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신혼음양지
산골짜기에서 엽경령 등은 다른 영수와 영과를 채집하고 있었다. 이 영과들의 영기는 신혼음양지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말 짙은 영기구나.”
왕성이 갑자기 산골짜기의 심처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짙은 영기와 함께 사람을 유혹하는 향기가 풍겨왔다.
엽경령 역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곧 목진이 이미 신혼음양지를 연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가볍게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주변에 정찰병들을 심어놨겠지?”
“네. 엽 누나 안심하세요. 이미 경계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왕성이 웃으며 말했다.
피이익!
하지만 왕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골짜기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골짜기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엽경령도 몸을 움직여 고지대로 향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슉!
두 개의 신영이 멀지 않은 곳에서 나타나 당황하며 말했다.
“엽 누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두 무리가 이곳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습니다.”
엽경령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갈방인가?”
“아닙니다. 갈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엽경령의 눈빛이 신중해졌다.
“보아하니 이 신혼음양지를 노리는 것은 갈해뿐만이 아니었군. 그놈이 역시 좋은 마음으로 알려줄 리가 없지!
“엽 누나, 어떻게 합니까?”
왕성이 당황해서 물었다. 두 무리의 힘은 갈방과 비교해도 약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갈방이 지금까지 손을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 그들이 오고 있는데, 어떻게 이 사람들로 버티겠는가?
엽경령이 산골짜기를 보더니 이를 물고 말했다.
“일단 그들을 막는다. 목진이 지금 경지를 올리고 있으니 방해할 수는 없다.”
왕성 등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막막함이 떠올랐지만, 엽령경의 말을 따라야 했다.
엽경령은 골짜기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정신을 집중하고 주변을 살폈다. 곧 두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각각 수십 명의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하. 여기서 또 만나는군!”
좌측에서 한 무리가 다가왔다. 한 신영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웅혼한 영기를 내뿜었다.
“양궁(楊弓)?”
엽경령은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는 순간 눈썹을 떨었다. 그녀는 이전에 이 사람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비록 영로에 참가한 적은 없었지만, 가문이 탄탄해 많은 자원으로 신백경 초기의 단계에 오를 수 있었다.
“흥. 엽방 놈들이 정말로 담이 크구나. 나 주려의 물건을 빼앗다니. 함부로 행동하는구나!”
다른 무리에서도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이 싸늘한 안색으로 나타났다. 그 역시 엽경령을 보는 눈빛이 곱지 않았다.
“안방과 주방…….”
왕성은 그들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두 무리는 이곳에서 이름난 세력으로 엽방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엽경령은 눈썹을 찌푸리고 양궁와 주려를 보았다. 그들은 전부 신백경 초기의 경지로 그녀 혼자서는 그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엽경령. 신혼음양지를 내놔라!”
주려가 외쳤다. 그는 신혼음양지를 눈여겨본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옆에서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던 양궁만 없었더라면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엽경령이 먼저 손을 쓸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엽경령의 아름다운 눈이 빛났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신혼음양지를 당신에게 주면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품을 텐데요.”
주려는 눈썹을 찌푸리며 양궁을 보았다.
“하하, 당신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여우처럼 교활하군. 내 마음에 들어.”
양궁은 웃으며 주려를 보고 말했다.
“이게 격장지계라는 것을 주 형도 알 겁니다. 그러니 우리 같이 손을 잡고 여자를 먼저 잡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자는 내가 갖고, 신혼음양지는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좋아!”
주려의 눈빛이 빛났다. 그의 성격은 양궁과는 달랐다. 그에게는 여자보다 신혼음양지가 더욱 매력이 있었다.
엽경령은 둘이 손을 잡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하하, 나랑 같이 가는 것이 어떤가? 내가 절대로 홀대하지 않겠네!”
양궁이 크게 웃으며 바로 엽경령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주려도 엽경령을 덮쳤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엽경령을 포위했다.
엽경령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녀의 몸에서 웅혼한 영력이 터져 나왔다. 비록 혼자의 힘으로 2명의 신백경 강자를 막는 것은 조금 힘들겠지만, 그녀 역시 선택의 폭이 적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 막을 수밖에 없었다.
쿵!
엽경령이 출수하려고 할 때, 멀지 않은 비탈에서 극단적으로 광폭한 영력이 나타나며 주변의 나무를 전부 박살을 냈다.
순간 전해지는 광폭한 영력의 파동에 양궁과 주려는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산비탈에는 거대한 영진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고, 영진 앞에는 두 갈래로 머리를 묶은 소녀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언니를 괴롭히려고 하다니! 혼나볼래!”
순아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그녀는 작은 손으로 빠르게 인법을 맺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영진이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광폭한 영력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풍룡파천진!”
쿵!
푸른색의 거대한 영진에서 푸른빛이 응집되었다. 곧 광풍과 함께 10장 정도되는 거대한 풍룡이 나타나서 모래와 함께 엄청난 영력으로 대기를 찢으며 양궁과 주려에게 날아갔다.
두 사람은 다가오는 풍룡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쿠오오!
풍룡의 포효와 함께 광풍이 몰아치고, 하늘에는 바람의 칼날이 쏟아졌다. 마치 대기가 전부 찢긴 것 같았다. 이런 위력적인 공세에 양궁과 주려의 안색이 변했다.
순아가 발동시킨 이 영진의 위력은 아주 강했다. 아마도 목진의 금륜열영진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신백경 초기의 강자들이 맞으면 충분히 죽을 수도 있었다.
목진은 만일을 대비해서 순아에게 옆에 숨어 있다가 몰래 영진을 준비해 출수하도록 했다.
그는 순아가 전투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다른 사람과 전면전을 피해 숨어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순아의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일로 목진의 안배가 정확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옆에서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순아가 만든 영진의 위력도 목진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양궁과 주려는 안색이 변해 풍룡이 포효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두려울 정도의 영기 파동을 느꼈다.
“우리를 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양궁과 주려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오히려 싸늘한 기합을 넣으며 손에서 빛을 뿜어냈다.
쿵!
웅혼한 영력이 두 사람의 장심에서 뿜어져 나왔다. 곧 양주 앞에 검은색의 철 방패가 만들어졌고, 그 방패에는 현묘한 무늬가 그려져 있어 은은하게 특수한 파동을 뿜어냈다.
그리고 주령 앞에는 회색의 돌로 된 세발솥이 나타났다. 돌솥 역시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내뿜고 있었으며, 표면에는 기이한 빛의 무늬가 나타났다.
“흑영순(黑靈盾)!”
“영석정(靈石鼎)!”
그들의 함성과 함께 하나의 방패와 하나의 솥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두 사람을 보호했다.
펑!
풍룡이 포효를 내지르며 방패와 솥을 향해 돌진했다. 영력의 충돌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슉!
두 개의 신영이 만신창이가 되어 허공으로 쏘아졌다. 그들은 서둘러 손과 발을 움직여서 땅에 붙이고 나서야 겨우 신영을 안정시켰다.
한편 그들의 앞에 있던 방패와 솥은 이전보다 어두워져 결국 그들의 손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양궁과 주려는 별다른 큰 피해가 없어 보였다.
“영기?”
엽경령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양궁과 주려가 꺼낸 것은 진정한 영기였다. 두 사람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몸을 가눈 양궁과 주려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 만약 그들을 지켜주는 영기가 없었다면 아마 정말로 어린 소녀에게 죽었을 것이다.
“너는 먼저 저 소녀를 잡아라. 나는 엽경령을 잡겠다.”
양궁이 말했다. 그는 이미 장난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저 어린 소녀는 너무 강했다. 만약 다시 저런 위력의 영진을 사용한다면 그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좋다.”
주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영을 날려 산비탈에 있는 순아에게 달려갔다.
“거기서라!”
엽경령은 순아에게 다가가는 주려를 보고 안색이 변해서 튀어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움직였을 때, 양궁이 그녀의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나랑 놀아야지.”
“감히 나의 여동생을 건드리다니.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엽경령의 눈에 한기가 가득 찼다. 웅혼한 영력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강력한 공세를 양궁에게 퍼부었다.
“하하.”
양궁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하지 않았다. 엽경령의 실력은 그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녀는 우습게 본다면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다. 그 역시 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전력을 다했다.
쿵쿵!
두 사람이 전력으로 싸우면서 웅혼한 영력이 터져나갔다. 주변에 있던 거석들은 산산조각이 났고, 나무들도 부서졌다.
양궁과 엽경령이 싸우고 있을 때, 산비탈에 있던 순아 역시 살기를 풍기며 다가오는 주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것이냐!”
순아는 엽경령보다 더 위험했다. 만약 다시 도망쳐 영진을 만든다면 그들에게 이전과 같은 행운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잡아야 했다.
쏴아!
웅혼한 영력이 주려의 몸에서 솟아났다. 그리고 질풍처럼 순아를 쫓았다.
* * *
영력은 마치 조수처럼 목진의 사지백해를 돌아다녔다. 그는 전력을 다해서 대부도결을 운용했다. 신혼음양지의 정순한 영력을 계속해서 연화시키며 단전으로 보냈다.
웅웅.
웅혼한 영력이 점점 더해지면서 단전에 있던 광륜이 계속해서 팽창했다. 마지막에는 성인 손바닥 크기가 되었다. 광륜의 주변에는 영력의 빛이 퍼져 있었는데, 마치 신비한 은하 같았다.
목진은 단전이 경악할 속도로 팽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심신은 오히려 점점 평온해졌다.
대부도결을 전력으로 운용하면서 신혼음양지의 마지막 영력까지 전부 연화했다. 마지막 영력이 광륜에 들어가는 순간,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광륜이 갑자기 목진의 마음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은 평온한 깊은 호수에 잔물결이 생겨나서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았다.
영력이 광륜의 표면에서 움직이다가 갑자기 영력 광륜 위로 응집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력이 모여들면서 빛은 사라지고 영력의 광륜 위에는 양반다리를 한 작은 빛의 신영이 나타났다. 흐릿한 모습이 목진과 닮아 있었지만,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빛의 신영이 응집되고 있을 때, 신기한 감정이 목진의 마음속에서 솟아났다. 곧 그의 심신이 움직이더니, 그의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영력 광륜 위에 앉아있는 작은 빛의 신영이 된 것이다.
“이것은……신혼(神魂)?”
목진은 깨달았다. 신백경과 영륜경의 가장 큰 차이는 단지 신혼을 응결시켰는가 하는 거였다. 그는 지금 신백경에 도달한 것이다.
목진의 심신이 신혼의 모습을 한 작은 사람에게 흘러 들어갔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만다라 꽃에 있는 구유작을 보았다. 그의 심신이 움직이는 순간 신영이 만다라 꽃 밖에 떠올랐다. 그는 웃으며 구유작을 보았다.
한편 구유작은 만다라 꽃 밖에 있는 작은 빛의 신영을 보면서 경계심을 높였다. 일단 인간이 신백경에 이르면 영수 정백을 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의 목진은 구유작에게 대응할 수단이 생긴 것이다.
놈은 자신이 인간에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구유작의 정백만 연화시킬 수 있다면 구유작의 강력한 능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강자들이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이유였다.
이전에 목진과 약속한 것이 있었지만, 그것은 구두 약속에 지나지 않았다. 목진이 지키지 않으면 구유작은 낭패를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