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회복
목진은 당천아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천천히 눈을 감으며 심신을 체내로 이동시켰다. 손상된 경맥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에 거의 다 회복되었다.
하지만 단전에 있는 영력광륜이 어둡게 변해있었다. 게다가 영력도 희미한 것이 수련해야 가득 찰 것 같았다.
하지만 목진은 이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단전의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만다라 꽃 위에 누워있는 구유작이 있었다. 구유작의 몸에 있던 흑염도 어두워져 있었다. 목진만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 구유작에게도 영향이 미친 것이다.
구유작은 목진의 시선을 느끼고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목진을 보면서 조소가 섞인 의념을 보냈다.
“너는 정말로 운이 좋구나.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다니.”
목진은 구유작의 조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웃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했다.
“이번에는 고마웠어.”
목진의 진심이 담긴 말을 듣고 구유작의 눈빛이 부자연스럽게 변했다. 하지만 의념은 여전히 차가웠다. 다만 이전의 조소는 사라졌다.
“고맙기는 무슨, 내가 너를 그냥 도와준 것도 아니고. 이전에 네가 한 약속이나 지키라고.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안심해. 나의 제안은 언제나 유효하니까. 나는 절대로 너를 연화시키지 않을 거야. 게다가 네가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나도 돼.”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무슨 조건을 말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너를 도울게. 그 조건이 뭐지?”
그 말을 듣고 구유작의 눈이 순간 빛났다. 구유작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너는 북창령원(北蒼靈院)에 갈 거지?”
“응.”
“그럼 북창령원에서 한 가지 물건을 얻어줘.”
“어떤 건데?”
“북창령원에는 북명룡곤(北溟龍鯤)이 있어. 놈의 정혈에는 상고신수의 혈맥이 흐르고 있지. 내가 만약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혈맥을 바탕으로 내 몸에 있는 상고신수의 혈맥을 깨울 수 있어. 그럼 진화를 마무리하고 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북명룡곤…….”
목진이 혼잣말을 하더니 순간 숨을 들이마셨다. 북명룡곤은 만수천방에서도 두려워할 만한 존재였다. 구유작이 놈의 정혈을 얻어달라는 것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 아닌가?
“안심해. 북명룡곤의 정혈이 귀하긴 하지만 그것 조금 취한다고 놈에게 크게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니야. 네가 방법을 찾아보면 얻을 수 있을 거야.”
“최선을 다해볼게.”
목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구유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명룡곤은 꽤 까다로운 존재였다. 구유작이 아무리 전성기라고 해도 지금은 이길 수 없었다. 구유작이 진화를 끝내고 구유명작(九幽冥雀)이 되어 상고 불사조의 혈맥을 깨워야 이길 수 있었다.
그래서 구유작은 희망을 목진에게 걸었다. 만약 그가 북창령원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나를 찾아와서 힘을 빌릴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그 목숨을 잘 지키고 있어. 너무 일찍 죽지 말고.”
구유작의 말에 목진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목진도 구유작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대가가 너무 컸다. 만약 이번처럼 도망칠 길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손을 벌리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은 구유작과의 거래를 마치고 단전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당천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손에 물 주전자를 받쳐 들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어?”
“대략 보름 정도.”
목진은 그 말을 듣고 혀를 찼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절을 했다면 구유작의 힘을 빌린 후유증이 실로 엄청났다는 것이다.
“보름이라면 북창령원에 가야 하는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니지?”
“뭐가 그리 급해? 아직 5일이나 남았다고.”
목진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급하게 묻자 당천아가 째려보며 말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북창령원에 가는 것을 놓쳤다면 그 손해는 정말 너무 컸다.
“흥! 너 지금 북창령원에 가면 너를 귀찮게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당천아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천아 누나의 미모라면 만봉령원에 가서도 충분히 순위권 안에 들 거야. 비록 만봉령원이 전부 여자라고 하지만 오원(五院)은 자주 교류하니까 나중에 다른 학원의 학생들도 전부 반할 테고 말이야. 그때가 되면 오히려 나를 귀찮아할걸.”
“네 말이 맞아. 5대원(五大院)에서 뛰어난 젊은 준걸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 나중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반하면, 너를 신경이나 쓰겠어?”
이렇게 말을 하고는 목진에게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너도 너무 자신만만하지 말라고. 내가 반드시 만봉령원에서 열심히 수련해서 나중에는 이 누나의 무서움을 보여주겠어! 그럼 내가 목 숙부를 불러올 테니까 쉬고 있어.”
당천아는 목진을 향해서 미소를 짓더니 방을 나섰다.
목진은 소녀의 모습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살짝 감고 양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북창령원, 정말로 기대되는구나.’
남은 시간 동안 목진은 전력을 다해서 몸을 회복했다. 다시 며칠이 지나면 북창령원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학 선생의 말을 따르면 북창령원에 들어갈 때, 시험이 한 번 더 있다고 했다.
그 시험은 북령원에서 벌였던 쟁탈전과는 달랐다. 왜냐하면 그곳은 북령원과 같이 작은 곳이 아니었고, 각 지역에서 천재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심지어 영로를 통과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목진은 그날이 오기 전에 반드시 원래 상태로 회복해야만 했다. 다행히 3일 만에 단전에서 빛을 잃었던 영력광륜이 다시 밝은 빛을 냈다.
그리고 영력이 더욱 웅혼해지며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이번 전투가 목진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영륜의 영력이 웅혼해지긴 했지만 무언가 벽을 뛰어넘는다는 느낌은 아직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목진은 실망하지 않았다. 신백경이 이렇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경지를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영력에 있어서 큰 발전을 보이지 못했지만 다른 곳에서 큰 수확이 있었다. 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영인의 숫자가 드디어 21개를 넘은 것이다.
20개를 만들 수 있는 것과 21개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컸다. 이 단계를 넘어간다는 것은 목진이 이제 2급 영진사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2급 영진사는 어떤 부분에서는 신백경 강자에 필적했다. 목진은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최소한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싸움이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목진은 2급 영진사에 오른 이후, 응결할 수 있는 영인의 숫자가 빠르게 늘었다. 이틀 만에 목진이 응결할 수 있는 영인의 숫자가 놀랍게도 무려 26개나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목진은 북창원령에서 있을 시험에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전투로 목진은 적지 않은 이득을 얻었지만, 일부 귀찮은 일도 생겼다. 바로 그의 아버지가 그날 힘을 얻은 원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라고 한 것이다.
목진은 목봉이 이렇게 추궁하는 이유가 그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목진의 지금 실력으로는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목진은 이번 일을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번 일을 목봉이 알았다고 해서 그가 구유작을 몸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러면 괜한 걱정만 더 키우는 꼴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구유작은 여전히 싸늘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전보다 그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 또 갑자기 암수를 쓰는 일도 없었기에 목봉에게 이야기해도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목진은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다.
목진은 멍해진 얼굴로 목봉을 보았다. 한참이 지나고 목봉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당초 흑명연(黑冥淵) 행은 목역과 류역이 꽤 애쓴 곳이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들이 군침을 흘리던 구유작이 목진의 몸으로 들어가 버렸다.
목봉의 이런 눈빛을 보고 목진도 어쩔 수 없었다는 손짓을 했다. 그 역시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알지 못했고, 그저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목봉은 깜짝 놀라긴 했지만, 곧 평정을 찾았다. 게다가 그는 이미 천급 영수의 정백을 연화시킨 경험이 있어 이런 등급의 영수들이 얼마나 거칠고 다루기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도 당시에 꽤 고생하며 염룡조를 연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목진의 몸에 있는 구유작은 염룡조보다 더 강한 존재였다. 목진의 실력으로 몸에 그런 흉수(凶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목진은 목봉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현재 구유작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안심시켰다. 그는 조금 안심하긴 했지만, 여전히 경계하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영수는 사람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영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유작의 수법으로 봐서 목봉은 구유작의 잔인함을 의심치 않았다. 구유작은 확실히 위험한 존재였다.
목진은 그 말을 듣고, 그저 웃었다.
남은 시간은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조용한 장원에서 목진은 눈을 감고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목봉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버지.”
목봉은 목진의 곁으로 다가가 큰 손으로 목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눈빛에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내일이면 정말 네가 떠나는구나. 그곳에 가면 한동안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북창령원에 가서도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가서 내 체면이 깎이는 일은 하지 마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목봉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목진은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아들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목봉은 조금 슬펐다. 오랫동안 혼자 목진을 키워왔고, 철이 들었다고 하지만 북령경에서는 목진이 무슨 일을 당하든 목봉이 책임지고 도울 수 있었다. 하지만 북령경을 떠나서 북창령원으로 가면 조금도 지켜줄 수가 없었다.
“아비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것이 없구나. 다만 네가 2급 영진사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계속 진도를 모았다…….”
목봉은 목진을 보며 웃었다. 목봉의 큰 손에 금빛 두루마리가 하나가 나타났다.
“이건 2급 진도다. 너에게 쓸모가 있을 것이야.”
목진은 두루마리를 받으며 속으로 감동했다. 북령경에서 2급 진도는 상당히 희귀한 물건이었다. 이걸 찾기 위해서 목봉은 적지 않게 꽤 애를 썼을 것이다. 어쩐지 최근에 그가 바빠 보인 것은 아마도 이것 때문인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목진은 두루마리를 받아 개자탁에 넣었다. 목진이 지금 2급 영진사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2급 진도가 없었다. 3급 진도인 요련도영진이 있었지만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목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2급 진도였다.
“아버지, 제가 가고 나면 목역은 온전히 아버지에게 달렸어요. 류역은 정말 제거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목진은 망설이다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북령경을 떠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동안 목봉이 이곳에서 평온하게 지냈으면 했다.
“류역은 지금 원기가 크게 상했다. 이미 신경 쓸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나를 너무 얕보지 마라. 이번에 나도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 희미하게 융천경으로 가는 길을 깨달은 것 같으니, 폐관 수련을 하면 아마도 융천경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네?”
목진의 눈에 희색이 돌았다. 목봉이 융천경에 오른다면 이 북령경에서 그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목역 역시 확실히 안정될 것이다.
“하하. 오늘은 푹 쉬어라. 내일은 내가 북령원에 데려다주마.”
목봉은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목진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목진은 목봉의 커다란 등을 보고 마음이 쓸쓸해져 소리쳤다.
“아버지, 제가 한 약속을 잊지 마세요. 언젠가 제가 어머니를 꼭 모시고 돌아올게요. 우리 가족은 반드시 다시 하나가 될 거에요.”
목봉의 발이 후원의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호랑이 같은 눈이 조금 젖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못난 놈. 열심히 수련해라. 그날을 기다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