들의 희망이었던 류경산도 죽임을 당했다. 이후 북령경에서 류역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류경천 옆에서 목봉 등과 같이 싸우지 않았던 세 명의 역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어두운 눈빛으로 류경천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러나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이제 류역과 어떤 관계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목봉 형, 목역이 저런 강력한 수단을 숨기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산이 정신을 차리고 목봉을 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옆에 있던 역주들도 복잡한 시선으로 목봉을 보았다. 목봉을 바라보는 눈빛에 경외심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목봉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아는 것이 없었고, 목진에게 그런 힘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한편 하늘 위에 있던 목진은 류경산이 사라진 곳을 보았다. 그는 류경산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한숨을 쉬는 순간, 그의 몸에 있던 힘 역시 빠르게 사라졌다. 엄청난 무력함이 찾아오며 동시에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몸이 폐기처분당한 느낌이 들었다.

쇠약함과 충격이 목진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결국 그의 몸이 흔들리더니 의식을 잃으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목봉은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목진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두었다.

“목 숙부, 괜찮은 거죠?”

당천아는 서둘러 다가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목진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호흡이 있다. 아마 기절한 것 같구나.”

목봉은 목진을 한번 살펴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봉과 당산 등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천아야. 이 아이를 부탁한다.”

목봉은 기절한 목진을 당천아에게 맡겼다. 소녀는 작은 손으로 서둘러 그를 받았다. 온몸에 피가 묻어있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건장한 남자의 숨결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기절한 소년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 시각, 대역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류역의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앞으로 북령경에서 류역의 위치는 추락하고, 목역은 북령경에서 최강의 세력이 될 것이다.

북령경의 판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최소한 이전에 류역이 강제로 다른 세력들을 먹어치우려고 했던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목진의 공로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당천아가 안고 있는 소년에게 향했다.

이제 북령경에서 목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구역성 대전은 목진이 류경산을 죽이면서 막을 내렸다. 이곳에서 발생한 일은 빠른 속도로 북령경 전체에 퍼져 나갔다.

이에 북령경이 진동했다.

거의 모든 이들이 이 놀라운 전투에 대해 들었고, 일부 사람들은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일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가슴이 크게 뛰는 것만은 똑같았다.

그것은 바로 융천경 강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북령경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융천경의 강자가 나타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한 명이 죽고 말았다. 게다가 가장 놀랍고 해괴한 것은 그를 죽인 사람이 아직 어린 소년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일을 직접 목격했다. 아무도 이 일에 대해서 멍청하게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목역의 소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할 뿐이었다.

목진의 이름이 북령경 구석까지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목역의 명성도 널리 알려졌고, 심지어 류역의 명성을 넘어 북령경 최강의 세력이라 불렸다.

한편 류역은 그들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계획이 실패하자, 마치 숨이 끊어질 듯한 타격을 받았다.

원래 목봉 등의 계획은 류역을 북령경에서 지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첫 번째는 류경산이 죽임을 당했지만 류역의 힘은 약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이번 구역대회에서 목역은 목진 덕분에 명성이 크게 올랐다. 일부 세력들은 목역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류역이 사라지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목역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려 류역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손실은 막심했다. 본래 류역의 영역이었던 곳을 목역 등에게 절반을 빼앗겼고, 각종 손해배상으로 류역은 재산을 거의 탕진했다.

하지만 더욱 곤란한 것은 류역에 있던 강자들이 류역을 떠난 것이다. 그로 인해 류역의 원기(元氣)는 크게 손상되었다. 류역은 그저 이를 갈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류경산을 잃고 많은 세력과 척을 졌다. 이제 그들은 더는 북령경 최강 세력이 아니었다.

이후, 류역은 더욱 약해지다가 결국 이 대륙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쓰라린 대가에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구역성의 일전에서 죽은 것은 류경산 뿐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류경천 등의 야심과 담력, 기백까지 죽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대담하게 이런 일을 벌이지 못할 것이다.

이번 일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 * *

북령경이 구역대회에서 일어난 일로 들썩일 때, 목진은 계속 혼수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목봉은 방법이 없었다. 영력을 이용해 목진의 체내를 확인해보려 했지만, 그의 영력이 목진의 체내로 들어가자 깨끗하게 사라졌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다행히 혼수상태임에도 기색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내상이 점점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목봉은 조금 안도했다.

이런 상태가 대략 보름 정도 이어졌다. 느리긴 했지만 목진의 상태는 점점 호전되었다.

조용하고 깨끗한 방에서 목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은은한 햇빛이 그의 눈을 비췄고, 조금은 눈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은 점차 사라졌고, 햇빛에도 금방 적응했다. 이후 완전히 눈을 뜰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그의 방이었다.

머릿속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조금씩 회복되면서 맑아졌다. 목진의 목에서 메마른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그는 손으로 침대의 가장자리를 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손바닥에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느껴졌다. 목진은 순간 멍해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침대 옆에 잠들어 있는 섬세한 곡선이 보였다.

“천아 누나?”

목진은 익숙한 모습에 조금은 의아함을 느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침대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자 잠에서 깨어난 소녀가 멍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목진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소년을 보고 소녀의 눈은 점점 기쁨으로 가득 찼다.

“목진. 드디어 일어났구나?”

목진은 당천아를 보면서 웃었다. 그가 일어나 앉으려고 하자 당천아는 서둘러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베개로 목진의 등을 받쳐주었다.

목진은 살뜰히 자신을 챙기는 소녀를 보았다. 그녀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질이자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뭐 하는 거야?”

당천아는 갑자기 웃는 목진을 째려보았다.

“당 소저가 이렇게 사람을 챙기는 것을 처음 보니까 그렇지.”

목진이 픽 웃자 당천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누가 너를 챙겼다는 거야. 우리 아버지가 최근에 목 숙부와 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따라온 거라고. 목 숙부가 너를 챙길 시간이 없으니 내가 있었던 것뿐이야.”

목진은 소녀의 핑계를 억지로 들추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지금 확실해 약해져 있었다.

“가서 물 가지고 올게.”

당천아는 잘록한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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