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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3화 (82/1,000)

83화. 떠나다

다음 날 아침 목진은 일찍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문을 나서자 목봉과 주야 등이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야와 목봉은 목진을 목부 밖으로 데려다주고는 목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격한 말투로 말했다.

“진아. 힘내라. 다음번 북령경에 돌아올 때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해줘야 한다.”

목진은 주야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세요. 주 숙부. 그래도 숙모는 찾으셔야 해요.”

“이놈이.”

주야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가자.”

목봉은 손을 흔들며 먼저 목성에 있는 전송영진으로 향했다. 목진 역시 주야에게 손을 흔들고는 빠르게 따라갔다.

두 사람이 목성을 지나갈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많은 이들이 목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일부는 호기심에, 일부는 존경의 눈빛을 보였다.

구역대회에서의 일전으로 목진은 북령경에서 진정한 풍운아가 되었다. 그의 위세는 심지어 목봉도 뛰어넘었다.

“지금 네가 나보다 더 유명하구나.”

목봉이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말했다.

“제가 다음에 돌아올 때는 온전히 저의 힘으로 이런 시선을 받아보죠.”

“패기가 있구나. 그럼 기다리고 있으마.”

목봉은 안심하며 웃었다.

그는 빠르게 전송영진 위로 향했고, 목진도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목봉이 소매를 휘두르자 영력이 움직이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성에서 사라졌다.

* * *

북령원의 넓은 훈련장.

훈련장의 주위가 거의 북령원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훈련장을 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5개의 광진(光陣)이 떠있었다. 광진은 은은하게 강력한 영력의 발산했다.

그 광진들은 5대원으로 통하는 전송영진이라 했다. 광진을 통과하면 그들이 몇 년간 열심히 수련하면서 꿈꾸던 성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아직 자격이 없었다.

훈련장에는 당천아, 홍비단, 묵령 등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다른 쪽에는 류모백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과거와 같은 오만한 기색은 없고, 안색이 조금 창백한 것이 내면에서 뭔가 무너진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목진이 왔다.”

훈련장 밖에서 갑자기 소동이 벌어졌다. 곧 훈련장에 있던 열기에 찬 무수한 눈빛이 급히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잠시 후 훈련장의 입구에서 익숙한 모습의 소년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년의 모습을 보고 무수히 많은 북령원 학생들은 모두 소리를 낮췄다. 그들은 짙은 호기심과 경외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소년을 보았다.

최근 목진이 류역에서 류경산을 죽였다는 소식이 북령경 전체로 퍼진 탓이다. 학생들은 융천경 경지의 힘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분명한 건 그들의 스승이나 심지어는 원장보다 강하다는 것 아닌가?

그렇게 강한 사람이 목진에게 죽었다?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가.

많은 이들의 경탄 어린 시선 사이로 목진이 수련장으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막사, 석사, 소 원장, 그리고 학 선생까지 있었다. 목진은 그곳으로 가서 포권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막사가 목진을 바라보는 눈이 빛났다. 사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그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목진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소년은 숨기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전송영진은 조금 더 조정이 필요하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소 원장도 손을 저으며 말했다.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천아의 옆으로 가서 섰다. 그때 진범 등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봤지만,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을 곁눈질로 보았다.

목진의 시선에 진범 등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느낌상 그렇게 편해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는 목진을 보고 웃고 떠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계층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목진은 그 광경을 보고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때 옆에 있던 당천아가 그를 보면서 물었다.

“상처는 다 나았어?”

“천아 누나가 그렇게 챙겨줬는데. 안 좋아지는 게 더 이상하지.”

당천아는 그 말을 듣고 웃었지만, 곧 콧방귀를 뀌었다.

“헤어질 때가 돼서야 겨우 듣기 좋은 말을 해주네. 조금은 성의가 없는데.”

목진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여자들의 이런 트집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는 몰랐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류모백은 너를 마치 귀신처럼 취급하는데…….”

당천아가 맞은편의 류모백을 보며 말했다.

목진이 따라서 시선을 돌리자, 류모백과 눈을 딱 마주쳤다. 류모백은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이제 그의 모습에서 북령원 일인자의 위풍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목진은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 수련의 길에서는 항상 새로운 적수가 나타난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강해지고 싶다면 시선은 항상 전방을 향해 있어야 한다. 과거의 일로 득의양양하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류모백은 아주 우수했지만, 목진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적수로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잘 들어라.”

그때 학 선생이 학생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이전에도 말했듯이 비록 너희들은 북령원에서 시험을 통과했지만, 이것은 단지 5대원으로 가기 위한 자격을 얻은 것뿐이다. 그 말은 너희들은 아직 5대원의 학생이 아니라는 뜻이다.

5대원이 너희들에게 시험을 내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5대원의 진정한 시험이다. 통과하면 이제 5대원의 학생으로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통과하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이곳으로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5대원으로 갈 수도 없다. 때가 되면 다른 대형 영원으로 가야 한다. 그러니 진짜 5대원의 학생이 되도록 각자 노력해라.”

“네!”

목진을 비롯한 학생들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엄숙하게 변했다.

이 세상은 정말 넓었다. 그 누구도 그 끝을 알지 못한다. 북령경은 백령천에 있었는데 북령경은 그중에서 사막에 있는 모래와도 같이 볼품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백령천이 있는 곳은 백령대륙이다. 그 대륙에는 백령천과 같은 지역이 무수히 많았으며, 백령대륙 밖에는 더 넓은 대륙이 있다.

만약 전송영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삼천지경에 오른 강자가 평생을 걸려 돌아다닌다고 해도 모든 대륙을 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 넓고 신비했다. 그 안에는 많은 실력자들이 하늘에 있는 별처럼 많았다. 5대원도 역시 그 안에 있었다. 그 안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 된다면 이 넓은 세상에서도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5대원에는 각 대륙에서 온 기린아들이 전부 모여 있다. 그런 곳에서 특출나 보이는 것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력을 다해야 한다.

목진은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라, 학 선생에게 물었다.

“학 선생님, 5대원의 시험이 뭔지 알고 계십니까?”

학 선생은 목진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5대원의 시험은 전부 다르다. 그래서 나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너희들이 전송영진을 통과하면 너희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 거야.”

목진은 그 말을 듣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전송영진이 더욱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광폭했던 영력의 파동도 서서히 안정되었다.

“거의 다 끝났구나.”

학 선생은 그 모습을 보고 소 원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학생들을 보면서 말했다.

“성령원으로 가는 것은 왼쪽에서 두 번째 전송영진을 사용해라.”

류모백은 곧장 전송영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조금 전 약간의 용기를 회복하더니 주먹을 쥐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목진, 네가 대단한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어라.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내가 반드시 너를 이겨주마!”

목진은 가만히 류모백을 보았다. 목진의 검은 눈동자가 그를 응시하자 류모백이 몸을 떨었다. 마치 이전에 목진이 구역성에서 보여주었던 공포가 다시 생각 난듯했다. 류모백은 다리가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언제든 환영하지.”

목진은 담담하게 웃었다. 성령원? 아마도 희현도 그곳에 있었지? 그와 비교한다면 류모백은 확실히 보잘것없었다.

“청천령원(靑天靈院)은 왼쪽에서 세 번째 전송영진으로 가라.”

학 선생의 말에 진범 등 2명은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긴장의 빛이 돌았다.

“만봉령원은 네 번째 전송영진으로 가라.”

당천아는 하얀 이빨로 입술을 물고 작은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목진의 가슴을 한번 치더니 말했다.

“너도 북창령원에서 힘내야 한다. 그곳에 천재들이 많다고 해도 너무 뒤떨어지지 말라고. 아니면 나중에 봤을 때 민망하니까 말이야.”

“응. 누나도.”

눈앞에 있는 소녀는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당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용히 네 번째 전송영진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눈은 여전히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진, 묵령 너희들은 이곳이다.”

학 선생은 자신의 옆에 있는 전송영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목진의 시선이 뒤에 있는 목봉에게로 향했다. 목봉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곧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전송영진으로 들어갔다. 묵령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뒤따랐다.

“묵 형. 힘내요! 우리 북령원의 체면이 달렸으니, 북창령원에서도 최강이 됩시다.”

수련장의 가장자리에서 소릉 등이 크게 소리쳤다.

“우리를 대신해서 길을 잘 닦아둬요. 우리도 곧 북창령원으로 갈게요!”

다른 학생들도 크게 외쳤다. 목진은 그 말을 듣고 반기며 그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마음을 가라앉혀라. 전송한다.”

학 선생은 나지막한 말소리로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여러 줄기의 광인이 전송영진으로 쏘아졌고, 영진은 강한 빛을 내뿜으며 점점 사람들을 감쌌다.

강력한 빛이 목진의 시선을 가렸다. 목진의 시선은 목봉으로 향했고, 목봉은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았다. 목봉의 굳센 얼굴에 한 줄기의 쓸쓸함이 묻어났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어머니를 데리고 돌아올게요!”

목진은 손을 꽉 쥐고 혼잣말을 했다. 곧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북창령원아, 내가 왔다.’

‘낙리, 내가 왔어.’

끝이 보이지 않는 땅,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있었고, 먼 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오래된 삼림이 보였다.

그 숲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었다. 나무의 높이는 산봉우리와 맘먹을 정도였다. 그 숲 위에는 무리를 지은 영수들이 날아다니며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더 먼 곳에서는 이따금 거대한 영수들이 서로 싸우는 것과 땅을 뒤흔드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마치 태고 시대의 땅과 같았다.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사람의 흔적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곧 사라졌다. 거의 천 장쯤 되는 거대한 청석이 평평하게 하늘에 떠올라 있었다. 그 청석 주변으로 구름과 안개가 끼어 있는 것이 마치 신선 세계의 풍경 같았다.

이때, 구름에 가려져 있던 청석 위에서 빛줄기가 하나씩 떠올랐다. 게다가 빛줄기가 나타날 때마다 평평한 청석 위에 인영이 하나씩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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