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금륜열영진(金輪裂靈陣)
반대쪽 산비탈, 목진이 손 쓸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2개의 신영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각자의 숙영지로 향했다. 그 숙영지에는 각각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장, 어떤 사람이 신혼음양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 대장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람은 하얀 옷을 입고 얼굴에는 오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손을 쓰는 것이냐? 갈해냐? 대담한 놈이군.”
“갈해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방의 사람입니다. 인상착의를 보니 엽방쪽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엽방? 엽경령?”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눈썹을 튕기더니 곧 웃으면서 말했다.
“그 미녀를 말하는 것이군. 그년의 담이 작지 않구나. 감히 내가 찍은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대장,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 움직일 준비를 해라. 미녀가 나의 것을 빼앗는다고 하니. 나는 그녀마저 빼앗아야겠다. 하하!”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손짓하며 쏜살같이 숙영지의 밖으로 향했다. 그의 뒤로 많은 사람이 빠르게 따라나섰다.
그들이 움직일 때, 또 한 무리의 사람들도 산비탈로 향했다.
* * *
캬악!
엽경령이 골짜기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야수의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곧 산골짜기는 진동하며, 광폭한 영력이 솟아올랐다.
촥!
엽경령의 몸은 웅혼한 영력으로 덮여있었다. 그녀는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번개처럼 산골짜기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그녀 뒤로 날개가 10장에 이르는 거대한 푸른색의 새 3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새가 거대한 날개를 움직이자 비늘이 가득 달린 거대한 발이 엽경령을 덮쳤다.
엽경령은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3마리 고급영수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폭한 영력의 파동으로 그녀의 움직임이 조금 불안정했다.
그녀 혼자 3마리의 고급영수를 상대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엽경령은 3마리의 고급영수를 데리고 목진이 있는 산비탈로 향했다. 그때 목진은 3마리의 고급영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눈빛이 신중하게 바뀌었다.
웅웅.
금빛의 영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빛의 영력이 퍼져 나가며 밝게 빛나자 마치 금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맞이할 준비를 하죠.”
목진은 고개를 돌려서 왕성 등을 보며 말했다.
“네.”
왕성 등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들은 체내의 영력을 움직이며 날아오는 3마리 고급영수를 째려보았다. 엽경령이 그들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웅혼한 영력이 폭발하며 천지를 뒤덮는 공세가 3마리의 고급영수들을 향해서 쏟아졌다.
펑펑!
엄청난 공격이 쏟아지자 영수들의 몸에서 불꽃이 튀었다. 영수들의 가죽은 마치 강철과 같아서 조금의 손상도 입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속도는 조금 늦출 수 있었다.
한편 엽경령은 그 짧은 순간에 영수들에게서 벗어나 산비탈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가슴을 헐떡이며 목진을 보고 말했다.
“네 차례다.”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산비탈을 올라오고 있는 3마리의 영수를 보며 양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의 뒤에 있는 금빛의 영진에서 순간 엄청나게 강렬한 금빛과 영력이 터져 나왔다.
끼익!
3마리의 고급영수들 역시 금빛의 영진에서 나온 위험한 파동을 챘는지 돌격하던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웅혼한 영력을 그들의 몸에 퍼트렸다.
“금륜열영진!”
목진의 검은 눈동자에 싸늘한 눈빛이 지나가고 입에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떠오르는 태양을 닮은 강렬한 금빛이 금색의 영진에서 나타났다. 금빛이 뭉쳐지자 곧 영법이 떨리며 대략 10여 장의 거대한 빛이 영진에서 쏘아져 나갔다.
웅웅!
금빛은 곧바로 날카로운 날을 가진 광륜(光輪)으로 변해서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쭈뼛할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팽창과 수축을 진행하며 마치 대기를 찢는 것 같았다.
“가라!”
목진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자 금빛의 광륜이 쏘아져 나았다. 금빛 번개처럼 대기를 가르며 영수들에게로 향했다.
금빛의 광륜이 날아오자 고급영수들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깃털이 전부 일어났다. 놈들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금빛의 광륜에서는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놈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돌렸다. 양 날개를 펴고 도망가려고 한 것이다. 고급영수들이라 그런지 놈들도 위험한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저 금빛의 광륜을 정면으로 상대한다면 반드시 죽을 거라는 것을 눈치챘다.
“가려고?”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가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낸 2급 영진이었다. 영수들이 도망가면 그 손해는 무척 컸다.
슉!
목진의 몸이 움직이자 하늘을 가르던 금빛 광륜의 속도가 빨라지며 하늘을 찢는 번개처럼 한 마리 고급영수에게로 날아가서 몸에 꽂혔다.
촥!
고속으로 회전하는 금빛 광륜은 놀랄만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극강의 방어력을 가진 고급영수도 방어가 차례대로 뚫리며 몸에 구멍이 났다.
선혈이 하늘을 뒤덮었고,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고급영수가 떨어졌다.
금빛광륜이 한 마리의 영수를 처리했지만, 그 위력은 여전했다. 곧 두 번째와 세 번째 영수도 쫓아가서 놈들의 몸을 관통했다.
푸슈!
피로 물든 안개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금빛광륜은 세 번째 고급영수를 관통하고 나서야 천천히 사라져갔다.
목진은 피 안개를 보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영수는 첫 번째와 같이 순식간에 죽이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첫 번째 영수를 죽이는데 금빛광륜의 영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끼룩!
피 안개 사이로 흉포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두 마리의 고급영수는 붉어진 눈을 목진에게 고정하고 양 날개를 펄럭이며 목진을 향해서 돌진했다.
“조심해!”
엽경령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손을 쓸 준비를 했다. 하지만 목진은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힘이 빠진 놈들일 뿐입니다.”
쏴아!
목진이 손을 쥐자 다시 한번 영인이 대기 중으로 흡수가 되었다. 곧 뇌광이 빠르게 목진의 뒤에 응집되며, 경악할만한 속도로 영진이 만들어졌다.
“구천뇌영진!”
쿵!
광폭한 뇌광이 이무기가 되어 포효했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고급영수를 향해서 돌진했다.
펑!
놈들은 마지막까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피 안개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옆에 있던 엽경령과 왕성 등은 목진이 빠르게 두 번째 영진을 응결시켜 적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진을 응결시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순아도 이렇게 영진을 만들었으면 좋겠네.”
목진이 영진을 만들 때, 외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어떤 공포나 당황도 전부 차단했다. 반면 순아는 조금만 놀라도 영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순아가 목진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야 하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이 영수 정백은 여러분들이 처리하시죠. 그럼 처리가 끝나고 따라오세요.”
목진은 3마리의 고급영수를 처리하고 나서 곧장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그는 순식간에 골짜기 속으로 사라졌다.
골짜기에는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영기가 풍부해 영기가 충만한 각종 영수나 영과가 적지 않게 보였다. 이곳은 갈해가 말한 것처럼 보물이 가득한 땅이었다.
목진은 골짜기 안을 한번 살펴보았다. 많은 영수나 영과들도 괜찮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진의 발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그의 눈빛은 산골짜기의 중심으로 향해 있었다. 그곳에 비취색의 빛이 응집되어 있었다. 목진의 시선이 비취색의 광원에 고정되었다.
광원의 중심부에는 대략 1촌 정도의 영초가 보였다. 마치 비취를 갈아서 만든 보석처럼 보였다. 그 보석에서 경악할 영력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목진은 비취색의 영초를 보고, 눈빛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혼음양지!”
생기 충만한 비취색 빛이 사람을 유혹하는 향기를 내뿜어 다른 사람이 탐내도록 이끌었다.
“이게 바로 신혼음양지야?”
뒤에서 엽경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왕성 등을 데리고 왔고, 벽 비탈에 있는 영초를 보고 경탄했다.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엽경령을 보면서 말했다.
“이 신혼음양지는 저에게 주시죠. 인정을 베푼다고 생각하고 말이죠. 어떻습니까?”
“이 정보는 원래 네 것이야. 게다가 외부에 있는 영수를 처리한 것도 너니까. 이 물건의 너의 것이다. 인정이라고 말할 것도 없지.”
엽경령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산골짜기에는 다른 보물들도 많아. 비록 신혼음양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괜찮은 것들이라 할 수 있지. 우리의 수련에 도움이 될 거야.”
“그건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고맙다.”
엽경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손짓하자 왕성 등이 서둘러 보물들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목진의 눈이 빛나더니, 시선을 신혼음양지에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손에 영력을 감싸 산비탈에 손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암석인 곳에서 신혼음양지를 파냈다.
목진이 신혼음양지를 파낼 때, 비취색 빛이 지나가며 목진의 인장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금빛이 진해지며 5급의 인장이 6급으로 변했다.
인장의 변화를 느끼고 목진은 순간 경악했다. 보물을 찾아서 인장을 승급시키는 방법도 꽤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영기가 충만한 보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목진은 고개를 숙여서 손에 있는 신혼음양지를 보았다. 가까이에서 보자, 보석처럼 맑고 투명한 빛깔을 지니고 있었고, 광택에서 웅혼한 영력의 파동이 조금씩 나타났다.
목진은 매혹적인 향기를 맡고는 체내의 영력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특이한 느낌이 가슴속에 퍼져 나갔다.
경지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빨리 이 자리에서 처리해. 신백경으로 올라가자’
목진의 가슴속에서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눈을 반짝이더니 과감하게 산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평정심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목진은 양손으로 신혼음양지를 위아래로 덮으며 영력을 뿜어냈다.
콰직!
신혼음양지가 붙어있던 암석이 영력의 압박으로 가루가 되었다. 게다가 신혼음양지의 아름답던 줄기도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비취색의 액이 엄청난 영력과 함께 흘러나왔다. 산골짜기 전체의 대기마저 순간 몽롱하게 만들며, 사람을 유혹하는 향기가 퍼져 나갔다.
목진의 영력이 한층 더 강력하게 변했다. 결국 신혼음양지는 압축이 되어 영아 머리 크기 정도의 비취색 액체가 되었다. 그 액체에 퍼져 있는 엄청난 영력은 목진의 손마저 떨리게 했다.
흡.
목진이 숨을 들여 마셨다. 그러자 비취색의 액체가 순식간에 날아올라 하나의 물줄기가 되어 목진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웅!
엄청난 영력을 가진 비취색의 액체가 목진의 몸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의 피부가 순간 비취색으로 변했다. 그의 몸도 팽창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크르릉!
엄청난 영력이 홍수처럼 목진의 몸 안을 휘몰아쳤다. 목진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대부도결을 운용하여, 몸으로 들어온 영력을 빠르게 흡수했다.
하지만 신혼음양지가 갖고 있던 거대한 영력이 목진의 몸으로 한 번에 들어오면서 점차 제어하기 힘들어졌다.
목진이 조금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한줄기의 흡입력이 단전에서 나와 곧 정순한 영력을 흡수했다.
그 모습을 보고 목진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심신을 움직여서 단전 안의 상황을 보았다. 그렇게 흡수된 영력은 최종적으로 만다라 꽃 위에 있는 구유작에게 흡수되었다.
구유작이 영력을 흡수하면서 어두웠던 색이 많이 밝아졌다. 게다가 검은 화염까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뭘 보는 것이냐? 네가 나를 이렇게 약하게 만들어놓고! 지금 너의 영력이 너무 많아서 내가 조금 갖고 가는 것뿐이다. 너에게도 나쁠 것 없다.”
구유작은 목진이 자신을 지켜보자 냉랭한 의념을 보냈다. 목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머뭇거리다 말했다.
“너 또 나한테 암수를 쓰는 건 아니지?”
목진은 지난번의 일을 기억했다. 구유작은 경지가 오르려고 할 때, 몰래 손을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욱 중요했다. 만약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네가 그렇게 기대를 한다면 내가 만족시켜줄 수 있지.”
구유작이 의념으로 조소를 날렸다.
목진은 난감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크게 안심했다. 그러나 구유작은 신경 쓰지 않고 모든 심신을 동원해 체내에 있는 모든 영력을 흡수하여 신백경에 도달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