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진압
“헤헤.”
작은 인간이 구유작을 보면서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인간이라는 것은 과연 좋은 것들이 아니야.”
구유작의 온몸에 검은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구유작의 의념에 분노가 가득 차며 단전을 요동쳤다.
“나를 연화시키려고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구유작은 날개를 움직이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작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신혼이 구유작의 반응을 보고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너를 연화시킨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그럼 네가 여기까지 와서 무엇을 하는 것이냐!”
“방금 신혼을 만들고 자랑하러 온 거지.”
목진이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고의로 이러는 것이다. 구유작이 평소에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괴롭히고 나니 그 느낌이 꽤 괜찮았다.
구유작도 결국 목진의 의도를 알아챘다. 구유작의 눈빛은 부끄러움이 분노로 바뀌었고, 날개에 차 있던 검은 화염은 세차게 퍼져 나갔다.
“꺼져라!”
목진은 웃으면서 구유작을 보고 말했다.
“안심해. 내 약속이 그렇게 가치 없는 것이 아니야. 나도 너를 연화시키면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강하더라도 쓸모가 없으니까. 그러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고. 너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아마 우리 아버지는 죽었을 거야.”
구유작은 천천히 날개를 접었다. 구유작의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지만, 이전보다 부드러워져 있었다. 목진이란 놈은 미운 짓도 많이 하지만 칭찬할만한 곳도 있었다.
목진은 다시 신혼을 영력 광륜으로 돌려보냈다. 신백경에 도달했으니 신혼으로도 대부도결을 운용할 수 있었다. 나중에 본체도 운용하게 되면, 두 배로 수련하는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신백경은 과연 대단하군.”
목진은 감탄하며, 대부도결을 마지막으로 1번 더 운용하고 수련을 마쳤다.
웅.
하지만 그때 신체 어디선가에서 무언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깜짝 놀라서 열심히 몸을 살펴보았다. 곧 신호가 심신에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목진이 이 신호가 심신에서 생겼다는 것을 안 순간,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가 신백경에 도달하면서 대부도결에 숨겨져 있던 것이 발동된 것인가?
“어머니가 남겨둔 대부도결은 과연 신묘하군.”
목진의 심신이 움직여서 신호를 받아보았다. 그 안에는 하나의 어려운 영결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금강……부도수(金剛浮屠手)?
쿵!
웅혼한 영력이 산골짜기에서 터져나갔다. 두 개의 신영이 번쩍이며 영력이 사방으로 튀자 맹렬한 기세의 폭풍이 터져 나왔다.
엽경령은 양궁과 전력을 다해서 싸웠다. 두 사람은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고 신백경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두 사람의 실력은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엽경령이 조금씩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영로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영로에서의 단련으로 전투경험이나 심신에서 양궁보다 더 우세했다. 양궁이 비록 엄청난 자원으로 신백경에 올랐지만, 엽경령처럼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사람보다는 부족했다.
양궁 역시 엽경령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안색이 조금 변했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출수했다.
양궁과 주려가 데리고 온 사람들 역시 산골짜기에서 왕성 등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 수 때문인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하하, 너희쪽 사람들이 이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 아직도 저항할 생각인가?”
양궁이 크게 웃었다. 양궁의 이런 말이 엽경령의 신경을 분산시켰다. 하지만 엽경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더욱 무서운 공세를 펼쳤다.
엽경령이 왜 그의 의도를 모르겠는가. 이 순간에 그녀가 다른 곳에 신경쓴다면 낭패를 당할 것이다. 그러니 왕성을 돕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양궁을 처리해야만 했다.
양궁은 엽경령의 매서운 공세에 놀라서 다른 말을 하지도 못하고, 엽경령의 손속이 매섭다는 것만 알았다.
양궁과 엽경령의 전투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멀리 있는 산비탈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갈해였다.
그들은 전투 상황을 보면서 눈빛에는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이곳에서 보물을 어부지리로 얻을 생각이었다.
“큰형, 양궁이 엽경령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은데.”
갈청이 상황을 지켜보며 말했다.
“급할 것 없다. 엽경령 쪽의 사람이 부족하니. 수하들은 금방 처리가 될 것이야. 게다가 주려가 어린아이를 잡으러 갔으니, 아이가 잡히면 엽경령도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
갈해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목진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설마 이미 신혼음양지를 연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흡수에 성공해서 신백경에 도달하면…….”
“흥, 신혼음양지는 그렇게 간단히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놈이 자신의 능력을 믿고 도박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엽경령 등이 처리되고, 양궁 등이 골짜기로 진입하면 놈은 반격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죽을 것이다.”
“만약 놈이 양궁과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가 등장할 시간이지.”
“큰형은 정말로 똑똑해.”
갈청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갈해의 계획은 빈틈이 없었다.
* * *
둥!
허공에 엽경령의 장심에서 나온 영력이 움직였다. 곧 그녀는 손바닥에서 빛을 내뿜더니 단숨에 양궁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육안으로도 영력의 파동을 볼 수 있었다.
양궁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뒤로 10걸음이나 물러났다. 반면 엽경령은 두세 걸음만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아래쪽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왕성 등이 포위되어 있었다.
“너희 수하들은 우리의 수중에 떨어졌다.”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엽경령의 눈에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장심에서 영력이 출렁이며 다시 출수할 준비를 했다.
“하하. 해봐라.”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냉소가 들려왔다. 엽경령이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주려의 손에는 계속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
“순아야!”
엽경령이 실성한 듯 소리를 질렀다.
“언니. 미안해.”
순아의 큰 눈이 붉게 변하며, 풀이 죽어 대답했다. 순아는 전투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몰래 출수한 것은 위력적이었지만 일단 주려와 같은 신백경의 강자가 정면에서 쳐들어 오면 그녀의 전투력은 바로 떨어졌다.
“주려. 내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힌다면 네놈도 같이 죽여 버리겠다.”
엽경령은 주려를 노려보면서 한 글자씩 끊어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짙은 살기가 묻어나왔다.
주려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미친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엽경령을 너무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
“네가 신혼음양지를 넘긴다면 아이를 풀어주지.”
엽경령은 손을 꽉 쥐며 붉은 입술을 물었다.
“어떤가?”
주려는 순아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힘을 주었다. 순간 순아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도 점점 이곳이 자신이 있던 곳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전처럼 모든 사람의 보호와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엽경령은 순아의 고통에 찬 목소리를 듣고는 고통에 함께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너라면 당장 얌전히 순아를 놔줬을 것이다.”
그때 어디선가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빛으로 된 신영이 번개처럼 산골짜기에서 튀어 나왔다.
“누구냐!”
주려는 그 빛을 보고, 순간 안색이 변했다.
촥!
빛의 신영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신영이 움직이는 순간, 순식간에 주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주먹을 쥐고 주려의 머리를 향해서 일권을 날렸다.
그 기세로 보아 만약 정통으로 맞았다면 주려의 머리는 그대로 터졌을 것이다.
“네가 죽고 싶구나!”
주려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화를 냈다. 체내에 있는 영력을 끌어올려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날렸지만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펑!
두 주먹이 만나는 순간, 주려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그의 팔에 엄청난 통증이 전해졌다. 상대방의 영력은 아주 패도적이었다. 주려의 주먹을 감싸고 있던 영력을 그대로 부수며 그의 체내에 상대방의 영력이 그대로 침투했다.
주려는 몸을 떨며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주려가 뒤로 물러나자, 빛의 신영은 빠르게 팔을 휘둘러 그의 손에 있던 순아를 뺏어갔다. 영력의 빛이 사라지고 목진의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
“목진 오빠!”
순아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희색을 드러냈다. 곧 붉어진 눈으로 시무룩하게 말했다.
“저 바보가 나를 아프게 했어!”
“언니가 있는 곳으로 가 있어. 내가 저놈들을 혼내줄게.”
목진이 순아를 보고 웃었다.
“응!”
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엽경령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엽경령이 서둘러 순아를 안아 들고 그녀를 살폈다.
“너는 누구냐?”
주려는 어두운 안색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양궁의 안색도 싸늘하게 변했다. 갑자기 나타난 목진때문에 그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신혼음양지를 원하는 거지? 그건 조금 전에 내가 먹었다.”
목진이 두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이를 무는 모양새가 목진은 토막 낼 정도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신혼음양지를 노렸다. 하지만 결국 목진에게 뺏기고 말았다.
“나의 물건을 네놈이 훔쳤구나. 주제도 모르는 놈이!”
양궁은 크게 노하며 소리쳤다. 곧 주려와 눈을 마주친 뒤에 말했다.
“저놈을 처리하자!”
양궁은 조금전에 주려가 목진과 싸워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았다. 그 역시 주려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혼자서 싸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슉!
하지만 두 사람이 손을 쓰기도 전에 목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곧 검은색의 영력이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며 검은색 구름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 웅혼한 영력은 신백경에 도달하기 전보다 몇 배나 강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신백경의 힘인가…….”
목진은 체내에 있는 홍수와도 같은 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양 손가락을 구부리더니, 손가락 끝에 금빛 광이 만들어졌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빛줄기가 되어서 번개처럼 양궁과 주려를 향해 쏘아졌다.
쾅!
양궁과 주려는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영력을 끌어올려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주먹과 빛이 부딪치는 순간,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경악의 빛이 나타났다.
사악!
목진이 다시 한번 그들 앞에 나타났다. 주먹을 휘두르자, 3개의 검은 광인(光印)이 마치 연꽃이 피어나듯이 파장을 퍼트리며 떠올랐다.
웅웅웅!
세 줄기의 검은빛이 그대로 폭사되었다. 폭사된 세 줄기의 검은빛에서 느껴지는 패도적인 파동에 주려와 양궁은 한기를 느꼈다. 그들이 다시 주먹을 쥐자 검은 방패와 돌로 된 솥이 나타났다.
펑펑!
세 줄기의 삼라사인이 퍼지면서 영력의 중첩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검은 방패와 돌솥과 충돌했다. 그 순간 방패와 돌솥이 빠르게 어두워지면서 주려와 양궁의 장심으로 돌아갔다.
영기들이 사라지자 양궁과 주려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선혈을 내뿜었다. 그들은 동공이 흔들렸다. 혼자서 둘을 상대하면서 그들을 단숨에 제압하다니.
“떠난다.”
그들은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목진의 눈에서 한기가 스쳐지나갔다. 영령보가 펼쳐지자 한 줄기의 잔영만 남고, 어느새 양궁과 주려 앞에 가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금색 신창과 같은 손가락이 그들 목에 겨누자 그들의 목에서 선혈이 흘러나왔다.
“또 움직이면 죽는다.”
목진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 감정이 없는 그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그대로 굳었다.