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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9화 (88/1,000)

89화. 삼인행(三人行)

그들의 여정에 순아가 함께하자 확실히 즐거움이 늘었다. 이 귀엽고 단순한 어린 소녀에게 목진과 묵령은 꽤 호감이 갔다. 가끔 멍청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순아는 그들의 보호 덕분에 2급 영진사로서의 힘도 펼칠 수 있었다. 가끔은 아무렇게나 펼친 강력한 영진으로 목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위력은 영륜경 후기의 영수마저도 순식간에 죽일 정도였다.

하지만 전투경험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여서, 일단 주변에 영향을 받으면 영진을 응결하는 속도가 아주 느려졌고 불안정해졌다.

만약 정말로 생사가 달린 싸움이었다면 상대는 그녀에게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잠재력은 무궁했지만, 아직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2급 영진사가 1명 더 있다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전력을 다한다면 신백경 초기의 강자와도 충분히 일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준비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들이 길을 지나가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목진은 4급 인장, 순아는 3급 인장, 묵령마저 2급 인장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들을 노렸고 길을 가는 동안 적지 않은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예외 없이 전부 목진이 나서서 해결했다.

지금의 목진에게 신백경의 강자가 아니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덕분에 길에서 생겨난 작은 문제들은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 * *

쿠오!

숲에서 영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온몸이 검은 3마리 철 코뿔소가 있었다. 게다가 이 철코뿔소는 영륜경 후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놈들은 붉은 맹수의 눈으로 앞에 있는 묵령을 주시했다.

한편 묵령의 후방에 있는 순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순아, 저 3마리는 너희 둘이 처리해라. 만약 처리하지 못하면 오늘 저녁밥은 없어.”

목진은 순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순아의 실력은 뛰어났다.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녀를 돕고 싶었다. 비록 순아의 귀여움과 단순함에 호감을 느꼈지만, 그런 성격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자신이 가진 힘을 충분히 발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니 너뿐만 아니라 묵령의 저녁을 위해서라도 네가 차분히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둘 다 같이 굶을 거야.”

순아는 목진이 무서운 말로 위협하자 순간 코를 훌쩍였다. 조금 억울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의 저녁뿐만 아니라 묵령의 것도 없었다. 소녀는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니 이번에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아는 작은 손을 쥐며, 빠르게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영인을 응결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사나운 영수들을 보지 않았다. 작은 손이 변하는 순간, 영진이 빠르게 펼쳐졌다.

한편 전방에 있던 묵령은 3마리의 철 코뿔소에게 밀려 곤경에 빠져 있었다. 그의 실력은 영륜경 중기에 불과했기에 한 마리의 철 코뿔소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영수가 멍청하지 않았다면 일찍이 밟혀 죽었을 것이다. 그는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묵령 오빠, 물러나요!”

묵령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령이 몸을 굴려서 땅을 짚으며 신영을 쏘아 물러났다.

그때 순아가 커다란 눈을 떴다. 그녀 앞에 푸른색의 영진이 응결되어 나타났고, 강력한 파동이 흘러나왔다.

영진이 응결되자 소녀의 작은 얼굴이 꽤 진지하게 변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푸른색의 광진에서 짙은 푸른빛이 쏘아졌다.

“풍령진(風靈之陳)!”

쿵!

푸른빛이 터져 나오며 광진에서 무수히 많은 칼날 같은 바람이 대기를 찢으며 하늘을 덮었다. 잠시 후, 지면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쿵!

바람 칼날은 3마리의 철 코뿔소를 덮쳤다. 순간 3마리의 철 코뿔소의 몸이 난도질당했다. 마지막에 발버둥치던 코뿔소는 울음소리와 함께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 목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아가 펼친 영진은 1급 영진에서도 최상급이었다. 위력도 상당히 비범했다. 영륜경 후기의 철 코뿔소라고 하더라도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단해!”

묵령은 순아가 처리한 3마리의 철 코뿔소를 보았다. 묵령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경악에 찬 눈빛으로 소녀를 보았다. 영진사는 과연 대단했다.

목진 역시 웃으며 순아의 옆으로 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했어.”

칭찬을 들은 순아의 눈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영반을 꺼내서 언니가 얼마나 떨어져 있나 볼래?”

순아는 그 말을 듣고 손에서 빛을 내뿜었다. 곧 손바닥 2개 크기의 영반이 손에 나타났다. 그 판에는 화면이 달려 있었고, 빛나는 작은 점이 찍혀 있었다.

일종의 위치를 지정해주는 보조영기(輔助靈器)였다. 일단 제대로 설정해두면 일정 범위 내에서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 아주 편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영기는 아주 희귀했다. 목진은 북령경에서도 가끔 보았던 물건이었다. 왜냐하면 영기사(靈器師)만이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었고, 북령경에서 영기사는 영진사보다 더 적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봉의 수중에도 제대로 된 영기가 없었다. 역시 북령경이 너무 작은 탓이다.

순아는 영반을 보더니 작은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거의 다 왔어요. 이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반나절이면 찾을 수 있어요.”

“목진 오빠.”

순아가 영반을 넣으며 목진을 보고 말했다.

“우리 언니한테 데려다주고 나면 우리는 헤어져야 하는 거죠?”

순아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동안 목진이 자신을 억지로 훈련시키는 것을 보고 인정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친근한 마음을 가졌다.

“우리는 모두 북창전으로 가야 하잖아요. 그럼 우리 언니도 같이…….”

순아의 말에 목진은 웃으며 그녀의 활기 넘치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보고. 일단 저녁 먹을 준비를 하자.”

목진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한 순아는 조금 실망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서둘러 목진을 따라갔다.

목진 등이 멀어지자. 숲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여러 개의 눈빛이 빛났다. 곧 그들 역시 사라졌다.

* * *

세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섰다. 그들은 순아의 영반에 나온 길을 따라서 그녀의 언니가 있는 곳으로 속도를 올렸다.

숲속에서 3개의 신영이 빠르게 나뭇가지를 스치며 이동하고 있었다.

탁!

목진이 갑자기 멈추더니 양팔을 올려서 옆에 있던 묵령과 순아를 멈춰 세웠다.

“왜 그래요?”

묵령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목진은 차분한 눈빛으로 전방을 향해서 말했다.

“나와라. 얼마나 많이 모여 있는 것이야. 갑갑하지 않아?”

목진의 말이 끝나자 앞에서 갑자기 움직임이 느껴졌다. 묵령은 당황하며 앞에서 나타난 그림자를 보았다.

곧 천천히 숲에서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 숫자가 족히 30명은 되었다.

게다가 앞에 있는 사람은 묵령도 익숙한 이들이었다. 바로 며칠 전 그들을 약탈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중상을 당한 갈청이었다.

지금 갈청의 이마에는 붉은색의 인장이 빛나고 있었다. 고작 며칠 사이에 3급 인장까지 올라간 것이다. 보아하니 적지 않은 사람들을 턴 것 같았다.

“하하, 정말로 묘하구나. 우리가 다시 보다니.”

갈청은 웃으면서 목진을 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악의가 가득했다.

목진은 그들을 살펴보며 그의 무리 중에서 8명이 영륜경 후기라는 것을 알아챘다. 나머지 사람들의 기세도 그리 약하지 않았다. 갈청이 제대로 준비하고 온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팔에는 전부 붉은 줄이 묶여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팀처럼 보였다.

북창계에는 지금 크고 작은 무리가 만들어졌는데, 갈청도 그중 하나에 들어간 것 같았다.

“보아하니 아직 가르침이 부족한 것 같네.”

목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일이 늘어지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흥, 아직도 그렇게 입을 놀리다니. 네가 싸움을 잘하니까 이번에는 30명 하고 한번 싸워보라고!”

갈청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30명을 다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 역시 신백경에 도달하지 못한 영륜경 후기에 불과했다.

“묵령, 순아를 데리고 뒤로 물러나라.”

목진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변했다. 그의 장심에서 검은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목진 오빠.”

목진이 출수하려고 할 때, 순아가 그를 말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바닥에 있는 영반을 내밀며 큰 눈동자에 희색이 차올랐다.

“언니가 왔어.”

목진은 순간 당황해서 영반을 보았다. 과연 영반 위에 있던 점이 빠르게 그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쿵!

그 점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강력한 영력의 파동과 함께 폭음이 들려왔다. 영력의 위압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목진은 영력의 위압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신백경?”

목진이 고개를 들자 멀리서 하나의 빛줄기가 마치 섬전처럼 그들이 있는 곳으로 쏘아졌다.

웅혼한 영력의 위압이 경악할만한 속도로 숲 전체를 감싸 안았다. 출수하려고 했던 갈청 등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고개를 돌려서 후방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향해 웅혼한 영력의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슉!

그림자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몇 호흡 만에 숲 위에 나타났다. 그림자가 움직이는 순간 커다란 나무 위에 섬세하고 가느다란 모습이 드러났다.

모든 이목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노란색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큰 키에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눈처럼 희고 기다란 목과 매혹적인 쇄골, 그리고 풍만한 호선이 옷 위로 그대로 드러났다.

단지 그녀의 얇은 눈썹에는 싸늘함이 응집되어 있었고, 날카로운 기세를 흘리고 있어 다른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언니!”

순아의 얼굴에 반가움이 떠오르며 작은 손을 급하게 흔들었다. 노란색 치마를 입은 소녀는 순아의 얼굴을 보더니 순식간에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순아의 언니인가? 진짜 예쁘네.”

묵령은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이 웃었다. 영로에서 만난 적이 없는 소녀였다. 그녀의 실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이 정도 기세라면 아마도 신백경 초기에 도달했을 것이다. 북창계에서도 낮지 않은 수준의 실력이었다.

“영로의 마지막에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군…….”

목진은 속으로 감탄했다.

영로의 훈련은 마지막 단계 전까지는 전부 심신의 훈련이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앞에서의 훈련에 대한 상을 주는데, 이 상이 바로 심신에 맞는 힘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를 마치게 되면 진정으로 영로를 통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목진은 도중에 나왔기 때문에 심신에 관한 수련은 했지만, 힘을 얻는 단계가 빠졌다. 그가 예상하기로 마지막 단계에서 영력정관을 얻었다면 아마도 삼천지경에 오를 자격을 갖췄을 것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목진은 그런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압도적인 강함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곧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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