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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8화 (87/1,000)

88화. 순아

목진의 두 눈이 빛났다. 달빛 덕분에 목진은 하얀 옷을 입은 소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들보다 조금 더 어려 보였고, 작은 얼굴은 무척 귀여워 보였다. 호수 같은 큰 눈에는 마음이 아플 정도의 당황함이 가득했다.

“저렇게 어린아이가 북창령원에 올 자격을 얻었다고?”

소녀는 정말 귀여웠지만 목진은 소녀의 나이에 의아함을 느꼈다.

“목 형, 우리가 나서야 할까?”

묵령이 물었다. 눈을 뜨고 저렇게 귀여운 소녀가 화염표에 찢기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목진은 전방을 주시했지만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한편 그들이 주시하고 있을 때, 소녀도 그 시선을 느꼈다. 작은 얼굴을 들고 호수같이 큰 눈으로 목진 등을 바라보며 얼굴에는 희색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의 희색은 조금씩 사라졌다. 왜냐하면 나무 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도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쁜 놈들.”

소녀는 입을 삐죽였다. 큰 눈에서는 눈물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나무 위 사람들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왜 자신을 구해주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니, 그들은 자신을 구해주기 위해서 출수할 의무가 없었다. 소녀는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역시 이전의 영원이 좋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정말로 못됐다. 소녀는 부모님과 원장이 왜 이곳으로 자신을 보냈는지 몰랐다. 지금은 언니와도 흩어지고,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나무 위에 있던 목진 등은 소녀의 불쌍한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얼굴을 씰룩였다. 만약 여학생들이 이곳에 있었다면 동정심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려가서 소녀를 품에 안았을 것이다.

“아.”

소녀는 갑자기 놀라서 소리쳤다. 도망치다 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다. 소녀가 당황하며 몸을 돌렸을 때, 십여 마리의 화염표가 그녀를 향해서 덮쳐오고 있었다.

“음.”

나무 위에 있던 목진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발끝을 놀려서 마치 독수리처럼 아래로 돌진했다.

역시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도와줄 생각이었다.

숲속에 모닥불이 타올랐다. 모닥불 위에는 향기로운 냄새를 머금은 고기의 기름이 모닥불로 떨어져 불꽃을 키웠다.

모닥불 옆에는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눈을 빛내며 구워지는 고기를 보고 있었다. 소녀는 계속해서 침을 삼키며 모든 정신을 고기에 집중했다. 심지어 옆에 있는 두 사람도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듯 보였다.

“흠…….”

목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작은 기침 소리를 냈다. 화염표에게서 소녀를 구했지만, 그 후로도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횡설수설하듯이 한마디만 말했다.

“나 배고파.”

목진은 어쩔 수 없이 장작을 구해와 화염표 고기를 구워주었다. 물론 그의 솜씨가 낙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묵령에 비하면 조금 나았다.

고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소녀는 목진의 기침 소리를 듣고 작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얘, 넌 이름이 뭐니?”

목진은 소녀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들은 나쁜 사람이야. 언니가 아무한테나 이름을 알려주지 말라고 했어.”

소녀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은 탓에 목진과 묵령은 이미 나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갔다. 만약 소녀가 지금처럼 배고프지 않았다면 그들을 무시했을 것이다.

목진은 눈썹을 긁적이며, 고기를 들어 올려 버리는 척을 했다. 그러자 소녀의 큰 눈에 물이 고였다.

하지만 목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나는 순아라고 해.”

소녀는 결국 목진을 이기지 못하고 훌쩍이며 말했다.

“몇 살이야?”

“14살.”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얌전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목진의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14살? 그 나이에 북창령원에 들어올 자격을 넣을 수 있는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게다가 목진은 소녀의 미간에서 붉은 인장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3급 인장이었다. 그러니까 이 소녀가 획득한 것은 평범한 명패가 아니라 종자 명패라는 것이다.

“14살에 북창령원에서 종자 명패를 얻었다고? 너희 집이 북창령원과 무슨 관계가 있어? 네 수준은 나랑 같은 영륜경 중기인데, 어떻게 종자 명패를 얻었어?”

묵령은 속으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소녀는 그 말을 듣고 기분 나빠했다.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럼 종자 명패를 받은 사람이 왜 화염표에게 쫓기는 거야?”

“그건…… 내가 너무 배고파서.”

이유를 말하고 나자 소녀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소녀는 자신의 양 갈래머리를 잡고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게다가 저는 영진사에요. 놈들이 너무 빨랐어요. 그래서 깜짝 놀라 당황해서 영진도 응결하지 못했던 거예요.”

“영진사?”

목진과 묵령은 당황했다. 묵령은 더욱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소녀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나는 속이지 않았어요!”

순아는 목진 등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마음이 급해져서 양손을 내밀었다. 작은 손끝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파동이 생겨났다. 곧 푸른색의 영진이 그녀의 앞에 응결되며 강력한 영력의 파동을 뿜어냈다.

“이건…….”

묵령은 당황했다. 그는 영진에서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영력의 파동이라면 영륜경 후기라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2급 영진사.”

목진의 눈빛이 순간 굳었다. 이 영진의 위력은 그의 호염서영진에도 밀리지 않았다. 1급 영진 중에서는 꽤 괜찮은 것이었다. 그런데 순아는 이것을 간단히 펼쳤다. 그 말은 소녀가 이미 1급 영진사를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녀가 영진을 펼칠 때, 목진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심진상태(心陳狀態).

그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소녀는 2급 영진사였다. 게다가 그와 같이 심진 상태를 쓸 수 있었다.

소녀는 영진에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었다.

목진은 순아가 비교적 완벽하게 영진사 수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과 같이 도중에 길을 바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수련한 것이다. 목진도 지금 2급 영진사이긴 하지만 쓸 수 있는 영진이 너무 적었다.

이것으로 그녀가 왜 종자 명패를 받고, 북창령원에도 들어 올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았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탄식했다. 이 북창령원에는 대단한 인재들이 숨어 있었다. 단지 신입생을 위한 시험장임에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여기.”

목진은 거의 다 익은 고기를 침을 흘리고 있는 소녀에게 주었다.

“고마워요. 오빠.”

순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목진을 보았다. 소녀는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고기를 받았다. 그리고 고기를 받자마자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어치웠다.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었다.

소녀는 체구는 작았지만 대단한 먹성을 지니고 있었다. 구운 고기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그리고 큰 눈을 껌벅이면서 빨갛게 변한 얼굴로 목진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도 배고파.”

목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밥을 못 먹은 거야?”

“이틀.”

소녀는 그 말을 꺼내자마자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먹을 것은 많이 가지고 왔는데. 이틀 전에 작은 영수를 만나서 먹을 것을 많이 나눠줬어. 그런데 내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지금까지 굶었지.”

목진과 묵령은 눈을 마주쳤다. 북창령원의 시험장은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순수하다니.

목진은 고개를 저으며 재료를 다듬어 다시 준비했다.

“오빠가 최고야. 근데 오빠 이름이 뭐야?”

목진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보자 순아의 마음속에 그에 대한 호감이 차올랐다.

“나는 목진이고, 쟤는 묵령이야. 우리는 같은 영원에서 왔어.”

“조금 전에 너는 언니하고 같이 북창계에서 왔다고 했지?”

“응응.”

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갈라졌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배가 고플 리가 없지. 게다가 우리 언니랑 같이 있었으면 그런 이상한 애들한테 괴롭힘도 당하지 않았을 거야.”

“언니가 강해?”

묵령이 호기심에 물었다.

“우리 언니는 영로에 참가했었어!”

순아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묵령은 당황했다. 영로에 참가했다? 그러면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목형,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는데.”

묵령이 목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영로는 아주 크다고. 게다가 나는 1년 먼저 나왔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모든 사람을 알겠어.”

목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목진 오빠도 영로에 있었어? 그럼 엄청나게 강한 거 아니야? 나도 영로에 갈 자격은 얻었는데. 엄마가 너무 어리다고 못 가게 했어.”

“너도 자격을 얻었다고?”

묵령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그리고 순아를 괴물 보듯 했다. 소녀는 대체 누구지? 북령경에서 영로의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목진 혼자였다.

그러나 목진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순아는 영진에 엄청난 재능이 있었으니, 만약 실제 전투력으로 따진다면 신백경 초기의 강자와도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지금 부족한 건 전투경험이었다.

“가지 않았다면 그것도 좋은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는 지금의 네가 아닐걸.”

목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영로의 잔혹함을 알고 있었다. 그곳은 사람을 단련시키기 좋은 곳이지만, 단순한 성격의 순아에게 좋은 곳은 아니었다. 만약 순아가 그곳에 갔다면 지금과 같은 성격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득인지 실인지 알 수는 없다.

“여기.”

목진은 손에 들고 있던 구운 고기를 순아에게 주었다. 그는 이 단순하고 어린 소녀에게 호감이 갔다.

순아는 다시 게눈 감추듯 고기를 먹었다.

소녀는 목진이 화염표 한 마리를 거의 다 굽고 나서야 겨우 만족한 듯 입을 닦았다. 목진과 묵령은 참지 못하고 소녀의 작은 체구를 보았다. 정말로 그 많은 것들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

“목진 오빠…….”

충분히 먹고 마시자 순아는 까맣고 큰 눈으로 목진을 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내 부탁을 좀 들어줄 수 있어요?”

“응?”

“나를 언니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면 안 돼요? 언니는 아마 이곳에 있을 거예요. 내가 영반으로 언니를 찾을 수 있어요!”

순아는 이마에 있는 붉은 인장을 만지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 것을 뺏으려고 해요. 이틀 동안 사람만 보면 숨었는데. 만약 나 혼자 언니를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잃으면 나는 또 배고파서…….”

목진은 방긋 웃었다. 순아는 3급 인장을 가지고 있어 확실히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어린 데다 성격이 단순해 얼마 가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인장을 빼앗길 것이다.

“목진 오빠.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나를 좀 도와줘요. 언니를 찾아주면 언니가 분명히 엄청 고마워할 거예요.”

이곳까지 오면서 그녀의 인장을 빼앗지 않은 것은 목진이 유일했다. 게다가 먹을 것도 주었다.

소녀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목진도 웃었다. 북창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목적이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노선 역시 같았다. 어려울 것도 없는 부탁이라 목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귀염둥이가 한 명 있다면 가는 길이 더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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