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세 번째 삼라사인
갈청 등 3명은 목진의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식은 죽 먹기 같았던 일이 결과적으로는 커다란 손해를 가져왔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저놈은 너무 강한데. 영륜경에서는 아마 적수가 없을 거야.”
한 학생이 목진의 뒷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갈청의 눈에 음산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저놈은 확실히 대단하지. 하지만 놈을 처리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야.”
“방법이 있어?”
다른 두 사람이 의아하며 물었다.
“흥. 우리 대형을 찾는 거야. 형은 영로에 참가한 적이 있는 사람이야. 지금은 이미 신백경에 올랐으니 저놈을 해결하는 것은 여반장 같은 일이겠지?”
갈청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로에 참가했다고?”
“신백경?”
두 소년은 참지 못하고 환호를 질렀다. 그들의 눈빛이 떨렸다. 갈청의 대형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랑 같이 가자. 영반이 있으니 대형의 위치를 알 수 있어.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저놈이 먹은 것을 전부 토하게 만들겠어!”
갈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른 두 명도 서둘러 갈청을 따라갔다.
* * *
“목 형,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묵령은 목진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뒤를 경계하며 말했다.
“조금 전, 그 3명의 실력은 괜찮았어.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놈들은 갈청보다 못했으니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을 거야.”
목진은 웃으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깊은 곳으로 갈수록 더욱 위험과 부딪힐 거야. 이곳에 온 학생만 해도 수만이야. 그중에는 영로에 참가했던 놈들도 있겠지. 그때가 되면 이 시험이 진짜로 시작되는 거야.”
묵령은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각자의 영원에서 5대원에 들어갈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지금 한곳에 모여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목진 역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동자가 조금은 깊어졌다. 그는 영로에서 적지 않은 맞수를 만났다. 이곳에서는 몇 명이나 마주칠지 알 수 없었다. 그놈들은 영로의 마지막까지 통과했으니, 실력 역시 폭증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신백경에 올랐을 수도 있었다.
목진은 이전에 그에게 패배한 사람들에게 지기 싫었다. 그들은 영로를 통과했고, 영로에서 가장 중요한 영력관정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영로에서 1년을 허비했고, 마지막에는 정관도 얻지 못했지만 여전히 놈들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목진은 천천히 손을 쥐었다. 보아하니, 이제 세 번째 삼라사인을 만들 때가 된 것 같았다.
류경산과 싸우면서 구유작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목진은 네 번째 삼라사인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위력은 상당히 놀라웠다.
그러나 지금의 목진은 그의 힘만으로는 네 번째 삼라사인을 응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다르다.
만약 응결에 성공한다면 목진의 실력은 신백경 초기의 강자라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이 북창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이따금 보이는 별이 오히려 적적하게 보일 정도였다.
오래된 숲에서는 간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북창령원의 시험이 시작되면서 이 조용하고 광활한 지역은 조수(潮水)처럼 밀려온 학생들에게 점령당했다.
이에 원주민과 영수들은 이 달갑지 않은 방해를 받아야 했다. 대지에서 전투가 계속해서 일어났고, 심지어 늦은 밤에도 멈추지 않았다.
깊은 숲, 모닥불이 타올랐다. 목진은 거대한 나무 아래에 앉아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고 있었다. 그의 멍한 눈빛이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
영로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이렇게 보냈던가. 하지만 그때는 옆에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는 유리처럼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보면 모든 고민이 잠시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함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목 형, 여기.”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그는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목진은 검게 타버린 고기를 보며, 멍청하게 웃고 있는 묵령을 보았다.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빛에서 답답함이 스쳐 지나갔다. 낙리가 더욱 생각났다. 눈 호강은 물론이고 고기를 굽는 솜씨도 묵령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좋았다.
묵령도 자신의 손재주가 비참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 목진은 화를 내지 못했다.
“목 형, 이 북창계는 정말 커. 우리가 이틀이나 걸었는데 아직도 끝이 나오지 않았잖아…….”
“북창령원의 시험장이 작을 리가 없지. 이곳에는 엄청난 수의 학생이 있을 거야. 게다가 전부 각자의 영원에서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겠지. 시험장이 크지 않으면 어떻게 경쟁을 시키겠어?”
“이틀 동안 우리를 괴롭힌 사람도 많이 줄었어.”
묵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목 형이 이전에 보여준 본보기가 소용이 있는 것 같아.”
“그 효과는 곧 빠르게 사라질 거야.”
목진은 깊은 숲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 북창계는 원형의 거대한 땅이야. 지금 우리는 변두리에 있지만, 사람들 모두 중앙으로 향할 거야. 그러면 중앙으로 가는 길이 점점 힘들어지겠지. 영수들뿐만 아니라 상대하는 사람도 아주 강할 테니까.”
“내가 이전에 듣기로는 많은 학생이 무리를 만든다는데, 이미 크고 작은 세력들이 형성되었어. 패싸움을 하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더라고.”
묵령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정상적인 일이지. 사실 그것도 북창령원의 시험이야. 네가 세력들을 모아서 옆에 둘 수 있다면 그것도 대단하다는 것이지.”
“게다가 영수들도 점점 강해질 테니 소수의 이상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부 무리에 의존할 거야.”
“목 형이 무리를 만든다면 그들보다 훨씬 더 좋을 거야.”
묵령은 목진을 많이 믿고 있었다.
목진은 그저 웃었다. 그는 이런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후웃. 하지만 목 형은 이틀 만에 4급 인장으로 올랐으니 이미 탈락은 면했어. 하지만 나는 아직 2급이야. 조금 더 노력해야겠어.”
묵령은 부럽다는 듯이 목진의 이마를 보았다. 목진의 붉은 인장은 4급이 되어있었다.
이틀 동안 목진은 강력한 영수들을 계속해서 사냥했다. 그래서 승급하는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묵령은 겨우 2급에 도달했다. 4급까지는 아직 큰 차이가 났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시간은 아직 많은걸. 이 시험이 그렇게 빨리 끝날 리가 없으니까.”
목진은 웃으며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오늘 밤은 네가 먼저 지키고 있어. 나는 수련을 하고 있을게.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를 깨우고.”
“응!”
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체내의 영력이 천천히 움직였다. 최근 이틀 동안 그는 계속 세 번째 삼라사인 영결을 시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서툴렀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런 느낌이라면 어쩌면 오늘 밤에는 응결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묵령은 목진이 눈을 감고 수련하는 것을 보았다. 그 역시 몸을 일으켜 모닥불을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꺼버렸다. 묵령의 실력은 북창계에서 평범했다. 목진을 확실히 지켜줄 방법이 없으니, 그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심신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심신이 차분해지고 나서야 영력을 체내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삼라사인은 특이한 영결이었다. 초기의 위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그 숫자가 많아지면 위력은 놀랄만큼 커졌다.
이전에 구유작의 힘을 빌려서 4개의 삼라사인을 응결하여 류경산이 대성해서 만든 산신결을 박살 냈다.
4개의 삼라사인을 응결시키는 것은 힘들지만, 지금 그는 실력이 오르고 있으니 지금이라면 3개의 삼라사인을 응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웅혼한 영력이 목진의 체내를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한참이 지나자 심신이 움직이며, 영력이 경맥을 따라서 흘러 그의 양손에 모여들었다.
목진의 양손에 모여든 영력이 특이한 인법으로 바뀌었다. 그의 인법에 따라 바뀐 검은 영력이 손바닥 아래로 모여들며 마지막에는 일 촌(寸)정도의 검은 빛덩이가 되었다.
그 빛덩이 안에서 영력은 마치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것 같았다.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목진 주변에 있던 마른 낙엽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묵령은 조용히 감탄했다. 목진이 지금 무슨 영결을 수련하는지 모르겠지만 위력은 대단한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자 검은색의 빛덩이는 더욱 작아졌다. 하지만 빛덩이가 작아지면서 검은빛은 더욱 밝게 빛났다.
웅!
검은색의 빛덩이가 완전히 사라지며 검은 광인(光印)이 목진의 장심에 떠올랐다. 드디어 목진이 삼라사인을 응결해낸 것이다.
한 줄기의 하얀 기운이 목진의 호흡에 따라 뿜어져 나왔다. 곧 목진이 손을 뒤집자, 삼라사인이 그의 장심으로 흡수되었다.
쿵!
삼라사인이 장심으로 흡수되는 순간, 목진의 몸이 맹렬히 떨렸다. 강력한 반발력이 장심을 시작으로 경맥을 따라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목진은 미리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심신이 움직이자 일찍이 경맥에 있던 검은 영력이 나타나 반발력과 충돌했다.
웅웅.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의 단전에 있던 영력의 영륜이 움직였고, 영력이 마치 파도처럼 계속 뿜어져 나오며 삼라사인의 반발력을 최대한 억눌렀다.
삼라사인은 패도적이다. 하지만 목진이 수련한 대부도결은 더욱 패도적이었다. 이런 미친 듯한 충격에 전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반발력을 없애려고 했다.
이런 대치 상황은 목진의 체내에서 대략 반 시진 정도 계속되었다. 목진의 경맥이 은은한 통증을 느낄 때쯤, 반발력은 드디어 체내의 영력에 의해서 완전히 사라졌다.
웅.
이런 반발력이 사라졌을 때, 목진은 세 번째 삼라사인이 서서히 그의 장심에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이 삼라사인이야말로 목진이 진정으로 응결에 성공한 것이었다.
깊은 밤, 목진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가 손을 쥐자 세 번쨰 삼라사인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패도적인 파동이 조용히 감돌았다.
세 번째 삼라사인의 강력함이 느껴지자. 목진의 입꼬리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생겨났다. 세 개의 삼라사인이 중첩된 그 위력은 신백경 초기의 강자라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목 형, 수련에 성공했어?”
옆에서 긴장하며 주변을 살펴보던 묵령은 목진이 눈을 뜨자 물었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막 몸을 일으켜 묵령에게 쉬라고 말했을 때, 돌연 안색이 변하며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갑자기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 진동 사이로 영수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영수다.”
목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묵령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은 큰 나무 위로 올라가서 진동이 전해진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붉은빛이 언뜻 나타났다.
바로 한 무리의 붉은 표범이었다. 멀리서 보면 온몸이 타오르는 듯한 무늬가 있었고, 아주 사나워 보였다. 표범은 영륜경 중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무리에는 표범이 십여 마리나 되어 영륜경 후기의 실력자라도 도망쳐야 할 정도였다.
목진은 그 화염표(火焰豹)를 보고 시선을 무리의 가장 앞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리여리한 소녀가 엉망인 모습으로 화염표의 포위를 피해서 도망치고 있었다.
“누가 쫓기고 있어.”
묵령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