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조건
탁!
목진이 한 발자국 내밀며 몸 안에 있는 영력을 움직였다. 곧 그의 장은 권으로 변했고,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주먹을 뻗었다.
평범한 주먹이었다. 어떤 현묘함도 없었지만 목진의 권풍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싸며 세 줄기의 빛이 떠올랐다.
세 줄기의 빛은 일 촌 정도의 크기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떤 패도적인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쿵!”
목진은 평온한 안색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세 줄기의 빛이 포효하며 파풍성과 함께 검은 꼬리를 남기며 망설임 없이 갈해를 덮쳤다.
권풍은 대기를 찢으며 공기의 호선을 만들었다.
목진의 강력한 공격을 보고 갈해는 눈빛이 신중해졌다. 그는 양손으로 장도를 쥐었다. 곧 도신에 진동이 전해지며 어두운 붉은 빛의 칼끝이 수 장의 크기로 길어졌다.
“혈도파령(血刀破靈)!”
갈해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기합 소리와 함께 수중의 도가 핏빛처럼 붉게 변하며 응집되었다. 곧 핏빛의 검이 대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세 줄기의 검은빛과 마주했다.
펑!
세 줄기의 검은빛과 도가 마주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세 개의 패도적인 힘은 층층이 더해지면서 마치 파도처럼 마지막에는 핏빛의 도 위에 떨어졌다.
동!
핏빛의 도가 맹렬히 떨렸다. 잔잔한 파동이 3줄기의 검은 빛에 맞으며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핏빛의 도기가 깨져나가는 순간, 갈해의 눈에도 경악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의 최강 공세에도 여전히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이다.
붉은 장도가 갈해의 수중에서 벗어나 날아갔다. 그의 몸은 충격에 뒤로 밀려나며 강하게 나무에 부딪혔고, 그 순간, 한 줄기의 선혈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어떻게 저놈에게 패배한 것이야!’
갈해는 속으로 포효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이제부터는 신백경의 웅혼한 영력으로 목진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의 전방에서 패도적인 영력이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해는 굳은 몸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목진이 양손을 내리고 여전히 고요한 시선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위에는 뇌광이 번쩍이며 하나의 거대한 뇌광영진이 만들어졌다.
그 영진은 강력한 파동을 뿜어냈고, 갈해의 동공은 확 작아졌다. 갈해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목진이 영진사라니.
“내가 말했지…… 나의 적수는 많다. 하지만 나를 밟기에는 너는 아직 부족하구나.”
목진은 놀란 표정을 한 갈해를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머리 위에 있는 뇌광영진에서 포효소리와 함께 한 줄기의 빛나는 뇌광이 마치 분노한 이무기처럼 쏘아져 나갔다.
뇌광은 대기를 찢으며 날아갔다. 빛나는 뇌광에 갈해는 물론 갈방의 사람들까지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제야 갈해는 눈앞에 있는 목진과 자신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여전히 두렵고 우러러봐야 하는 존재였다.
뇌광은 마치 성난 이무기처럼 흉악하게 날뛰며 광폭한 영력의 파동으로 숲을 지나갔다.
슉!
뇌광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갈해를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그의 눈에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목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출수했다. 그는 여전히 매운 손속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갈해는 있는 힘껏 체내의 영력을 움직였다. 영력이 맹렬히 뿜어져 나오며 갑옷처럼 그를 보호했다.
펑!
광폭한 뇌광과 함께 엄청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강한 충격이 갈해의 몸을 때리면서 뇌광으로 땅마저 갈라졌다.
슉!
갈해의 몸이 나무들 사이로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나무와 충돌할 때마다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수십 그루의 나무를 부수고 갈해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땅에 떨어졌다. 온몸에 피가 가득해 이전의 그 흉포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갈방의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큰 소리로 떠들었던 사람들은 온몸으로 땀을 흘리며 입을 닫았고, 갈청도 그 모습을 보면서 몸을 떨었다.
그들의 눈에 갈해는 강대함의 대명사였다. 이 북창계에 와서 극히 일부만이 그와 대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마음속에 불패의 갈해는 한 소년의 손에 처참히 사라졌다.
게다가 그의 실력은 겨우 영륜경 후기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
갈청은 몸을 떨며 목진을 보았다. 그의 눈빛에 공포심이 솟아올랐다. 그는 지금에서야 후회했다. 그는 겉은 얌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마와 같은 소년이었다.
엽방 숙영지 안도 똑같이 조용해졌다. 왕성 등은 몰래 침을 삼켰다. 그들은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들과 같이 앉아서 웃고 떠들며 얌전해 보이던 소년이 한순간에 무섭게 돌변했다.
갈해는 분명 엽경령과 같은 신백경 강자였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처리하다니?
목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만신창이가 된 갈해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갈청을 지나쳐서 갈해에게 다가갔다. 갈방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목진은 갈해의 앞에서 주먹을 쥐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있던 붉은 장검이 그의 손에 빨려 들어왔다. 날카로운 도봉이 갈해의 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이미 말했지. 나를 건드리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갈해의 몸이 떨렸다. 그는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위를 올려보았다. 싸늘한 눈빛으로 목진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갈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영로가 아니야. 함부로 사람을 죽이면 북창령원에서 너를 탈락시킬 것이다.”
“그것으로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목진이 옅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천천히 뻗었다. 날카로운 도봉이 갈해의 목에 피부를 긁고 지나가자 피가 흘러나왔다.
목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감촉에 갈해의 몸은 조금도 움직일 수도,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앞에 있는 소년을 다시 화나게 한다면 어쩌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다.
갈해는 목진의 손속이 얼마나 험한지 알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갈방의 사람들도 온몸을 떨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목진의 몸에서 풍겨오는 싸늘한 기운에 그들도 몸이 굳어졌다.
“목숨을 건지고 싶으면 뭘 할 수 있는지 말해라. 사람을 죽이면 나는 조금 귀찮아지겠지만, 내가 너의 인장을 지운다면 너는 바로 탈락이겠지.”
갈해의 안색이 드디어 변했다. 그는 어렵게 북창령원에 들어왔다. 만약 이곳에서 탈락한다면 정말로 죽는 것만도 못한 삶을 살 것이다.
“인장에 있는 영기를 주겠다.”
갈해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의 인장은 이미 5급에 도달해 있었다.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인장을 빼앗아 쌓은 것이다. 목진에게 빼앗기면 모든 노력이 사라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인장이 지워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목진은 웃으며 갈해의 목에 두었던 도봉을 뒤로 살짝 물렸다.
갈해가 몸을 움직이자 미간이 빛나며 금빛의 인장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한 줄기의 빛이 목진의 미간으로 향했다.
웅.
특수한 영기와 함께 목진의 인장이 금빛으로 바뀌었다. 곧 갈해의 인장을 흡수한 그의 인장이 5급으로 올라갔다.
“이제 나를 놔줄 것이냐?”
갈해가 목진의 금빛 인장을 보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나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부족하다.”
“너!”
그 말에 갈해가 크게 화를 냈다.
싸늘한 도봉(刀鋒)이 다시 그의 피부에 닿자 갈해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목진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무엇이 되었든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갈해는 점점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망설이는 듯한 눈빛을 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보를 하나 알려주지. 그럼 나를 보내줘라.”
“정보의 가치를 보고.”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작은 골짜기에서 귀한 보물을 발견했다. 보기에는 신혼음양지(神魂陰陽芝) 같더군.”
“신혼음양지.”
목진의 눈빛이 변하며 곧 흥미 있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것은 아주 희귀한 보물이었다. 신백경의 강자에게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듣기로는 영륜경 후기의 사람이 경지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줘 신백경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목진은 지금 신백경까지 한걸음밖에 남지 않았다. 비록 한 달 이내에 오를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목진은 영로에서 꽤 많은 적을 만들었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갈해는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분명히 이곳 북창계에서 익숙한 얼굴을 적지 않게 만날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자신의 실력을 신백경으로 올려야 했다. 그렇게 해야지만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신혼음양지는 그에게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갈해를 가볍게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귀한 보물을 두고 왜 움직이지 않았지?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이상한데?”
“그곳에는 3마리의 고급영수가 지키고 있다. 놈들은 전부 나만큼 강하지. 그래서 얻을 수 없었다.”
갈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어렵게 겨우 발견한 보물을 세 마리의 고급영수 때문에 얻지 못했다.
“위치.”
목진이 눈을 희미하게 뜨며 말했다.
갈해는 신속하게 위치를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망설이다가 몸을 돌려서 엽경령에게 손짓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엽경령이 의아한 눈빛으로 걸어갔다.
“이 위치를 믿을 수 있을까요?”
엽경령이 알고 있는 정보가 그보다 훨씬 더 많았으니, 그녀에게 묻는 것이 더 정확했다.
“북서쪽…….”
그 방향을 듣고 엽경령은 잠시 침묵했다가 곧 입을 열었다.
“그쪽은 확실히 숨겨진 곳이다. 게다가 이전에 갈방의 사람들이 배회하는 것을 보았지…… 하지만 그것이 진짜로 신혼음양지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갈해를 한번 째려보았다. 비록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정보는 확실히 신뢰가 있는 정보였다.
목진은 천천히 도봉을 치우고, 붉은 도를 갈해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번에는 너를 풀어주지. 하지만 만약 나를 속인 것이라면 너는 절대 도망치지 못할 것이야.”
목진이 웃는 것을 보고 갈해는 몸을 떨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갈방의 사람들을 데리고 빠르게 사라졌다.
“그곳에 가볼 생각인가?”
엽경령은 갈방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목진을 향해 물었다.
“내 생각에는 갈해가 좋은 마음으로 가르쳐 준 것 같지는 않다.”
“그가 무슨 생각이든 정보만 맞으면 됩니다.”
목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같이 갈래요? 그곳에는 다른 보물도 있는 것 같으니까요. 엽방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너처럼 대단한 사람이 왜 나를 돕는 거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곳의 이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방이 위험천만하고 내가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먹히잖아요.”
그녀의 말에 목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엽경령도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곧 고개를 돌려서 신기하다는 얼굴로 목진을 보았다.
“도와줄 수는 있지만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줘.”
“어떤 건데요?”
“너와 낙왕 낙리는 무슨 관계지?”
엽령경이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낙왕…… 그것이 이번에 그녀가 얻은 왕의 칭호인가요?”
목진은 그 칭호를 듣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목진은 그녀가 이 칭호를 얻었을 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우는 것이 상상됐다.
“그녀와는 동료죠. 계속 같은 편이었던.”
“진짜로 동료야?”
엽경령이 웃으면서 목진을 보고 말했다.
“네가 영로를 떠나고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뭐를 했는데요?”
목진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영로의 마지막 영관 쟁탈전에서 그녀는 현왕 희현에게 출수했지.”
엽경령의 아름다운 눈이 타오르며 목진을 보며 말했다.
“두 왕이 맞붙었어. 낙왕은 중상을 대가로 현왕을 물리치고 영관을 차지할 가장 좋은 기회를 빼앗아 버렸지.”
“그리고 현왕에게 말했지…… 현왕의 목숨은 그녀가 거두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네가 직접 거둘 것이라고.”
목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싸늘한 살기가 천천히 솟아올랐다.
‘희현, 네놈이 감히 그녀를 다치게 하다니. 그 목숨은 반드시 내가 거두겠다. 영로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것을 5대원에서 확실히 결판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