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본보기를 보이다
목진은 구유작과의 대화를 멈추고 묵령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묵령의 실력은 검은 호랑이 영수와 비슷했다.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서 묵령의 몸에 상흔이 늘어났다. 하지만 검은 호랑이 영수의 상처가 더 심해 보였다.
결국 검은 호랑이 영수가 결국 먼저 버티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 그리고 묵령의 일격에 완전히 죽임을 당했다.
묵령은 호랑이 영수의 시체 위에 앉아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리고 목진을 보면서 무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이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끈 것이다.
슉!
그 순간, 숲에서 여러 줄기의 검은 빛이 묵령을 향해서 쏘아졌다. 그 공격은 무척이나 갑작스럽고도 맹렬했다. 묵령은 그 공격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저 검은 빛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만 보았다.
펑!
검은빛이 묵령에게 명중하기 전, 한 줄기의 금광이 날아와 묵령 앞에 나타나 검은빛을 막았다.
땅땅!
금광은 바로 영수의 시체였다. 검은빛이 시체와 충돌하면서 쇠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다.
묵령의 안색이 변하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조금 두려운 눈빛으로 숲속을 살펴보았다. 목진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누구냐!”
묵령이 일어나서 분노에 찬 함성을 질렀다. 목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랫동안 몰래 따라다녔으면서 아직도 나타나기 아쉬운가?”
“역시 종자 명패를 얻을 만하군. 확실히 능력이 있네.”
웃음소리가 들려오며, 3개의 그림자가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졌다. 그들은 높은 곳에서 목진 등을 내려다보면서 재미있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보는 듯했다.
묵령은 갑자기 나타난 3개의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영접대의 사람들로, 모두 영륜경 후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3명의 영륜경 후기!”
묵령은 조금 떨렸다. 3명의 실력은 보기에도 류모백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한 명이라면 해결할 수 있지만, 3명이 같이 덤비면 목진이라도 곤란할 듯했다.
묵령은 목진이 북령경에서 융천경의 강자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것은 목진의 힘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 힘을 목진이 다시 쓸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목 형.”
묵령은 목진에게 붙어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이 혼자였다면 도망가기가 더욱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데리고 가야 한다면 귀찮을 것이다.
“목 형, 우리는 이곳에서 갈라지죠.”
묵령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렇게 목진의 발목을 잡는 것이 묵령의 입장에선 미안했다.
“지금의 상황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어.”
목진은 묵령을 보면서 웃었다. 영륜경 후기 3명 때문에 동료를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목진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거기 친구. 나는 갈청이라고 한다. 우리는 네 3급 영인에 관심이 있어. 그것만 넘겨준다면 그냥 보내주지. 모두가 행복하게 말이야. 그럼 좋은 거 아닌가. 네 생각은 어때?”
회색 옷을 입은 소년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2명의 영륜경 후기 소년 역시 장난치듯이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목진이 그들 손에서 벗어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목진의 눈빛이 싸늘했다. 목진도 이들이 따라온 이유가 자신이 가진 3급 인장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그들 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래 숨어 있었다.
“묵령, 일단 뒤로 물러나.”
묵령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출수할 생각인가? 하지만 상대는 3명이나 되었다. 조금은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음, 괜찮네. 혼자서 우리 3명과 싸우겠다는 건가?”
그 순간 누군가 웃었다. 웃음소리에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정말로 미쳤군.”
갈청 역시 담담하게 웃었다. 그러나 목진의 눈빛을 보고 차분하게 변했다. 곧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저 친구는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도 열심히 상대해주자. 종자 명패를 얻었다고 모든 것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말이야.”
나머지 두 사람도 그를 보고 웃었다. 그들은 천천히 손바닥을 쥐었다. 그러자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터져 나왔고 세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순간, 그들은 동시에 쏘아져 나갔다.
그들이 마치 독수리처럼 아래를 덮쳐가면서 광폭한 영력으로 목진을 둘러쌌다.
그들은 목진이 실력으로 종자 명패를 획득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명패를 얻고 방자하게 굴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 명의 그림자가 웅혼한 영력과 함께 맹수가 달려드는 것처럼 허공에서 덮쳐왔다. 그 맹렬한 권풍이 마치 파도처럼 몰려오며 목진의 주변을 덮었다.
갈청 등 세 명은 말로는 목진을 무시했지만 일단 출수하자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그들도 목진을 두려워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종자 명패를 얻은 사람이 만만할 리가 없었다.
그들이 있던 영원에도 자주 종자 명패를 얻은 사람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최종적으로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 말은 종자 명패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실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목진이 속한 영원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일단은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공격해 왔지만 목진의 표정은 시종일관 평온했다. 세 사람의 공격이 거의 도달했을 때, 목진의 그림자가 맹렬히 움직였다.
목진이 움직이는 순간, 한 개의 잔영이 그곳에 나타났다. 갈청 등 3명의 권풍은 그 잔영을 때리며 허무하게 사라졌다.
“잔영?!”
일격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갈청 등은 안색이 변했다.
촥!
그들의 안색이 변하는 순간, 목진은 이미 신출귀몰하게 한 영륜경 후기의 소년 앞에 나타났다. 목진의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금빛이 빛났다. 번개처럼 공기를 가르며 영륜경 후기인 소년의 목으로 날아갔다.
소년은 목진의 맹렬한 지풍을 보고 눈빛이 변했다. 그는 권을 장으로 바꾸며 웅혼한 영력을 쏘아 보냈다.
“대비장(大悲掌)!”
소년의 실력은 약하지 않았고, 꽤 많은 경험도 갖고 있었다. 단지 목진의 속도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반격하며 나머지 2명의 지원을 기다렸다.
솩!
그의 웅혼한 장풍이 목진과 충돌하는 순간, 목진이 번쩍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년의 일장은 허공을 갈랐다. 그의 눈동자가 작아지며 몸을 돌리자 금빛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에 금빛은 그의 어깨에 떨어졌다.
피슉!
금빛의 지풍은 날카로운 장창과 같았다. 곧바로 소년의 어깨를 관통하며 선혈을 뿜어냈다. 소년 역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목 형, 대단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묵령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목진의 실력은 류모백과 겨뤘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짧은 시간에 영륜경 후기의 학생이 목진의 손에 패배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갈청 등의 눈이 커지며 마음속에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생각보다 손속이 매웠다.
“같이 가자. 놈의 속도가 빠르니 각개격파 당하지 말자고!”
갈청의 외침에 다른 영륜경 후기의 학생도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장 좌우로 움직여 목진을 공격했다.
그들의 합공에 목진은 영영보(靈影步)를 펼쳤다. 목진이 빠르게 뒤로 이동하자, 그들의 맹공은 다시 허공을 갈랐다.
“구검결(九劍訣)!”
목진의 귀신같은 신법을 보고 갈청의 눈빛에 싸늘함이 스쳐 갔다. 곧 그의 인법이 바뀌며 웅혼한 영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앞에 9자루의 영력 검이 만들어졌다.
슉!
장검이 응결되자 부채꼴 모양으로 목진을 포위하며 쏘아졌다. 그 싸늘한 검기는 가볍게 대기를 뚫으며 쏘아졌다.
그 모습을 보고 목진은 놀란 기색을 보였다. 갈청이 펼친 영결의 수준은 낮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저력은 대단했다.
“대라장(大羅掌)!”
다른 영륜경 후기의 학생은 목진이 갈청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자 같이 덮쳐왔다. 웅혼한 영력이 순간 영력의 장인(掌印)이 되어 목진을 압박해 들어왔다.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심신이 움직이는 순간 대부도결이 움직였다. 목진의 몸 밖으로 검은빛이 감돌았고, 검은빛은 응집되어 탑의 형태를 만들었다.
당당!
9자루의 영력 장검은 흐릿한 검은색 탑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탑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영력 장인도 덮여 왔지만, 탑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그 강력한 방어력에 갈청 등의 안색이 변했다.
쿵!
목진은 안색이 변한 이들은 신경 쓰지 않고, 권풍을 날렸다. 두 개의 검은색 광인(光印)이 권풍의 표면에 떠올랐고, 곧 패도적인 영력이 갈청 등을 덮쳤다.
갈청 등은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영력을 움직여 일권(一拳)을 쏘아 보냈다.
둥!
두 개의 삼라사인이 패도적인 바람과 함께 갈청 등을 덮쳤다. 순간 영력의 폭풍이 생겨나며 두 사람은 뒤로 수 걸음이나 물러났다.
“패도적인 영력이다.”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나고 나서야 그들은 깜짝 놀랐다. 목진과 그들은 같은 영륜경 후기였지만 1대2의 상황에서도 목진이 더욱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갈청 등이 놀라고 있을 때, 갑자기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들이 서둘러 위를 보자 목진이 십여 장 크기의 거대한 붉은 영진을 응결했다.
“영진?!”
영진 진도를 보자 갈청 등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놈이 영진사였단 말인가?!
“어흥!”
붉은 영진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곧 한 마리의 화염으로 된 호랑이가 뛰어나오며 광폭한 영력과 함께 갈청 등을 향해 돌진했다.
“같이 공격하자!”
불의 호랑이가 영력을 풍기면서 다가오자 갈청이 급하게 외쳤다.
“구검결!”
“대라장!”
두 사람은 동시에 최강의 공격을 날렸다. 영력이 밀려 나가며 달려오는 불의 호랑이와 같이 충돌했다.
뜨거운 열기를 가진 기의 파도가 퍼져 나가며 땅에 있던 나뭇잎이 자연발화 되었다. 갈청 등은 뒤로 10여 걸음이나 물러났고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너무 강하다. 빨리 퇴각한다.”
갈청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전력을 다했지만 그를 이길 수 없었다. 목진의 실력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럴 때는 서둘러 퇴각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슉!
그들이 퇴각 준비를 할 때, 한 줄기의 파풍성이 들려왔다. 흐릿한 그림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더니 금빛 손가락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목구멍 앞에서 멈췄다.
그들은 그대로 굳어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의 눈빛에서 두려워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이 정도의 실력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 했다니,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것 아니야?”
목진은 창백한 얼굴을 한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너!”
갈청은 이를 악물고 목진을 노려보았다.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지(指)를 장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그러자 강력한 바람과 함께 둘은 장을 맞고 그대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그들의 호흡이 바로 약해졌다.
“이제 너희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목진은 두 사람 앞에 앉아서 말했다.
갈청은 목진의 미소를 보고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갈청은 남은 한 사람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그저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곧 그들의 미간에 있던 인장에서 빛이 나타나더니 그들의 미간에 있는 인장이 사라졌다.
목진의 인장은 더욱 빛났고, 그들의 인장은 빛을 잃었다.
목진은 몸을 일으키며 묵령을 불렀다. 그에게 가장 먼저 부상을 입힌 재수 없는 놈의 인장을 뺏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목진은 숲을 향해 소리쳤다.
“나를 공격할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하지만 나를 목표로 삼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오세요. 이 세 사람의 전철을 밟지 않게 말이죠…….”
숲에서는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전부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놈은 실력이 너무 강했다. 분명 영륜경 후기에 불과했는데 홀로 같은 등급을 3명이나 처리했다. 이 무서운 놈은 아마 신백경의 고수가 돼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더이상 그곳에 머물러 있기가 싫었다. 본보기를 보인 효과가 꽤 괜찮아 보였다. 그도 인장의 등급을 올리고 싶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겨우 1급에 불과했다. 오히려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가자.”
묵진은 창백한 얼굴을 한 갈청들을 째려보고 묵령을 향해서 손짓했다. 그 둘은 더욱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